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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계열사, 공정거래위원회 노크한 까닭은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세종시 곳곳의 스타벅스에는 대기업 대관·홍보 관계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들이 가장 신경쓰는 부처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이다. 기업집단국은 2017년 신설된 뒤부터 삼성·SK·한화를 비롯한 대기업의 위법 행위를 적발·제재하면서 재계의 두려움을 불러왔다.최근 SK그룹 한 계열사가 로펌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와 공정위 기업집단국에 투자 관련 문의를 했다. 국내서 해외투자를 유치받는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등의 위반 여부가 없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과징금을 매긴 공정위 기업집단국에 SK그룹 계열사가 문의를 하면서 관가와 재계도 주목하고 있다.26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계열사 한 곳이 최근 산업부와 공정위에 합작투자 관련 문의를 했다. 지주회사 규제와 관련한 내용이다. SK그룹은 지주사인 SK㈜와 그 계열사들이 지주회사 규제를 적용받는다. 예컨대 SK㈜→SK이노베이션→SK에너지·SK온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형성했다. 공정거래법상 SK㈜를 비롯한 지주회사의 손자회사(SK에너지 등) 증손회사를 거느리려면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지주사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한 규제다. 만약 SK에너지와 SK온이 자회사를 세우려면 무조건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한다.예외 조항도 있다.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에 따르면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외국 투자를 받아 증손회사를 설립할 때는 예외적으로 지분 보유 조건을 100%에서 50%로 완화해준다. SK㈜ 손자회사인 한 계열사가 최근 증손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해외투자 유치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외촉법에 따라 해외투자를 받아 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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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5년 450조 '초격차 투자'
국내 주요 대기업이 수백조원의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투자액 대부분을 국내에 배정해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전기자동차 등 미래 전략산업의 초격차 확보를 기치로 내건 윤석열 정부 산업정책에 경제계가 보조를 맞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삼성 계열사들은 2026년까지 5년간 반도체와 바이오, 차세대 통신 등에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24일 밝혔다. 이 중 360조원을 국내에 투자해 8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란 슬로건을 내걸었다.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을 방문한 지 사흘 만에 나온 발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기술 고도화에 자금을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개 계열사도 2025년까지 4년간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한국을 ‘미래 사업의 허브’로 육성한다는 것이 투자안의 핵심이다. 전체 투자액의 절반이 넘는 38조원을 내연기관 제품 최적화에 투입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급격히 이뤄지면 국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를 감안한 행보로 풀이된다. 목적기반차량(PBV) 전기차 공장 신설을 비롯한 전동화사업에 16조2000억원,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에 8조9000억원을 투입한다.롯데그룹은 5년간 3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바이오의약품과 모빌리티 등 신사업 분야에 전체 투자액의 41%를 쏟아부을 예정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용유발 효과가 큰 대규모 복합몰 개발과 바이오의약품 공장 설립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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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조 승부수 띄운 이재용…삼성 '제2 반도체 신화' 쓴다
삼성이 향후 5년간 450조원의 초대형 투자를 결정한 데는 반도체 시장에서의 ‘초격차 리더십’을 확보하고 바이오·6세대(6G) 이동통신 등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의 캐시카우인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는 반면 차세대 먹거리 부문의 성장은 여전히 반도체에 비해 더디기 때문이다.삼성은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한·미 안보동맹에서 반도체가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만큼 반도체 시장에서의 패권 확보를 위해 선제적인 투자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AP와 EUV 투자 확대삼성전자는 독보적 시장 1위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2~3위 업체와의 격차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EUV는 반도체 미세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장비다. 삼성전자는 세계 유일한 EUV 생산업체인 네덜란드 ASML을 통해 향후 5년간 쓸 장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UV는 한 대에 2000억~3000억원가량 할 정도로 고가인 데다 한 해 생산량이 40대 안팎으로 제한돼 있어 돈이 있어도 미리 확보하지 못하면 갖출 수 없는 장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1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D램은 마이크론의 10㎚급 4세대 D램보다 선폭이 짧아 앞선 기술력으로 인정받는다”며 “시장점유율을 현재 약 44%에서 더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반도체 설계 부문인 팹리스에서는 고성능 저전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에 투자를 집중할 방침이다. AP 중에서도 갤럭시 시리즈 전용 AP 개발에 최근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파운드리 부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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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엔지니어링, 스마트 안전 스타트업에 40억원 투자
