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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상 '배터리 소재 게임체인저' 찜했다
지난 7월 효성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HS효성이 계열 분리 후 첫 신사업으로 ‘실리콘 음극재’를 낙점했다.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를 흑연 대신 실리콘으로 만드는 이 제품은 에너지 용량이 흑연 음극재보다 10배가량 커 음극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업계에선 HS효성이 양극재에 이어 음극재 시장에도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배터리 소재를 타이어코드에 이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잡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HS효성 산하 HS효성첨단소재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벨기에의 배터리 소재업체 유미코아에 448억원을 사모사채 방식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사모사채는 발행 기업(유미코아)이 사업 파트너 등 특정 기업(HS효성)을 콕 집어 채권을 매각하는 방식이란 점에서 두 회사가 사실상 협력관계를 맺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HS효성첨단소재가 “실리콘 음극재 사업을 검토하기 위해 투자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보탰다.1805년 설립된 유미코아는 세계 2위 양극재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39억유로(약 5조8000억원). 이 회사는 고객사와 실리콘 음극재 샘플을 테스트하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에너지 용량이 흑연 음극재보다 10배가량 큰 데다 급속 충전에 적합하다는 점에서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꼽힌다. 포스코그룹, LG화학, SKC, SK머티리얼즈, OCI,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거의 모든 배터리 소재 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든 이유다.업계에선 실리콘 음극재 개발 및 생산에 상당한 자금이 드는 만큼 HS효성과 유미코아가 다양한 형태로 협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사업은 HS효성을 이끄는 조현상 부회장(사진)이 주도하고 있다. 고(故) 조석래 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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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트럼프 테마주·비트코인 등 변동성 확대 감시 강화"
금융감독원이 미국 대선 이후 관련 테마주와 가상자산 변동성에 대한 시장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8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전 미국 대선·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관련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금감원 임직원들에게 이같이 주문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 이후 관련 테마주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변동성 확대에 대한 시장감시를 강화하고, 풍문의 생산·유포, 선행매매,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정황을 발견할 경우 무관용으로 엄중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이 원장은 "차기 미국 대통령이 확정되면서 미·중 정책기조 변화로 국내에 큰 영향이 예상된다"며 "관련 영향을 면밀히 재점검하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트럼프 신임 행정부가 들어서면 미국이 관세 부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전기차·태양광 보조금 축소·폐지, ESG 투자 축소 등에 나설 전망이다.그는 "미 FOMC가 정책금리를 인하하였으나 국내 금융상황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며 "그간 누적된 고금리 여파 등으로 취약한 부문에서 돌발적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계감을 갖고 비상상황을 가정한 대응계획에 따라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연말 자금수요, 기업·금융사 신용등급 변화, 퇴직연금 이동 등에 따른 자금시장 내 불안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철저히 관리하라고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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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도 '국장 탈출'…지난달에만 4조 넘게 팔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국내 상장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을 4조388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 8월부터 3개월 연속 순매도세다. 순매도 규모는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2160억원, 코스닥에서 1720억원이었다.