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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돼지에서 기름 뽑던 회사를…이익 13배 늘린 스틱 [PEF 밸류업 사례탐구]
부산에 자리잡은 대경오앤티는 도축한 가축의 뼈, 가죽 등의 부산물을 가공하는 업체였다. 뽑아낸 기름을 사료업체나 윤활유, 잉크 회사에 팔았다. 가축 부산물을 다루는 이 업체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달랐다. 회사에 성장 여력이 크다고 확신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 40%를 확보한 데다 원재료·공정을 유지한 채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구조라 봤기 때문이었다. 2017년 스틱 품에 안긴 이 회사는 사업재편을 거쳐 친환경 바이오연료 회사로 탈바꿈했다. 스틱은 인수 6년 만에 2023년에 회사를 재매각했다. 6년 동안 대경오앤티의 영업이익은 13배가량 불었다. 회사를 싹 바꾼 뒤에 SK그룹에 인수가에 3배가량에 매각했다. 도축 부산물과 폐식용유의 대변신스틱인베스트먼트(이하 스틱)이 대경오앤티를 인수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창업자를 1년 반 동안 설득했다. 회사 본사가 자리잡은 부산을 수차례 찾았다. 스틱은 삼고초려 끝에 2017년 6월 도경오앤티 지분 70%를 확보했다. 대경오앤티 밸류업 키워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다. 이 회사는 그간 도축 부산물을 고온에서 가열 처리해 수분을 없애면서 동물성 유지와 수지박을 만드는 렌더링(rendering) 사업을 전개했다. 식용유, 정제돈지 같은 식용제품들을 만들어 판매했다. 대경오앤티 고객사는 납품 받은 원료를 배합사료나 유화제품을 생산했다. 스틱은 바이오연료 사업도 타진했다. 도축 부산물에서 나온 동물성유지·폐식용유를 정제해 만든 기름을 고부가가치의 바이오디젤, HVO(수소화 재활용 식물유)의 원료로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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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역대 최고가…지주사株, 올 밸류업 힘 받는다
두산이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6일 증시에서 주요 지주회사 주가가 나란히 상승했다. 자사주 제도 개선 등에 따라 지주회사들이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늘릴 것이란 증권사 보고서가 매수세를 자극했다.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두산은 전 거래일 대비 1.73% 오른 29만4500원에 거래를 마쳐 역사상 신고가를 새로 썼다. 장중 29만9000원까지 상승해 30만원 선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엔비디아에 동박적층판(CCL)을 공급하는 등 두산 자체 사업에 더해 지주회사의 주주가치 제고를 전망한 증권사 리포트가 나오면서 주가가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주요 지주회사 종목이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SK가 4.37% 급등했고, LS도 2.24% 올랐다. LG 주가는 0.81% 상승했다.보고서를 쓴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이들 지주회사가 새해 자사주 소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다. 개정 시행령은 5% 이상 자사주 보유 시 보유 목적과 처리 계획을 공시하도록 했고, 인적분할과 합병 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는 것을 금지했다. 회사로선 자사주 보유 부담이 커지고 활용도는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SK 자사주 비중은 24.8%에 이르고, 두산과 LS도 각각 18.2%, 15.1%로 높은 편이다. 이 연구원은 “자사주 공시 의무에 따라 일정 지분 소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이 연구원은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도입될 경우에도 지주회사가 주주가치 제고에 나설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지주회사는 자회사 중복 상장에 따른 할인이 불가피하고 태생적으로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상충 가능성이 높다”며 “이사의 주주 충실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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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 "두 배 더 열심히 뛸 것"…손경식 "기업 투자 격려해달라"
며칠 전만 해도 산업계에선 경제계 최대 행사로 꼽히는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신년 인사회’가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았다.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잇따라 낙마한 데다 무안 제주항공 사고까지 겹친 탓이다. “행사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란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썰렁한 행사가 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3일 신년회가 열린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 회관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위기 돌파를 위해 기업인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판단한 주요 그룹 총수가 빠짐없이 참석해서다. 이날 모습을 드러낸 600여 명의 기업인은 도전과 혁신의 의지를 함께 나누며 위기 극복을 다짐했다. ○“기업이 위기 극복 앞장선다”이날 신년 인사회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열렸다. 묵념으로 행사를 시작했고, 참가자들은 무안 제주항공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검은 리본을 옷깃에 달았다. 행사장을 드나들 때도 하나같이 굳은 표정이었다.행사장 안에선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삼삼오오 모여 올해 경영 환경에 대해 토론하는 기업인이 여럿 보였다. 한 그룹 총수는 “소비 침체, 수출 둔화, 고환율 등 그 어느 때보다 상황이 어렵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다른 기업인들과 ‘모두 웃으면서 연말을 맞이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인사말에서 “덕담과 인사만 나누기엔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오늘 행사를 예정대로 열었다”며 “어떤 위기에도 대한민국 경제가 멈춰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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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강국' 코리아 생존 시한은 5년
