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高물가·개혁 방치…"4년 뒤 국민연금 주려면 보유주식 팔아야 할 판"
“향후 10년은 국민연금의 보험료 수입이 지출보다 많은 ‘기금 성장기’다. 투자 기회가 많고 성과도 국내보다 나은 해외 투자를 확대하겠다.” 2020년 7월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해외투자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국민연금의 기금수지(보험료 수입+투자수익-연금 지급액)가 아니라 보험료 수지(보험료 수입-연금 지급액)를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투자 기조를 밝힌 것이다. 22일 국민연금연구원이 공개한 ‘중기재정전망 2023~2027년’에 따르면 ‘기금 성장기’가 끝나는 시점이 2027년으로 제시됐다. 기존 전망보다 3년 빨라졌다. 불과 4년 뒤부터 보험료만으로 연금 지급이 안 되기 때문에 투자수익 일부를 헐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 대체투자 등 고위험 자산 투자를 늘려온 국민연금의 투자 기조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연금 지급, 4년 만에 69% 급증 국민연금연구원은 중기재정전망에서 2027년 국민연금 지급액(급여 지출)이 66조1433억원으로 1988년 국민연금 도입 후 처음으로 보험료 수입(66조757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금 지급액이 올해 39조1349억원에서 4년 만에 69% 늘어나는 반면 보험료 수입은 올해 58조9873억원에서 2027년까지 12.1%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이는 저출산·고령화에 더해 물가 상승과 연금개혁 지연이 겹친 영향이 크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최근 고물가를 반영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3.5%, 2024년과 2025년에 각각 2.5%, 2.2%를 기록한 뒤 2026년부터 2%로 유지되는 것으로 가정했다. 5차 재정추계 땐 2030년까지 물가상승률이 2.2% 수준을 유지한다고 봤는데, 이번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높인 것이다. 국민연금 지급액
-
ISDS 5건 더 남은 정부…'엘리엇 판정' 영향 미칠까
우리 정부와 엘리엇 간 5년에 걸친 투자자-국가 간 소송(분쟁해결과정·ISDS)에서 약 69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정이 나오면서 분쟁 당사자들의 반응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부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는 가운데 엘리엇 측은 “성공적인 결과”로 받아들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지난 20일 우리 정부에 5358만달러(약 690억원)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엘리엇이 청구한 7억7000만달러(약 9900억원) 중 약 7%만 받아들여졌다. 결과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정부는 이틀째 판정문 분석에 집중하며 공식 입장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최전선에서 법리다툼을 해온 법무부와 ‘정부 개입 논란’의 당사자인 보건복지부 모두 침묵 중이다. 불복절차는 판정 후 28일 안에 청구해야 한다. 반면 엘리엇은 21일 오전 8시께 입장문을 내 판정 결과에 환영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엘리엇 측은 “중재판정부의 판정은 사실에 기반한 타당한 결론”이라며 “정부 관료와 재벌 간 유착관계로 인해 소수 주주들이 손실을 봤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부를 향해선 “판정에 불복하는 것은 추가 소송비용과 이자를 발생시켜 국민 부담만 가중할 것”이라며 조속한 배상을 촉구했다. 엘리엇과의 1차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정부가 외국 투자자와 진행 중인 다른 다섯 건의 ISDS가 어떻게 종결될지도 관심이다. 지난 1분기 중재절차가 끝난 메이슨캐피탈과의 분쟁 결과가 가장 먼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엘리엇과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한 메이슨캐피탈은 정부에 2억달러(약 258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스위스 기업 쉰들러가 2018년 제기한 ISDS도 주목받고 있다. 쉰들러 측은 “현대엘리베이
-
국민연금 운용역들, 성과급 '0원' 위기…'2차 대탈출' 온다
국민연금 운용역들이 내년 성과급을 받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치솟는 물가로 인해 성과급 최소 지급 요건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2차 인력 엑소더스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기구인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원회와 실무평가위원회에서 운용역의 성과급 최소 기준을 완화하는 안건을 다루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안건을 추진하려 했으나 안팎의 반발에 부딪혀 연기하기로 했다. 지난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마당에 운용역 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해 규정을 바꾼다면 여론이 나빠질 수 있단 우려 때문이다. 