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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매출 1兆 남양유업, 배당 고작 8억…'주주 푸대접'에 발목잡힌 증시
남양유업은 적자가 난 2020~2022년을 제외하면 최근 20년 동안 연평균 200억~3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이 회사가 주주들에게 배당한 금액은 연간 8억원 남짓이었다. 배당수익률은 0.1%에 못 미쳤다. 매년 하는 설비투자를 제외하면 신규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것도 아니다. 지난달 24일엔 한화투자증권이 이 회사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내 화제가 됐다. 이 회사가 기업설명회와 애널리스트 탐방 등을 허용하지 않다 보니 2017년 이후 보고서가 나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네이버는 실적, 기업설명회 개최 등을 공시할 때 기업설명(IR)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 등을 기재하지 않는다. 실적 공시에는 네이버 대표번호를 기재하는데 이 번호로 전화해 IR 담당자를 바꿔 달라고 해도 통화는 할 수 없다. 한 전문가는 “네이버가 2022년 미국의 중고품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를 인수할 때 포시마크 공시에 네이버 IR 담당자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가 기재돼 있었다”며 “국내 기업이 투자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IR 하는 회사, 4분의 1 미만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 중에는 꼬박꼬박 현금을 벌어들이는 ‘현금 부자’ 기업이거나 특정 분야의 독점적 지배력을 갖춘 기업인데도 주주와의 소통에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렇게 장기간 이어진 일부 기업의 ‘주주 푸대접’ 관행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의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기업의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인 연간 실적 공시 후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거나 증권사 애널리스트 및 언론 취재 요청, 주주의 IR 개최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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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선 연구위원 "엔켐 같은 떡잎 찾으려면 매일 리포트 읽어라"
“시장이 안 좋아도 경쟁력 있는 스몰캡(중소형주)의 주가는 버팁니다. 열심히 탐색해 좋은 종목을 찾는다면 언제나 좋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죠.”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사진)은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국내 증권가에서 스몰캡을 가장 오래 담당한 애널리스트다. 그는 정보기술(IT) 기업 엔지니어로 8년을 일한 뒤 1999년 증권업계에 발을 들였다. 유진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건 2009년이다.박 연구위원은 “중소형주가 일반적으로 대형주에 비해 변동성이 큰 건 사실이지만 언제나 그런 건 아니다”며 “시장 상황이 안 좋으면 대형주는 매도 물량이 우르르 나오면서 주가가 빠지는 걸 피할 수 없지만 경쟁력 있는 소형주는 주가가 버텨주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는 “경제 공황이나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수혜 중소형주는 나오기 마련”이라고 했다.박 연구위원은 배터리용 전해액 개발사인 엔켐을 그 사례로 들었다. 엔켐은 양극재 등 다른 배터리 소재주가 오르는 동안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올 들어 뒤늦게 재평가를 받았다. 전해액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으며 지난해 12월 초부터 이날까지 211.89% 올랐다.박 연구위원은 “이런 종목이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 같지만 시장에서는 관련 신호가 계속 나온다”며 “매일같이 쏟아지는 증권사 리포트를 주의 깊게 탐독하다 보면 그 신호를 미리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코프로 역시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고, 오래전부터 휴대폰 2차전지(재충전이 가능한 전지) 분야에서 경쟁력을 쌓아왔다”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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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판매 플랫폼 헤이딜러, 산은 등서 450억 투자 유치
중고차 플랫폼 헤이딜러를 운영하는 피알앤디컴퍼니가 450억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 유치로 이 회사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1000억원 안팎까지 증가했다.이번 투자에는 산업은행,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IMM 등이 참여했다. 헤이딜러는 ‘중고차 숨은 이력 찾기’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헤이딜러 누적 가입자는 1300만 명이며 누적 거래액은 10조원 이상이다.한 투자사 관계자는 “헤이딜러 제로 등 쉽고 편하게 중고차를 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로 단기간에 회사가 성장했다”며 “중고차 정보의 투명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장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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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PBR 테마 랠리, 얼마나 지속될까?