약 한 달 전 국내 반도체학계에 중국과학원이 세계 최고 권위의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국제전자소재학회(IEDM)에서 발표한 차세대 메모리 ‘3차원 D램’ 관련 논문 한 건이 전해졌다. 메모리 기술을 선도한다고 자부해온 한국 반도체 연구자 사이에서 “정신이 바짝 들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차세대 화합물 이그조(IGZO)를 활용해 한국 연구자들이 따라가지 못할 수준의 진전을 이뤘기 때문이다.국내 최대 가전 기업의 A사장은 지난해 10월 중국 선전에 출장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현지 중견 부품사가 한국과 동일한 성능의 부품을 30% 이상 싼 가격에 하이얼, 샤오미 등에 공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사장은 “원가 경쟁력에 밀려 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했다”고 말했다.‘첨단 제조업 강국’, 한국에 붙는 수식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한국 간판 기업들은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 진격했다. 선도 기업에 밀리지 않는 품질의 제품을 빠르게 출시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첨단 분야에서 출하량 기준 세계 1위에 올랐다.하지만 현재 한국 간판 기업의 경영진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더 이상 따라잡을 기업이 없어진 상황에서 한국 제조업은 세상에 없는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해서다. 미래 산업에서 별다른 성과를 못 내는 사이에 한국 전통 산업은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며 중국에 추격을 넘어 추월당했다.한국 정보기술(IT) 분야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지금 이 상황이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한국 제조업의 수명은 길어야 5년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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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 없이 기업 홀로 뛸 판"…30대그룹 73%, M&A·신사업 미뤄
국내 간판 기업들이 길을 잃었다. 이르면 한 달 전에 확정한 이듬해 사업계획을 토대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짜야 하는 시기인데 아직도 2025년 사업계획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30대 주요 그룹 중 60%가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했거나 원점에서 재검토할 정도다.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 출범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출·내수 동반 부진과 대통령 탄핵에 따른 정치 리스크마저 더해진 탓이다.‘퍼펙트 스톰’에 휘청거리는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정치 불안이 대한민국 근원 경쟁력을 흔들어선 안 된다”며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산업 패러다임이 뒤바뀌는 중요한 시기에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빠져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신설하거나 기업 지원 정책을 실기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4대 그룹 ‘비상 대응’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4일, 삼성전자 주요 임원들은 밤늦게까지 사무실을 지켰다. 사업 지원 태스크포스(TF) 소속 고위 임원들과 주요 사업부장 등 경영진은 탄핵 통과 이후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기업 경영진도 일요일 출근해 장시간 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탄핵 정국은 기업 입장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정책 1순위에 올린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 대(對)중국 관세 60% 부과, 반도체 지원법 및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면 재검토 등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정부 없이 기업 홀로 뛰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15일 30대 주요 그룹 CEO를 대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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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SK '파격 인사'…최태원·최창원 계열사 임원 맞바꾼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와 SK디스커버리 간 인사 교류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 최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SK㈜와 SK디스커버리는 SK라는 이름만 공유할 뿐 지분 관계가 없는 다른 계열의 기업 집단이다. 그동안 독립 경영을 강조하던 양측의 인사 교류는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최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 부회장이 올초부터 SK㈜의 ‘두뇌’ 조직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을 맡은 뒤 둘 사이에 시너지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례적인 핵심 임원 교류1일 산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 같은 내용의 정기 임원인사를 오는 5일 단행할 계획이다. SK㈜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 자리엔 SK디스커버리 계열사의 최고위 임원이 발령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 SK가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지주사로, 최 부회장이 지분을 40% 보유하고 있다.SK㈜는 투자형 지주사로, SK그룹 전반의 투자를 관장하고 있다. 또한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의 재무 건전성을 챙긴다는 점에서도 핵심 보직이다. 그런 의미에서 SK㈜의 CFO 자리엔 ‘금고지기’라는 별칭이 붙는다. 이 자리에 SK디스커버리 계열사 임원이 온다는 것만으로도 그룹 내 파장이 예상된다.이와 함께 SK㈜의 밑그림을 총괄하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 현직 전략 담당 임원이 SK디스커버리 계열의 주요 보직에 발령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의 전략 방향을 책임지는 최창원 의장의 최측근 전보는 SK그룹의 리밸런싱과 ‘OI(운영 개선)’의 방향을 계열사 전반에 뿌리내리려는 전략으로 해석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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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등 사장단 "상법개정 강행땐 기업 근간 훼손"
