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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워싱 막는 ESG 채권 'SLB'가 뜬다
글로벌 채권시장이 침체하는 와중에도 그린워싱 논란을 막을 새로운 ESG채권인 지속가능연계채권(SLB)의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채권 발행 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목표를 설정하고, 사후 이행 여부에 따라 금리가 변동되는 채권이다.20일 블룸버그와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SLB 발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ESG채권 전체 발행량은 19% 감소했다. 그린워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는 기존 ESG채권의 발행이 줄어드는 사이 SLB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일반 ESG채권은 발행 이후 ESG와 관련해 제대로 자금이 집행됐는지를 검증할 사후 수단이 없다. SLB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기업의 ESG 투자 과정을 채권자들이 검증하는 대신, 사전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채권 금리가 오르는 방식이다. ‘1년 안에 탄소 배출량을 1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이행하지 않으면 채권 이자가 0.5%포인트 오르는 식이다. 기업은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ESG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이탈리아 유틸리티기업 에넬은 지난달 7억5000만달러(약 1조원)의 SLB를 발행했다. 2023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올해 상반기 대비 38%가량 감축하기로 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0.25%포인트의 이자를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수요예측에서 3.5배를 기록할 정도로 발행에 성공적이었다.글로벌 시멘트기업인 홀심은 올해 1월 3억2500만프랑(약 6000억원) 규모의 SLB를 발행했다. 온실가스를 2025년까지 9.7% 감축하겠다는 목표의 채권으로, 과제를 이행하지 못하면 채권금리가 0.375%포인트 오른다. 글로벌 패션기업 H&M도 지난해 재활용 소재 비율을 2025년까지 3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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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너지, 1000억 규모 녹색채권 발행…열병합발전소 투자
한화에너지가 1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한다. 올 초 9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한 데 이어 두 번째다. 가파른 금리 상승과 레고랜드 발 회사채 시장 경색으로 공모채 발행이 쉽지 않은 가운데 녹색채권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너지는 이날 만기 2년짜리 사모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정부의 회사채 CP(기업어음) 매입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KDB산업은행(산은)이 채권을 인수해 시장에 매각할 예정이다.한화에너지는 신용등급 A+(안정적)로 우량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A등급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도 대거 미매각 사태를 빚었고 조달 금리도 6%를 넘어섰다.이런 가운데 녹색채권은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데다 ESG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할 수 있어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에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산은은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4월부터 신용등급이 A등급 이하인 비우량 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해 채권시장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엔 ESG채권 유동화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중견 기업의 사모 ESG채권을 인수해 신용 보강을 지원해왔다.한화에너지는 조달한 자금을 군산 산업단지 내 열병합발전소 가동을 위한 우드펠릿 구매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여수와 군산에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군산 사업장은 유연탄과 우드펠릿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우드펠릿은 국제산림관리협회의 인증을 받은 목재로 만든 연료로 다른 연료 대비 친환경적이며 온실가스 배출이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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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소니, 플라스틱 포장재 안쓴다
일본 전자업체 소니가 제품 포장재에 플라스틱을 쓰지 않겠다고 8일 발표했다. 소형 가전에 우선 적용한 뒤 TV 등 대형 제품에도 적용할 방침이다.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소니는 2023년부터 스마트폰, 이어폰 등 소형 제품에 한해 플라스틱 포장재를 일절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본 내 전자업체 중 플라스틱 포장을 금지한 곳은 소니가 처음이다.플라스틱은 종이·대나무 등을 활용한 신소재 포장재로 대체한다. 수출품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스마트폰, 카메라, 이어폰 등 무게 1㎏ 이하 소형 제품에 우선 도입한다. 종이 사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제품에서 설명서도 뺄 예정이다. 일러스트나 QR코드를 활용해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TV 등 대형 제품에서도 플라스틱 포장재를 모두 뺄 예정이다. 지난해 소니그룹의 제품 출하량 44만t 중 포장재 무게는 약 9만t에 달했다. 제조 업체가 플라스틱 저감에 나선 데 대해 새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토마츠의 니와 히로요시 파트너는 “일본 제조기업 중 비슷한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일본 내 탈(脫) 플라스틱 운동은 주로 유통과 식품 업체 중심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4월 ‘플라스틱 자원순환 촉진법’이 시행되면서다. 닛케이는 “플라스틱 대체 소재 확보를 위한 기업 간 제휴와 경쟁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했다.오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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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에 빠진 정유·화학사…자원 선순환 나선 GS칼텍스·롯데케미칼