물가 상승이 불러온 '재앙'…수익률과 성과급 모두 깎았다국민연금 운용역들은 매년 6~7월에 열리는 기금운용위원회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인다.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관련 최고의사결정기구다. 기금위는 6~7월 지난해 수익률을 확정하고 운용역들의 성과급 지급률을 다룬다. 이번 기금위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내년에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지 다룰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운용역들이 내년도에 성과급을 지급 받지 못하게 되는 이유는 물가 상승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성과급 지급 최소 기준은 국민연금기금의 3년 평균 운용수익률이 3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을 초과했는지 여부다. 운용역들은 이 기준을 넘어서야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이 기준은 2008년 성과평가보상지침이 도입되면서 명문화됐다. 이후 한 차례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유례 없는 CPI 상승과 함께 처음으로 발동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9% 수익 내야 성과급 1원이라도
-
국민연금 해외투자 운용역들 '가랑이 찢어지는' 이유 [연금개혁 파헤치기]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자산이 3년만에 200조원 가량 불어나는 동안 관련 인력 증원은 50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제시한 증원 목표(200명)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셈이다. 극심한 인력난 속에 운용역 1명이 굴리는 해외 자산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섰다. ○계획만 세워놓고...인력 확보 100명 미달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 해외투자 전문인력은 204명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이 2020년 수익률 제고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발표한 '해외투자 종합계획: 2020~2024)에서 제시한 목표치(312명)보다 100명 이상 적은 수치다. 해외투자 종합계획은 정부가 기금운용 1000조원 시대를 준비해 향후 10년 간의 투자 방향을 담아 마련한 전략이었다.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이 급여 지출액보다 많아 유동성이 풍부한 2029년까지 최대한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역사적으로 국내 투자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늘어난 투자액에 맞춰 전문 인력도 대폭 보강하겠다는 것이 계획의 골자다. 당시 보건복지부가 낸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간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평균 수익률은 10.06%로 같은 기간 국내투자 수익률(3.69%)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전체 운용 자산의 30%대에 그치는 해외투자 비중을 2024년까지 50%이상으로 높여 포트폴리오의 구성을 바꾸면 자연스럽게 수익률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판단이다. 늘어나는 해외투자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 인력 보강 계획도 세웠다. 2020년 기준 149명인 해외투자 전문인력을 2023년 312명, 2024년엔
-
[단독]심민현 한국대표, 어펄마캐피탈 글로벌 파트너로 승진
글로벌 사모펀드(PEF) 어펄마캐피탈의 심민현 한국 PE대표(사진)가 글로벌 파트너로 승진했다. 지난해 한국 PE대표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고속 승진이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어펄마캐피탈은 지난 19일 심 대표의 글로벌 파트너 승진을 발표했다. 2019년 경영자인수(MBO) 이후 첫 글로벌파트너 승진 사례다. 어펄마캐피탈은 2002년 스탠다드차타드의 프라이빗에쿼티 프라이빗에쿼티(SC PE)로 출발한 뒤 2019년 경영자인수(MBO)를 거쳐 새출발했다. 한국, 중국, 동남아, 인도, 중동, 아프리카 등 6개국에 투자하고 있다. 각국을 대표하는 6명의 파트너와 최고운영책임자(COO)까지 총 7명의 글로벌파트너로 출발했다. 이번에 심 대표가 승진하면서 8명의 글로벌파트너로 늘었다. 심 대표는 1979년생으로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SK텔레콤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싱가포르 소재의 인시아드 MBA를 거쳐 2009년 SC PE에 합류했다. 어펄마에 근무하면서 총 12억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두산산업차량, 효성패키징(현 삼양패키징), EMC(현 환경시설관리) 등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이 외에 성경식품, 선우엠티, 에이피알 등을 인수해 회사 가치를 높였다. 최근에는 2500억원 규모의 광진화학 인수에도 성공했다 2019년 12월 매니징디렉터(MD) 승진 이후 블라인드 펀드 조성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21년 5450억원 규모의 5호 블라인드 결성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7000억원 규모의 6호 블라인드 펀드 조성 중이다. 산업은행 출자가 유력한 상황이고, 국민연금 출자사업에서 1차 적격후보(쇼트리스트)에 올랐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
