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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에 문 두드리는 그들… 더 치열해진 '수박 돌리기'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 로코모티브에 3월은 '행복한 지옥'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거리가 쏟아져서다. 전직 보험·카드 영업 직원 등으로 꾸린 '외인부대'가 의결권을 위임 받기 위해 전국의 주주들을 찾아다닌다.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고, "주가가 왜 이 모양이냐"는 애꿎은 질타를 받기도 한다. 이태성 로코모티브 대표는 "의결권 받기 위해선 삼고초려는 기본"이라며 "분쟁 중인 기업이 늘어 올해는 작년보다 설득해야 할 주주가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 늘자 의결권 위임 대행업 호황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기 주총 시즌을 앞두고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한 달간 올라온 '소송 등의 제기·신청(경영권 분쟁 소송)' 공시는 8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56건) 대비 44.6% 급증했다.행동주의 펀드가 활발한 활동을 펼친 게 경영권 분쟁 증가로 이어졌다. 삼성물산과 JB금융지주, KT&G 등이 대표적으로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은 곳이다. 올해는 가족이나 공동 창업자 간 경영권 분쟁도 곳곳에서 일어났다. 고려아연과 금호석유화학 등이 분쟁을 겪었고, 한미사이언스도 주총 표대결을 앞두고 있다. 경영권 분쟁으로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이는 기업이 늘어나자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들은 호황을 맞았다. 이들은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주총 결의 사안에 대해 설명하고 의결권을 위임받는 역할을 한다. 업계에선 의결권을 위임받는 작업을 '수박을 돌린다'고 표현한다. 2015년 한 회사 직원들이 계열사 간 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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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만 매달 150억…삼성家에도 가혹한 '상속세 폭탄'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삼성가(家) 세 모녀는 삼성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3조3000억원이 넘는 차입금을 조달했다. 이들이 내는 이자비용만 연간 1700억원을 웃돈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남긴 유산에 부과된 상속세 12조원을 내기 위해 빚을 진 것이다.상속세를 내려고 보유한 계열사 지분 5조원어치도 팔았다. 매각 과정에서 삼성가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이 1%포인트가량 하락하는 등 지배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속세 폭탄'의 그림자가 그만큼 짙다는 분석이다.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 관장과 동생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가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지분을 담보로 증권사·은행에서 총 3조3598억원을 대출받았다.세 모녀는 대출을 위해 삼성전자 지분 1.08%(6454만2130주), 삼성물산 지분 4.89%(1억8559만주)를 담보로 맡겼다. 대출 금리는 연 4.77~5.67% 수준이다. 이를 반영한 이자비용은 연간 1768억원이다. 한 달에 150억원가량의 이자를 내는 셈이다.삼성가가 이처럼 막대한 차입금을 조달한 것은 상속세를 내기 위해서다. 이 선대회장의 유족은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 2021년 4월부터 2026년 4월까지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다. 이 선대회장이 남긴 상속 재산은 26조원으로 상속세는 12조원에 달했다. 이 회장의 유산 중엔 주식이 19조원으로 가장 많다. 부동산과 예금 등이 4조원, 미술품이 약 3조원으로 알려졌다.주식 지분에 대한 상속세만 홍 전 관장 3조1000억원, 이 사장 2조6000억원, 이 이사장 2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이 선대회장에게서 물려받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상속세 재원으로 쓰지 않고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다.삼성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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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행동주의 요구, 삼성물산 주주가치에 도움 안돼"
15일 국내 주요 상장사의 정기주주총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표 대결이 펼쳐진 첫날은 회사·최대 주주 측 승리로 끝났다.이날 열린 삼성물산 정기주총의 주요 쟁점은 행동주의펀드 연합이 요구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안건이었다. 행동주의펀드 측은 삼성물산을 상대로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각각 주당 4500원, 4550원을 현금 배당하라고 요구했다. 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기주식 5000억원어치를 매입하라고 했다. 이들이 제안한 현금 배당과 자사주 매입 규모를 합치면 약 1조2364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이 결정한 배당 규모는 각각 보통주 2550원, 우선주 2600원이다.투표 결과 주요 기관과 소액주주들은 대부분 행동주의펀드 연합의 요구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배당안에 대해서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가운데 77%가 반대 또는 기권했다. 자사주 매입 안건은 82%가 반대·기권표를 던졌다. 전날 국민연금공단은 행동주의펀드의 요구가 “주주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소액주주들도 이날 주총장에서 “자사주 취득에 쓸 돈으로 신규 사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행동주의펀드가 표결에선 패배했지만 적지 않은 표를 얻었다는 점은 최근 주주환원 확대 목소리가 커진 게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행동주의펀드 연합을 대리한 법무법인 린은 주총 직후 “표결에선 패배했으나 제시한 안건에서 20%에 가까운 기관투자가들과 소액주주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성과”라고 말했다.이날 열린 다올투자증권 주총에서 펼쳐진 표 대결도 최대주주 측 승리로 끝났다. 다올투자증권 2대 주주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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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행동주의 펀드에 완승
