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돈 안되는 플라스틱 재활용사업 재검토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이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무기한 연기한다. SK그룹이 친환경 신사업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도맡았지만, 본업인 석유화학 사업 침체가 이어지는 데다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이 커지자 내린 판단이다. 지금 상황에선 막연한 미래보다 당장의 수익성이 확보된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경영 궤도를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다른 계열사로 재배치24일 업계에 따르면 SK지오센트릭은 직원들로부터 SK이노베이션 내 다른 자회사 이동 신청서를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3년 이상 된 직원이 계열사 내 이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SK지오센트릭 직원이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 같은 조치는 회사의 신사업인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SK지오센트릭은 본업인 석유화학 부문에서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엔 677억원 영업손실을 보며 적자로 전환했고, 부채비율은 2023년 116.8%에서 지난해 133.5%로 높아지는 등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SK지오센트릭은 울산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연산 32만t 규모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을 올해 완공한다는 목표를 올 들어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 북동부 생타볼 지역에 연산 7만t 규모 공장을 지어 2027년부터 가동한다는 계획도 중단했다.공장 투자 중단에 따라 국내 폐플라스틱 업체들과의 공급 계약도 파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플라스틱 확보가 중요한 재활용 사업에서 원료 공급 확보를 중단했다는 얘기다. ◇SK그룹 수소사
-
현대차 수소사업 드라이브…이해진·신동빈, 이사회 복귀
국내 주요 상장사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개막했다. 19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오는 20일 현대차, 26일 네이버와 SK, 28일 고려아연 등이 주총을 연다. 다수 기업은 이번 주총에서 역량이 풍부한 전문가의 이사회 영입, 총수와 2·3세 대표의 이사회 복귀 등을 예고했다. 주주환원책 강화를 주요 안건으로 올린 기업도 적지 않다. ◇이사회 복귀하는 창업자와 2·3세17일 업계에 따르면 이사회를 떠난 상장사 창업자 등이 이번 주총을 통해 속속 복귀한다.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7년 만에 이사회에 복귀하는 이 창업자는 이사회 의장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경영 일선에 직접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5년 만에 롯데쇼핑 사내이사로 돌아온다. GS리테일은 작년 11월 대표에 오른 GS 오너가 4세 허서홍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SK는 26일 주총에서 최태원 그룹 회장을 임기 3년의 대표이사에 재선임할 예정이다. 한화오션도 20일 주총에서 김동관 그룹 부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다시 선임한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의 일상 업무를 맡지 않지만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올해 주총에선 산업 전문가를 이사로 영입해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사회에 경제 관료 출신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온 삼성전자는 반도체 전문가 3명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내놨다. 신임 사외이사로 반도체 기술 전문가인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영입했다. 신규 사내이사로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
-
SK스퀘어, 지난해 영업익 3.9조…출범 이래 최대 이익 달성
SK그룹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투자전문회사인 SK스퀘어가 출범 이후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SK스퀘어는 25일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9066억원, 영업이익 3조9126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1년 출범 후 사상 최대 이익이다. 지난해 2조3397억원의 영업손실을 딛고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SK스퀘어는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지분법 이익 증가와 ICT 포트폴리오 손익 개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ICT 포트폴리오사의 합산 영업손실도 2023년 2871억원에서 지난해 1941억원으로 32% 개선했다. 티맵모빌리티와 11번가는 지난해 영업손실을 절반 가까이 줄이는 데 성공했다. 티맵모빌리티는 올해 인공지능(AI) 기반 장소추천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다. SK스퀘어는 지난해 비핵심자산 유동화를 추진하며 수익성 개선에도 나섰다. 회사가 보유한 크래프톤 지분, 티맵모빌리티의 우티(UT) 지분, 드림어스컴퍼니의 아이리버 사업부문, 원스토어의 콘텐츠 자회사 로크미디어 등의 매각을 단행했다. 이에 시가총액은 지난 24일 기준 13조744억원으로, 1년 만에 약 2배 상승했다. SK스퀘어 본체는 올해도 무차입 경영을 이어갈 예정이다. 현금성 자산을 1조3000억원 이상 확보해 인공지능(AI)·반도체 분야 신규 투자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SK하이닉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지난해 말 SK스퀘어의 현금성 자산은 5363억원이다. 회사는 올해 SK하이닉스 배당수익 3550억원과 SK쉴더스 잔여 지분매각대금 5000억원으로 얻은 현금 유입분에 추가 비핵심자산 유동화를 통해 총 1조3000억원 이상의 투자 재원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명진
