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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만 12조…쏟아지는 산금채·기은채 '쇼크'
국내 채권시장 경색으로 초우량 국책은행들까지 자금난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이 웃돈까지 얹어주며 발행한 채권은 이달 들어서만 12조원에 달한다. 신용등급 트리플A 국책은행들까지 고금리 채권을 쏟아내면서 여신전문금융회사채와 일반 회사채는 발행은커녕 유통조차 모두 막혔다.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전날 2년 만기 산업금융채 2500억원을 연 5.43% 금리로 발행했다. 민평 금리 대비 0.4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지난 17일에는 1년6개월 만기 산금채 4100억원어치가 민평 금리보다 0.23%포인트 높은 연 5%에 발행되기도 했다. 갈수록 금리 급등세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은행이 발행하는 중금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디폴트 위험이 없는 국책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에 이렇게 높은 가산금리가 붙는 것은 처음 본다”고 전했다.연초만 해도 연 1%대였던 산금채는 8월 연 3%대, 9월 연 4%대를 넘은 데 이어 곧 연 6%를 넘볼 기세다. 산업은행은 이날 민평 대비 0.60%포인트 높은 연 5.65% 금리에 2년 만기 산금채를 최소 2500억원어치 발행하겠다는 수요 조사 공지를 냈다. 발행 금리를 더 높인 것이다.특수은행 채권이 급증하면서 회사채 시장은 거의 마비 상태다.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특수은행들이 이달 들어 20일까지 발행한 채권은 모두 11조8900억원 규모다. 작년 같은 기간(3조1200억원)보다 네 배 가까이 급증했다.빈난새/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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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시장 '패닉'…자금조달 꽉 막혔다
강원도 레고랜드 건설을 위해 발행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채권시장이 마비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투자자 신뢰가 붕괴해 채권 매물이 쏟아지지만 매수세가 실종돼 기업어음(CP)과 채권시장이 자금 조달 기능을 상실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들의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해 줄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상위 신용등급인 A1 기준 CP 91일물 금리는 이날 연 4.1%에 마감했다. 전날 연 4.02%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 28일(연 4.09%) 후 처음으로 연 4%대를 넘어선 데 이어 이날도 급등세를 이어간 것이다.PF 유동화증권 시장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 흑석9구역 재개발 PF대출 자산담보부단기채(ABSTB) 차환 금리는 한 달 전 연 3.34%였지만 전날 연 7%로 뛰었다. 상당수 PF 유동화증권은 차환이 안 돼 증권사가 떠안았다.이런 상황에서 증권사와 운용사가 금리 상승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 채권 매각에 나서고 이는 다시 CP와 채권 금리를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매수세는 없고 채권 매물만 쌓이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수십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 상환 요청이 급증해 증권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자금시장 마비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이날 1조6000억원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본격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금시장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 때 효과를 본 한국은행의 RP 매입 등 추가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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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흉한 증권사·건설사 상황"…여의도 증권가에 퍼진 '찌라시'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받은글) 롯데캐피탈이 15%에도 기업 어음이 소화가 안된다...지금 시장은 완전히 냉각 상태...A건설, B건설 부도 이야기 나오고, C증권, D증권은 매물로."지난 19일 금융시장 관계자들 사이서 이 같은 속칭 '찌라시'가 확산됐다. 여의도 증권가는 물론 한국은행과 정부 부처로도 퍼졌다. 한은 관계자들이 시장에 "사실이냐"고 되물을 만큼 일파만파로 번졌다.하지만 증권사 채권발행시장(DCM) 임직원들은 이에 대해 "자금시장이 얼어붙었다는 것 외에는 맞는 이야기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루머에 흔들릴 만큼 자금시장이 위태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는 시장 관계자들도 적잖았다. 전날 퍼진 찌라시에는 롯데캐피탈이 연 15%대 고금리로 기업어음(CP) 발행에 나섰지만, 실패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계열사인 롯데건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에 어려움을 겪자 롯데캐피탈도 덩달아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었다는 설명이었다. 이 충격에 증권사와 건설사가 줄줄이 자금난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담겼다. 각 증권사 회사채 담당자와 기업 자금 담당자, 한은 관계자들도 이 같은 루머에 의아해하며 진위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롯데캐피탈을 비롯한 시장 관계자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롯데캐피탈은 연 5~6%대로도 순조롭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유동성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과 예치금은 총 1조6822억원에 달했다. 롯데건설 자금사정도 안정적이다. 롯데건설의 지난 6월 말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등 포함)은 6000억원에 이른다. 단기차입금은 6091억원으로 대부분 내년에 만기가 도래한다. 올 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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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가 회사채 시장에 불러온 파장