국민연금 위탁 PEF, 한앤코·IMM·VIG·어펄마·맥쿼리 등 6곳 압축
국민연금공단이 진행하는 8000억원 규모의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 1차 적격후보(쇼트 리스트)로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VIG파트너스. 어펄마캐피탈, 맥쿼리자산운용 등 6개사가 선정됐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국민연금의 PEF 정기 출자 적격후보로 한앤컴퍼니, IMM PE, VIG파트너스를 포함한 6개사를 선정해 통보했다. 국민연금은 추가 절차를 거쳐 최대 3곳의 운용사를 선정해 총 80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선정된 운용사는 각각 1500억~3500억원을 배정받게 된다. 오는 6월 최종 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엔 PEF 출자에 총 5000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 규모를 3000억원 더 늘렸다. 업계에서 유력 후보로 꼽힌 운용사들이 대다수 쇼트 리스트에 포함되면서 최종 선정까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한앤컴퍼니는 창사 이후 첫 국내 출자에 도전했다. 한앤컴퍼니는 32억달러 규모의 4호 블라인드펀드 조성을 준비 중이다. 앞서 3차례의 블라인드펀드 조성에선 해외 LP들의 자금만 받았지만, 올해부터 국내 LP들로 출자자 폭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IMM PE도 2018년 이후 5년 만에 국민연금 정기 출자에 나섰다. 지난해 8000억원으로 1차 클로징을 마친 로즈골드 5호 펀드를 2조600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포석이다. 이외에 1조5000억원 규모의 5호 펀드 모집에 나선 VIG파트너스는 2019년 이후 4년여만에 참여했고 맥쿼리도 맥쿼리한국오퍼튜니티펀드(MKOF) 6호 펀드 조성을 위해 컨테스트에 뛰어들었다. 어펄마도 총 7000억원 규모 6호 펀드 조성에 돌입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PEF 출자 사업에선 IMM인베스트먼트와 스톤브릿지캐피탈, SG PE 등 3곳이 선정됐다. 차준호 기자 chacha@h
-
[차장 칼럼] 스텝 꼬인 국민연금 기금운용개혁
“10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주에 있다는데 말이 되나요? 여의도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해 보세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대통령실의 한 핵심 참모에게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이 역대 최악이라는 뉴스가 언론을 도배하자 일종의 대책을 주문한 것이다. 며칠 뒤 윤 대통령은 내각에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했다. 표현이 달라진 연유를 알아보니 윤 대통령도, 대통령실 참모들도 국민연금 기금이사(CIO·최고투자책임자)가 관할하는 부서의 소재지가 법률에 ‘전라북도’로 규정된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2013년 법을 개정할 당시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고, 내년 전북 지역 총선 등에 미칠 정치적 리스크 등을 고려한 결과 대통령 메시지가 다소 두리뭉실하게 바뀌었다는 설명이다.총선 유불리부터 따지는 참모대통령 지시가 떨어진 후 약 3개월이 흘렀다. 관할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개혁 주체인 국민연금공단은 ‘특단의 대책’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속내를 들어보면 ‘딴판’이다. “특단의 대책은 죄다 법률 개정 사안인데 거대 야당이 순순히 찬성하겠냐”는 의구심이 가득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 참모들부터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느냐”고 털어놨다. 사실 특단의 대책에 대한 모범답안은 이미 나와 있다. 우리보다 앞서 연금운용 개혁에 나선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면 된다. 모범사례로 간주하는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이사회 구성원 전원(12명)이 민간의 투자 및 금융 전문가다. 정부와 가입자단체가 추천하는 비상근 전문가들로 구성된 우리의 기금운용위
-
국민연금, 올 1분기 58조 벌어…작년 손실 3분의 2 만회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1분기 기금운용 수익률이 6.35%를 잠정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기간 수익금은 5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손실액(79조6000억원)을 3분의 2 넘게 만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이후 세계 금융시장은 해외 중소은행 위기 사태와 경기침체 우려에도 주식·채권 모두 강세를 보이며 수익률이 회복세를 보였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완화되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전년 대비 줄어드는 등 긴축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자산별로 수익률을 살펴보면 금액가중수익률 기준 국내주식 12.42%, 해외주식 9.70%, 해외채권 5.38%, 대체투자 3.49%, 국내채권 3.2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주식은 미국 은행권 위기 등의 불안감에도 미 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늦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위험선호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외 채권도 Fed의 금리 인상 후 긴축 종료 기대가 커지면서 금리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올 1분기 전통자산 수익률은 벤치마크(BM)를 모두 상회하는 성과를 냈다. BM 대비 국내주식 0.05%포인트, 해외주식 0.57%포인트, 국내채권 0.11%포인트, 해외채권 0.06%포인트의 초과 성과를 냈다. 