-
오픈AI 샘 올트먼 방한···삼성·SK·카카오와 협업한다
챗GPT 개발사 오픈 AI 창업자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가 한국을 찾아 국내 기업들과 협력을 위한 발판 마련에 나선다.카카오와 공동 사업 발표 및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회장과 면담 등이 예정돼 있다.오픈 AI는 4일 오전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국내 기업 및 스타트업 개발자 100명을 대상으로 비공개 워크숍을 개최한다. 올트먼 CEO는 이날 카카오 정신아 대표와 공동 사업 청사진도 공개할 예정이다.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인 올트먼 CEO는 2023년 6월 중소벤처기업부 초청으로 방한했고, 지난해 1월에는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한 바 있다./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
빈그룹에 1.2兆 물린 SK, 풋옵션 있어도 손절 나선 이유
SK그룹이 베트남 투자자산인 빈그룹 지분에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외부로 매각을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당초 계약대로라면 대주주를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해 투자 원금이라도 건질 수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풋옵션 이행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풋옵션을 행사하자니 베트남 최대 기업인 빈그룹과의 관계가 우려되고, 행사를 계속 미루자니 투자금을 댄 국민연금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외국의 한 투자기관에 빈그룹 지분 1.33%(5080만주)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16일부터 2월 14일까지 한 달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하는 구조다. 거래를 마치면 SK의 빈그룹 지분은 6.05%에서 4.72%로 낮아지게 된다. 투자 손실이 확정적이다. SK는 2019년 10억달러(당시 1조1800억원)를 들여 빈그룹 지분 2억3160만주를 확보했다. 인수 단가는 당시 시가(11만동)에서 일부 할인된 주당 10만동 수준이었다. 현재 빈그룹 주가는 4만동까지 내려앉은 상태로 블록딜 프리미엄과 환율 효과를 고려해 30% 가량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풋옵션을 행사해 원금이라도 건질 수 있었는데도 손실 매각을 자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SK는 투자 당시 빈그룹 대주주와 주주간계약(SHA)을 맺으면서 보유 지분 전량에 대해 풋옵션을 보장받았다. 풋옵션 행사가격은 투자 원금과 같은 10만동이었다. 작년 5월부터 행사가 가능했다. SK가 블록딜 매각을 택한 배경엔 풋옵션 행사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다. SK가 풋옵션을 행사하면 투자원금과 동일한 10억달러(1조4700억원)가 일시에 지출되는데 빈그룹 재무여력
-
소·돼지에서 기름 뽑던 회사를…이익 13배 늘린 스틱 [PEF 밸류업 사례탐구]
부산에 자리잡은 대경오앤티는 도축한 가축의 뼈, 가죽 등의 부산물을 가공하는 업체였다. 뽑아낸 기름을 사료업체나 윤활유, 잉크 회사에 팔았다. 가축 부산물을 다루는 이 업체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달랐다. 회사에 성장 여력이 크다고 확신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 40%를 확보한 데다 원재료·공정을 유지한 채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구조라 봤기 때문이었다. 2017년 스틱 품에 안긴 이 회사는 사업재편을 거쳐 친환경 바이오연료 회사로 탈바꿈했다. 스틱은 인수 6년 만에 2023년에 회사를 재매각했다. 6년 동안 대경오앤티의 영업이익은 13배가량 불었다. 회사를 싹 바꾼 뒤에 SK그룹에 인수가에 3배가량에 매각했다. 도축 부산물과 폐식용유의 대변신스틱인베스트먼트(이하 스틱)이 대경오앤티를 인수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창업자를 1년 반 동안 설득했다. 회사 본사가 자리잡은 부산을 수차례 찾았다. 스틱은 삼고초려 끝에 2017년 6월 도경오앤티 지분 70%를 확보했다. 대경오앤티 밸류업 키워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다. 이 회사는 그간 도축 부산물을 고온에서 가열 처리해 수분을 없애면서 동물성 유지와 수지박을 만드는 렌더링(rendering) 사업을 전개했다. 식용유, 정제돈지 같은 식용제품들을 만들어 판매했다. 대경오앤티 고객사는 납품 받은 원료를 배합사료나 유화제품을 생산했다. 스틱은 바이오연료 사업도 타진했다. 도축 부산물에서 나온 동물성유지·폐식용유를 정제해 만든 기름을 고부가가치의 바이오디젤, HVO(수소화 재활용 식물유)의 원료로 판매
-
두산 역대 최고가…지주사株, 올 밸류업 힘 받는다