삼성엔지니어링이 스마트 안전 전문 기업인 지에스아이엘(GSIL)에 40억원을 투자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4일 GSIL에 지분투자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30억원을 투자해 GSIL의 지분 10%를 취득했으며 나머지 10억원은 스마트 안전 기술을 사업화는 데 투자할 예정이다.GSIL은 국내 스마트 안전관리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스마트 안전 플랫폼과 스마트 안전 장비, 위험 예측 분야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안전관리 플랫폼 공동 개발을 위해 협업해 왔다.삼성엔지니어링과 GSIL은 스마트 안전 기술을 사업화하는 데도 속도를 낸다.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안전 관리 플랫폼과 스마트 안전 장비 등을 구독형으로 확장하고,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스마트 안전 시장은 ESG 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 안전 법규 강화 등 사회적 안전 강화 요구에 따라 산업 전반에 걸쳐 지속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라고 말했다.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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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턴 공대 박사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투자로 이름 날린 비결 [황정수의 인(人) 실리콘밸리]
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CEO)는 실리콘밸리 한국인 동년배 사이에서 '김 대표'가 아닌 '김 박사'로 불린다. 미국 명문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따고 반도체 스타트업 투자로 이름을 날린 그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의미다. 김 대표가 투자한 퓨어스토리지(SSD 솔루션), 인프리아(EUV 노광장비용 포토레지스트) 등의 업체들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렸다. 인프리아는 2019년 일본의 포토레지스트 수출 규제 때 한국 산업의 방패 역할도 했다.김 대표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전문성만큼이나 훌륭한 게 그의 성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대표는 경험, 노하우, 지식을 타인과 나누는 데 인색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후배는 물론 실리콘밸리 진출을 모색하는 경쟁기업 사람들의 미팅 요청도 흔쾌히 수락한다. '먼저 손길을 내밀어야 나중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를 '실리콘밸리의 문화'라고 표현했다.최근 김 대표를 만나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의 성공 비결을 물었다. 그는 "전문성, 노하우만큼 중요한 게 상대방에 대한 이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종종 스타트업 입장에 서본다고 한다. '왜 이렇게 사업을 못해'가 아닌 '어떻게 도와줄까'를 고민하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투자하고 끝'이 아니라 투자한 회사를 함께 키우는 게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중요한 덕목이란 뜻이다. 창립 4주년을 맞은 LG테크놀로지벤처스 경영과 관련해서도 김 대표는 직원들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좋은 기업 문화가 뿌리내려야 회사가 성과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LG벤처스는 LG그룹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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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삼성家 4세' 남다른 사업수완…몸값 2조4000억 '뜀박질'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2014년 3월. 당시 30대 중반의 오너일가인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이 회사 경영진으로 합류했다. 조 부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장손녀이자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의 맏딸이다. 부친인 조 회장을 대신해 회사 경영을 주도할 조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경영진 합류를 놓고 주변의 의구심은 컸다.하지만 우려를 뒤로 하고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고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사업재편을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회사 시가총액도 그가 합류하기 직전과 비교해 8배가량 뛰었다. 몸값 2조4000억원 증가한솔케미칼은 지난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6500원 내린 24만2000원에 마감했다. 6일 이 회사 시가총액은 2조7431억원으로 집계됐다. 조 부회장이 경영진으로 참여하기 직전인 2014년 2월 말(주가 3만250원) 시가총액(3417억원)과 비교해 702.8%(2조4014억원) 불었다.이 회사 시가총액을 밀어 올린 것은 불어난 실적이다. 2013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170억원, 277억원으로 집계됐다. 2009년~2013년 영업이익은 200억~280억원 수준을 오갔다. 이 회사는 조연주 부회장이 합류한 이듬해부터 실적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19년 영업이익 1114억원을 거둬 1980년 출범한 이후 처음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1519억원, 197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2212억원으로 사상 처음 2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주가와 실적이 급속도로 좋아지는 만큼 국민연금과 기관투자가의 사랑도 받고 있다. 국민연금(12.69%) KB자산운용(5.03%) VIP자산운용(5.02%) 등이 이 회사 지분을 적잖게 보유 중이다. 테이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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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사벽 된 애플" 삼성전자의 탄식