레고랜드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회사채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여파로 가뜩이나 경색된 채권 시장의 투자심리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평가다. 증권가는 당분간 채권 등급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회사채 스프레드의 간극도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JB금융지주가 1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주문이 절반에도 못 미쳤다. 만기 2년물에 800억 원, 3년물에 200억 원의 자금 모집을 계획했으나 2년물 230억 원, 3년물 150억 원 등 총 380억원의 수요만 확보했다. JB금융지주는 2년물을 850억 원으로 증액하고, 3년물은 수요대로 발행하기로 했다.같은 날 300억원 규모의 공모채 수요예측을 실시한 한진도 대량 미매각 사태를 맞았다. 지난 1월과 6월 두 차례의 공모채 발행에서 모집금액 이상의 주문을 받으며 증액 발행에 성공했지만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수요를 모으는 데 실패했다.우량 등급의 회사채도 미달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신용등급이 AA-인 SK리츠 회사채는 960억원 모집에 910억원의 주문만 들어왔고 메리츠금융지주도 최근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 3000억원을 채우지 못했다. SK렌터카는 800억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희망 금리 밴드 상단을 70bp까지 열어뒀지만, 주문을 다 채우지 못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등 인기 콘텐츠를 제작한 콘텐트리중앙은 250억원을 모집했으나 80억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다 일정을 전면 재검토하는 회사들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 공조장치 전문기업 한온시스템은 지난 달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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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채권·CD 전자등록발행 144조…금융채 늘고 일반회사채 줄었다
올 3분기 일반 회사채 발행이 부진해진 반면 금융회사채 발행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14일 한국예탁결제원은 3분기 예탁원 전자등록시스템을 통한 채권·양도성예금증서(CD) 전자등록 발행규모가 14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작년 동기 대비 28.8% 증가한 것이고, 2분기 대비 12.0% 증가한 것이다.채권의 등록발행 규모는 작년 동기 대비 22.5% 증가한 131조9000억원이었고, CD의 등록발행 규모는 작년 동기 대비 186% 증가한 12조3000억원이었다.유형별로 보면 일반 회사채와 국민주택채, 지방채 등의 작년 3분기 대비 발행 금액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회사채는 37.2% 감소한 9조8000억원, 국민주택채는 26.1% 줄어든 3조4000억원, 지방채는 28.6%가 줄어든 1조원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발행 규모가 큰 금융회사채, 특수채 등은 작년 대비 발행액이 늘어났다. 금융채는 33.4% 늘어난 48조7000억원, 특수채는 42% 증가한 59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방공사채(33.3%), SPC채(22.1%) 등도 증가했다. 예대금리차가 커지면서 자금 조달 수요가 강해진 은행들이 채권 발행 규모를 늘렸다는 분석이다. 반면 경기 침체우려로 일반 회사채 시장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 22일 예대금리차 첫 공시 이후 은행권은 정기예금 금리를 크게 올렸다"며 "이러한 현상은 은행의 자금조달수단 중 은행채 발행 비중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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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시장 문 좁아지자…공모 회사채 데뷔 절반으로 줄어
회사채 시장에 데뷔하는 기업들이 줄어들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다. 대표적인 '돈줄'인 회사채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저신용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우량 회사채 외면에 발행시장 '위축'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설립 후 처음으로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올 들어 총 9곳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총 18곳의 기업이 공모 회사채 시장에 첫 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발행 규모도 급감했다. 올해 초도발행된 회사채는 총 9790억원으로 지난해 2조8530억원에 비해 65%가량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다양한 산업군에서 신규 발행사들이 등장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발행만 하면 돈이 몰렸기 때문이다. 바이오(삼성바이오로직스‧종근당), 게임(펄어비스‧컴투스) 등 그간 회사채 시장을 찾지 않은 업종에서 초도발행 기업들이 속속 나타났다. 하지만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분위기다.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외면이 길어지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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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매각 '굴욕' 메리츠금융지주, 6%대 추가 청약 성공할까
