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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0칩 '백도어' 의심하는 中…문제 없다는 엔비디아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 H20을 둘러싼 ‘백도어 논란’이 미국과 중국 간 신경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보안 문제를 공식 제기하자 엔비디아는 “우리 칩에는 백도어가 없다”며 즉각 반박했다. 이번 논란이 보안 문제를 넘어 기술 패권을 둘러싼 양국 갈등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중 ‘보안 불신’ 심화31일(현지시간) 엔비디아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사이버 보안은 엔비디아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우리 칩에는 외부에서 원격으로 접근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백도어가 없다”고 밝혔다. 백도어는 정상적 인증 절차를 우회해 정보통신망에 비인가로 접근할 수 있는 보안 취약점을 의미한다.앞서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엔비디아 관계자들을 소환해 H20 칩의 보안 리스크에 대한 해명과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가 지난 4월 단행한 H20 칩의 대중국 수출 금지를 지난달 초 해제한 직후 이뤄졌다. H20 칩은 2023년 말 미국의 첨단 AI 칩 수출 제한 조치 이후 중국 시장을 위해 개발됐다.관영 매체 중국중앙TV(CCTV)는 “최근 엔비디아 칩에 심각한 안전 문제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미국 의회는 미국이 수출하는 첨단 칩에 반드시 ‘위치 추적’ 기능을 넣도록 요구했다”고 보도했다.백도어 관련 양국 간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은 이전에도 백도어 우려를 이유로 미국 기술 기업에 제재를 가해왔다. 지난해 10월 중국 사이버보안협회(CSAC)는 인텔이 미국 국가안보국(NSA) 지시에 따라 2008년 이후 출시된 중앙처리장치(CPU) 대부분에 백도어를 심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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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우리 무역에 미치는 영향 분석"
일본 정부는 31일 한·미 관세협상 결과가 일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겠다고 밝혔다.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미 관세협상 타결과 관련한 질문에 “미국과 제3국 간 협의에 대해 하나하나 코멘트하는 것은 삼갈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한국 간 동향을 비롯해 관련 합의를 높은 관심을 갖고 주시하며 일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 경쟁 관계인 한국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합의할 때와 달리 한국(의 대미 투자 펀드)에 ‘미국이 소유·통제한다’는 문장을 더했다”며 “일본과의 발표 땐 볼 수 없던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미 관세협상 결과에 대해 “최근 일본과 체결된 유사 협정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번에 약속된 한국의 투자(펀드)는 주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할 것이며 미국 산업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매우 중요한 순간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는 한·미 협상 결과를 사실 중심으로 보도할 때 사설 및 분석 형태로 깊이 있게 다루지는 않았다. 다만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데 따른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베이징=김은정/도쿄=김일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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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던 보잉…관세전쟁 반사이익, 6년만에 비상
잇단 사고와 파업으로 수년간 경영 부진을 겪은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 6년 만에 최대 분기 매출을 올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항공기 인도 실적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 상대국들이 ‘보잉 주문’을 협상 카드로 잇달아 제시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국면에서 대표 수혜 기업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출 급증·손실 축소보잉은 올해 2분기 매출이 227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4.8% 급증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2019년 1분기 이후 6년 만의 최대치다. 순손실 규모는 1억76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1년 전(10억9000만달러)보다 손실 폭이 대폭 줄어들었다. 현금 소진액도 2억달러로 지난해 43억달러보다 크게 감소했다. 매출은 시장조사업체 LSEG 집계치(218억4000만달러)를 크게 웃돌았고 주당 순손실도 추정치보다 적었다.2분기 항공기 인도량도 회복세를 보였다. 보잉은 2분기에 항공기 150대를 인도했는데 2분기 기준으로 2018년 이후 최대치다. 올해 상반기 항공기 280대를 인도하며 지난해 연간 인도 대수(348대)의 80% 수준을 이미 채웠다.보잉은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의 737 맥스8이 추락해 189명이 사망하고, 2019년 3월 같은 기종의 에티오피아 여객기가 추락해 157명이 사망하는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수년간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1월 알래스카항공 보잉 737 맥스9 여객기가 약 5000m 상공을 비행하던 중 창문과 기체 일부가 뜯겨 나가는 사고가 발생해 연방 규제당국 조사를 받으며 생산 차질에 직면했다. 지난해 8월에는 최고경영자(CEO)도 교체됐다.