대체투자의 경우 수익률 대부분이 이자·배당수익,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외화환산이익에 의한 것으로 대체투자자산에 대한 가치 평가는 연말에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기금평가액은 953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금 설립 이후 누적 운용수익금은 509조7000억원이다. 김태현 이사장은 "통화 긴축 영향과 주요국의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시장
-
최악 수익률에도…'양호' 등급 받은 국민연금
900조원 이상의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기금이 지난해 사상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하고도 정부 기금운용평가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다. 주요 해외 연기금과 비교하면 수익률이 나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는 23일 ‘2023년 기금평가 결과’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기금평가는 기금의 존치 여부와 운용 성과 등을 평가하는 절차다. 평가는 민간 전문가 36명으로 구성된 기금운용평가단이 맡았다. 국민연금은 올해 기금운용평가에서 평점 77.7점을 받았다. 전년(79.3점)보다 1.6점 낮아졌다. 점수 하락은 수익률 부진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8.2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국민연금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것은 2018년(-0.89%) 이후 4년 만이다. 다만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평가등급은 전년과 동일한 ‘양호’로 분류됐다. 지난해 수익률이 일본 공적연금(GPIF), 네덜란드 공적연금(ABP),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 미국 캘퍼스(캘리포니아공무원 연금),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 해외 5대 연기금의 평균 수익률(-10.55%)보다는 나쁘지 않다는 점이 고려됐다. 기금운용 평가등급은 탁월, 우수, 양호, 보통, 미흡, 아주 미흡 등 6단계로 나뉜다. 평가단은 24개 기금에 대한 존치평가에서 18개 기금, 60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주파수 수급 및 정비체계구축’처럼 다른 사업과 중복되는 8개 사업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화관광축제 지원’ 등 52개 사업에 대해선 제도 개선을, 정보통신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에 대해선 통합을 권고했다. 평가단은 30개 기금의 운용 실적을 평가하고, 사학연금과 장애인
-
사상 최악 수익률 낸 국민연금…기금 운용 평가서 '양호'
국민연금기금이 지난해 사상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해외 연기금과 비교해 수익률 하락 폭이 크지 않아 '양호' 등급을 받았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의 '2023년 기금평가 결과'를 23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했다. 기금평가는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평가단이 맡는다. 기금의 존치 타당성과 사업·재원 구조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기금존치평가와 여유 자산 운용 성과 및 운용체계·정책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기금 운용 평가로 나뉜다. 전력산업기반기금, 관광진흥개발기금 등 24개 기금에 대한 기금존치평가 결과 493개 사업 중 18개 기금의 60개 사업에 대해 구조조정 및 개선이 권고됐다. 지난해 기금 평가에서 구조조정 및 개선이 권고된 사업이 31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규모가 올해 두 배가량으로 증가한 것이다. 기금운용평가단은 다른 사업과 유사·중복되는 주파수 수급 및 정비체계 구축 등 8개 사업의 구조조정을 권고했다. 또 지원대상 및 지원방식 등 개선이 필요한 스포츠산업 활성화 지원, 문화관광축제지원 등 52개 사업의 제도개선도 권고했다. 아울러 국민체육진흥기금 등 여유자금이 과다한 8개 기금에 공자기금 예탁 확대 등을 권고하고, 관광진흥개발기금 등 여유자금이 과도하게 적은 5개 기금은 사업조정 및 신규 수입원 발굴 등을 권고했다. 또 기금의 기능·역할·재원조달방식이 유사한 정보통신진흥기금 및 방송통신발전기금의 통합이 권고됐다. 기금 통합을 통해 사업 중복성 해소 및 지출 효율화한다는 취지다. 고용보험기금 등 30개 기금에 대한 기금 운용 평가 결과 평점이 73.1점으로 전년(74.2점)보다 1.1점 하락했다. 기준금리 상승, 주식시장 악화 등에 따라 수익률이 2021
