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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픽'한 기아, 한 달 새 12% 넘게 질주
국내 증시가 연일 혼조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기아가 한 달 새 12% 넘게 오르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견조한 실적이 주가를 견인하면서 외국인이 연일 매수하고 있다.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아 주가는 최근 한 달(4월 15일~5월 13일)간 12.37% 오른 8만630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4.14% 떨어진 것을 고려하면 시장 수익률을 웃돌았다.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연일 매도세를 보이는 외국인도 기아는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외국인은 기아를 532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이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3일까지는 13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실적 상승세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아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한 18조3572억원, 영업이익은 49.2% 늘어난 1조6065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지난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한 23만8538대에 그쳤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이익 증가 등으로 2분기도 호실적을 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배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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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턴 공대 박사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투자로 이름 날린 비결 [황정수의 인(人) 실리콘밸리]
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CEO)는 실리콘밸리 한국인 동년배 사이에서 '김 대표'가 아닌 '김 박사'로 불린다. 미국 명문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따고 반도체 스타트업 투자로 이름을 날린 그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의미다. 김 대표가 투자한 퓨어스토리지(SSD 솔루션), 인프리아(EUV 노광장비용 포토레지스트) 등의 업체들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렸다. 인프리아는 2019년 일본의 포토레지스트 수출 규제 때 한국 산업의 방패 역할도 했다.김 대표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전문성만큼이나 훌륭한 게 그의 성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대표는 경험, 노하우, 지식을 타인과 나누는 데 인색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후배는 물론 실리콘밸리 진출을 모색하는 경쟁기업 사람들의 미팅 요청도 흔쾌히 수락한다. '먼저 손길을 내밀어야 나중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를 '실리콘밸리의 문화'라고 표현했다.최근 김 대표를 만나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의 성공 비결을 물었다. 그는 "전문성, 노하우만큼 중요한 게 상대방에 대한 이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종종 스타트업 입장에 서본다고 한다. '왜 이렇게 사업을 못해'가 아닌 '어떻게 도와줄까'를 고민하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투자하고 끝'이 아니라 투자한 회사를 함께 키우는 게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중요한 덕목이란 뜻이다. 창립 4주년을 맞은 LG테크놀로지벤처스 경영과 관련해서도 김 대표는 직원들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좋은 기업 문화가 뿌리내려야 회사가 성과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LG벤처스는 LG그룹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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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관리의 귀재' 팀 쿡, 1년 만에 30일→2일치로
애플이 세계 최대 기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혁신적 제품 못지않게 공급망관리(SCM)의 공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 속에서도 제품 생산에 큰 차질을 빚지 않았다.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의 SCM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CEO 자리에 오른 것도 이 같은 능력 덕분이었다. 쿡은 1998년 3월 사업 운영 부문 수석부사장이란 직함으로 애플에 입사했다. 연봉은 40만달러, 특별 보너스로 최대 50만달러를 받는 조건이었다.쿡은 애플에 입사하기 직전 컴팩의 자재 조달 담당 부사장을 지냈다. 당시 컴팩은 1000달러 이하 저가 데스크톱을 출시해 엄청난 이익을 올리고 있었다. 쿡은 컴팩에서 주문생산(BTO) 제조 모델을 도입하는 역할을 맡았다. 수요를 예상해 제품을 만들어 창고에 쌓아두는 게 아니라 주문 접수 후 제품을 제조해 유통하는 방식이다.1997년 당시 애플은 미국 새크라멘토와 아일랜드, 싱가포르에 공장을 두고 있었다. 잡스는 복귀 이후 제조 단계의 일부를 한국, 중국 등의 협력업체에 맡기기 시작했다. 쿡은 소수의 공급업체를 선별했고 거의 모든 부문을 아웃소싱으로 전환했다. 아이맥 G3의 경우 처음에는 대부분 애플의 자체 공장에서 제조했지만 곧 LG전자에 생산 대부분을 위탁했다.아웃소싱의 가장 큰 이유는 재고 축소였다. 애플이 1996년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이유도 재고 관리 비용 때문이었다. 