GS칼텍스와 롯데케미칼 등 국내 정유·화학사들이 폐플라스틱과 폐비닐 등을 활용한 자원 선순환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활동의 일환인 동시에 버려지는 자원을 활용한 친환경 소재 개발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GS칼텍스는 자동차 폐플라스틱 재활용 전문업체인 에코지앤알과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 생산을 위한 시설투자 계약을 26일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GS칼텍스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자동차 폐범퍼와 내·외장재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설비를 에코지앤알에 지원한다. 에코지앤알은 연 1만t 가량의 재활용 전처리가 가능한 설비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두 회사는 기술 협력을 통한 공동 연구개발도 추진해 자동차 폐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이와 함께 GS칼텍스는 에코지앤알과 장기 구매 계약을 맺어 생산 제품이 친환경 복합수지의 원재료로 안정적으로 소비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폐차장, 경정비업소에서 발생한 플라스틱을 원활하게 재활용할 수 있는 순환경제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GS칼텍스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원료를 만드는 단계부터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까지&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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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디트만 "변동성 클수록 인프라 투자 필요"
"시장 변동성이 큰 시기일수록 하방 압력을 지지할 수 있는 인프라에 투자해야 합니다."인프라캐피탈의 허먼 디트만 투자본부 전무는 “인프라의 여러 자산 유형 중 청정 에너지 관련 자산은 2050년까지 넷제로를 목표로 하는 유럽 시장에서 특히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인프라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외부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일수록 하방 보호를 위해 인프라 투자를 찾는다는 설명이다.인프라캐피탈은 M&G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와 M&G 얼터너티브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유럽 인프라 사업부다. 총 6개 펀드를 통해 68억파운드(약 11조742억원)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앞으로 에너지 안보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수소 및 탄소의 포집과 저장에 주목하고 있다.디트만 전무는 투자은행인 크라인워트 벤슨, UBS, HSBC 등을 거쳐 2019년 인프라캐피탈에 합류했다. 전력, 유틸리티, 재생 에너지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인프라 분야 기업과 정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30여년 동안 투자 자문을 제공해왔다. 디트만 전무는 “향후 글로벌 경제에서 운송 부문의 탈탄소화는 중요한 핵심 투자 영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디트만 전무와의 일문일답.▶인플레이션 시대에 인프라 전략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변동성이 높은 시기엔 인프라 투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필수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어려운 시기에 경제 모멘텀을 유지하는 핵심 도구이기도 하죠. 자산군은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 보호 대상이기 때문에 우리가 경제 사이클의 다음 단계로 이동하려면 안전한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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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서 탄소배출권이 자란다고?[성현 ESG스토리]
수확의 계절 가을이다. 여든여덟 번 지극정성으로 가꾸어 그 결실을 수확하는 농부의 마음을 생각하노라면 덩달아 기쁨과 보람이 느껴진다.하지만 현실은 상상과는 달리 1년 내내 뼈 빠지게 일해봐야 쌀값은 생산비에도 못 미치고, 이익은커녕 "올해 벼농가 손실 1조8120억원 예상된다"는 암울한 뉴스(농민신문 2022. 9. 22)에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그럼에도 우리 농업이 ESG 시대를 맞아 더욱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변모할 방안은 없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생산성과 수익성 등의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묘책은 찾기 어렵겠지만, ESG 관점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탄소배출권도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다거나 ESG를 농산물 판매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농업 수익성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농사를 지으면서 탄소배출권을 얻을 수 있다면 농민에게는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한 농외수입이 생겨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일까?농업 분야에서도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감축, 흡수 또는 제거하는 사업에 대한 방법론을 등록해 해당 방법론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하고 그 결과를 인증받으면 탄소배출권을 획득하는 길이 있다. 방법론은 상쇄등록부 시스템에서 조회할 수 있는데, 저탄소 농업기술을 적용한 농업부문의 외부사업 방법론은 다음과 같다. 