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금액은 지난달 말 기준 728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시가총액의 27.7% 규모다.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잔액은 지난 9월에 비해 18조1000억원 줄어들었다. 외국인의 상장주식 보유잔액은 매수·매도 외에 주가 추이에 영향을 받는다. 지난달 국내 증시가 전월대비 하락해 보유주식 평가액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의 소속 국가별 보유 규모로는 미국이 291조9000억원으로 외국인 전체의 40.1%를 차지했다. 유럽 225조1000억원(30.9%), 아시아 106조8000억원(14.7%), 중동 12조 2000억원(1.7%) 등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은 지난달 상장채권을 5조5270억원 순투자했다. 8조9990억원어치를 투자하고 3조4720억원만큼 만기상환 받았다. 통안채(2조 8000억원), 국채 2조원 등을 순투자했다. 잔존만기별로는 잔존만기 1~5년 미만(3조 5000억원), 5년 이상(2조원), 1년 미만(140억원) 채권에서 순투자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말 현재 상장채권 268조9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잔액의 10.5% 수준이다.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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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폭탄 현실화땐…"현대차·기아 영업이익 20% 감소할 듯"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귀환으로 국내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 대비 20% 정도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가 공언한 10% 보편 관세가 이들 기업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멕시코에 대한 폭탄 관세 부과까지 현실화하면 기아 영업이익이 26%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7일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각각 15조1229억원, 12조8838억원이다. 트럼프 당선 영향을 내년 실적 추정에 반영한 증권사는 아직 없다. 올해 두 회사의 영업이익 컨센서스(15조1760억원·13조255억원)는 사상 최고치인데, 내년 영업이익은 여기서 소폭(0.4%·1.1%) 줄어드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당초 전망이다.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긴급 메모를 통해 “트럼프의 보편 관세가 현실화하면 현대차와 기아의 내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0% 정도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편 관세가 부과되면 내년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 감소분은 각각 2조7000억원, 2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컨센서스에 반영하면 내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18%, 20%씩 줄어드는 것으로 나온다.영업이익 감소분을 비교적 적게 추정하는 애널리스트도 최소 10%는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판매하는 물량 중 현지에서 생산한 건 43%이고, 이를 감안하면 보편 관세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분은 13%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연구원은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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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 필요" 트럼프 한마디에…주가 불기둥 뿜은 종목들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국내 증시에서도 업종별 투자자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협력을 언급한 조선업을 중심으로, 기대감이 꾸준했던 방산과 해운 관련주에 먼저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다만 건설·은행주 등 수혜 업종 일부는 주가가 되레 꺾이는 모습도 나타났다.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화오션은 21.76% 오른 3만3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들어 가장 큰 상승 폭이다. HD현대그룹 조선 3사(HD현대중공업·HD한국조선해양·HD현대미포)는 5.09~15.13%, 삼성중공업도 9.17% 올랐다. 이들 종목을 두루 담은 상장지수펀드(ETF) ‘TIGER 조선TOP10’ ‘SOL 조선TOP3플러스’도 각각 11.53%, 9.83% 오르며 들썩였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언급한 영향이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군함 등 해군력 강화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며 “조선업 투자 전략을 미 해상 전력 확충 의지, 미 함정 MRO(유지 보수) 시장 기회와 결부시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당선 전부터 트럼프 당선인 수혜주로 언급된 업종은 실제 선거 결과가 확정되자 희비가 엇갈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4.52%) 두산에너빌리티(2.39%) 팬오션(2.26%) 등 방산·원전·해운 대표주들 상승이 두드러졌다. 강달러와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전망이 주가를 일으켰다. 반면 순이자마진(NIM) 증가 기대가 있었던 은행주는 차익 실현 기조가 상승을 틀어막았다. 신한지주(1.79%) KB금융(0.11%) 정도를 제외하면 우리금융지주(-0.12%) 하나금융지주(-1.13%) BNK금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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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주식 초고수'는 누구…키움증권 '영웅결정전' 시작