삼성물산이 배당 확대 및 자사주 매입 안건을 두고 벌어진 행동주의펀드 연합과의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했다. 국민연금은 물론 소액주주들도 이들의 요구가 과하다며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삼성물산은 15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시티오브런던, 안다자산운용 등 행동주의펀드가 제시한 배당안과 자사주 취득 안건이 모두 부결되고 이사회가 결정한 배당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앞서 행동주의펀드 연합은 삼성물산에 보통주 주당 4500원, 우선주 주당 4550원씩 총 7364억원을 배당하라고 요구했다. 삼성물산이 결정한 배당 규모인 4173억원보다 76.5% 많은 금액이다. 그러나 삼성물산 지분 7.01%를 쥔 국민연금이 주주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표를 던졌고, 소액주주들도 반대해 표 대결은 삼성물산의 승리로 끝났다.이날 최대주주와 2대주주 사이에 표 대결이 벌어진 다올투자증권도 최대주주의 승리로 끝이 났다.배태웅/박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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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펀드, 삼성물산에 '완패'…'배당확대·자사주 매입' 모두 부결
삼성물산을 상대로 배당액 확대와 자사주 매입을 요구한 행동주의펀드들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모두 패배했다. 최대 지분을 쥔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낸 데다 소액주주들도 이러한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다.15일 삼성물산은 이날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이익 배당안을 보통주 1주당 2550원으로 결정한 회사 측 안건이 채택됐다고 밝혔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 가운데 77%가 찬성했다. 반면 행동주의펀드 측이 제안한 보통주 1주당 4500원 배당 안건은 총주식 가운데 23%만 찬성했다.행동주의펀드 측이 제안한 5000억원 상당의 자기주식 취득 안건은 총주식 가운데 18%만이 찬성하면서 부결됐다. 지난달 삼성물산 이사회는 보통주 1주당 2550원, 우선주 1주당 26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하고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이는 총 4173억원 규모다. 지난해 3764억원보다 10.9% 늘어난 규모다.앞서 시티오브런던, 안다자산운용,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등 5개 행동주의펀드는 삼성물산을 상대로 보통주와 우선주의 현금배당을 각각 주당 4500원과 4550원씩 배당하라고 요구했다. 총 배당 규모는 7364억원이다. 이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삼성물산에 자기주식 5000억원어치를 매입하라는 안건도 제안했다.행동주의펀드를 대리한 법무법인 린은 표결에 앞서 "삼성물산의 뛰어난 실적에도 투자자들은 지속해서 손실을 봤다"며 "저희 제안에 의결권 자문사, 주요 기관투자자, 소액주주의 지지는 삼성물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라고 지지를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행동주의펀드들의 요구는 애초부터 통과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점쳐졌다. 5개 펀드가 보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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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삼성물산 이사회·포스코 장인화號에 힘 실어준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와 행동주의 펀드간 대결 가운데 이사회의 손을 들어줬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선임안에 대해서도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는 14일 회의를 열고 삼성물산, 포스코홀딩스 등 5개사의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삼성물산 지분 7.01%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 안건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가 판단을 내리지 못해 수책위로 넘어왔다.국민연금 수책위는 삼성물산 이사회의 보통주 한 주당 2550원(우선주 2600원) 배당안에 찬성하기로 했다. 보통주 한 주당 4500원(우선주 4550원) 배당을 요구한 시티오브런던 등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은 주주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행동주의 펀드가 요구한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안에 대해서도 취득 규모가 과다하단 이유로 반대했다. 장기 투자자인 국민연금이 기업의 미래 성장성과 투자 여력을 살펴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행동주의 펀드가 요구한 대로 배당과 자사주를 사들이면 1조2364억원이 소요된다. 삼성물산은 이 금액은 2023년과 올해 이 회사(별도기준)의 잉여현금흐름 추정액을 초과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행동주의 펀드는 단기 차익 성과를 노려 장기적인 관점에선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국민연금 수책위는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선임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 6.3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로써 장인화 회장 선임안은 문제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국민연금이 그간 반대 입장을 취했던 것과 대조적인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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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대목 맞은 로펌…'경영권 분쟁' 진검승부
기업들의 정기주주총회 시기가 돌아오면서 로펌들은 일감 확보 경쟁에 한창이다. 주총 준비와 진행에 필요한 각종 법률 자문이 쏟아지는 데다 기관투자가의 주주제안 등 주주들의 공세에서 비롯된 소송 관련 업무까지 일감이 줄을 잇는 ‘대목’이어서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부문은 경영권 분쟁이다. 로펌들은 당사자가 비용을 아끼지 않는 경영권 분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전략 대결을 벌이고 있다. 경영권 분쟁에서 치열한 전략 대결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회장의 자녀인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지난달 말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주주총회 의안 상정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월 말 한미사이언스가 OCI를 상대로 신주를 발행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낸 뒤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에 들어간 양상이다. 법무법인 광장과 지평이 이들 형제의 법률 자문을 맡았다. 한미사이언스는 화우,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을 추진 중인 OCI홀딩스는 김앤장이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주총에서 치열한 표 대결이 점쳐지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도 로펌 간 대결이 뜨겁다. 