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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에 '뭉칫돈'…20여년 만에 최대
세계 투자 자금이 신흥국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한풀 꺾이면서 각국의 긴축 종료 가능성이 커진 데다 중국이 방역을 완화하면서 신흥국 경제 회복 기대가 확산해서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흥국 21개국 주식과 채권 시장에 이번주 하루 평균 11억달러(약 1조3500억원)가 순유입됐다고 국제금융협회(IIF) 집계를 인용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0년 말 중국의 코로나19 방역이 제한적으로 풀린 직후를 제외하고 20여 년 만에 최대다. 자한기르 아지즈 JP모간체이스 애널리스트는 “신흥국 금융시장을 짓눌렀던 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다”며 “신흥국에 더 투자하려는 수요도 많다”고 했다.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신흥국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IIF에 따르면 신흥국에 순유입된 하루 평균 자금 11억달러 가운데 8억달러가 중국으로 향했다. 이 훈풍이 다른 신흥국에도 미쳤다는 해석이다. JP모간은 올해 신흥국들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선진국보다 1.8%포인트 더 높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MSCI신흥시장지수는 작년 10월 말 저점보다 약 25% 상승했다.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서 긴축 속도를 늦추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신흥국 경제에는 호재로 꼽힌다. 전날 캐나다는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먼저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럽중앙은행(ECB) 내부에서도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기조를 중단하고 이날 인상폭을 0.25%포인트로 줄였다.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가 2.9%로 시장 추정치를 웃돌면서 경기 침체 우려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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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에 글로벌 투자 자금 몰린다…하루 1조원 유입
신흥국 시장에 글로벌 투자 자금이 대규모 유입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한풀 꺾이면 각국의 긴축 종료 가능성이 나오는 데다 중국의 방역 완화 이후 신흥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변하고 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흥국 21개국 주식과 채권시장으로 이번 주 하루 11억달러(약 1조3500억원)의 글로벌 신규 자금이 순유입됐다고 국제금융협회(IFF) 집계를 인용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2020년 말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제한적으로 풀린 직후를 제외하고 20여년 만에 최고치다.역대급 자금이 신흥국 시장으로 유입된 건 글로벌 투자 심리가 변했음을 보여준다. 자한기르 아지즈 JP모간체이스 애널리스트는 "신흥시장을 짓누르던 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다"며 "자본이 더 유입되기 위한 탱크 속에 연료가 많다"고 말했다.지난해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신흥 시장에서 가장 먼저 글로벌 자금이 빠져나갔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다시 자금이 신흥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전날 캐나다는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먼저 기준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했고, 유럽중앙은행(ECB) 내부에서도 비둘기파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이날 CNBC는 전했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전까지 0.75%포인트 자이언트스텝 행보를 이어오다가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미국의 경기침체 공포도 줄어들었다. 이날 미 상무부는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2.9%기를 기록했다고 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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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대량해고 중인데…" 美 신규 실업수당 청구 7개월만 최저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에도 미국 노동시장은 여전히 튼튼한 것으로 나타났다.미 노동부는 지난주(1월 15일부터 2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8만6000건으로 전주(19만2000건) 대비 6000건 감소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지난해 4월 이후 약 7개월 만의 최저치다.지난주 청구 건수도 최근 4개월 만의 최저치였는데 더 떨어진 것이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블룸버그통신 추정치인 20만5000건을 크게 밑돌았다.아마존과 알파벳 등 미 빅테크 기업들이 연일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하는 가운데서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최근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12월 마지막 주 22만5000명에서 1월 둘째 주 20만5000명, 지난주 19만2000명으로 줄어들었다.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다음주 열릴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도 관심이 쏠린다. 시장은 이 회의에서 미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폭을 기존 0.5%포인트에서 0.25%포인트로 줄이고, 기준금리 인상 중단 시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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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먼 "인플레 여전" vs 고먼 "정점 지났다"