정부가 예고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 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국내 증시 향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가는 그동안 저PBR주의 디스카운트가 심했기 때문에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수익성 개선 없이 ‘PBR 테마’에 의존하는 장세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2일 증권가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평균 PBR은 0.9배다. 4~5배 수준인 미국 S&P500지수, 2배 정도인 닛케이225지수와 비교해 한국 증시가 많이 저평가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과도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이들은 기초체력(펀더멘털) 측면에서 저PBR주 반등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코로나19 이후 성장주 위주로 재편되면서 저PBR 종목들은 소외돼왔다”며 “이런 종목들이 주도주와 격차를 좁히고 있어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했다.PBR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이 반영된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기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대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주가치 제고의 핵심은 주주환원 확대”라며 “실적 성장이 담보돼야 주주환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PBR뿐만 아니라 PER도 투자 판단에 함께 참고해야 한다”고 했다.저PBR 종목의 상승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환원 테마주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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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0억 초대형 ETF 나온다…미래에셋, 금리형 시장 정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양도성예금증서(CD) 1년 만기 금리를 추종하는 금리형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한다. CD 1년 만기 금리를 추종하는 국내 첫 번째 ETF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 ETF를 2300억원 규모로 상장할 예정이다.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를 오는 6일 신규 상장한다고 1일 밝혔다. 이 ETF는 1년 만기 CD금리를 추종해 국내 상장 금리형 ETF 중 가장 높은 이자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비슷한 유형의 ETF는 모두 만기가 더 짧은 91일 만기 CD금리를 따른다.CD금리는 통상 만기가 길수록 이자율이 높다. 이날 기준 CD 1년 만기 금리는 연 3.65%로, 과거 3년간 91일 만기 금리에 비해 평균 0.28%포인트 높다.매일 이자를 지급해 하루만 투자해도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CD 1년 만기 금리의 하루치 이자가 매일 복리로 쌓이는 구조여서 투자금이 불어나는 일복리 효과도 누릴 수 있다.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 상품이 은행 정기예금과 파킹통장, 머니마켓펀드(MMF) 등 현금성 상품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은행의 1년 정기예금 수준 금리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면서 환금성은 더 높아서다. 김남기 미래에셋운용 ETF운용부문 부사장은 “은행 예금은 어느 시점에 가입하는가에 따라 투자 유불리가 달라지고, MMF는 채권을 편입하고 있어 금리가 오르면 자본 손실이 발생한다”며 “반면 이번 신규 상장 ETF는 시장금리 변동을 매일 반영하기 때문에 투자 시점과 금리 향배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통상 100억원 안팎에서 신규 상장하는 ETF와 달리 2300억원 규모로 상장한다. 국내 상장 금리형 ETF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조(兆) 단위 뭉칫돈이 몰리는 금리형 E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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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물 CD액티브 ETF 나온다…"금리형 투자 끝판왕"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양도성예금증서(CD) 1년물 금리를 추종하는 금리형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한다. CD 1년물 금리를 추종하는 국내 첫 ETF다. 하루만 보유해도 1년물 금리 기반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1년물 CD금리 추종…금리 향배 걱정없이 투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를 오는 6일 신규 상장한다고 1일 밝혔다. 김남기 미래에셋운용 ETF운용부문 부사장은 “금리형 ‘끝판왕(최고)’ 상품”이라며 “ETF 거래가 처음 등장했을 때 펀드 투자의 혁신을 이끈 것처럼 이번 ETF도 기존에 없던 시장 혁신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 ETF는 1년물 CD금리를 추종해 국내 상장 금리형 ETF 중 가장 높은 이자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비슷한 유형 ETF는 모두 만기가 더 짧은 91일물 CD금리를 따르기 때문이다. CD금리는 통상 만기가 더 길수록 이자율이 높다. 이날 기준 CD 1년물 금리는 연 3.65%로 과거 3년간 91일물 금리에 비해 평균 0.28%포인트 더 높다. 같은 기간 KOFR(한국무위험지표금리)와 비교해도 CD 1년물 금리가 평균 0.48%포인트 높다.매일 이자를 지급해 하루만 투자해도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CD 1년물 금리의 하루치 이자가 매일 복리로 쌓이는 구조라 투자금이 불어나는 일복리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 상품이 은행 정기예금과 파킹통장, 머니마켓펀드(MMF) 등 현금성 상품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은행의 1년 정기예금 수준 금리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면서 환금성은 정기예금보다 더 높아서다. 김 부사장은 “은행 예금은 어느 시점에 가입하는가에 따라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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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株 '주르륵'…코스닥 800 깨졌다