키움증권이 총상금 5억9000만원 규모의 ‘2024 키움영웅결정전’을 다음 달 20일까지 진행한다고 7일 밝혔다. 월별로 진행되는 투자대회 ‘영웅전 정규전’ 수상자끼리 ‘주식 초고수’를 가리는 대회다.올해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 자산 그룹에서 국내 주식 부문 상위 200위 이내, 해외주식 부문은 상위 100위 이내 순위를 기록한 1만 8000명이 참가한다. 국내 주식, 해외주식 분야에서 ‘1억 대회’ 1위를 모두 차지할 경우 개인 최고 상금은 2억원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올해 키움증권에서 진행된 실전투자대회 중 최대 액수다.올해 결정전에는 국내 주식, 해외주식 통합 수익금 대회인 ‘슈퍼고래전’이 추가된 점도 특징이다. 평가자산 등락을 반영한 대회 기간 수익금 규모로 1위를 가른다. 1만 8000명 모두가 자동 참가하는 구조다. 공식 대회는 없었으나, 지난해 키움영웅결정전 최고 수익금은 해외주식 결정전 참가자에게서 나왔다. 이 참가자는 8억9987만원을 벌어들였다.관전자가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됐다. 상금 5000만원의 ‘엔빵이벤트’는 슈퍼고래전 1위의 수익금을 맞추는 행사다. 수익금 1위의 수익 규모와 부문을 맞춘 정답자들이 상금을 나눠 갖는다. 출석 체크 시엔 경품 응모권도 제공하기로 했다.대회는 지난 5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첫 순위가 공개된 6일, 국내 주식 1억 대회 수익률 1위는 26.16%로 나타났다. 해외주식 1억 대회 수익률 1위는 14.05%다. 슈퍼고래전 1위의 수익금은 9315만원으로 국내 주식 1억 대회 참가자가 기록 중이다.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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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채 발행 역대 최대…기관이 쓸어 담았다
국내 기업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액이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지난 2월 “영구채는 부채가 아니라 자본”이라는 방침을 재확인하자 부채비율을 올리지 않으면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앞다퉈 발행에 나섰다.수요도 꾸준하다. 웬만한 고금리 상품은 일반 개인 투자자에게 풀지 않고 기관이 모두 독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발행되는 영구채는 발행 3~5년 뒤 콜옵션 행사를 통한 상환이 일반적이어서 “실질적으로는 중기 채권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구채 발행, 올해 최대 될 듯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국내에서 금융회사를 제외한 일반 기업은 만기 30년 이상 채권인 영구채를 4조6640억원어치 발행했다. 아직 연말까지 2개월 남았지만 벌써 지난해 연간 발행액(1조7115억원)의 세 배에 육박했다. 연간 최대 발행액을 기록한 2019년(3조7060억원)보다 1조원어치가량 많다.영구채는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주는 채권을 말한다. 만기 30년 이상 채권은 원금을 상당 기간 후에 갚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영구채로 분류된다. 올해 영구채 발행이 급증한 것은 IASB가 올 상반기 “영구채는 부채가 아니라 자본”이라는 국제회계기준(IFRS) 방침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영구채를 자본이 아니라 채권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IASB에 전달했지만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발행 3~5년 뒤 상환이 일반적업계에서는 영구채를 자본으로 인식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특히 최근 발행되는 영구채에는 스텝업(금리 상향 조정)과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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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자금 이탈하자 작은악재에도 '휘청'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말라붙으면서 대형주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별다른 호재 없이 박스권 장세가 장기화하자 작은 악재에도 투자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700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8월(-2조8682억원)과 9월(-7조9214억원)에 이어 최근 3개월 연속으로 자금을 뺐다. 통상 외국인이 내던진 자금은 개인 투자자가 받아줬지만 같은 기간 개인은 삼성전자 저가 매수(15조5890억원)에만 ‘올인’한 모양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7% 넘게 내렸다.