-
"16년 미룬 연금개혁, 윤 대통령 임기내 보험료 최소 2%P 올려야 만회"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장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동민간자문위원장으로 연금 개혁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김용하 순천향대 IT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 임기 중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최소 2%포인트 이상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와 국회가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1% 이상으로 높이는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김영삼 정부 때부터 30년 가까이 연금개혁 논의에 참여해온 전문가다. 정부의 연금개혁안 마련을 앞두고 최근 한국경제신문 회의실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연금개혁 논의가 별로 진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은 정부가 맡고 국회는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과의 연계, 퇴직금의 연금화 등 구조개혁에 집중하는 것으로 줄기를 잡았습니다. 정부안은 오는 8월 공청회에서 일부 윤곽이 나오고 10월에 확정됩니다. 본격적인 논의는 그때부터가 시작입니다.” ▷모수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까. “이번 정부에서 ‘보험료율 10%의 벽’을 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정부 임기 중 보험료율을 최소한 2%포인트 높인 뒤 10년여의 시간을 두고 15% 이상으로 올려야 합니다. 보험료율을 인상하려면 국민연금 급여를 도출하는 산식에서 소득재분배 비중은 줄이고, 보험료를 낸 만큼 (연금을) 더 받는 소득비례 기능을 강화해야 합니다. 현행 제도대로면 보험료율을 단기에 13% 이상 높이면 고소득층은 낸 돈만큼 연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왜 ‘최소 2%포인트’입니까. “2007년 제2차 연금개혁으로 소득대체율이 60%에서 40%로 낮아지면서 기금 소진 시점이 2047년에서 2060년으
-
국민연금 기금본부 '2인자' 박성태 전 부문장 사표 제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 온 박성태 전 전략부문장(사진)이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박 전 부문장은 최근 국민연금에 사표를 내고 장기 휴가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장기 휴가 중인 것은 맞다”며 “사표 제출 여부는 개인의 일신 관련 사안으로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1999년 기금본부 설립 때 입사해 25년 가까이 근속한 박 부문장이 돌연 사표를 제출한 것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인사 때 뉴욕사무소장으로 배치되며 퇴사를 고심해왔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반적으로 해외 사무소장은 실장을 달기 전 거치는 자리로 인식된다. 기금운용본부는 해외사무소 강화 계획의 일환으로 당시 기금본부 2인자인 박성태 부문장을 뉴욕사무소장으로 보내 미주 지역 투자를 맡겼다. 전략부문장 후임으로는 이석원 주식운용실장이 임명됐다. 뉴욕사무소장 임명 당시만 해도 “후배들을 위해 자원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으나 갑작스럽게 사표를 내 기금본부 내에서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박 전 부문장은 신임 CIO로 거론됐을 만큼 기금본부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평가받았다. 한 관계자는 “최근 심리적으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갈등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단순히 미국에 가는 것보다 한국에 남길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
"가벼운 침체 임박 … 부실채권 큰장 선다" [ASK 2023]
“15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경기침체가 완만한 수준으로 다가오고 있어 대체투자 기회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부실채권, 사모대출, 데이터센터 등 매력적인 투자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그룹의 댄 아이버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사 주최로 열린 ‘ASK 글로벌 대체투자 콘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 같이 밝혔다. 핌코 창업자이자 ‘채권왕’이라 불리는 빌 그로스의 후계자인 아이버슨 CIO는 “코로나19 당시 각국의 정책 지원으로 제대로 열리지 않았던 부실채권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주식 투자 수익률 수준의 투자기회가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알짜 부동산 자산뿐 아니라 사모대출(Private Debt) 시장이 유망하다고 예상했다. 아이버슨 CIO는 “전례 없는 중앙은행 긴축으로 위기를 겪은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안정적인 시장에서도 자금 공급을 주저하고 있다”며 사모대출 시장이 급성장할 수밖에 없는 시장 환경을 전했다.