코스닥지수 800선이 2개월여 만에 무너졌다. 전 분기 실적 발표, 미국 기준금리 동결 등 중소형주 주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이벤트를 앞두고 투자자의 경계심이 커진 탓이다. 정부가 최근 “저(低)밸류 종목의 주가를 올리겠다”고 나서면서 고(高)밸류 종목이 모인 코스닥시장 투자심리가 악화한 것이 지수 급락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31일 코스닥지수는 2.40% 떨어진 799.24에 마감했다. 월초보다 7.53%, 단기 고점(1월 9일) 대비 9.53% 떨어진 수치다. 코스닥지수가 800 아래로 내려간 건 지난해 11월 17일(799.06) 후 2개월여 만이다. 이날 에코프로비엠(-2.95%) 에코프로(-1.95%)를 비롯한 2차전지주와 HLB(-2.87%) 알테오젠(-4.33%) 등 바이오주, HPSP(-3.54%) 리노공업(-5.51%)을 비롯한 반도체 장비주 등이 두루 고꾸라졌다. 외국인(-838억원)과 기관(-1227억원)의 순매도가 지수 하락의 주요 배경이었다. 개인이 2125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이날 코스닥시장이 파랗게 질린 건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전기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2차전지 관련 종목이 잇달아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 코스닥시장은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시총 1, 2위로 2차전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삼성전자가 ‘어닝쇼크’를 내는 등 반도체 시장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반도체 장비주에 부담이다.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차전지 공장의 가동률이 낮아지고 재고가 쌓이자 관련 종목의 주가가 높다는 인식이 퍼졌다”며 “코스닥 시총 1, 2위가 흔들리면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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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이상 과열' 정치테마주 특별단속
금융감독원은 정치테마주를 활용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특별단속에 들어간다고 31일 밝혔다.금감원에 따르면 정치테마주는 대부분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 소형주다. 최근 들어선 주가 과열 양상이 뚜렷하다.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별 근거 없이 정치테마주로 묶인 종목에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수급이 몰려서다.주요 정치테마주의 시총은 지난해 10월 4일 3조8118억원에서 지난 23일 4조2286억원으로 10.9% 불어났다. 금감원이 집계하는 정치테마주지수는 작년 10월 초 대비 최고 53.80% 수준까지 올랐다. 금감원은 이상 급등한 정치테마주에 대해 정밀 분석을 벌이고 있다. 특정 세력이 선행매매한 뒤 텔레그램, 주식 커뮤니티 등을 통해 ‘기업 경영진이 유력 정치인과 친분이 있다’는 식의 풍문을 유포했는지 등을 따져보고 있다.선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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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친구래" 롤러코스터 타는 정치테마주에…금감원 '결단'
금융감독원이 정치테마주를 활용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특별단속에 나선다.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별 근거가 없이 정치테마주로 묶인 종목들이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감독원은 다음달 1일부터 정치 테마주 관련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정치테마주는 주가가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변동하는 게 특징이다. 선거를 앞둔 시기 초반에는 정치인의 인적관계와 연관된 정치인테마주에 시장 관심이 몰리고, 선거가 가까워질 수록 정치인의 공약이나 정책에 관련된 정책 테마주에 수급이 쏠리는 경향이 크다. 이중 정치인테마주는 유력 정치인이 특정 기업의 임원 등과 출신 지역·학교가 같다는 등의 단순한 이유로도 테마주로 묶인다. 정치인의 고향이나 선거구에 회사 본사가 있다는 근거로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도 있다. 정치테마주는 대부분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 소형주다. 특정 '세력' 등이 의도적으로 풍문을 퍼뜨려 주가가 오르내리기 쉽다고 금감원이 보는 이유다. 특히 최근들어 정치테마주 투자가 과열됐다는 게 금감원의 지적이다.주요 정치테마주의 시총은 지난해 10월4일 3조8118억원에서 지난 23일 4조2286억원으로 10.9% 불어났다.금감원이 집계하는 정치테마주 지수는 작년 10월 초 대비 최고 53.80% 수준까지 상승한 상태다. 작년 10월부터 지난 23일까지 정치테마주 일별 주가등락률은 최저 -9.81%에서 최고 10.61%로 집계됐다. 시장지수 일별 등락률(코스피 -2.71~5.66%, 코스닥 -3.50~7.34%)에 비해 변동성이 크다. 금감원은 "최근 주요 정치테마주는 일반 종목에 비해 평균 영업이익률이 낮은데도 실적과 관계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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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보릿고개 길어진다"…좀비 VC 판치고 자진 폐업 줄이어