국내 16개 대기업 사장단과 한국경제인협회가 21일 긴급 성명을 낸 것은 현재의 위기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만 해도 외부 위험 요인에만 집중하면 됐지만, 현재의 위기는 우리 스스로 뿌리를 갉아먹는 ‘내우(內憂)’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이다. 기업들은 “지금처럼 지배구조를 흔드는 법안이 동시에 쏟아진 적은 없었다”며 “기업 존립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료제 개혁을 내세우는 등 탈규제로 치닫는 마당에 한국 기업은 상법 개정 등 기업의 근간을 흔드는 각종 규제 법안에 혁신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업 근간 흔드는 상법 개정안기업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밸류업’으로 포장된 상법 개정안이 글로벌 탈규제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를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앉히며 대대적인 관료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기업 지배구조 이슈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국과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는 첫 번째 임기 동안 ISS 등 의결권 자문기관을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0년 의결권 자문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규정을 도입하기도 했다. 자문기관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이유로 연기금 등과 공동으로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게 개혁의 이유였다.정부가 꺼내 들고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안은 경영상 결정을 법으로 강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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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의 개과천선…웃는 SK하이닉스·LS·CGV
SK하이닉스와 ㈜LS, CJ CGV 등은 해외 계열사로 마음고생이 상당했다. 무더기 적자를 이어간 이들 계열사를 청산하거나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세 회사의 해외 계열사들은 올들어 나란히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여기에 기업공개(IPO) 작업도 저울질하면서 SK하이닉스와 ㈜LS, CJ CGV 등이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자회사인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사업부)은 올 3분기 누적으로 매출과 순이익으로 각각 6조3856억원, 3656억원을 거뒀다.솔리다임은 지난해 매출과 순손실로 2조856억원, 3조6724억원을 기록한 데다 올 1분기에도 1496억원의 순손실을 이어갔다. 올 2분기부터 흑자를 이어가면서 실적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다.SK하이닉스는 2021년 인텔로부터 솔리다임을 11조원가량에 인수한 바 있다. 중국에서 낸드 공장을 운영하는 솔리다임은 낸드 가격이 폭락하면서 손실이 깊어졌다. 적자 여파로 솔리다임은 자본잠식 상태에 진입했다. 그 탓에 '최악의 인수합병(M&A) 거래'라는 비판도 속출했다.하지만 올들어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세계 곳곳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구축되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저장장치인 '기업용 SSD(eSSD)'의 판매가 급증한 영향이다. 솔리다임은 낸드를 바탕으로 eSSD를 생산하고 있다. 솔리다임 실적이 빠르게 좋아지는 만큼 미국 증시에 상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eSSD 부족 사태까지 빚어지면서 솔리다임은 올해 연간으로 '조(兆)단위' 현금을 창출할 전망"이라며 "솔리다임이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않는 등 상장에는 여러 난관이 있다"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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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수장·성과주의…'현대차식 파격인사' 확산되나
현대자동차의 파격적인 사장단 인사에 경제계가 술렁이고 있다. 4대 그룹 중 ‘경영 상황이 가장 안정적’이란 평가를 듣는 현대차가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임명, 성과주의에 기반한 신상필벌 등을 통해 조직에 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어서다.다음주부터 12월 초까지 각각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예정인 삼성, SK, LG도 인사를 앞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별로 처한 환경과 경영 상황은 다르지만,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트럼프 2.0 시대에 대비해 전열을 정비해야 하는 건 공통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동시에 고위급 외부 인재를 과감하게 중용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외국인 CEO 영입 확산 전망15일 현대차의 사장단 인사가 공개된 이후 경제계에선 ‘파격’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근 현대차그룹 안팎에서 “위기감을 갖고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할 때”라는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역대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 속 혁신’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이다.이번 인사에 대해선 ‘성과주의’ ‘신상필벌’로 대표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인사 원칙과 용인술이 발휘된 것이란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호세 무뇨스 사장의 CEO 임명은 재계에 적잖은 충격파를 던졌다. 외부 출신 장재훈 신임 부회장이 실력 하나로 정 회장 취임 후 첫 부회장에 오른 것도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이번 현대차의 인사는 삼성, SK, LG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CEO 임명에 대한 금기가 깨진 만큼 추가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4대 그룹은 각각의 주력 사업을 발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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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플래닛 대표 유재욱…또 40대 CEO 등장