한 가문에서 나와 월가의 대표 라이벌 은행이 된 JP모간체이스와 모건스탠리의 최고경영자(CEO)가 인플레이션과 경기 전망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CEO는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긴축을 주문했다. 반면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는 물가가 고점을 찍었다며 긴축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대립하는 의견을 냈다. 매파 대표 주자 된 JP모간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월가의 대표적 거물인 다이먼 CEO와 고먼 CEO가 물가 상승 압력과 미 중앙은행(Fed)의 정책 방향을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고 분석했다. 다이먼 CEO는 이날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린 스위스 다보스에서 CNBC와 인터뷰하고 “기저 인플레이션이 빨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 기준금리가 연 5%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가벼운 경기침체를 겪는다면 기준금리는 연 6%에도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Fed 인사들이 전망한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은 연 5.1%이지만 실제는 더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그는 “에너지 가격 하락과 중국 성장 둔화는 최근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이 됐지만, 일시적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중국은 더 이상 물가 하락을 유도하는 변수가 아니며, 에너지 가격도 향후 10년간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어느 정도 경기침체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나는 침체에 대해 걱정하느라 시간 낭비하지 않고, 미국의 성장을 훼손하는 잘못된 정책을 우려하고 있다&rd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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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킹달러' 시대
지난해 ‘킹달러’로 불리며 초강세를 보인 달러 가치가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경기침체를 고려해 긴축 강도를 누그러뜨릴 것으로 예상되면서다.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달러인덱스(엔화, 유로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장중 101.53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로, 9월 대비 약 11% 하락했다. 4개월간 낙폭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휩쓴 2009년 이후 가장 크다.달러 가치가 고꾸라진 것은 미국인들의 뚜렷한 소비 둔화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날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1.1% 줄었다. 인플레이션 둔화에 이어 경기침체 조짐까지 나타나자 Fed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줄일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었다.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하며 달러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달러 대신 위안화 등 신흥시장 자산에 눈을 놀리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신흥국 증시를 추적하는 MSCI신흥시장지수는 지난해 22% 급락한 뒤 올 들어선 7% 상승했다.블룸버그는 “지난해 11월 중국이 예상보다 빠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나서면서 위험자산 수요가 커지고 달러 가치 하락세가 가팔라졌다”고 전했다.지난해 세계 금융시장을 주름잡았던 킹달러 현상은 올해 재현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말 달러인덱스 전망치를 기존 104에서 98로 낮춰 잡았다.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1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세부 토론회에서 “우리는 기존 경로를 유지할 것”이라며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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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더 둔화' 전망에도…Fed 매파 "2월에도 0.5%P 올려야"
미국 중앙은행(Fed)이 최근 물가 상승 속도가 느려졌고,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더욱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실물지표가 침체 전조를 보이는 가운데 일부 Fed 인사는 시장 예상보다 높은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Fed는 18일(현지시간)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을 통해 “대부분 지역에서 소비자 판매가격이 완만한 속도로 상승했으나 그 속도는 이전보다 느려졌다”고 밝혔다. 이번 베이지북은 다음달 1일 결과가 나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베이지북은 “모든 지역에서 향후 1년간 물가 상승 속도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고용에 대해선 “대부분 지역에서 완만하거나 보통 속도로 확장세를 이어갔다”고 진단했다. 이어 “많은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인원 감축을 꺼리고 있어 임금 상승 압력이 여전히 높다”고 했다. 12개 지역 연방은행 중 5개 연은에서만 임금 상승 압력이 다소 완화됐다고 보고했다. 향후 몇 달간 경제가 거의 성장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문구도 포함됐다.각종 지표도 경기둔화 추세를 그대로 보여줬다. 미국 경제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표인 소매판매는 지난해 12월 전달 대비 1.1% 감소했다. 11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줄어들었고, 시장 추정치(-1.0%)보다 부진했다. 미국의 12월 산업생산도 전월보다 0.7% 감소해 시장 전망(-0.1%)보다 많이 줄었다. 산업생산 역시 두 달째 감소세다.경기둔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Fed 내 매파(긴축 선호) 인사들은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는 이날 “오는 2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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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1만명 감원"…지난해 6만명 해고된 빅테크 '칼바람' 이어진다