문화·콘텐츠 분야 전문 투자사로 2022년 초 설립된 실버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하반기 벤처투자회사 라이선스를 반납하고 폐업했다. 문을 연 후 1년6개월 동안 펀드 결성을 한 건도 하지 못했다. 세 차례 모태펀드 출자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모두 탈락했다. 지난해 모태펀드 규모가 축소되면서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VC업계로 옮겨온 ‘벤처 한파’30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날까지 투자사 5곳의 벤처캐피털(VC) 등록이 말소됐다. 지난해 허드슨헨지인베스트먼트, 심포니인베스트먼트, 실버레이크인베스트먼트, 서울경영파트너스에 이어 올 초 이랜드그룹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인 이랜드벤처스까지 VC 사업을 포기했다. 한 중소형 VC 관계자는 “벤처시장 유동성이 심하게 축소되면서 신생 VC와 중소형 VC 중 폐업을 고려하는 곳이 많아졌다”고 했다.벤처투자조합(벤처펀드)을 운용하지 못하는 VC도 부지기수다. 유동성 축소 국면에 벤처투자시장 자체가 얼어붙으면서다.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시스템(DIVA) 기준 국내 VC 356곳 중 45곳이 벤처펀드 결성과 투자 집행을 하지 않았다. 펀드 결성은 VC 투자 업무의 첫 단추다. 펀드 결성 없이 고유계정(자본금)으로도 투자할 수 있지만 벤처펀드와 비교했을 때 투자 규모와 성과 면에서 차이가 크다.신규 펀드 조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사기로에 놓인 VC가 적지 않다.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등은 ‘1년간 미투자’를 이유로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자본잠식으로 경영 개선 요구를 받은 곳도 지난해 8곳, 올해 들어 1곳이다. 수년 전 만든 펀드 한두 개로 연명하고 있는 투자사도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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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돈줄…벤처 투자도 '개점휴업'
국내 벤처캐피털(VC)업계가 꽁꽁 얼어붙었다. VC 여덟 곳 중 한 곳은 지난해 펀드 결성 및 투자 실적이 전무하다. 유동성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자금 확보에 실패해 폐업하는 VC도 부쩍 늘었다. 자금줄 역할을 하는 VC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국내 스타트업 시장 전체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30일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시스템(DIVA)에 따르면 국내 VC 356곳 중 45곳은 지난해 벤처펀드 결성과 투자 실적이 아예 없었다. 벤처투자 시장이 경색되고 출자자(LP)들이 출자 규모를 축소하면서 펀드 결성 기회를 잡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한 중소형 VC 소속 심사역은 “모태펀드 출자 사업에 여러 차례 도전했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해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자금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재무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VC도 늘었다. 지난해부터 이날까지 자본잠식을 이유로 중소벤처기업부의 시정명령을 받은 VC는 9곳이다. 2021년(4곳), 2022년(6곳)보다 증가했다. 벤처투자법에 따르면 ‘자본잠식률 50% 미만’이라는 기준을 달성하지 못한 투자사는 자본금 증액 등 경영 개선 요구를 받고, 기간 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VC 라이선스 박탈 등 불이익을 받는다.‘좀비 VC’가 늘면서 VC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실버레이크인베스트먼트 등 VC 4곳의 등록이 말소됐다. 올해 들어서도 이랜드그룹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인 이랜드벤처스가 VC 라이선스를 반납했다.대기업이 세운 VC인 CVC 시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발광다이오드(LED) 제조사 서울반도체는 최근 CVC인 서울경영파트너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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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성장세 '브레이크'
테슬라가 올해 100억달러(약 13조3000억원)를 설비투자 등에 쓰고 이후 2년간은 투자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년간 급성장한 테슬라의 성장세 둔화가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에서 이번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자본지출(CAPEX)이 100억달러를 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지난 회계연도엔 89억달러를 자본지출로 사용했다. 2025~2026 회계연도 자본지출은 80억~100억달러 사이로 예상했다.테슬라는 올해 신차 출시를 준비하고 3개 대륙에 제조 공장을 신규 건설·확장하는 데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테슬라의 신차는 최근 실적 발표 때 언급한 2만5000달러짜리 저가형 전기차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내년 말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새 차량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범 추진 단계인 새 배터리셀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기인 슈퍼차저 인프라 확대, 인공지능(AI) 교육 및 제품 개발에도 투자한다.향후 투자가 줄어들 것이란 대목에서 테슬라의 성장세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 테슬라는 작년 4분기에 매출은 3% 증가(작년 동기 대비)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47% 급감했다는 저조한 실적을 발표했다. 과거 몇 년간 50% 이상의 차량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증가율은 38%에 그쳤다.이날 보고서를 통해 테슬라 주요 임원의 주식 매각 계획도 공개됐다. 로빈 덴홀름 이사회 의장과 앤드루 바글리노 파워트레인·에너지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부사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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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달 한국 증시 '글로벌 꼴찌'