쿡은 컴팩에서와 마찬가지로 제조 공장에서 곧바로 배송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창고가 있으면 재고가 쌓인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쿡이 애플에 합류한 지 7개월 만에 재고는 ‘30일치’에서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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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CEO "반도체 공급난 2년 더 간다"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의 펫 겔싱어 최고경영자(CEO·사진)가 반도체 공급난이 2024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도체업계가 제조 장비 수급난을 겪으면서 예상보다 생산설비 확장 속도가 둔화됐다는 이유에서다.겔싱어 CEO는 28일(현지시간) 인텔의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업계 전반적으로 반도체 제조 장비가 부족한 상태”라며 “공급량을 늘리려는 반도체업계에 악영향을 줘 공급 속도가 정체되고 있다”고 말했다.당초 겔싱어 CEO는 2023년에는 반도체 공급난이 해소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인텔의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반도체업계에서 생산량을 늘리려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생산 설비가 확장하는 2023년 즈음에 반도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 장비 수급난을 겪자 이번에 전망을 바꿨다.다만 겔싱어 CEO는 인텔은 제조 장비 수급 사태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앞으로 수년간 미국, 유럽 등에 신규 공장을 짓는데 현재 상황이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장 신축과 반도체 제조 장비 투자에 270억달러(약 34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인텔은 이날 올해 1분기 실적이 매출 184억달러(약 23조993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감소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동안 재택근무로 호황을 누린 개인용 PC·노트북 수요가 줄고, 애플이 자체 PC프로세서를 생산하자 인텔의 PC용 반도체 판매가 감소했다고 CNBC는 분석했다.겔싱어 CEO는 인텔의 2분기 매출이 180억달러(약 22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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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만에 돌아온 외국인…삼성전자 4%대 상승
연일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던 삼성전자가 오랜만에 날아올랐다. 28거래일 만에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된 영향이다.29일 삼성전자는 4.01% 오른 6만7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약 1010억원어치 사들였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순매수한 것은 지난 3월 28일 이후 28거래일 만이다.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52주 신저가를 10번 경신했다. 급등한 원·달러 환율과 커지는 경기 둔화 우려가 외국인 매도세를 자극했다. 외국인은 지난 1~28일 삼성전자를 3조525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 28일 기준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0.93%로 2016년 11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주가가 6만원대 초반까지 내려오면서 저가 매수세가 들어왔다는 분석이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악재가 쌓이면서 공매도 규모를 늘렸던 투자자들이 공매도 포지션 청산을 위해 쇼트커버링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며 “포트폴리오에서 오랫동안 삼성전자를 비워뒀던 기관투자가도 다시 삼성전자를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인플레이션, 중국 주요 도시 봉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삼성전자를 둘러싼 악재가 소멸되는 하반기 삼성전자는 본격적으로 반등을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단기 저점은 역대 주가순자산비율(PBR) 평균 저점 지점인 1.2배(약 6만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저가 매수가 가능한 가격대로 진입 중”이라고 말했다.삼성전자가 이날 강하게 반등했지만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했다. 김동원 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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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바닥 찍었나…드디어 삼성전자 찾은 외국인
삼성전자 주가가 6거래일만에 장중 반등하고 있다. 28거래일만에 외국인 순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된 영향이다. 삼성전자 주가 향방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중국 주요 국가 봉쇄 등으로 인해 반도체 수요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와 "주가가 너무 싸졌다"는 의견이 맞붙고 있다. ○28거래일만에 삼성전자 사들인 외국인29일 오후 1시50분 기준 삼성전자는 3.55% 오른 6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오후 1시20분 기준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약 1281억원어치를 사들이고 있다. 이날 장 마감까지 외국인 순매수세가 유지된다면 외국인은 지난 3월28일 이후 28거래일만에 삼성전자를 사들이는 것이 된다. 삼성전자는 이달들어 52주 신저가를 10번 경신했다. 외국인은 지난 1~28일 삼성전자를 3조525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사상 최대 수준의 1분기 실적을 발표했던 지난 28일조차 장중 6만45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달러당 1270원대까지 급등한 원·달러 환율과 커지는 경기 둔화 우려가 외국인 매도세를 자극했다. 지난 28일 기준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0.93%로 지난 2016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가가 6만원대 초반까지 내려오면서 저가 매수세가 들어왔다는 분석이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악재가 쌓이면서 공매도 규모를 늘렸던 투자자들이 숏커버링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며 "주가가 많이 내려오면서 포트폴리오에서 오랫동안 삼성전자를 비워뒀던 기관 투자자도 다시 삼성전자를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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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22에 칩 공급…퀄컴, 사상 최대 매출