위 방법론 중에서 '논벼 물관리'는 논의 낙수 기간을 증대시켜 담수 상태에서 일어나는 유기물 혐기분해를 막고 메탄 배출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벼 재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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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美 "IRA 해결책 찾자"…현대차·K배터리 5개사 찾았다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방문해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기업 다섯 곳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 및 북미산 배터리 광물·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규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13일 업계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 실무자 두 명은 지난 12일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롯데케미칼 포스코케미칼 등의 임원진과 1시간씩 면담했다. 13일엔 삼성SDI SK온 본사를 찾아가 담당임원들을 만났다.미 에너지부는 IRA와 관련, 투자 애로사항과 세부 지침에 반영해야 할 조항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미 에너지부가 방한한 핵심 목적은 현대차와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공장은 2025년 완공 예정이어서 2년 넘게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그때까지 경쟁사보다 7500달러(약 1000만원) 더 비싸게 팔아야 해 큰 타격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미 에너지부에 이런 상황을 전달하고 IRA 적용 유예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한국 배터리업체들은 IRA 해법의 열쇠를 쥐고 있다. 이들 기업의 배터리 공급 여건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IRA에 따라 완성차업체들은 내년부터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조달한 광물을 40% 이상 적용한 배터리를 장착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 비중은 매년 10%포인트 높아져 2027년엔 70%로 늘어난다. 배터리 부품은 내년부터 북미산을 50% 이상 써야 한다. 2029년엔 100%로 높아진다.지금은 중국이 글로벌 배터리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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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기술의 결합으로 '모든 사람에 공평한 교육' 이뤄낼 것" [글로벌 ESG 포럼]
"교육에 대한 과학기술이 기업, 시민, 사회와 만나면 교육 현장을 바꿀 수 있습니다."SDG(지속가능 발전 목표) 관련 각계 전문가들이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2022 글로벌 ESG 포럼 WITH SDG'에 모였다. 김현주 에누마 코리아 임팩트 사업 디렉터(위 사진)는 'SDG 실현을 위한 과학기술혁신' 섹션에서 교육 과학기술과 각 분야와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교육 프로그램도 유네스코 등과의 국제 협력과 기술력이 더해져 탄자니아까지 닿을 수 있었다"며 "직원은 단 10명 뿐이었지만 기술의 힘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설명했다. 에누마(대표 이수인)는 교육에 정보기술을 결합한 글로벌 에듀테크 스타트업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만든 엑스프라이즈 재단이 2019년 주최한 글로벌러닝 X프라이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에누마는 현재 유네스크 등과 함께 탄자니아, 케냐, 우간다 등 아프리카 국가 교육 빈곤층들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케냐 난민촌에 있는 7~14세 아동들에게 태블릿을 이용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중이다. 김 디렉터는 "사회의 각 분야와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이어나가겠다"면서 "교육 기술이 전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을 보장하는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부열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교육 기술이 어떻게 하면 공평한 교육을 확대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기술의 발달만큼 학생들의 수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교육현장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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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 속도 내는 구광모, LG 계열사 성과 꼼꼼히 본다
LG그룹이 계열사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를 통합해 관리하기로 했다. ESG 경영을 강화해 기후 위기 대응에 동참하겠다는 취지다. LG그룹이 계열사를 평가하는 핵심 경영 지표로 ESG를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LG그룹은 28일 주요 계열사의 데이터를 총망라한 ‘ESG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룹 차원에서 ESG 보고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은 “전 세계가 당면한 기후 위기 문제에 책임 의식을 갖고 미래 세대와 공존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탄소중립과 신재생에너지 전환, 제품 폐기물 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클린 테크 육성·투자 등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그룹 단위 ESG 경영의 슬로건은 ‘지속가능한 미래’와 ‘책임 있는 사업’으로 정했다. △재무·비재무 성과를 균형 있게 창출하는 ESG 경영 강화 △글로벌 이슈의 공동 해결을 위한 LG 내·외부 이해관계자와 ESG 생태계 구축 △기후 위기와 탈탄소 경제 전환에 따른 사업 방식 변화 등이 세부 목표다.이번 보고서엔 지주회사인 ㈜LG와 8개 계열사의 ESG 활동 현황과 성과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가 포함돼 있다. LG그룹은 지난해 환경(E) 부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LG 계열사들은 지난해 전년보다 238만4000t 많은 용수를 재사용했다. 일반폐기물 재활용량은 1만7073t, 지정 폐기물 재활용량은 2만4448t 늘었다.사회(S) 부문에선 사회공헌 예산이 급증한 것이 눈에 띈다. 지난해 LG 계열사가 기부 등 사회공헌에 투입한 금액은 1509억원으로 전년보다 576억원 늘었다. 지배구조(G) 부문에선 ESG 경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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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 실천에 대한 소고(小考)[마스턴 김 박사의 說]