거래대금이 급감하고 투자자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요 상장사 주가는 작은 악재에도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30일 삼성물산이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주가는 2거래일간 14.56%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3분기 영업이익(7360억원)이 시장 기대치(7874억원)를 소폭 밑돌았지만 주가가 15% 가까이 급락할 수준의 악재는 아니라고 지적했다.호실적을 발표한 기업도 하락세를 피해가지 못했다. ‘셀 온 더 뉴스(sell on the news·뉴스에 팔아라)’ 현상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31일 장중 호실적을 발표한 HD현대중공업 주가는 당일 2.56% 하락했다. 다음 거래일에도 4.60% 급락했다. HD현대중공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13.6% 웃돌았다. 이달 1일 HD현대미포(-4.83%), 한화엔진(-3.22%), HD현대마린엔진(-2.93%) 등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수페타시스는 ‘유상증자를 한다’는 루머가 퍼지며 지난달 30일부터 3거래일간 18.25% 급락했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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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새 급증한 동전주…"작전세력 먹잇감 될라"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가 최근 2년 동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가 국내 증시의 상장폐지 요건을 완화한 뒤 나타난 현상이다. 주가가 급락한 부실기업의 증시 퇴출 지연은 시장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밸류업에 방해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이런 종목은 테마주 투자에 이용되거나 ‘작전세력’의 목표물이 되기도 쉬워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전주 속출…2년간 35% 급증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동전주는 지난달 말 현재 224개에 달했다. 상장폐지 요건이 완화되기 직전인 2022년 10월 말에는 166개였는데, 요건 완화 뒤 2년 동안 약 35% 급증했다. 주가가 100원이 안 되는 종목도 이 기간 1개에서 5개로 늘었다. 지난 10년간 신규 상장 종목의 수정 공모가가 평균 1만3357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이들 종목의 주가가 얼마나 많이 내려갔는지를 알 수 있다.시가총액이 큰 종목도 예외는 아니다. 시총이 약 2400억원인 SK증권은 최근 507원에 마감했다. 시총이 약 1800억원인 건설주 동양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기간 1000원 이상이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4거래일만 제외하고 그 아래였다. 이 외에도 한국제지(주당 945원), KEC(882원), 한국캐피탈(559원),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805원), 에이비프로바이오(557원) 등 시총이 1500억원을 넘는 동전주 종목이 수두룩했다.한국거래소가 2022년 11월 상폐 요건을 완화한 뒤 동전주가 급증한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거래소는 ‘2년 연속 자본잠식률 50% 이상’ 등 형식적 상폐 사유에 해당하던 내용을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로 완화했다. 코스닥시장 종목이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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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멍거 "투자 비결? 그냥 깔고 앉아 있는 것"
“믿지 못할 사람이 되세요. 맡은 일을 대충 하세요.”“역경을 만나 좌절했을 때, 엎드린 채 그대로 누워 있으세요.”“다른 사람의 경험으로부터 얻는 간접적인 교훈을 최소화해야 합니다.”198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한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찰리 멍거 전 벅셔해서웨이 부회장(1924~2023)은 이 같은 독특한 축사를 남겼다. 대부분 졸업식 축사는 행복하게 사는 법이나 성공하는 법 등을 늘어놓기 바쁘지만 멍거는 반대였다. 비참하고 불행한 삶으로 이끄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역설적으로 그 길을 피하기를 강조하는 수사법을 사용했다. 이 축사는 약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가난한 찰리의 연감>은 명연사로 알려진 멍거의 강연 중 유명한 11개 강연을 엮은 책이다. 그 밖에 청중과의 질의응답, 소년 시절부터 엄청난 재정적 성공을 거두기까지의 생애, 투자 원칙과 동업자 워런 버핏의 회고 등이 담겼다. 2005년 초판 출간 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으나 한국어판 출간은 이번이 처음이다.멍거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다가 버핏으로부터 동업 제안을 받고 투자 세계로 입문했다. 두 사람은 망해가던 섬유공장 벅셔해서웨이를 시가총액 1조달러(2024년 9월 기준)가 넘는 투자사로 성장시켰다.멍거는 강연을 통해 본인의 투자 원칙을 설파했다. 그는 투자하기 전에 자신이 잘 알고, 자기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뭔지부터 파악했다. 예컨대 멍거는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며 하이테크 분야엔 좀처럼 발을 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일단 분야를 선택한 뒤엔 큰돈을 투자했다.이는 널리 알려진 멍거의 투자 성향으로 이어진다. 통 크게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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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 '날짜 실수'라는 고려아연…금감원 "해명 미흡" [금융당국 포커스]