빅테크에 부는 감원 ‘칼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18일(현지시간) 직원 1만 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고, 아마존은 1만8000명 규모의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메타와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자회사에 이은 감원 발표다.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진했던 빅테크 실적은 4분기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는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그러나 팬데믹 시절 대거 채용한 인력들은 아직 많이 남았다.○지난해 빅테크서 6만명 실직18일 MS는 이날부터 오는 3월까지 1만 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직원 22만여명의 약 5% 수준이다. 해고 통보는 이날 시작됐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블로그를 통해 “구조조정은 거시경제 환경과 소비자 요구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일부 지역에 불황이 왔고 다른 지역은 불황이 예상되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은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디지털 지출을 최적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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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잡혀" vs "아직 아냐"…시장·Fed는 '치킨게임' 중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나온 뒤 인플레이션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에선 CPI 상승률이 둔화하고 상품 물가 하락폭이 커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잡혔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인플레와의 싸움은 지금부터”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근원 CPI의 상승폭이 커지고 있고 서비스 물가도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결국 CPI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비가 얼마만큼 떨어지고 임금 상승세가 언제쯤 멎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플레 둔화에 연착륙 기대 솔솔미국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6.5%를 기록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한 달 전 상승률(7.1%)보다 0.6%포인트 떨어졌다.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는 0.1% 하락해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상품 가격이 내린 영향이 컸다. 상품 가격은 지난해 10월만 해도 전달보다 0.5% 올랐지만 12월엔 1.1% 떨어졌다. 품목별로는 휘발유 가격이 한 달 동안 9.4%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고차 값이 2.5% 내렸고, 신차 가격도 0.1% 떨어지며 하락세로 전환했다.모건스탠리는 “12월 CPI 수치는 인플레 압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며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매파(긴축 선호) 성향의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방은행 총재도 이날 “한 번에 75bp(1bp=0.01%포인트)씩 올리던 시대는 확실히 지났다”며 “앞으로는 25bp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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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꺾·마' 아닌 '중·꺾·서'…서비스 인플레에 발목 잡힌 증시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폭이 둔화하자 뉴욕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긴축속도가 늦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금리에 민감한 나스닥은 5일 연속 올랐다. 하지만 주거비와 임금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증시 상승폭은 제한적이었다.12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64%, S&P500지수는 0.34% 각각 올랐다. 두 지수 모두 3일 연속 상승세였다. 나스닥 지수는 0.64% 뛰며 5거래일 연속 강세를 보였다.미국의 CPI 상승세가 주춤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12월 CPI는 전년 동월보다 6.5% 올랐다. 6.2%를 기록한 2021년 10월 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전년 동기대비 CPI 상승률은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연속 낮아졌다.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CPI는 12월에 전년 동월보다 5.7% 올랐다. 11월 상승률(6.0%)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전월 대비 12월 CPI는 0.1% 떨어졌다. CPI가 전달보다 하락한 건 2020년 5월 이후 19개월 만이다. 전월 대비 근원 CPI는 0.3% 올라 시장 전망치와 같았다. CPI 상승세가 둔화하자 다음달 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폭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확산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한 행사에 참석해 "향후 금리 인상 폭은 0.25%포인트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했다.피터 부크바 블리클리 파이낸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리 인상은 거의 끝났다"며 "이제 높은 곳에서 얼마나 더 오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하지만 인플레 둔화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느려 속단하기 이르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특히 주택 임차료와 서비스 가격 상승폭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12월 주거비 상승폭은 전월 대비 0.8%로 11월(0.6%)에 비해 더 커졌다. 