지난달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난 메리츠금융지주가 6%대 금리로 추가 청약에 나선다.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5% 대로 오른 가운데 월 이자 지급 방식으로 완판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은 이날 3년물을 2년물로 증액해 추가 청약을 진행한다. 메리츠금융은 지난달 29일 3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1560억 원의 수요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1년 6개월 물 1500억 원, 2년물 1000억 원, 3년물 500억 원의 자금 모집을 계획했지만 각각 540억 원, 680억 원, 340억 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기관보다는 리테일 수요가 대부분이었다.메리츠금융은 1년 6개월 물은 계획대로 발행하고 3년물에서 채우지 못한 수요만큼을 2년물로 증액했다. 리테일에서 단기물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는 점을 고려해 짧은 만기물 위주로 발행량을 조정했다.발행 금리도 6%대로 높아질 전망이다. 수요예측 당시 1년 6개월 물과 2년물의 희망 금리밴드는 최상단이 50bp(1bp=0.01%)였으나 추가 청약에서는 스프레드를 60bp로 확정했다. 지난달 미국의 자이언트스텝 당행 이후 채권 시장이 패닉에 빠져든 상황이어서 고금리를 감수하더라도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메리츠금융은 지난 7월에도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2500억원의 공모채 수요예측에 나섰으나 미매각이 났다. 당시 가산금리를 고려한 금리는 4% 중반이었다. 5년물에는 단 한 건의 주문도 들어오지 않았다.기관 투자가의 투자 심리가 악화한 탓에 이번 추가 청약 때도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룹 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규모가 크다는 점도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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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발작' 팍팍해진 채권시장…돈 가뭄에 AA급 대기업 계열사도 조달 구조 다각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회사채 시장 '돈줄'이 마르면서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자금 조달 환경이 척박해지면서 신용등급 AA급 대기업 계열사까지 공모채 대신 장기CP와 사모채 시장으로 우회하는 등 조달 구조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A급 이하 기업들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우량 기업도 공모채 대신 사모채‧장기CP로 우회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사업계열사인 SK루브리컨츠는 장기 CP를 발행하겠다고 지난달 30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한국신용평가는 SK루브리컨츠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매겼다.만기구조는 2년물 700억원, 3년물 1300억원, 4년물 500억원, 5년물 500억원 등 총 3000억원이다. 2년물은 연 5.303%, 3년물은 연 5.337%, 4년물은 연 5.427%, 5년물은 연 5.448%로 발행 할인율을 책정했다. 확보한 자금은 미전환잔사유(UCO) 등 원자료 대금 납부 등에 사용할 방침이다.사모채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대기업 계열사도 등장했다. CJ그룹 계열사인 CJ E&M(AA-급)은 지난달 29일 사모채 시장에서 3년물 1600억원과 5년물 500억원을 각각 발행했다.발행 시장에서 소외받았던 A급 기업에 이어 우량 신용도를 갖춘 AA급 기업까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 계열사들은 주로 공모채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했다. 하지만 조달 환경이 악화되면서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둬 평판이 깎이는 것보다 다소 높은 금리가 책정되더라도 장기CP와 사모채의 문을 두드리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발행물에 대한 기관투자가의 투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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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 필름사업 분할 매각…회사채 조기상환 가능성 커지나
SKC의 필름사업 분할에 따른 채권 투자자들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평가손실이 발생한 사채권자들이 회사채 조기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26일 SKC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채권자 이의제출 및 사채권자집회 소집 공고’를 진행한다. 이번 소집 공고는 필름사업 분할에 따른 것이다. SKC는 지난 6월 이사회를 열고 필름사업 부문을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에 1조6000억원에 팔기로 했다. 오는 11월 등기상 정식 분할될 예정이다.이번 소집 공고의 핵심은 사채권자들이 회사채의 조기 상환을 요구할지 여부다. 통상 분할 과정에서 사채권자 소집 공고를 진행하더라도 큰 불만이 접수되지 않는 편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지난 6월 이사회가 열린 당시 필름사업 분할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한국기업평가는 “필름사업 매각으로 매출과 현금창출력 축소는 불가피하다”며 “다만 필름사업의 수익성이 저조한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매각 이후 전체적인 영업이익률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규모 매각 대금 유입으로 재무안정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문제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채권 투자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채권 금리가 상승할수록 채권 가격은 반대로 하락해 채권평가손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우려하는 사채권자들이 회사채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번 소집 공고의 대상이 되는 회사채는 총 2629억원 규모다. 공모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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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스톰 몰려온다"…현금 114兆 쌓은 기업들