모금을 유도하기 위해 곤경에 처한 이들의 상황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여 동정심을 일으키는 영상이나 사진 등을 지칭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빈곤포르노(Poverty Porn)'다. 1980년대 한 기부단체가 전 세계에 자선 캠페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앙상하게 마른 아프리카 아이의 몸에 파리 떼가 달라붙은 영상으로 수억 달러에 이르는 금액을 모금하자 다른 기부단체에서도 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에티오피아의 식수난과 관련된 내용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마시는 식수가 생각보다 깨끗하자 아이에게 일부로 썩은 물을 마시게 하는 등 비윤리적인 연출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느 정도 강조된 메시지를 활용해 사람들의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 일부 필요하지만 지속적으로 인위적이고 자극적인 메시지를 내보내는 것은 결국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빈곤포르노가 그렇다. 반복적으로 자극적인 메시지를 받는 기부자들은 아무리 기부를 해도 더 이상 문제가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고 느껴 자선을 포기하게 된다. 혹은 점점 더 자극적인 메시지를 주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기부를 진행하지 않게 된다. 어느 쪽이든 양쪽 모두 문제 해결에는 방해가 될 뿐이다. 환경운동도 유사하게 전철을 밟고 있지 않은지 다시 한번 확인을 해 볼 시점이다. 자연파괴에 대한 극단적 강조나 세상 모든 변화가 지구 종말과 직결된다는 자극적인 메시지는 문제 해결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 또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ESG가 거의 모든 산업에서 핵심 키워드로 등장하면서 ESG의 3가지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기업의 지배구조(Governance) 중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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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 "ESG 평가 투명성·신뢰성 제고 위해 기준 마련할 것"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국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22일 밝혔다.김 위원장은 이날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개원 20주년 기념 좌담회’ 축사에서 “ESG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ESG의 개념이 여전히 모호하고 ESG 공시와 평가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이어 “정부는 ESG 평가기관의 평가모델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 공개, 이해상충 방지 등에 대한 자율준수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ESG 공시 의무화 흐름에 맞춰 국내 ESG 공시제도를 구체화하겠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별로 다른 공시기준을 도입하고 있다 보니 기업이 어느 기준을 따라야 할지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논의 동향뿐만 아니라 우리 산업구조의 특성이나 기업의 현실적 부담을 균형 있게 감안해 우리 실정에 맞는 제도 정비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지난 3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글로벌 ESG 공시의 국제 표준이 될 ‘국제회계기준(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ISSB의 공시기준은 향후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통용되는 ESG 공시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위는 ISSB의 최종 공시기준, 해외 주요국 동향, 산업계 등 국내 이해관계자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ESG 공시제도 정비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이와 별개로 ESG 정보를 포함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의무 공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자율적으로 공시하는 지속가능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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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경영감각[성현 ESG스토리]
개구리를 끓는 물 속에 집어넣으면 뜨거워서 튀어나오지만 따스한 물에 집어넣고 천천히 끓이면 현재의 따스함에 취해 자신의 몸이 익어가는 줄도 모르고 서서히 죽어간다. 안타깝지만 요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기업이 처한 상황이 바로 이와 같지는 않은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ESG 시대에 글로벌 경영환경은 어떻게 급변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끊임없이 답을 구하지 않는다면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따뜻한 물을 즐기다 자신도 모르게 죽어갈 수도 있다.ESG 평가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탄소 중립'을 빼놓을 수 없다. 