켈리 오트버그 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올해를 ‘턴어라운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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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회담 의식했나…"트럼프, 대만 총통에 美 경유 불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뉴욕 경유를 허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 협상과 연내 열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거론되는 미·중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친미 성향의 라이 총통이 다음달 4일 미국 뉴욕을 경유해 파라과이, 과테말라, 벨리즈 등 중남미 3개국을 순방할 예정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반대 의사를 전달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경유를 불허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대만 총통부는 공식적으로 “태풍 피해 복구와 대미 관세 협상 대응 등 대내 현안이 있어 당분간 외국 방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FT는 해당 발표가 미국 측의 ‘경유 불허’ 통보 이후에 이뤄진 결정이라고 설명했다.미국 국무부는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라이 총통의 뉴욕 경유에 대해 “과거 관행에 부합하며 우리의 오랜 정책과도 일치한다”며 허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갑자기 기조가 바뀐 것은 미·중 무역 협상 흐름을 고려한 결과라는 의견이 나온다.대만은 이 같은 해석을 두고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샤오광웨이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측에서 경유를 불허하거나 순방이 연기 또는 취소된 상황은 없다”고 부인했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의 일부로 간주하며, 미국과 대만 간 공식 접촉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라이 총통은 지난해 11월 태평양 도서국 순방 일정 중 미국령 하와이와 괌을 경유했는데, 당시 중국은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의 군사훈련으로 대응한 바 있다.한편 중국이 미국산 보잉 항공기 구매 카드를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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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저출생에…연간 70만원 육아보조금 준다
중국 정부가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단위 육아 보조금 제도를 도입한다.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이 지난 28일 발표한 ‘육아 보조금 제도 시행 방안’에 따르면 당국은 만 3세까지 영유아 자녀 1인당 연간 보조금 3600위안(약 69만6000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원 대상은 올해 1월 1일 이후 출생자이지만 2022∼2024년 태어난 자녀에게도 일부 금액을 소급 지원한다.이번 보조금은 출산율 급락과 혼인 감소에 따른 인구구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1978년 중국은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도입했다가 출산율이 떨어지자 2016년 ‘두 자녀 허용’ 정책을 펼친 뒤 2021년 세 자녀도 허용했다. 그러나 중국 출산율은 지난 3년간 인구 유지에 필요한 출산율(2.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현금 보조금 지원이 육아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고 젊은 부부의 출산 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이번 정책은 소비 진작 목적도 있다. 중국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5.2%를 기록했지만 물가 하락 영향으로 명목 GDP 증가율은 3.9%에 그쳐 내수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즈춘 황 캐피털이코노믹스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현금 직불 방식의 직접 지원을 채택한 것은 중요한 정책 전환이며 향후 재정 이전 확대의 초석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이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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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中 스마트폰 시장 1위 탈환…애플은 매장 철수
중국 화웨이가 올해 2분기 중국 본토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반면 애플은 점유율 하락세를 이어가며 현지에서 직영 매장을 처음 철수하기로 했다.29일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 2분기(4~6월) 1220만 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점유율 18.0%로 선두에 올랐다. 지난해 2분기 1위였던 비보는 1180만 대(17.4%)로 2위로 밀려났고, 오포와 샤오미는 각각 1070만 대(15.7%), 1040만 대(15.3%)로 그 뒤를 이었다. 1위부터 4위까지 중국 토종 브랜드가 차지했다.애플은 1010만 대 출하에 그치며 점유율 14.9%로 5위에 머물렀다. 저조한 실적은 유통망 축소로 이어졌다. 애플은 다음달 9일 랴오닝성 다롄의 파크랜드 쇼핑몰 내 직영 매장을 폐쇄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 본토 내 첫 매장 철수 사례다.화웨이는 2021년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당시 TSMC 등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로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5세대(5G) 칩 공급이 차단되면서 신제품 경쟁력을 잃었다. 이후 화웨이는 자체 칩과 독자 운영체제 ‘하모니OS’를 앞세워 점유율 반등에 성공했다. SMIC의 7나노 공정으로 직접 설계한 칩을 생산해 플래그십 모델을 출시했고,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두 번 접히는 폴더블폰도 선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화웨이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소프트웨어로 소비자 호응을 얻으며 침체된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특히 중국 토종 브랜드들은 정부 보조금의 수혜도 누렸다. 중국 정부는 올해 초 내수 진작을 위해 새 스마트폰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했다. 출고가 6000위안(약 114만원) 미만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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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과잉생산 단속…소재·2차전지 수혜