OK캐쉬백과 전자지갑 ‘시럽’ 사업 등을 벌이는 SK플래닛이 40대 투자분석 전문가를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했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령탑에 40대 이상민 사장(49)을 앉히는 등 SK그룹에 세대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4일 업계에 따르면 SK플래닛은 지난 1일 유재욱 SK㈜ 투자분석2담당(47·부사장·사진)을 신임 CEO로 내정했다. SK플래닛은 이사회 및 주주총회 등을 거쳐 공식 인사 발령을 낼 예정이다.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를 졸업한 유 CEO는 2003년 SK텔레콤에 입사해 미래전략팀 등에서 사업 전략을 주로 맡았다. 2016년부터는 SK㈜에서 베트남 투자 등을 담당했다.SK플래닛은 그동안 차량용 내비게이션 T맵과 e커머스 11번가, 앱마켓 원스토어 등 그룹 내 정보기술(IT) 신사업을 키우는 요람 역할을 했다. 이런 사업을 SK텔레콤과 SK스퀘어 등에 매각해 현재 시럽과 OK캐쉬백 사업 정도만 남았다.유 CEO는 인공지능(AI) 음성 사업을 강화해 시니어 돌봄 서비스, 스마트 병실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SK플래닛을 탈바꿈하는 숙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SK플래닛에 ‘똘똘한’ 사업을 맡겨 자립 기반을 마련해준다는 의미다.김형규/이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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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전4기' SK엔무브, 내년 상장 재추진…6조 밸류
SK이노베이션 윤활유 사업 자회사인 SK엔무브가 내년 유가증권시장에 6조~7조원 규모로 상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6년 전 대비 소폭 상승한 기업가치로 기업공개(IPO)절차를 밟는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엔무브는 지난달 31일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한국투자, NH투자, 미래에셋, KB, 삼성증권 등 국내 주요 5개 증권사에만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SK그룹의 '조단위' IPO딜인 만큼 모든 증권사가 제안서를 제출했다. SK엔무브의 전신인 SK루브리컨츠는 지난 2013년, 2015년, 2018년 세 번 IPO에 도전해 고배를 마신 바 있다. 2018년 SK루브리컨츠는 희망 공모가 범위를 10만1000원~12만2000원으로 제시했다. 해당 공모가를 반영한 시가총액은 4조2979억~5조1915억원 수준이다. 삼성과 한국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았다. 하지만 당시 고평가 논란으로 상장을 철회했다.이후 SK엔무브는 2021년 사모펀드운용사인 IMM PE의 자회사 IMM크레딧솔루션에 지분 40%를 1조1000억원에 매각한 뒤 오는 2016년까지 상장을 약속했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일 IMM PE로부터 SK엔무브의 지분 10%(400만주)를 1427억5100만원에 되사와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증권업계에서는 현재 IPO시장을 고려해 SK엔무브의 기업가치가 6조~7조원으로 소폭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SK엔무브는 2018년 상장을 준비하던 당시에 비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약 두배로 늘어났다. 지난해 매출은 5조7795억원, 영업이익은 9995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매출 3조3725억원, 영업이익 2929억원으로 각각 71%, 241% 늘어났다. 기업가치 '5조원' 대어 케이뱅크가 고평가 논란으로 상장을 철회한 뒤에는 기업들이 몸값을 조정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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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자금 회사채 발행 5년래 최악…'유동성 함정'에 빠진 기업
올해 설비투자용 회사채 발행액이 최근 5년래 최악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시장금리가 일찌감치 하락하는 등 시장 유동성 여건은 괄목할 만큼 좋아졌다. 하지만 넉넉한 유동성이 기업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 이른바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시설투자용 회사채 28.3% 감소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시설투자용 회사채 발행액은 2조898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7168억원)에 비해 28.3% 줄었다. 금감원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9년 이후 5년래 최저치다. 올해 8~9월의 경우 시설투자용 회사채 발행액이 '0'이었다.올해 1~9월 전체 회사채(금융채, 자산유동화증권 제외) 발행액은 41조1665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5.82% 늘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올들어 시장금리가 내림세를 보인 결과다. 하지만 시설자금 마련을 위한 회사채 발행은 되레 줄었다. 기업들은 발행한 회사채 상당액을 기존 빚을 갚는 데 썼다. 이자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전체 회사채에서 시설투자용 회사채 발행비중은 올해 1~9월 7.0%로 작년 동기(9.6%)보다 2.6%포인트 감소했다. 역대 최대인 2022년(19.3%)과 비교해서는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기업이 시설자금 마련을 위해 회사채보다 주식발행 자금을 늘린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유상증자와 기업공개(IPO)를 통한 주식 발행 규모는 올 1~9월 7조811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6.6% 늘었다. 금감원은 주식발행 자금의 용도를 따로 기재하지 않고 있다.올해 부진한 설비투자 영향을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시설투자 투자금 조달이 줄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은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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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동업자 싸움나면 그 틈 파고드는 PEF
