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30일 13:31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M&A 법률자문
기업M&A 법률자문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올해 기업과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인수합병(M&A)을 하는 과정에서의 '리갈 리스크'를 걸러내주는 법률자문 분야에서 단 한차례도 1위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최근 들어 M&A 자문을 강화하고 있는 화우는 6위를 차지해 5대 대형로펌들을 턱밑까지 바짝 추격하는 쾌거를 이뤘다.

30일 한국경제신문과 에프앤가이드가 공동으로 2020년 3분기 기업 인수합병(M&A) 실적을 집계한 결과 김앤장은 M&A 전략의 법률자문 부문에서 발표 기준(본계약 체결 시점 기준으로 집계한 경영권 거래·사업부 및 영업양수도 포함)으로 왕좌를 지켰다. 지난해에 이어 '역시 김앤장'이란 타이틀을 지켜냈다는 평가다.

김앤장은 올 한해 총합 30조2228억원 규모의 경영권 거래들에 참여했다. 거래 건수로도 62건을 성공시켜 다른 로펌들의 2배 이상 실적을 뽐냈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10조3104억원)에서 김진오, 이경윤, 이영민 변호사 등이 주축이 돼 SK하이닉스 측의 법률 검토를 도왔다.

김앤장은 올해 3월 대형 거래였던 KB금융그룹의 푸르덴셜생명 인수(2조2650억원)를 도와 상반기 1위도 차지했었다. 하반기에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2조6000억원),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로봇개발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9558억원) 등을 자문했다. 김앤장의 자문을 받은 한 고객은 "김앤장은 본계약 체결뿐만 아니라 거래를 완성할 때까지 완벽하게 자문을 돕는다"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리스크 요소를 알려줄 때는 '이래서 김앤장이구나' 싶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2위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에서 인텔 측의 막판 한국 법률 검토 등을 도운 태평양이 차지했다. 거래 건수는 26건이었지만, 1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거래를 성사시키는 자문단에 참여하면서 올해 총합 14조7914억원 규모의 실적을 올렸다. 최근 태평양에 영입된 김경석 미국변호사가 SK하이닉스-인텔 거래에서 톡톡한 역할을 해낸 것으로 알려졌다. 태평양은 상반기 LG화학의 편광판 사업부 매각 거래(1조3365억원) 뿐만 아니라 쥬비스다이어트 매각(2420억원), 골프장 더플레이어스CC 매각(1700억원) 등 중소형 거래를 두루 섭렵했다.

'M&A 간판 스타' 김상곤 변호사 등이 활약하고 있는 법무법인 광장은 총합 12조209억원 규모에 달하는 57건의 바이아웃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3위에 안착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중국 쑤저우 LCD모듈제조법인 지분 매각(인수자 중국 TCL), EMC홀딩스 매각(인수자 SK건설), 대한항공 기내식·기내면세사업부 매각(인수자 한앤컴퍼니) 등에서 광장은 김앤장의 카운터파트로서 인수자 측 고객의 법률 리스크를 점검하는 협상을 성공적으로 자문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거래에서도 광장의 PEF팀을 이끄는 문호준 변호사가 계약 검토 등을 주도했다.

세종과 율촌은 아슬아슬한 차이로 각각 4위(36건, 6조6849억원)와 5위(38건, 6조4138억원)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세종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두 국적 항공사 통합을 주도한 산업은행을 도왔다. 율촌은 상반기 '핫딜'인 푸르덴셜생명 매각(2조2650억원) 거래를 자문했다.

눈에 띄는 것은 올해 3분기부터 6위를 차지하고 있는 화우의 약진이다. 엘리트 법관 출신인 정진수 대표변호사와 김성진 변호사가 기업M&A팀을 이끌고 있는 화우는 대한항공 기내식·기내면세 사업부 매각 거래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때도 김앤장과 함께 대한항공 측을 도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한진그룹 측이 과거 송무를 맡겼던 정진수 대표변호사의 실력과 성품을 눈여겨 본 뒤 기업 자문에서도 화우를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화우는 이밖에도 포스코플렌텍 매각(600억원) 등 중소형 거래까지 총 21건, 4조1685억원의 거래를 휩쓸었다.

세종 출신의 이성훈 변호사가 이끄는 KL파트너스와 역시 세종-KL파트너스를 거친 김영주 변호사가 설립한 LAB파트너스가 나란히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