두산이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6일 증시에서 주요 지주회사 주가가 나란히 상승했다. 자사주 제도 개선 등에 따라 지주회사들이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늘릴 것이란 증권사 보고서가 매수세를 자극했다.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두산은 전 거래일 대비 1.73% 오른 29만4500원에 거래를 마쳐 역사상 신고가를 새로 썼다. 장중 29만9000원까지 상승해 30만원 선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엔비디아에 동박적층판(CCL)을 공급하는 등 두산 자체 사업에 더해 지주회사의 주주가치 제고를 전망한 증권사 리포트가 나오면서 주가가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주요 지주회사 종목이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SK가 4.37% 급등했고, LS도 2.24% 올랐다. LG 주가는 0.81% 상승했다.보고서를 쓴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이들 지주회사가 새해 자사주 소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다. 개정 시행령은 5% 이상 자사주 보유 시 보유 목적과 처리 계획을 공시하도록 했고, 인적분할과 합병 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는 것을 금지했다. 회사로선 자사주 보유 부담이 커지고 활용도는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SK 자사주 비중은 24.8%에 이르고, 두산과 LS도 각각 18.2%, 15.1%로 높은 편이다. 이 연구원은 “자사주 공시 의무에 따라 일정 지분 소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이 연구원은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도입될 경우에도 지주회사가 주주가치 제고에 나설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지주회사는 자회사 중복 상장에 따른 할인이 불가피하고 태생적으로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상충 가능성이 높다”며 “이사의 주주 충실 의
-
류진 "두 배 더 열심히 뛸 것"…손경식 "기업 투자 격려해달라"
며칠 전만 해도 산업계에선 경제계 최대 행사로 꼽히는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신년 인사회’가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았다.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잇따라 낙마한 데다 무안 제주항공 사고까지 겹친 탓이다. “행사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란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썰렁한 행사가 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3일 신년회가 열린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 회관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위기 돌파를 위해 기업인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판단한 주요 그룹 총수가 빠짐없이 참석해서다. 이날 모습을 드러낸 600여 명의 기업인은 도전과 혁신의 의지를 함께 나누며 위기 극복을 다짐했다. ○“기업이 위기 극복 앞장선다”이날 신년 인사회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열렸다. 묵념으로 행사를 시작했고, 참가자들은 무안 제주항공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검은 리본을 옷깃에 달았다. 행사장을 드나들 때도 하나같이 굳은 표정이었다.행사장 안에선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삼삼오오 모여 올해 경영 환경에 대해 토론하는 기업인이 여럿 보였다. 한 그룹 총수는 “소비 침체, 수출 둔화, 고환율 등 그 어느 때보다 상황이 어렵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다른 기업인들과 ‘모두 웃으면서 연말을 맞이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인사말에서 “덕담과 인사만 나누기엔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오늘 행사를 예정대로 열었다”며 “어떤 위기에도 대한민국 경제가 멈춰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 자리에서
-
'제조 강국' 코리아 생존 시한은 5년
약 한 달 전 국내 반도체학계에 중국과학원이 세계 최고 권위의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국제전자소재학회(IEDM)에서 발표한 차세대 메모리 ‘3차원 D램’ 관련 논문 한 건이 전해졌다. 메모리 기술을 선도한다고 자부해온 한국 반도체 연구자 사이에서 “정신이 바짝 들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차세대 화합물 이그조(IGZO)를 활용해 한국 연구자들이 따라가지 못할 수준의 진전을 이뤘기 때문이다.국내 최대 가전 기업의 A사장은 지난해 10월 중국 선전에 출장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현지 중견 부품사가 한국과 동일한 성능의 부품을 30% 이상 싼 가격에 하이얼, 샤오미 등에 공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사장은 “원가 경쟁력에 밀려 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했다”고 말했다.‘첨단 제조업 강국’, 한국에 붙는 수식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한국 간판 기업들은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 진격했다. 선도 기업에 밀리지 않는 품질의 제품을 빠르게 출시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첨단 분야에서 출하량 기준 세계 1위에 올랐다.하지만 현재 한국 간판 기업의 경영진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더 이상 따라잡을 기업이 없어진 상황에서 한국 제조업은 세상에 없는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해서다. 미래 산업에서 별다른 성과를 못 내는 사이에 한국 전통 산업은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며 중국에 추격을 넘어 추월당했다.한국 정보기술(IT) 분야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지금 이 상황이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한국 제조업의 수명은 길어야 5년 남
-
"정부 지원 없이 기업 홀로 뛸 판"…30대그룹 73%, M&A·신사업 미뤄