경영권 분쟁 중 자사주 매입 기간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다고 당초 밝혔던 고려아연이 이번엔 '날짜를 착오 기재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관련 부정거래 가능성 조사에 나선 금융감독원은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10월14일 시작한 실사, 유상증자 실사와는 별개”1일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통해 “회사가 일반공모 증자를 검토한 것은 지난달 23일 자기주식 공개매수 종료 이후”라며 “실사보고서에 10월14일부터라고 기재된 것은 착오로 잘못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4~23일 자사주 공개매수를 벌였다. 이후 일주일만인 지난달 30일엔 약 일주일만에 2조5000억원 규모 '기습 유상증자'를 발표해 시장의 논란을 샀다. 고려아연은 당시 증권신고서를 통해 미래에셋증권이 지난달 14일부터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다고 기재했다.고려아연의 이날 주장은 지난달 14일 시작한 실사는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와는 별개의 일이었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달 14일부터 미래에셋증권이 한 일은 자사주 공개매수에 따른 차입금 처리를 위한 부채조달 실사였을 뿐이고, 당시 결과를 이후 유상증자 실사에도 활용하면서 신고서에 착오 기재가 됐다는 얘기다. 고려아연은 “투자자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한 점에 대해 양해 말씀을 드린다”며 “실제 사실관계를 당국과 시장에 정확하고 성실하게 설명해 논란을 적극 해소할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 “4영업일만에 대규모 유상증자? 현실적으로 믿기 어려워”금융감독원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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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경영 강화 긍정적…신세계·이마트 주가 동반 상승
신세계그룹이 계열분리를 발표한 30일 이마트와 신세계 주가는 나란히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계열분리에 긍정적 평가를 내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이날 신세계는 1.54% 오른 15만1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15만4500원까지 상승했다. 이마트는 2.20% 오른 6만49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0.92% 뒷걸음친 것과 대조적이다. 계열분리 발표가 나온 이날 오전 9시40분께부터 두 회사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신세계I&C(2.15%), 신세계인터내셔날(0.79%) 등 관련사 주가도 상승세로 마감했다.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신세계는 백화점이 상반기까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는데도 그간 주가가 그리 오르지 못했다”며 “오늘 상승세는 별다른 주가 모멘텀(동력)이 없던 각사에 ‘뭔가 변화가 생길 수 있겠다’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증권가에선 단기적으로는 연내 인사와 내년 초 사업 방침이, 중장기적으로는 실적 개선 여부가 각사의 주가를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남매가 각각 독립경영에 나서면서 각자의 사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가 주가 향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마트는 부진한 점포 효율화에, 백화점은 리뉴얼과 명품관·식품관 신규 개장에 집중해왔다”며 “실적 개선이 나타나면 주가도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사업 포트폴리오 효율화 작업도 관건으로 꼽힌다. 이마트가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 중인 신세계건설은 이날 0.06% 오른 1만8110원에 마감했다. 공개매수가인 주당 1만8300원보다 1.03% 낮다.선한결/조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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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환 금융위원장 "국회, 금투세 조속히 폐지해달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국회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전 폐지를 재차 요청했다. 