애플은 2012년 10월 애플코리아 수장이던 도미니크 오 총괄을 경질했다. 삼성전자의 본고장인 한국에서 제품 판매가 부진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애플을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의 유일한 프리미엄 제품 업체로 남았다. 판매량에서는 2위지만 매출 기준으론 ‘부동의 1위’다. 애플과 삼성전자 간 스마트폰 매출 격차는 5년 새 1.9배(2017년)에서 2.7배(2021년)로 더 벌어졌다. 애플의 대당 판매가격(ASP·825달러)이 삼성전자(265달러)를 세 배 이상 웃돈 덕분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한때 특허전쟁까지 치르며 경쟁했는데 이제 우리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며 “애플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의 존재가 된 것 같다”고 탄식했다. 2011년 스티브 잡스에 이어 팀 쿡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를 때만 해도 시장은 반신반의했다.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면 “혁신적인 제품이 없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하지만 애플은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쿡이 취임할 당시 3490억달러이던 애플 시가총액은 지난 1월 장중 3조달러를 찍었다. 지난달 29일 2조5728억달러(약 3258조원)로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삼성전자(약 401조원)의 여덟 배 이상이다.쿡의 애플이 세계 최대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애플만의 생태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아이디로 아이폰, 맥북,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을 연결해 쓸 수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등 서로 다른 운영체제를 쓰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른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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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스’ 품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우량채 ‘AA급’ 등극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신용등급이 에피스 인수, 안정적인 매출 증가세 등에 힘입어 우량 신용등급인 ‘AA급’으로 상향됐다.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지난달 29일 공시했다.2011년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의약품을 위탁받아 생산하는 위탁생산(CMO)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파트너십이 강화되는 등 탄탄한 매출 기반을 갖춘 게 신용등급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511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영업이익은 1764억 원으로 같은 기간 137% 증가했다.삼성바이오에피스 인수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20일 바이오젠에 지분 인수 1차 대금(10억달러) 납부를 완료하고 100% 자회사로 공식 편입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연구개발 능력 내재화를 통해 사업역량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지난해 10월 부분 가동을 시작한 4공장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도 호재다. 인천 송도에 들어선 4공장은 공사비만 1조7400억원이 투입됐다. 세계 최대 규모 의약품 생산능력을 갖춰 추가적인 수주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 외에도 제2 바이오캠 퍼스 추가 용지매입(4260억원) 등이 진행 중이다.삼성바이오에피스 인수대금을 유상증자로 조달해 재무 부담을 최소화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3조2000억원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확보된 투자 재원은 에피스 지분 매입뿐 아니라 4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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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리더십 부재…日 반도체 몰락 전철 밟나"
“삼성전자에는 이건희가 있었다. 하지만 (일본) 히타치나 도시바, NEC에는 그런 인물이 없었다.”2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설립자 모리스 창은 최근 대만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1980년대 미국과 함께 세계 반도체산업을 주도한 일본이 1990년대 PC용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서 낙오해 한국에 밀리게 된 이유를 설명하면서다. PC에 적합한 저가·소형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기로 한 이건희 삼성 회장의 과감한 결단과 전문경영인의 실행력이 한국 반도체산업의 전성기를 일궈냈다는 분석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제계에선 삼성전자의 ‘반도체 패권’이 위태롭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를 둘러싼 국가 간 전쟁에서 한국이 밀리는 데다 무엇보다 수년 뒤 미래를 내다보고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확고한 리더십이 삼성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중장기 전략의 구심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작년 8월 가석방됐지만 여전히 ‘취업제한’에 묶여 삼성전자 경영에 적극 나설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요 경제단체는 한국 반도체산업을 지키기 위해 이 부회장 사면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부회장은 “반도체 투자, 인수합병(M&A) 등 큰돈이 드는 사안은 기업 경영을 책임지는 리더의 결단 없이는 어렵다”고 지적했다.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중장기 투자전략 부재가 한국 반도체산업의 위기를 넘어 경제안보에 심각한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경쟁자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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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쓸어담는 NH투자증권, SK에코플랜트 주관사 낙점