주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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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안정엔 인기없는 정책 필요"…'금리인상 의지' 재확인한 파월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0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단기적으로 인기 없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중앙은행의 독립성도 역설했다.파월 의장은 이날 스웨덴 중앙은행 주최로 열린 ‘중앙은행 독립성과 책무’ 심포지엄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대중에게 유익하면서도 중요한 제도적 장치”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최대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목표와 연관되지 않는 일에 힘쓰지 말고 목표 달성에 전념해야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통화정책의 독립성은 각종 정치적 고려로부터 Fed의 결정을 보호하는 이점이 있다”고 언급했다.파월 의장은 또 “물가 안정은 건전한 경제의 기반이며 대중에게 헤아릴 수 없는 혜택을 제공한다”며 “고물가를 안정시키려면 경제를 둔화시키기 위해 금리 인상 등 단기적으로 인기 없는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접적인 정치적 통제가 없으면 Fed는 정치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파월 의장은 Fed의 독립성이 남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정책 결정은 대부분 정부 기관에서 내려야 한다”며 “다른 기관에 독립성을 부여하는 것은 엄격하게 제한돼야 하는 만큼 의회가 효과적으로 감독할 수 있도록 Fed는 투명성을 제공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미셸 보먼 Fed 이사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먼 이사는 이날 플로리다 은행연합회 행사에 참석해 “최근 일부 인플레이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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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 골디락스 신호" vs "침체 불가피"…월가는 지금 논쟁중
미국 월가에서 ‘골디락스(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황)’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발단은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지표였다. 신규 고용이 예상보다 늘어난 반면 임금인상률은 전망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절대적인 기준으로 물가는 높은 수준인 데다 쉽게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오랫동안 유지하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커지는 골디락스 기대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6%였다. 시장 추정치(5.0%)보다 낮은 수치다.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전월보다도 0.3% 올라 전망치(0.4%)를 밑돌았다.임금 상승률이 둔화했음에도 고용 시장은 견고했다. 12월 실업률은 전월(3.6%)보다 0.1%포인트 하락한 3.5%였다. 비농업 일자리는 전년 대비 22만3000개 늘었다. 시장 전망치(20만 개)를 크게 웃돌았다. 고용은 강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임금 상승세)이 꺾인다면 골디락스가 올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9일(현지시간) 발표된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도 둔화했다. 뉴욕연방은행은 12월 소비자전망 설문조사 결과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5.0%로 전월(5.2%)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1년 7월 이후 최저치다.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휘발유와 식료품 물가 전망이 다소 누그러진 것이 기대인플레이션 둔화로 이어졌다.12일 발표 예정인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더 둔화할 것이란 예상도 힘을 보탰다. 월가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6.6%다.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로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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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탈을 쓴 中 일대일로…진짜 목적은 위안화 패권"
중국이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등을 명분으로 세계 각국에 빌려주는 자금 규모가 커지고 있다. 위안화의 국제 결제를 늘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구제금융 성격의 자금이라지만 금리는 다른 국제기구의 구제금융 금리보다 수십 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와 일부 아랍 국가들도 이 같은 ‘중국형 구제금융’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만에 40배로 늘어세바스티안 호른 세계은행(WB) 이코노미스트는 8일(현지시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국제통화시스템 내 달러화와 위안화’라는 세션에 참가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호른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해외 투자액 중 구제금융 성격의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코로나19 사태 전만 해도 20%가 안 됐지만 지난해 60%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고 말했다.그는 “각종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써야 할 자금은 많은데 돈이 없는 저개발국이 중국에서 구제금융성 자금을 받았다”며 “중국 인민은행과 통화스와프를 맺거나 중국 국유은행으로부터 유동성을 지원받는 게 대표적 형태”라고 설명했다.최근엔 통화스와프 비중이 급등했다. 전체 대여액 중 통화스와프 비율은 2007년 20%대에서 지난해 90% 이상으로 높아졌다. 호른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스와프로 자금을 빌려 쓰면 돈을 받는 국가는 위안화를 사용하게 돼 위안화 결제가 늘어난다”고 분석했다.중국형 구제금융 대여액은 매년 늘었다. 2010년 전무했던 중국의 구제금융 지원은 이듬해 10억달러로 증가했다. 일대일로가 시작된 2013년부터 가속도가 붙어 2021년 400억달러를 돌파했다.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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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리 예상보다 더 오를 것"…세계 경제석학들 한목소리