연초부터 이어진 금투세 불확실성을 국회가 다음달 중엔 해소해달라는 취지다. 30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월례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11월은 국정감사가 끝난 뒤 국회가 예산과 법안을 본격 심의하는 시기"라며 "금융위원회는 금투세 폐지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지난 1월2일 금투세 폐지 방침을 천명한 이래 시간이 꽤 흘렀고, 다양한 논의도 이뤄졌다"며 "이제는 투자자들의 근심과 불안, 불확실성을 끝낼 수 있도록 국회가 조속히 금투세 폐지 결정을 내리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밸류업(기업가치제고) 정책을 두고는 "시장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일정을 관리하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가 다음달 중 출시될 것"이라며 "회계 관련해서도 검토 중이라 늦지 않은 시점에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앞서 밸류업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중 하나로 감사인 지정제를 면제해주겠다고 밝혔다. 감사인 지정제는 금융당국이 기업에 회계법인(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금융위는 밸류업 우수기업 지정감사자 면제를 위한 구체적인 기준안을 마련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의 각종 법안·제도 논의 향배가 밸류업 '모멘텀'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밸류업 모멘텀이 될 수 있는 사안이 국회에 걸려있다"며 "금투세는 직간접적으로 (증시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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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운용 '연 12% 분배 커버드콜' 美 상장…"채권형 상품으로 차별화"
삼성자산운용과 미국 ETF 운용사 앰플리파이가 함께 만든 'Amplify Bloomberg US target high income ETF(TLTP)'가 지난 29일(미국시간)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상장됐다.이 ETF는 미국 대표 장기채 ETF인 'iShares20+Year Treasury Bond ETF'(TLT)를 매수한 뒤 해당 종목의 콜옵션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콜옵션 매도를 통한 프리미엄 목표 수익률은 연 12%다. 이를 12개월로 나눠 매월 1%씩 배당한다. 기초지수는 Bloomberg US Treasury 20+Year 12% Premium Covered Call 2.0 지수다.이 ETF는 삼성자산운용이 지난 4월 국내 증시에 상장한 'KODEX미국30년국채타겟커버드콜(합성H)'과 같은 구조로 운용된다. 기초자산과 목표 프리미엄도 두 ETF가 동일하다. KODEX미국30년국채타겟커버드콜(합성H)은 상장 뒤 최근까지 분배금을 모두 여섯 차례 지급했는데, 이 분배금의 수익률은 합계 6.42%(지난 29일 종가 적용)였다.삼성자산운용이 국내 상품을 복재한 ETF를 미국에서 재상장한 건 현지에서도 이 ETF가 인기를 끌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미국의 커버드콜 ETF는 대부분 주식형이기 때문에 채권형 상품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하지원 삼성자산운용 ETF사업부문장은 “앞으로도 색다른 KODEX ETF 상품을 꾸준히 미국 시장에 수출하겠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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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이버 보안株 고공행진…국내 기업은 '찬바람'
미국 증시에서 사이버 보안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오르고 있다. 반면 국내 상장 사이버보안주는 오히려 주가가 뒷걸음하고 있다. AI 확산에 美 보안주 상승세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글로벌사이버보안 INDXX’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한 달간 5.32% 상승했다. 지난 1년간 수익률은 35.72%에 달한다. 이 ETF는 사이버보안 분야에 주로 투자하는 유일한 국내 상장 ETF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과 관련 ETF를 담고 있다.최근 미 증시에서는 사이버보안주 몸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팰로앨토네트웍스는 한 달 새 주가가 7.21% 상승했다. 지난 6개월간 수익률은 24.89%에 이른다. 체크포인트소프트웨어테크놀로지스는 한 달 동안 7.44%, 지난 6개월간 37.68% 올랐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지난달 말부터 지난 25일까지 9.73% 뛰었고, 지스케일러와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같은 기간 각각 8.2%, 7.18% 올랐다.이들 기업은 최근 신종 사이버보안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가가 뛰고 있다.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며 전체 시장이 커졌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사이버 공격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초 홍콩에서 한 다국적 기업이 당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사기범이 딥페이크 기술로 만든 회사 고위 경영진의 얼굴에 속아 한 직원이 2억홍콩달러(약 356억원)를 송금했다.‘모든 것의 디바이스화’도 사이버보안 서비스 수요가 커지는 이유다. 유럽 56개국은 지난 7월부터 판매되는 모든 차량에 사이버보안 관리 체계 인증을 의무화했다.미국 사이버보안 기업은 자체 AI 기반 보안 플랫폼과 서비스를 출시해 매출을 키우고 있다. 팰로앨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