행동주의펀드와 사모펀드(PEF)들이 고려아연처럼 오너 일가나 동업자 사이의 분쟁이 벌어지는 기업을 공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쪽 편을 들어 기업 경영권을 노리거나 고금리로 ‘실탄’을 제공하는 등의 이득을 취하고 있다.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최근까지 고려아연, 한진칼, 한국앤컴퍼니, 금호석유화학 등은 오너 일가 분쟁을 틈타 행동주의펀드·PEF의 공격을 받았다.한국앤컴퍼니는 지난해 조양래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현범 회장과 장남인 조현식 고문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이른바 ‘형제의 난’이다. 조현범 회장은 회사 지분 42.0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조 고문(지분율 18.93%) 등은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등 공격을 감행했다.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은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가 오너 일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과 손잡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했다.고려아연의 경우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공개매수에 성공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고려아연의 사례를 학습한 행동주의펀드·PEF의 공세는 더 거칠어질 전망이다. 특히 오너가의 분열이 발생하면 이 펀드들은 더 공세적으로 나온다. 경영권이 약화하는 만큼 적대적 인수합병(M&A)이 한층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공개매수 등의 성공률도 올라간다.행동주의펀드들이 ‘스워밍’과 ‘울프팩(늑대무리) 전략’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스워밍은 여러 행동주의펀드가 사전 모의 없이 동일한 표적의 기업을 대상으로 독자적인 전략으로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울프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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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수혜' 다음 타자는 지주사株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주요 그룹사가 참여하기로 하자 줄곧 저평가받아 온 지주사들의 주가가 반등하고 있다.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지주사를 담은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지주회사’는 최근 한 달간 6.3% 상승했다. 이 기간 두산(10.38%), LG(10.12%), 포스코홀딩스(8.11%), GS(7.83%) 등이 급등하면서다.‘만년 저평가주’로 불리던 지주사 종목이 반등하는 것은 주요 그룹사가 잇달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고 있어서다. 지난달 LG는 총 5000억원 규모의 LG전자, LG화학 주식을 장내매수하는 내용을 담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오는 4분기 발표한다고 공시했다. 포스코홀딩스도 4분기에 밸류업 공시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증권가에서는 금융지주, 보험, 증권에 이어 지주사가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 종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자동차·LG·포스코 등 10대 그룹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요 그룹사 전반에 밸류업 동참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어서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달 국내 10대 그룹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밸류업 프로그램에 10대 그룹이 적극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맹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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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10대 그룹, 밸류업 적극 참여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사진)은 22일 국내 10대 그룹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밸류업 프로그램에 10대 그룹이 적극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간담회에는 삼성전자·SK·LG·포스코홀딩스·롯데지주·한화·GS·HD현대·신세계 등의 재무 담당 임원이 참석했다. 정 이사장은 “금융업종 중심으로 먼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공시되고 있고, 하반기에는 다양한 업종으로 공시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 증시의 든든한 버팀목인 10대 그룹부터 밸류업 프로그램에 선도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간담회에 참석한 재무 담당 임원들은 상반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됨에 따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현재 10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밸류업 공시(예고 공시 포함)를 한 기업은 LG전자가 유일하다.지금까지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총 20곳이다. 전체 상장사의 0.6% 수준이다. 대부분 금융회사여서 다른 업종 기업의 관심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거래소는 “우수 기업 사례를 발굴하는 등 상장 기업의 공시 참여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바로미터 역할을 할 ‘코리아 밸류업지수’를 다음달 발표한다.배태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