퀄컴이 스마트폰 반도체 판매 증가에 힘입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이 호실적을 견인했다.퀄컴은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후 2분기(1~3월) 실적을 공개했다. 이 기간 매출은 111억6000만달러(약 14조21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주당순이익(EPS)은 3.21달러로 1년 전보다 69% 늘었다. 매출과 EPS 모두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깜짝 실적’에 퀄컴 주가는 장 마감 후 시간외거래에서 6.33% 뛰어올랐다.매출 비중이 가장 큰 스마트폰 반도체 부문의 활약이 돋보였다. 퀄컴의 스마트폰 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63억4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59억1000만달러)를 웃돌았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갤럭시S22에 장착되는 AP 가운데 스냅드래곤 비중은 올해 75%로 확대됐다.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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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1분기 매출 첫 12조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매출이 1분기 기준 처음으로 12조원을 넘겼다. 1분기는 통상 반도체 산업 비수기로 여겨지지만, 메모리 반도체 호조와 지난 연말 자회사로 편입된 솔리다임(인텔의 낸드사업부) 매출 증가 등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매출 12조1557억원, 영업이익 2조8596억원을 달성했다고 27일 밝혔다. 매출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11조7479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전년 1분기(8조4942억원) 대비 43% 증가했다. 반도체산업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1분기 8조7197억원도 웃돌았다.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공급망 불안 등 어려운 사업 환경에서 일부 정보기술(IT) 제품 소비가 둔화됐다”면서도 “고객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한편 수익성 관리에 집중하면서 호실적을 올렸다”고 설명했다.영업이익은 역대 1분기 기준 2018년(4조3673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전년(1조3244억원)보다 115.9% 늘었다. 다만 1분기 중 3800억원 규모의 일회성 판매보증충당부채로 인해 컨센서스(3조344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회사 측은 “과거 판매된 일부 D램 제품에서 품질 저하 현상이 발생했다”며 “원인 분석을 마쳤고 고객 협의를 거쳐 제품 교환 등 보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1분기에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긴 했지만, 사업 일정이 예정대로 잘 진행돼 이후 분기 실적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SK하이닉스는 최근 메모리 사이클의 변동성과 주기가 축소되면서 메모리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10나노급 4세대(1a) D램과 176단 4D 낸드 제품의 수율을 높이며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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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비에스엔티 새 주인에 키움캐피탈 컨소시엄 낙점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윌비에스엔티의 새 주인으로 키움캐피탈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윌비에스엔티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사모펀드(PEF) 운용사 웰투시인베스트먼트와 ACPC PE는 지난 22일 키움캐피탈 컨소시엄과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키움캐피탈 컨소시엄은 윌비에스엔티의 지분 100%를 1000억 후반대에 인수하는 내용의 MOU를 맺고 매각 작업을 본격화했다. 여러 원매자들이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키움캐피탈이 가장 좋은 조건과 인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IB업계 관계자는 "키움캐피탈이 적극적으로 인수 의지를 밝혀 MOU를 체결한 것으로 안다"며 "매도측에서 여러 차례 제안을 받을 계획이었지만 한 번의 제안만 받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앞서 웰투시와 ACPC PE는 2019년 11월 카무르PE로부터 윌비에스엔티 지분 100%를 약 700억원에 인수했다. 애초 윌비에스엔티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방침이었지만 경영권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올해 3월 삼정KPMG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한 뒤 원매자를 찾아나섰다.키움캐피탈 컨소시엄에는 반도체 사업과 관련된 전략적 투자자(SI)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키움캐피탈은 재무적 투자자(FI)로서 컨소시엄을 꾸린 것일 뿐 실제 반도체 사업 시너지를 위해 뛰어든 곳은 따로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매각 금액은 1000억 후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에선 1600억~1800억원 사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키움캐피탈 컨소시엄이 인수를 마무리하게 되면 웰투시와 ACPC PE는 약 2년 반만에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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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화된 '취업 제한'에 묶인 삼성 리더십…투자·M&A 올스톱 됐다