탄소 중립목표를 설정하고 성실히 이행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대외 경쟁력이 현격히 차이가 나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과학기반의 탄소 중립목표를 선언하고 그 설정한 목표를 국제적으로 승인받으려고 세계적인 많은 기업이 SBTi(Science-based Target Initiative)에 등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SBTi 목표설정 현황은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어떠한가? SBTi에는 2022년 9월 현재까지 전 세계 3627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목표설정을 승인받은 기업 수는 1703에 달한다. 이 중 한국의 참여기업과 목표설정을 승인받은 기업 수는 오늘까지 각각 30개사, 5개사에 불과하다. 한편, 주요 국가별 SBTi 참여 현황은 다음과 같다.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SBTi 참여기업 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우리 기업의 ESG 평가현황을 살펴보자. 우리 기업이 수출, 프로젝트 수주, 투자유치 등의 현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MSCI나 DJSI와 같은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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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C 이사회 의사록 보여줘라"…힘받는 '주주 행동주의'
기관투자가들의 ‘주주 행동주의’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법원은 지난 16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속옷 제조업체 BYC를 상대로 제기한 이사회 의사록 열람 및 등사 신청을 받아들였다. 15일에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가 주주들로부터 비판받아온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을 끝내겠다고 밝혔다.서울남부지방법원은 16일 2016년부터 올해 5월까지 BYC 이사회 의사록을 열람하고 등사하겠다는 트러스톤의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트러스톤은 회사와 대주주 간 거래의 적법성을 살펴볼 수 있게 됐다. 내부거래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회계장부 열람청구, 주주대표 소송 등도 이어나갈 계획이다.BYC 지분 8.13%를 보유한 트러스톤은 작년 12월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꾸고 주주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경영진과 1년 이상 비공식 대화를 이어왔지만 회사 측이 최소한의 요구도 수용하지 않았다는 게 트러스톤 측 설명이다. 법원은 회사 측 주장대로 내부거래가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면 이사회 의사록 열람을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BYC는 보유 부동산 가치가 1조원이 넘고 연 2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시가총액은 2420억원(16일 종가 기준)에 머물고 있다. 트러스톤은 △내부거래에 따른 사익편취 의혹 △대주주의 폐쇄적인 경영 △하도급법 위반으로 인한 회사 이미지 추락 등을 저평가의 요인으로 꼽았다.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법원 결정은 기관투자가의 주주활동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15일에는 에스엠이 이수만 총괄프로듀서 개인 회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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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외화 클럽론 미화 4억 달러 차입
신한은행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대와 안정적인 외화자금 확보를 위해 국내 최초의 지속가능연계차입 형태로 4억달러의 클럽론을 조달했다고 14일 발표했다.지속가능연계차입이란 대출 금리 설정 방식에 기업의 지속가능 활동을 연계한 구조다. 자금을 조달하면서 설정한 ESG 목표를 달성하면 금리 감면 등 경제적 이익을 명문화한 대출 상품이다.조달 금액은 미화 4억달러이며 만기는 5년이다. 조달 금리는 미국 3개월 기간물 무위험지표금리(Term SOFR)에 연 0.89%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이다. 지속가능연계차입 조건으로 매년 ESG 목표를 달성하면 차입 금리를 연 0.05%포인트 감면받는다.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이지만, ESG 연계 자산을 키워야 하는 글로벌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면서 경쟁력 있는 금리로 클럽론을 조달할 수 있었다고 신한은행 측은 설명했다.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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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KPMG-UL솔루션즈, ESG 경영컨설팅 및 솔루션 위한 업무협약
삼정KPMG가 UL솔루션즈와 손잡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컨설팅 활성화에 나선다.6일 삼정KPMG와 UL솔루션즈는 전날 서울 역삼동 삼정KPMG 본사에서 ESG 경영컨설팅 및 솔루션 활성화를 골자로 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기업의 ESG 경영 강화를 위한 리스크 진단, 비전 및 경영전략체계 수립, 관련 시험 및 평가 등에 대해 협력한다.삼정KPMG는 2008년 ESG비즈니스그룹을 신설하며 국내 최초로 ESG 컨설팅 조직을 세웠다. 현재 100여명의 전문가들이 ESG 경영전략자문, 인수합병(M&A) 실사, 인증 및 채권 발행 등 다양한 ESG 통합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세계 KPMG 글로벌 ESG 전문가들과 협력을 통해 ESG 글로벌 최고 실천(Best Practice) 사례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있다.UL솔루션즈는 안전·보안 및 지속 가능성 문제를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고객을 위한 기회로 전환하고 있다. 고객의 제품 혁신과 비즈니스 성장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제품 및 자문 서비스와 함께 테스트, 검사 및 인증 서비스를 제공한다.김교태 삼정KPMG 회장은 “글로벌 인증의 전문지식을 갖춘 UL솔루션즈와 함께 복잡해지는 기업 비즈니스 과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성을 입증하는 서비스를 지원하게 돼 기쁘다”며 “양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포함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통해 기업 고객에 ESG 관련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