국내 간판 기업들이 길을 잃었다. 이르면 한 달 전에 확정한 이듬해 사업계획을 토대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짜야 하는 시기인데 아직도 2025년 사업계획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30대 주요 그룹 중 60%가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했거나 원점에서 재검토할 정도다.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 출범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출·내수 동반 부진과 대통령 탄핵에 따른 정치 리스크마저 더해진 탓이다.‘퍼펙트 스톰’에 휘청거리는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정치 불안이 대한민국 근원 경쟁력을 흔들어선 안 된다”며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산업 패러다임이 뒤바뀌는 중요한 시기에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빠져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신설하거나 기업 지원 정책을 실기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4대 그룹 ‘비상 대응’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4일, 삼성전자 주요 임원들은 밤늦게까지 사무실을 지켰다. 사업 지원 태스크포스(TF) 소속 고위 임원들과 주요 사업부장 등 경영진은 탄핵 통과 이후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기업 경영진도 일요일 출근해 장시간 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탄핵 정국은 기업 입장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정책 1순위에 올린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 대(對)중국 관세 60% 부과, 반도체 지원법 및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면 재검토 등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정부 없이 기업 홀로 뛰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15일 30대 주요 그룹 CEO를 대상으로
-
[단독] SK '파격 인사'…최태원·최창원 계열사 임원 맞바꾼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와 SK디스커버리 간 인사 교류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 최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SK㈜와 SK디스커버리는 SK라는 이름만 공유할 뿐 지분 관계가 없는 다른 계열의 기업 집단이다. 그동안 독립 경영을 강조하던 양측의 인사 교류는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최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 부회장이 올초부터 SK㈜의 ‘두뇌’ 조직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을 맡은 뒤 둘 사이에 시너지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례적인 핵심 임원 교류1일 산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 같은 내용의 정기 임원인사를 오는 5일 단행할 계획이다. SK㈜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 자리엔 SK디스커버리 계열사의 최고위 임원이 발령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 SK가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지주사로, 최 부회장이 지분을 40% 보유하고 있다.SK㈜는 투자형 지주사로, SK그룹 전반의 투자를 관장하고 있다. 또한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의 재무 건전성을 챙긴다는 점에서도 핵심 보직이다. 그런 의미에서 SK㈜의 CFO 자리엔 ‘금고지기’라는 별칭이 붙는다. 이 자리에 SK디스커버리 계열사 임원이 온다는 것만으로도 그룹 내 파장이 예상된다.이와 함께 SK㈜의 밑그림을 총괄하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 현직 전략 담당 임원이 SK디스커버리 계열의 주요 보직에 발령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의 전략 방향을 책임지는 최창원 의장의 최측근 전보는 SK그룹의 리밸런싱과 ‘OI(운영 개선)’의 방향을 계열사 전반에 뿌리내리려는 전략으로 해석된
-
삼성·LG 등 사장단 "상법개정 강행땐 기업 근간 훼손"
국내 16개 대기업 사장단과 한국경제인협회가 21일 긴급 성명을 낸 것은 현재의 위기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만 해도 외부 위험 요인에만 집중하면 됐지만, 현재의 위기는 우리 스스로 뿌리를 갉아먹는 ‘내우(內憂)’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이다. 기업들은 “지금처럼 지배구조를 흔드는 법안이 동시에 쏟아진 적은 없었다”며 “기업 존립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료제 개혁을 내세우는 등 탈규제로 치닫는 마당에 한국 기업은 상법 개정 등 기업의 근간을 흔드는 각종 규제 법안에 혁신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업 근간 흔드는 상법 개정안기업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밸류업’으로 포장된 상법 개정안이 글로벌 탈규제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를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앉히며 대대적인 관료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기업 지배구조 이슈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국과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는 첫 번째 임기 동안 ISS 등 의결권 자문기관을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0년 의결권 자문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규정을 도입하기도 했다. 자문기관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이유로 연기금 등과 공동으로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게 개혁의 이유였다.정부가 꺼내 들고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안은 경영상 결정을 법으로 강제하겠다