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 등 한국 대표 연기금도 경기 침체 상황에서 대체투자 기회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부실자산이나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사모주식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안정적인 투자 대상에 대해선 사모대출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 사장도 “미국 지방은행 위기 등으로 은행의 대출 심사가 강화된만큼 우량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는 사모채권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로 출범 10년을 맞은 ASK 포럼은 글로벌 대체투자 전문가의 참여 신청이 쇄도하면서 처음으로 17~18일 이틀 동
-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 "'디스트레스드 펀드'에 투자 확대"[ASK 2023]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17일 "사모주식은 경기 침체와 시장 괴리가 발생할 때 투자기회가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부실자산이나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자산을 운용하는 디스트레스드(Distressed) 펀드에 대한 투자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ASK 2023 글로벌 대체투자 콘퍼런스'에 참석해 "올해 누적된 통화 긴축의 영향과 주요국의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확대를 통해 자산배분을 다양화하고 수익률을 제고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사모투자 부문에서는 에쿼티(Equity) 중심에서 벗어나 사모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우수한 투자대상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대출을 확대 지원해 수익성을 한층 더 확보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그로쓰(성장형), 세컨더리 펀드(2차 매각), 벤처투자(VC), 크레딧, 디스트레스드, 사모대출, 멀티애셋 등 다양한 투자 전략을 쓰고 있다. 헤지펀드에 대해서는 "글로벌 우량 운용사의 운용 펀드에 대한 직접투자 확대로 안정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펀드를 발굴할 것"이라며 "저평가된 자산을 중심으로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기회도 함께 확대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는 국내외 금융시장이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하는 이례적 상황을 보이고 이에 따라 연기금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기금운용의 어려움을 실감한 한 해였다"며 "하지만 대체투자 부문은 성장세를 지속하는 등 포트폴리오 관리에 있어서 대체투자 중
-
국민연금 대체투자, 벤치마크 3%p 밑돌아…"해외사무소 역량 강화해야"
국민연금의 지난해 대체투자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을 3%포인트 넘게 밑돌며 전체 자산군의 상대 평가 수익률을 끌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무소를 확대해 수익률을 제고해야한다고 지적했다. 11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의 벤치마크(BM) 대비 대체투자 운용 수익률은 –3.15%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주식, 채권 등 여러 자산군 중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8.94%)을 기록한 대체투자 자산군이 정작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BM 대비 수익률은 시장보다 초과 성과를 냈는지 따질 수 있는 지표다. 국민연금 대체투자 수익률이 큰 폭으로 하회한 원인은 물가 리스크 때문이다. 물가 지표(CPI)와 연동된 국민연금 대체투자 벤치마크가 지난해 인플레이션 여파로 큰 폭으로 뛰며 대체투자 자산군 수익률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해외채권(0.91%포인트), 국내주식(0.47%포인트) 등이 BM 대비 플러스 수익률을 거뒀지만, 대체투자 부진으로 인해 BM 대비 국민연금의 전체 금융자산 수익률은 –0.2%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1999년 기금운용본부 설립 이래 최악의 운용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연간 기금운용 수익률은 –8.22%로 2008년(-0.18%), 2018년(-0.92%)에 이어 세 번째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운용손실금은 80조원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운용 제도와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으로 자산운용 유연성을 제고하고 통합 위험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자산군별로 목표 비중을 부여하고 이를 맞추도록 하는 현행 방식 대신,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해 자산군 간 칸막이를 낮춰 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