국내 증시에서 소재·화학과 태양광, 2차전지 등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업종이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중국 정부가 철강에 이어 전기자동차, 석유화학 등 과잉생산 업종을 단속하고 있어서다.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화학 주가는 1.95% 상승했다. 최근 5거래일간 7.19% 뛰었다. 이날 1.54% 오른 OCI홀딩스는 5거래일간 9.67% 올랐다. 중국이 전방위적으로 공급 축소를 유도하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최근 중국 중앙정부는 각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다음달 30일까지 노후 석유화학 설비를 조사하고 설비 개선 여부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광산업체 등에 대해선 정부가 승인한 채굴 허가량과 실제 채굴량이 맞는지 검증하라고 지시했다.사실상 감산 압박의 근거로 사용될 것이란 게 증권가 해석이다. 임해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기존 저품질 위주의 과잉생산 구조를 완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이런 기조가 더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산하 공업정보화부는 조만간 철강, 비철금속, 석유화학, 건자재 등 10대 주요 산업에 대한 ‘성장 안정화 계획’을 내놓을 계획이다. 낙후 설비 퇴출과 산업 구조조정, 공급 최적화 등이 골자다.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낙후·과잉 생산설비의 해소 방침을 수차례 강조해 왔다”며 “구체적인 감산 목표가 연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선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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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관세 휴전' 90일 더 연장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무역협상과 관련해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고 말했다. 2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중 3차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나온 발언이다. 하지만 동맹인 일본 EU와 달리 중국은 미국과 갈등 관계여서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만만치 않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양국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스톡홀름 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이 지난 4월 이뤄진 ‘관세 휴전’을 90일간 추가 연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일본과 EU처럼 무역협상을 타결하는 수준까지 이르긴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한 소식통은 미국과 중국이 초고율 관세 부과가 유예되는 90일간 서로 무역전쟁을 격화시키지 않기로 합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SCMP는 전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2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미·중 3차 고위급 무역회담과 관련해 “우리는 ‘연장될 것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 해결할 것”이라며 관세 유예 연장을 시사했다.미·중 양국은 5월 스위스 제네바 회담에서 90일간 관세를 115%포인트씩 낮추기로 합의했다. 이 유예 조치는 오는 8월 12일 만료된다. 유예 기간이 3개월 늘어나면 미·중 관세 휴전 기간은 11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미·중 3차 고위급 무역회담은 1, 2차 회담 때처럼 미국 측은 베선트 장관이, 중국 측은 허리펑 부총리가 이끈다.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의 산업 과잉생산 문제를 지적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이 펜타닐(합성 마약) 유통을 이유로 중국에 부과한 ‘펜타닐 관세’ 20%의 기준을 명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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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붐에도…아모레·LG생건은 왜 못 웃나
최근 국내 뷰티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었다. 상장 1년4개월 차인 새내기 에이피알이 상장 25년 차 대기업 LG생활건강의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LG생활건강 시총이 5년 만에 25조원대에서 5조원대로 곤두박질치는 사이 에이피알은 K뷰티 붐을 타고 시총 6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국내 1위 화장품 회사 아모레퍼시픽의 시총도 12조원대에서 7조원대로 급감했다.◇ K뷰티 열풍 못 올라탄 대기업한때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이었던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부진은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27일 각 사에 따르면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뷰티 매출은 3조8851억원, LG생활건강은 2조8506억원이다. 전성기인 2021년 대비 각각 20.1%, 35.8%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5.8%, 83.3%씩 줄었다. ‘황제주’였던 LG생활건강 주가는 2020년 12월 160만원대에서 지난 25일 32만원대로, 아모레퍼시픽은 20만원대에서 13만원대로 내려앉았다.두 회사가 K뷰티 열풍에 올라타지 못한 이유는 세 가지다. 먼저 ‘트렌드 대응력’이다. 대기업인 이들은 신제품이 실패해도 빨리 갈아타기 힘든 대량생산 구조를 갖고 있다.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입점해 있는 모든 오프라인 유통망에 제품을 깔아놔야 하므로 초기 생산량(MOQ)이 수만 개에 달한다. 온라인 채널 중심으로 유통하는 K뷰티 중소 브랜드는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를 통해 1000개 단위로 소량 생산한다.과거엔 대기업의 이런 전략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경쟁력 요인이었다. 하지만 틱톡·릴스 등 SNS를 중심으로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경쟁이 치열한 시기엔 오히려 독이 됐다. ODM업계 관계자는 “트렌드가 바뀌면 중소 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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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치킨게임 막는다"…27년만에 가격법 개정