올 들어 기업들이 대출, 회사채 등으로 조달한 자금이 114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가 겹친 복합위기에 대비해 ‘현금 쌓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8월 기업들이 은행 대출과 회사채, 기업어음(CP), 주식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114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조달한 자금(111조7000억원)에 비해 3조1000억원 증가했다. 2018년 1~8월과 2019년 1~8월의 평균 조달액(53조5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역대 1~8월 기준으로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선 2020년(117조4000억원)을 제외하면 가장 규모가 컸다.조달 수단별로 보면 올 들어 은행 대출로 80조4000억원을 조달했다. 유상증자를 비롯한 주식 발행으로 19조9000억원, CP로 16조원을 마련했다. 하지만 회사채 시장에서는 1조5000억원을 순상환했다. 회사채로 조달한 금액보다 만기 도래에 따른 현금 상환 금액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기업들의 은행 대출이 유독 급증했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1146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선 80조4000억원(7.6%) 급증했다. 특히 대기업 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202조6000억원으로 올 들어서만 23조2000억원 늘었다. 작년 1~8월 대기업 대출 증가폭(3조9000억원)을 여섯 배가량 웃돌았다.시중은행 관계자는 “회사채 금리가 급등한 데다 수요 위축으로 회사채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은행 대출창구를 주로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기업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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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BBB급 한계 딛고 회사채 연타석 ‘흥행’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가 회사채 수요예측 완판에 성공했다. 신용등급 BBB급 한계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위축 후폭풍에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분석이다.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2일 열린 500억원 규모 2년 만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7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추가 청약으로 100억원의 자금을 더 확보했다. 최대 800억원까지 증액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오는 29일 발행하는 게 목표다. 확보한 자금은 채무상환에 300억원을 사용하고 남은 자금은 운영비 등으로 활용할 방침이다.BBB급 비우량 회사채 약점에도 호성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주춤한 상태다. 지난달 45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SLL중앙은 220억 원어치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개인투자자 등 리테일 수요 등에 힘입어 호성적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신용등급은 ‘BBB(안정적)’ 수준이다. 고금리의 저신용 회사채에 대한 증권사 등 리테일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공모 희망금리로 연 5.8~6.5%를 제시했다.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3월 채권단 관리 체제를 조기 종료한 뒤 발행 시장에서 연이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두산그룹은 2020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3조원을 긴급 지원받는 재무 약정을 체결하면서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간 바 있다. 지난 5월 4년 만에 추진한 공모채 시장에서 모집금액인 4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1020억원이 모이기도 했다.IB 업계에서는 탄탄한 실적 기대감 등이 발행시장 흥행으로 이어졌다고 내다봤다. 두산에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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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A급 보험사 외면 현상…ABL생명 후순위채 수요예측 미달
보험사들이 발행하는 자본성증권(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에서 잇따른 미매각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자본 확충을 위한 자본성증권 발행이 쏟아지면서 신용등급 A급 보험사들이 외면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ABL생명보험은 630억원 규모 후순위채 수요예측에서 130억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신용평가사들은 ABL생명보험의 후순위채 신용등급은 ‘A(안정적)’으로 매겼다. 10년 만기에 발행 후 5년째 되는 연도에 기관들이 조기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콜옵션이 달려 있다.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이 맡았다.ABL생명보험은 지급여력(RBC) 비율 개선을 위해 이번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번 후순위채 발행으로 ABL생명보험의 RBC비율은 상반기말 기준 210.3%에서 219.2%로 오를 예정이다.자본 확충을 위해 보험사들이 잇따라 자본성증권 발행에 나서면서 기관투자가들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신용등급이 A급인 보험사들이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신용등급 A급인 한화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의 자본성증권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피하지 못했다. 최대 6.7%의 고금리를 제안한 ABL생명보험도 증권사 등 리테일 수요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AA급 자본성증권이 5%대 고금리를 제공하는 만큼 기관투자가들의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단기물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5년 콜옵션의 투자 기간이 길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발행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의 외면이 길어지자 유상증자로 자본 확충에 나서는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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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사 신용도 '비상'…"돈줄 마르고 분양 위험 커져"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면서 건설사들의 신용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 경기가 하락 국면으로 진입한 데다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들의 분양 위험 익스포저(위험 노출)와 자금 조달 환경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분양 위험 익스포저가 크고 재무적 대응력이 낮은 중견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신용도 하향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BBB급 건설사 신용도 '흔들'한국신용평가는 '주택경기 변곡점에 선 건설산업, 분양위험과 경기대응력에 주목'이라는 웹세미나를 열고 업체별 분양 위험 수준을 점검했다. △위축된 부동산 시장 △원자재값 급등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등 '3중고'로 건설사들의 신용도에 균열이 생기고있다는 판단에서다.