NH투자증권이 SK에코플랜트 기업공개(IPO)를 주도할 국내 대표 주관사로 선정됐다. 다음 달 상장하는 SK쉴더스, 원스토어에 이어 SK그룹 계열사의 상장 주관을 맡으며 IPO 강자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다. SK에코플랜트는 21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총괄할 주관사로 대표 주관사 3곳과 공동 주관사 2곳을 최종 선정했다. 국내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 외국계 대표 주관사는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각각 선정됐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동 주관사로 합류한다.향후 불거질 수 있는 증시 변동성 리스크에 대비해 상장 전략을 더욱 세밀하게 수립하기 위해 주관사단 규모가 예상보다 커졌다.SK에코플랜트는 조만간 킥오프 회의를 열어 전반적인 상장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 다수의 하우스가 주관사단에 합류하는 만큼 하우스별 역할 구분 등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산업과 회사에 대한 이해도, IPO 수행역량, 기업가치 산정 방식의 적정성 및 밸류업(Value-up) 전략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해 주관사 5곳을 선정했다”며 “해외투자자 유치의 중요성을 고려해 외국계 증권사를 모두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고 전했다.SK그룹 계열사 IPO 딜을 다수 수임한 NH투자증권이 다시 한번 대표 주관사를 맡으며 SK그룹과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주관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 공동 주관업무를 소화한 데 이어 다음 달에 상장하는 SK쉴더스, 원스토어의 대표 주관사도 맡고 있다.NH투자증권은 하반기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마켓컬리와 오아시스마켓, 케이뱅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의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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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팀 된 삼성 금융 5社, 핀테크 판 흔든다
삼성그룹 산하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자산운용 등 5개사가 공동 브랜드인 ‘삼성 금융 네트웍스(Samsung Financial Networks)’를 12일 선보였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 핀테크 업체의 ‘공습’이 격화되면서 각 계열사 간 협업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4일 출시되는 통합 모바일 앱인 ‘모니모’를 시작으로 다양한 비대면·디지털 혁신 서비스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글로벌 삼성’ 브랜드, 금융에 접목삼성 금융계열사들은 지난해 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을 모아 새 브랜드아이덴티티(BI) 도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그동안 각 사별로 느슨한 연대를 유지해왔지만 MZ세대 금융소비자의 변화된 욕구에 부응하고, 비대면 위주의 새 금융 환경에 대응하려면 각 사에 흩어진 자원을 결집해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이 과정은 철저히 ‘보텀업(상향식)’ 방식으로 진행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브랜드 전문가들이 모여 직원 대상 심층 인터뷰, 고객 패널조사, 전문가 리뷰 등 과정을 거쳤고, 직원 투표를 통해 최종 BI를 결정했다.새 BI는 ‘삼성(Samsung)’ 표기에 금융과 협업을 의미하는 ‘금융 네트웍스(Financial Networks)’를 영문으로 표시한 형태다. 전문성과 시너지를 높이고 금융 생태계를 넓혀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혼돈을 막기 위해 별도의 한글 BI는 만들지 않았지만, ‘삼성 금융 네트웍스’로 표기할 수도 있다. 그룹의 맏형 격인 삼성생명이 상표 등록을 마쳤고, 소유권은 공동으로 나눠 갖는 방안을 검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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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형 ETF' 판이 뒤집혔다…미래에셋, 20년만에 삼성 추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총액이 삼성자산운용을 추월했다. 2002년 국내에 ETF가 도입된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삼성자산운용이 1위 자리를 내줬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형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달 17일 삼성자산운용을 넘어섰다. 전날까지 16조249억원이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형 ETF 순자산이 이날 16조4656억원으로 4000억원 넘게 늘었다. 삼성자산운용은 16조1171억원에서 16조2289억원으로 1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쳐 추월을 허용했다.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형 ETF 순자산은 17조원까지 불어나며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형 ETF 순자산은 17조3104억원, 삼성자산운용은 16조8464억원으로 두 운용사 간 격차는 더 커졌다. 삼성자산운용의 주식형 ETF 시장 점유율은 2019년 48.1%에서 지난달 30일 37.6%로 내려앉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같은 기간 26.4%에서 38.7%로 올랐다.주식형에다 채권형, 파생형 등까지 모두 합한 ETF 순자산총액은 여전히 삼성자산운용이 1위다. 지난달 30일 기준 30조4827억원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27조4455억원)보다 3조원가량 많다.미래에셋자산운용이 주식형 ETF 분야에서 20년간 부동의 1위인 삼성자산운용을 제칠 수 있었던 것은 해외 기업에 투자하는 ETF를 발 빠르게 내놨기 때문이란 평가가 많다. 2020년 12월 상장한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가 대표적이다. 중국 전기자동차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이 ETF는 1년 만에 순자산이 3조원으로 불어나며 국내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ETF가 됐다.