중국 정부가 27년 만에 가격법 개정에 착수했다. 디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기자동차 등 내수 시장에서 벌어지는 과도한 저가 경쟁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본지 7월 21일자 A1, 3면 참조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지난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중화인민공화국 가격법 개정 초안’을 공개했다. 1998년 가격법 시행 이후 첫 개정이다. 개정안은 계절 상품이나 재고 처리를 위한 합법적 할인 외에, 원가 이하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해 경쟁사를 퇴출시키거나 시장을 독점하려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한다. 경쟁사에 비슷한 가격 전략을 강요하는 행위 역시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현행법이 상품 중심의 덤핑만 규정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플랫폼과 서비스 업종으로까지 규제 범위를 넓혔다. 기업이 데이터, 알고리즘, 기술 등을 활용해 부당한 가격을 책정하는 것도 제한된다.중국 당국이 가격 규제에 나선 배경으로는 경기 둔화 위기감이 커지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 6월까지 33개월 연속 하락했다. 국가발전개혁위와 시장감독관리총국은 공동 성명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형성되는 상황에서 일부 산업의 무질서한 저가 경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이번 개정안은 이 밖에도 가격 담합, 바가지 요금, 가격 차별 등 불공정 가격 행위의 판별 기준을 세분화했다. 내부 경쟁 등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 과열 경쟁을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가격 표시 의무 위반 시 부과되는 벌금 상한선도 상향 조정했다. 개정안은 다음달 23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입법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이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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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무역 불균형 시정해야"…시진핑은 "중국 탓 아냐"
중국과 유럽연합(EU)이 1년7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열었지만 무역, 안보 등 현안을 두고 시각차를 드러냈다. 특히 EU는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중국은 “유럽이 직면한 도전은 중국에서 온 것이 아니다”며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EU에 미국이 아니라 ‘중국 편’을 들라고 압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EU 시작부터 시각차24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과 EU는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중국 측에선 시진핑 국가주석, EU에선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대표로 나섰다. 시 주석은 “(중국과 EU의 관계가) 또 하나의 중요한 역사적 접속점에 서 있다”며 “100년에 한 번 있을 변화와 혼란이 얽힌 국제 정세에 직면해 중국과 유럽 지도자는 다시 한번 식견과 책임을 보이고 국민 기대에 부합해 역사적 검증을 감당할 수 있는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또 “중국과 유럽은 다자주의를 주장하고 개방 협력을 제창하는 건설적인 힘을 지녔다”며 “국제 정세가 심각하고 복잡할수록 양측은 소통을 강화하고 상호 신뢰를 증진하며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이 현재 직면한 도전은 중국에서 온 것이 아니다”며 “양국 간에는 근본적인 이해충돌과 지정학적 갈등이 없으며 협력이 경쟁보다 크고 합의가 이견보다 많다”고 했다. ◇EU, 중국에 공들였지만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양국 관계가 변곡점에 있다”며 “무역 등 불균형을 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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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사들, 中기술 없인 신약 못 만든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올해 중국 바이오 기업이 개발한 의약품에 역대 최대 규모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의 의약품 가격 인하 압박과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 등이 겹치자 임상시험 비용이 비교적 낮고 개발 속도가 빠른 중국 바이오 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23일 투자은행 제프리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다국적 제약사가 체결한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 중 18%가 중국 바이오 기업과 이뤄졌다. 전년(17%)보다 높아지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라이선스 계약은 글로벌 제약사가 중국 바이오 기업이 보유한 초기 단계 신약에 대한 중국 외 지역의 독점 판매권을 확보하고, 신약이 임상시험을 통과하면 중국 기업이 추가 수익을 얻는 구조다.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에만 중국 바이오 기업 5곳과 총 136억달러(약 18조원) 규모 계약을 체결해 글로벌 제약사 가운데 가장 많은 거래를 성사시켰다. 올해 6월에는 CSPC 제약사와 52억달러 규모의 신약 공동 개발 계약을 맺었다. 화이자는 중국 3S바이오와 항암제 개발을 위해 60억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으며 이 의약품은 미국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중국 바이오 기업 주가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항셍바이오테크지수는 올해 들어 79% 상승해 항셍지수(24.6%)를 크게 웃돌고 있다.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을 주목하는 요인은 미국 정부의 의약품 가격 인하 압박과 블록버스터 약품의 특허 만료다.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공공의료보험을 통한 직접 약가 협상, 가격 인상 상한제를 도입하며 제약사에 부담을 주고 있다. 중국은 임상시험 비용이 낮고 기간도 짧아 상대적으로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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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주 쓸어담는 기관…中 감산에 연일 초강세