코스피지수의 새해 첫 달 성적이 글로벌 주요국 주가지수 중 ‘꼴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주요 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 줄줄이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내놓은 데다 올해 전망치마저 대거 하향 조정된 영향이다. 일각에선 “한국 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질적으로 나빠지고 있다”는 우울한 관측도 나온다.‘위기설’ 나오는 중국보다 떨어졌다코스피지수가 30일 연초 대비 5.89% 하락한 2,498.81에 장을 마쳤다. 미국 S&P500지수가 연초부터 최근까지 3.31% 오른 것과 대비된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닛케이225지수(+7.77%), 유로스톡스50지수(+2.58%), 대만 자취안지수(+1.05%), 인도 센섹스지수(-0.41%) 등 다른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도 코스피지수의 흐름이 가장 나쁘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경기 침체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는 중국 상하이지수(-4.85%)보다 더 떨어졌다.코스피지수가 하락하는 가장 큰 원인은 실적 발표 기간을 맞아 기업들이 부진한 결과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전망치도 잇따라 하향 조정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3곳 이상 추정치 평균)가 있는 종목 중 이날 오전까지 잠정실적을 공시한 기업은 75곳이다. 이 중 4분의 1에 가까운 55곳이 컨센서스 대비 부진한 영업이익(금융 관련 업종은 순이익)을 발표했다. 예상치 대비 20% 이상 적거나, 흑자를 예상했지만 적자가 난 ‘어닝 쇼크’ 수준의 종목은 절반에 가까운 36곳이었다.실적 발표 절반이 ‘어닝 쇼크’실적 악화뿐만 아니라 산업 성장성 측면에서도 한국 증시가 주요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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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에 꽂힌 큰손…펩트론 1순위로 담았다
대형 증권사 고액 자산가들은 지난주 바이오주와 반도체 관련주를 집중 매수했다.28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를 이용하는 투자 고수(수익률 상위 1%)들이 지난주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비만 치료제 관련주인 펩트론이었다. 펩트론은 글로벌 제약사와 비만 치료제 기술 수출을 논의 중인 기업이다. 현대인이 겪는 여러 질환 원인이 비만인 만큼 비만 치료 관련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본 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투자 고수들은 SK하이닉스도 대거 사들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5일 작년 4분기 346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2022년 4분기 이후 다섯 분기 만이다.게임기업 펄어비스는 순매수 3위였다. 신작 발표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지난 6개월간 주가가 40% 내리자 저점 매수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오기업 알테오젠, 지씨셀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 계좌의 평균잔액이 10억원 이상인 사람들은 삼성SDI를 38억원어치 사들였다.선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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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부양책에 홍콩 지수 반등…ELS 투자자 "불행 중 다행"
홍콩 증시가 다소 반등하면서 올 상반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액이 3000억원가량 줄었다. 오는 하반기 만기를 맞는 H지수 ELS 중 일부는 손실 구간을 간신히 회피해 투자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다만 여전히 손실 규모가 수조원에 이르는 가운데 H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있어 투자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지수는 지난 23일부터 이날까지 7.16% 올랐다. 이날 1.98% 내린 5360.24에 마감했지만 뚜렷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국 정부가 22일 내놓은 경기 및 증시 부양 패키지의 영향이다. H지수가 올랐다는 건 최근 손실 위기에 처한 H지수 ELS의 손실액이 줄었다는 것을 뜻한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는 2~6월 만기가 돌아오는 H지수 ELS는 약 7조7000억원어치로 추산된다. 발행 당시(2021년 2~6월)부터 저점(1월 22일 5001.95)까지 H지수 하락폭이 50%를 넘기 때문에 당시 발행된 상품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손실 범위에 들어온 상태다. 저점 때는 당시 발행된 상품의 손실액이 4조2000억원에 달했다가 최근 지수 반등으로 손실 규모가 3조9000억원으로 감소, 약 3000억원어치 손실을 만회한 것으로 추산된다.오는 7월 이후에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도 상당수가 아직 손실 범위에 있다. 녹인형은 7월 만기 상품 일부가 녹인 구간을 찍은 상태고, 노녹인형은 내년 2월까지도 손실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H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녹인형 일부는 손실 위험을 간신히 피했다. 7월 만기가 돌아오는 H지수 ELS 중 일부는 기초자산값이 1%만 더 떨어졌어도 50% 녹인을 찍을 위기였으나 겨우 한숨을 돌렸다.양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