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에서 비중이 가장 큰 주식형(60%)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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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 데이터 신사업 뛰어든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아직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삼성카드가 데이터 결합 사업과 관련 스타트업 투자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삼성카드는 17일 주주총회에서 데이터 전문기관과 신기술사업금융업, 마이데이터,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업, 투자자문업 등을 정관상 사업 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마이데이터와 개인사업자 CB업, 투자자문업 등 세 가지는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사항이어서 당장 추진하기 어렵다. 삼성카드의 대주주인 삼성생명은 보험금 미지급 등 논란으로 지난달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중징계)를 받았다. 대주주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면 1년간 특정 사업에서 신규 인허가를 받을 수 없다.반면 데이터 전문기관이나 신기술사업금융업은 이런 대주주 요건이 없어 사업 추진에 별다른 제약이 없다. 데이터 전문기관 라이선스를 받으면 각종 금융·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삼성카드는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데이터 전문기관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현재까지 신한·비씨카드 등 경쟁사와 함께 시중은행, 신용평가사, 통신사 등 총 20여 곳이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올 상반기 3~4곳에 라이선스를 내줄 것으로 관측된다.삼성카드는 금융데이터거래소에 가장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2014년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기반의 개인 맞춤형 마케팅 시스템(링크 파트너)을 구축했다. 이 같은 빅데이터 노하우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신기술사업금융업은 혁신 기술을 갖춘 기업에 투·융자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성장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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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악몽' 더는 없다…삼성 '전략적 생산'으로 가격방어
삼성전자는 27일 2021년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사업 전략을 설명하며 ‘최적’이라는 단어를 여덟 번 썼다. 투자와 생산 규모를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적화 전략의 결과물인 ‘효율화’란 단어도 아홉 차례 사용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고객이 필요한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양이 아니라 질적 성장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2018년의 악몽’은 없다메모리 반도체업계는 ‘2018년의 악몽’을 겪은 후 반도체 가격 급등락을 막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당시 PC용 D램 가격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2018년 2분기 8.19달러까지 치솟았던 D램 가격이 2019년 말 2.81달러까지 고꾸라졌다.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판단한 업체들이 앞다퉈 생산량을 늘린 결과였다.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분기 생산 통계를 보면 삼성전자의 전략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회사의 D램 비트그로스(bit단위 생산량 증가율)는 전 분기 대비 한 자릿수 중반 감소했다. 전년 4분기 수준의 생산량 증가가 이뤄질 것이란 업계 추정과 딴판이었다. 한 부사장은 ‘최적의 제품 믹스’라는 표현을 쓰면서 “무리한 판매 확대를 자제했다”고 설명했다.전략적인 생산 비중 조정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4분기 삼성전자의 평균판매단가(ASP) 하락폭은 한 자릿수 초반대로, 업계가 추정한 8%보다 훨씬 낮았다.삼성전자는 이 같은 생산 전략을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한 부사장은 “올해는 중앙처리장치(CPU) 신모델이 나오는 등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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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 '미래 승부수'…美 바이오젠 품고 신약 최강자 노린다
삼성그룹이 바이오젠 인수에 성공하면 삼성 바이오 사업은 물론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도약을 하게 된다.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 오리지널 의약품을 똑같이 따라 만든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등 ‘변두리 사업’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신약 선두주자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한 번 제대로 만든 신약은 반도체 같은 제조업처럼 업황 사이클을 타지 않고 꾸준히 높은 이익률을 확보할 수 있어 삼성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사업이다. 바이오젠만 해도 2년 전까지 50%의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반도체 분야는 슈퍼 사이클 때나 가능한 이익률이다. 바이오 사업 시너지 기대바이오젠은 1978년 설립 이후 신경질환 분야 바이오 신약으로 ‘대박’을 터뜨려온 바이오테크 기업이다. 암젠, 애브비, 길리어드 등과 함께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한 대표적인 바이오 1세대 기업으로 꼽힌다.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텍피데라(푸마르산 계열)’ 하나로 작년 39억달러(약 4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이마저도 특허 만료로 전년 대비 약 5억3300만달러 줄어든 결과다.바이오젠은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발굴하고 각국 규제기관의 판매 허가를 여러 차례 받아낸 경험이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다. 삼성이 바이오젠을 인수하면 이 같은 성공 노하우와 신약 연구개발(R&D) 비법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 신약 개발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데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셈이다.당장 시너지도 클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