‘일본의 조락(凋落).’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2월 내놓은 ‘반도체 부활을 위한 기본전략’ 보고서에서 1990년대 이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이 쇠퇴한 것을 이같이 표현했다. 실제 일본의 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은 1988년 50.3%를 정점으로 1990년대 들어 곤두박질치기 시작해 작년 말 10.0%까지 추락했다. 1990년대 저가의 소형 메모리반도체를 원하는 시장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 게 결정타였다.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일본 반도체 기업들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 반도체 사업 진출(1983년), 신경영 선언(1993년), 스마트폰 진출(2008년) 등 사업의 판도를 바꾼 중요한 의사결정 때마다 보여준 리더십에 공백이 생겨 반도체 패권을 거머쥘 중장기 비전이나 투자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사문화된 ‘취업 제한’에 묶여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시 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경제계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위태로운 ‘삼성 반도체 패권’1980년대 미국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시장을 제패한 일본이 1990년대 들어 삼성에 밀린 데는 경영자의 판단력과 결단력 부족이 결정적이었다. D램 수요가 대형 컴퓨터에서 개인용 컴퓨터(PC)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도 이런 시장의 흐름을 놓친 이유가 컸다. 일본 히타치제작소 연구원 출신인 유노가미 다카시는 자신이 쓴 책 《일본 반도체 패전》에서 “일본 기업은 ‘과잉 기술·과잉 품질’이란 병에 걸려 세계 시장의 빠른 흐름에 대처하지 못하고 D램 생산시장을 한국 등에 내주고 몰락했다”고 분석했다.최근 삼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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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리더십 부재…日 반도체 몰락 전철 밟나"
“삼성전자에는 이건희가 있었다. 하지만 (일본) 히타치나 도시바, NEC에는 그런 인물이 없었다.”2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설립자 모리스 창은 최근 대만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1980년대 미국과 함께 세계 반도체산업을 주도한 일본이 1990년대 PC용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서 낙오해 한국에 밀리게 된 이유를 설명하면서다. PC에 적합한 저가·소형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기로 한 이건희 삼성 회장의 과감한 결단과 전문경영인의 실행력이 한국 반도체산업의 전성기를 일궈냈다는 분석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제계에선 삼성전자의 ‘반도체 패권’이 위태롭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를 둘러싼 국가 간 전쟁에서 한국이 밀리는 데다 무엇보다 수년 뒤 미래를 내다보고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확고한 리더십이 삼성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중장기 전략의 구심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작년 8월 가석방됐지만 여전히 ‘취업제한’에 묶여 삼성전자 경영에 적극 나설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요 경제단체는 한국 반도체산업을 지키기 위해 이 부회장 사면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부회장은 “반도체 투자, 인수합병(M&A) 등 큰돈이 드는 사안은 기업 경영을 책임지는 리더의 결단 없이는 어렵다”고 지적했다.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중장기 투자전략 부재가 한국 반도체산업의 위기를 넘어 경제안보에 심각한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경쟁자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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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 1분기 영업이익 21% 감소
지난해 사상 최대 연간 매출을 달성한 현대모비스가 원자재 공급난과 물류비 상승 영향으로 기대를 밑도는 1분기 실적을 내놨다.현대모비스는 올 1분기 매출이 11조3082억원, 영업이익이 386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2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1% 줄었다. 영업이익은 시장 추정치(5008억원)보다도 22.7% 적었다.회사 측은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길어지고 있는 데다, 글로벌 해운대란으로 운송비가 1450억원가량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판매관리비로 전년보다 20.8% 많은 8568억원을 지출했다.현대모비스는 2분기 이후 경영 환경이 점차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고부가가치 부품 매출이 늘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비중이 50%를 넘어선 영향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상황 역시 조금씩 개선되는 추세다.회사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매출 비중이 1.5%가량으로 낮아 큰 부담은 아니며 상황을 봐서 영업 재개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품 가격 협상에 대해선 “일부 부품은 가격을 인상했고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인 부품도 많다”고 설명했다.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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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워진 반도체 공정에 웃는 소부장 업체…"매력 높아진 ISC·티에시이 주목"