철강주가 연일 초강세다. 저가 물량 공세로 국내 철강산업을 위협해 온 중국 경쟁사들이 감산에 나서면서다.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철강지수는 2.8% 오른 2666.37로 거래를 마쳤다. 이달에만 20.08% 급등해 거래소가 집계하는 39개 업종·테마지수 중 가장 큰 폭 상승했다.기관투자가가 철강주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 기관은 이달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 주식을 각각 2657억원, 118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국내 순매수 종목 1위와 7위다.중국 업체들의 감산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 경쟁력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게 시장의 기대다. 중국 공산당은 이달 초 철강을 포함한 공급 과잉 산업의 감산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지난해 생산량 10억t의 5%에 해당하는 5000만t의 감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증권가는 국내 철강 업체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여전히 매력적인 구간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주가 기준으로 포스코홀딩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7배다. 현대제철(0.26배), 세아제강지주(0.45배) 등도 코스피지수 평균(1.07배)의 절반 이하다.권지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 정부의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치와 중국 내 자체 감산이 하반기 철강 판매량 및 가격 회복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철강주의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전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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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水싸움'…인도 국경에 세계 최대 수력댐 짓는다
중국이 티베트고원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용 댐 건설에 착수했다. 인도까지 흘러 들어가는 하천 상류에 중국이 충분한 협의 없이 초대형 댐을 짓자 인도는 이 댐을 “괴물 같다”고 비판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히말라야 국경 지대에서 영토 분쟁을 벌여온 중국과 인도 간 갈등이 수자원으로 확대된 것이다. ◇ 中, 티베트에 ‘초대형 댐’ 착공2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티베트자치구 동부에서 ‘얄룽창포강(인도명 브라마푸트라강) 하류 수력발전 프로젝트’ 공사를 시작했다. 이 사업은 수력발전소 총 5기를 계단식으로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연간 발전량은 3000억㎾h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진 양쯔강 싼샤댐 발전량(연 882억㎾h)의 세 배가 넘는다. 총사업비만 1조2000억위안(약 233조원)으로 추산된다. 중국전력건설그룹이 프로젝트를 맡아 203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얄룽창포강댐은 2020년 중국 공산당이 수립한 제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에 처음 등장했다. 온실가스 감축 압박을 받는 중국은 수력발전을 늘려 화력발전 비중을 줄이면서도 산업용 전력 부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신화통신은 “전기자동차와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생산된 전력은 티베트를 포함한 중국 전역으로 송전돼 전력 수요를 충족할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가 중국의 탄소중립 목표를 맞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시장에선 이번 댐 건설이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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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AI '키미 K2'…"딥시크급 성능"
중국의 최신 인공지능(AI) 모델 ‘키미(KIMI) K2’가 올초 뛰어난 가성비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딥시크만큼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지난 19일 보도했다.신화통신에 따르면 과학 전문지 네이처는 중국 베이징의 AI 기업 문샷AI가 최근 공개한 키미 K2의 성능이 탁월하다며 이번 출시를 ‘또 하나의 딥시크 모멘트’라고 평가했다. 문샷AI는 11일 키미 K2를 공개하며 미국 AI 기업 및 중국 딥시크의 일부 모델과 비교해 성능이 비슷하거나 능가한다고 소개했다. 네이처는 키미 K2 성능 평가 결과 코딩 분야에서 특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작문의 독창성과 진정성을 평가하는 ‘크리에이티브 라이팅 vs 벤치마크’ 항목에서는 AI 모델 중 1위를 차지했다.키미 K2가 딥시크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다운로드하고 수정·배포할 수 있는 ‘오픈 웨이트 모델’이라는 점도 주목받았다. 중국에서 딥시크에 이어 6개월 만에 고성능 AI 모델이 새로 나온 것은 최근 중국의 AI 혁신이 한 차례 성과에 그친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흐름이라고 네이처는 분석했다.김주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