세계 석학들은 미국 기준금리가 미 중앙은행(Fed)의 전망치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Fed의 긴축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 역시 예상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경기 침체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7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2023 미국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고물가와 고금리 시대가 더 오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각국의 재정지출이 급증했다”며 “향후 복지비와 국방비 지출 증가로 고물가가 지속돼 금리 수준도 기존 예상보다 올라갈 것”으로 관측했다.AEA 회장인 크리스티나 로머 UC버클리 교수는 “Fed가 인플레이션을 잡을 정도로 긴축을 하면 그 충격은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반영된다”며 “실업률은 27개월 뒤에 최대 1.6%포인트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Fed는 2년 뒤 실업률이 1.1%포인트가량 상승할 것으로 봤다.미국의 긴축이 다른 나라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려 다른 나라들이 고금리와 고환율을 겪었다”며 “특히 후진국은 심각한 부채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매년 1월 초 미국 내 도시를 바꿔가며 열리는 AEA 연례총회는 전 세계 경제학자가 참석하는 경제학계 최대 행사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으로 전환했다가 올해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렸다.뉴올리언스=정인설 특파원/오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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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저격한 석학들 "인플레 장기화…물가 목표 3%로 높여라"
세계 석학과 미국 중앙은행(Fed) 인사들이 맞붙었다.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2023 미국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다. 이 자리에서 Fed 인사들은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고 목표치를 향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석학들은 물가 목표치를 현실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맞섰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는 만큼 향후 금리 수준도 Fed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인플레 정점론 공방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행사 개막일인 6일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의 교훈’이란 주제 세션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보스틱 총재는 “애틀랜타연은이 집계하는 9개의 인플레 지표 중 7개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로, 41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은 뒤 5개월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CPI는 더디게 떨어지고 있다. 근원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혀온 임금 상승률이 지난달 둔화했지만 추세적 하락일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석학들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재무장관 출신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7일 ‘경제적 충격과 위기, 파급효과’ 세션에서 저물가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확장재정을 펼쳤지만 저성장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낮게 유지됐다”며 “하지만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확장재정 규모를 확 늘렸기 때문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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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슈나블 "美 은행들, 주담대 금리 폭등 주범"
미 중앙은행(Fed)이 지난해 대차대조표 축소를 위한 양적긴축(QT)의 일환으로 주택저당증권(MBS) 매도에 나서자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크게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필립 슈나블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 6일 ‘2023 미국경제학회(AEA)’에서 “Fed가 MBS 매도에 나서자 은행들이 더 많은 MBS를 팔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2분기부터 3분기까지 은행의 MBS 순매도 규모가 Fed의 7.4배에 달했다”고 설명했다.지난 5년간 은행들은 1조3000억달러 규모의 MBS를 사들였다. 하지만 지난해 MBS를 팔면서 그해 11월 보유량은 1000억달러까지 떨어졌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저축액이 크게 늘고 예금이 불어나면서 은행이 MBS를 대거 매입할 수 있었다. Fed가 지난해 금리를 급속히 올렸지만, 은행들은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예금 금리를 빠르게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 소비자들이 예금을 인출해 다른 투자처로 옮기자 은행들이 앞다퉈 MBS를 순매도하며 현금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금리 급등기가 도래하자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부동산 관련 상품 비중도 축소했다.문제는 Fed보다 더 큰 은행의 MBS 매도세가 나오면서 모기지 금리와 주택 경기에 충격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Fed와 은행들의 매도 물량을 받아줄 곳도 많지 않다. 중국 등 해외 투자자들은 미 국채는 사들이지만 MBS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오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