반도체의 공정 미세화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원익QnC, 하나머티리얼즈, 티에스이, ISC 등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반도체 공정 난이도가 오를수록 관련 수요가 늘어 향후에도 주가 상승 여력이 높다는 분석이다.21일 반도체 소켓 제작업체 ISC는 3.62% 오른 3만5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업체는 이달 들어 주가가 19.86% 올랐다.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쿼즈(석영)를 제조하는 원익QnC는 같은 기간 주가가 14.78% 올랐다. 소켓업체인 티에스이는 17.75%, 반도체 식각 공정 소재인 일렉트로드를 생산하는 하나머티리얼즈는 14.66% 각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이 기업들이 상장돼 있는 코스닥 지수는 1.07% 하락했다.이들은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핵심 소재 또는 장비를 제조한다. 부품·소재 업체들의 경우 반도체 공정 기술 발전에 따른 소모품 소비가 늘어난 것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회로 선폭이 5나노미터(nm) 이하로 미세화되면서 공정 난이도 역시 크게 상승했는데, 회로 패턴을 새긴 뒤 불필요한 부분을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세정하는 ‘식각’ 공정의 난이도가 크게 올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오강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공정 난이도가 상승하면서 부품의 교체 주기가 짧아졌고, 내구성이 좋은 신규 부품 수요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반도체 출하 전에 마지막으로 제품의 전기적 특성을 검사할 때 쓰는 ‘테스트소켓’을 제작하는 업체들도 높은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주요 소켓 업체로는 티에스이, ISC 등이 꼽힌다.오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시장 소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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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급난은 애피타이저…더 센 전기車배터리 대란 온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미국 전기차업체 리비안의 로버트 스캐린지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전기차 배터리 공급 부족을 경고했다.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캐린지 CEO는 일리노이주 공장에서 “세계 배터리 셀 생산량을 합쳐도 전기차 제조사 수요량의 10%에도 못 미친다”며 “배터리 공급망의 90~95%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리비안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출신 엔지니어인 스캐린지 CEO가 2009년 설립한 전기차 업체다. 픽업트럭과 상용차 등을 주력 모델로 내세워 테슬라의 대항마로 떠올랐다.스캐린지 CEO는 전기차 시장이 현재 수백만 대에서 10년 뒤 수천만 대까지 확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배터리 공급난이 전기차 확산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기차 배터리 원료 채굴부터 가공, 배터리 셀 제작까지 모든 과정에서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반도체 부족 현상은 애피타이저(전채요리)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또 “현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반도체 칩을 초과 매수하고 재고를 비축해 반도체 수급난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배터리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국제 원자재 시장조사기관인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BMI)에 따르면 전기차 핵심 동력원인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는 2015년 59GWh에서 지난해 400GWh로 급증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친환경 에너지업체들도 배터리 확보에 주력해 공급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화력발전 의존도를 낮추려 청정에너지 산업에 힘을 실었다. 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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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형님 움직이자…반도체株 모처럼 웃었다
최근 하락세였던 반도체 관련주가 오랜만에 상승 곡선을 그렸다. 삼성전자가 설비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증권가 전망이 나온 게 영향을 미쳤다.19일 KRX 반도체 지수는 3.53% 오른 3767.78을 기록했다. 이 지수 상승률이 하루 3%를 넘긴 것은 지난달 18일 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0.90% 상승한 6만7300원, SK하이닉스는 3.21% 오른 11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 장비업체 및 후공정 관련 업체의 주가도 일제히 올랐다. 원익IPS는 10.78% 상승했고 고영(8.11%) 유진테크(6.69%) 티씨케이(5.91%) 주성엔지니어링(5.69%) 이오테크닉스(5.54%) 등도 강세를 보였다.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설비투자 규모를 최대 35조원까지 늘릴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가 1.88% 오르는 등 미국발 훈풍도 국내 반도체주 상승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장비 품귀현상과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삼성전자의 설비투자 금액이 상승하고 있다”며 “올해 2분기 D램 가격도 시장의 우려보다는 양호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배태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