-
미운오리의 개과천선…웃는 SK하이닉스·LS·CGV
SK하이닉스와 ㈜LS, CJ CGV 등은 해외 계열사로 마음고생이 상당했다. 무더기 적자를 이어간 이들 계열사를 청산하거나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세 회사의 해외 계열사들은 올들어 나란히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여기에 기업공개(IPO) 작업도 저울질하면서 SK하이닉스와 ㈜LS, CJ CGV 등이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자회사인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사업부)은 올 3분기 누적으로 매출과 순이익으로 각각 6조3856억원, 3656억원을 거뒀다.솔리다임은 지난해 매출과 순손실로 2조856억원, 3조6724억원을 기록한 데다 올 1분기에도 1496억원의 순손실을 이어갔다. 올 2분기부터 흑자를 이어가면서 실적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다.SK하이닉스는 2021년 인텔로부터 솔리다임을 11조원가량에 인수한 바 있다. 중국에서 낸드 공장을 운영하는 솔리다임은 낸드 가격이 폭락하면서 손실이 깊어졌다. 적자 여파로 솔리다임은 자본잠식 상태에 진입했다. 그 탓에 '최악의 인수합병(M&A) 거래'라는 비판도 속출했다.하지만 올들어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세계 곳곳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구축되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저장장치인 '기업용 SSD(eSSD)'의 판매가 급증한 영향이다. 솔리다임은 낸드를 바탕으로 eSSD를 생산하고 있다. 솔리다임 실적이 빠르게 좋아지는 만큼 미국 증시에 상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eSSD 부족 사태까지 빚어지면서 솔리다임은 올해 연간으로 '조(兆)단위' 현금을 창출할 전망"이라며 "솔리다임이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않는 등 상장에는 여러 난관이 있다"고 말
-
외국인 수장·성과주의…'현대차식 파격인사' 확산되나
현대자동차의 파격적인 사장단 인사에 경제계가 술렁이고 있다. 4대 그룹 중 ‘경영 상황이 가장 안정적’이란 평가를 듣는 현대차가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임명, 성과주의에 기반한 신상필벌 등을 통해 조직에 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어서다.다음주부터 12월 초까지 각각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예정인 삼성, SK, LG도 인사를 앞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별로 처한 환경과 경영 상황은 다르지만,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트럼프 2.0 시대에 대비해 전열을 정비해야 하는 건 공통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동시에 고위급 외부 인재를 과감하게 중용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외국인 CEO 영입 확산 전망15일 현대차의 사장단 인사가 공개된 이후 경제계에선 ‘파격’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근 현대차그룹 안팎에서 “위기감을 갖고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할 때”라는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역대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 속 혁신’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이다.이번 인사에 대해선 ‘성과주의’ ‘신상필벌’로 대표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인사 원칙과 용인술이 발휘된 것이란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호세 무뇨스 사장의 CEO 임명은 재계에 적잖은 충격파를 던졌다. 외부 출신 장재훈 신임 부회장이 실력 하나로 정 회장 취임 후 첫 부회장에 오른 것도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이번 현대차의 인사는 삼성, SK, LG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CEO 임명에 대한 금기가 깨진 만큼 추가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4대 그룹은 각각의 주력 사업을 발판으로
-
SK플래닛 대표 유재욱…또 40대 CEO 등장
OK캐쉬백과 전자지갑 ‘시럽’ 사업 등을 벌이는 SK플래닛이 40대 투자분석 전문가를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했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령탑에 40대 이상민 사장(49)을 앉히는 등 SK그룹에 세대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4일 업계에 따르면 SK플래닛은 지난 1일 유재욱 SK㈜ 투자분석2담당(47·부사장·사진)을 신임 CEO로 내정했다. SK플래닛은 이사회 및 주주총회 등을 거쳐 공식 인사 발령을 낼 예정이다.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를 졸업한 유 CEO는 2003년 SK텔레콤에 입사해 미래전략팀 등에서 사업 전략을 주로 맡았다. 2016년부터는 SK㈜에서 베트남 투자 등을 담당했다.SK플래닛은 그동안 차량용 내비게이션 T맵과 e커머스 11번가, 앱마켓 원스토어 등 그룹 내 정보기술(IT) 신사업을 키우는 요람 역할을 했다. 이런 사업을 SK텔레콤과 SK스퀘어 등에 매각해 현재 시럽과 OK캐쉬백 사업 정도만 남았다.유 CEO는 인공지능(AI) 음성 사업을 강화해 시니어 돌봄 서비스, 스마트 병실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SK플래닛을 탈바꿈하는 숙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SK플래닛에 ‘똘똘한’ 사업을 맡겨 자립 기반을 마련해준다는 의미다.김형규/이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