한신평은 신용등급 BBB급 건설사들의 분양 위험 익스포저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분석했다. 대구, 울산, 경북, 전남 등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지역의 분양 예정 물량이 많다는 이유를 들었다. 위험지역 물량 비중이 30%가 넘는 BBB급 건설사로는 한신공영, 아이에스동서, 금호건설, 대보건설 등이 꼽혔다. A급 신용도를 갖춘 신세계건설은 대구‧경북지역 사업 예정 물량이 많아 위험도가 높게 측정됐다.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는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해 7월 1148가구에서 지난 7월 7523가구로 7배가량 늘어났다. 신용등급 A급 이상 건설사들은 대전, 부산, 경기 지역 물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사업유형에 따른 위험도 분석 결과도 내놨다. 자체사업 비중이 큰 BBB급 건설사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모가 많은 A급 건설사들의 위험 수준이 높다는 게 한신평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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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끝난 기업들…회사채‧신종자본증권 발행 ‘시동’
CJ제일제당‧GS에너지 등 주요 기업들이 추석 이후 잇따라 자금 조달에 시동을 걸고 있다. 다만 잇따른 금리 인상 여파로 AA급 이상 우량채 위주로 발행될 전망이다.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이달 말 10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 수요예측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음달 5일 발행하는 게 목표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2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올해 1월 열린 40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원이 넘는 주문액이 몰리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GS에너지도 오는 27일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1500억~1600억원가량을 회사채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조달한 자금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차환에 사용할 방침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CJ제일제당과 GS에너지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매겼다.금리 인상 우려에도 안정적인 AA급 우량채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이 관심은 큰 편이라는 게 IB업계의 설명이다. ‘AA+급’ 신용도를 갖춘 SK는 지난 6일 열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목표액 3000억원의 세 배가 넘는 총 1조5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AA+급’ 신용도를 확보한 롯데케미칼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40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와 5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했다.은행과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급여력(RBC) 비율을 높여 자본건전성을 개선하겠다는 판단이다. 우리은행은 14일 27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발행일로부터 5년, 7년 중도 상환 옵션이 부여된 조건으로 각각 발행한다. 5년콜 2400억원, 7년콜 300억원 규모다. 5년콜은 연 4.70~5.30%, 7년콜은 연 4.85%~5.45%으로 책정됐다. 교보증권이 주관사를 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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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C 권고치 미달' 한화손보, 세번째 자본성증권 발행한다
한화손해보험이 올해 들어 세 번째 자본성 증권(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에 나선다. 지급여력(RBC) 비율을 높여 자본 안정성을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8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 중이다. 오는 14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21일 발행하는 게 목표다. 만기 30년에 발행 5년째 되는 해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달려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주관사를 맡았다.한화손해보험은 올 초부터 활발하게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등 자본성 증권을 발행하고 있다. 자본 안정성 관리를 위해 자본성 증권을 주로 활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3월에는 2500억어치 후순위채를 찍었다. 5월에는 한화생명의 자금 지원 등에 힘입어 사모 시장에서 1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잇따른 자본 확충에도 한화손해보험의 RBC 비율은 위험 수위에 머물러 있다. 한화손해보험의 RBC 비율은 2분기 말 기준 금융감독원 권고치(150%)를 밑도는 135.9% 수준이다. RBC는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일시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보험회사 재무 건전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RBC 비율이 135.9%에서 5.7%포인트 오른 141.6%로 상승할 전망이다.자본성 증권 발행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은 비상시 변제 순위가 뒤로 밀리는 만큼 발행금리가 더 높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의 공모 희망 금리는 최대 연 6.5%로 매겨졌다.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