김앤장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KL파트너스와 베이커앤드맥킨지가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의 법률 자문을 맡아 전략을 짜고 있다. 양측은 배당 결의안과 유상증자 관련 정관 변경안을 두고 대립 중이다. 로펌들은 이외에도 금호석유화학, 다올투자증권 등 경영권 분쟁을 겪는 다른 기업의 주총 준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로펌들은 기관투자가의 주주제안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견 로펌 린은 최근 삼성물산을 상대로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를 요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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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곳곳서 가족 분쟁, 행동주의펀드 공습…"주주환원 요구 어느 때보다 거세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곳곳에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경영권을 둘러싼 공동 창업자나 그 일가 사이에서 벌어지는 분쟁은 날로 격화하는 분위기다.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불리는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도 이슈다. 행동주의펀드도 주주 규합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과 맞물려 주주환원 강화 목소리가 커지는 있다는 점이 이번 주총 시즌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피붙이도 동업자도 경영권 분쟁 중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는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하고, 정관을 바꿔 2년에 걸쳐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는 방안을 주주제안했다고 밝혔다. 차파트너스는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박 전 상무의 삼촌인 박찬구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금호석화가 보유한 자사주는 전체 발행주식수의 18.4%에 달한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추가적인 재원 지출 없이 즉시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게 차파트너스의 설명이다. 차파트너스와 박 전 상무 입장에선 금호석화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박 회장이 우군과 자사주를 상호 교환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강화하는 걸 막을 수 있다. 의결권 주식을 기준으로 박 회장(19.5%)과 박 전 상무(13.3%) 측 지분율 격차 6.2%포인트에 불과하다.한미약품그룹에서도 주총을 앞두고 가족 간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추진하는 O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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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윤상직·최현만…경제관료·재무통 모시는 기업들
주요 상장사가 경제관료와 최고재무책임자(CFO)·투자은행(IB) 출신 전문가 영입에 나섰다. 경영 환경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들의 정책기획·재무관리 역량이 높이 평가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경제 관료 모시는 삼성 LS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S그룹 계열사인 LS일렉트릭은 다음 달 2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 관료다. 2004~2007년에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으로 부동산 대출 규제인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처음 도입했다. 2009~2011년 기재부 장관을 맡았고 현재는 자신의 성을 딴 윤경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삼성중공업도 다음 달 주총에서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사외이사 및 감사로 신규선임한다.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3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산업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장관 재임 시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 처리를 주도했다.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현재 법무법인 율촌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삼성증권은 다음 달 주총에서 박원주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한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산업정책실장과 특허청장을 거쳤다.검찰·국세청 출신들도 기업 이사회에 줄줄이 진출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다음 달 주총에서 김경수 전 부산고등검창철장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할 예정이다. 현대약품도 주총에서 최용훈 전 대검찰청 인권정책관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신규선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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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제대로 털어먹자"…1.2조 내놓으라는 '단타 세력' [박의명의 K-신토불이]
“제대로 걸렸네요. 곳간 다 털어서 뼈까지 발라 먹으려는 것 같습니다.”삼성물산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 5곳의 주주제안이 공개되자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와 안도의 한숨이 뒤섞여 나왔습니다. 기업 의사결정에 개입을 노골화하는 행동주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도 자신들이 타깃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긴 것입니다. 지난 14일 공시에 따르면 영국계 시티오브런던, 한국 안다자산운용 등 5개 펀드는 삼성물산에 자사주 5000억원어치를 매입하고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주당 각각 4500원, 4550원씩 배당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해당 안건은 다음 달 15일 열리는 주주총회 상정됩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는 총 1조2364억원으로 올해 회사 잉여현금흐름을 크게 초과합니다. 벌어들이는 돈을 다 끌어와도 요구에 맞출 수 없습니다.삼성물산은 지난해 7972억원 영업이익을 벌었습니다. 비상 상황을 대비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5000억원입니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은 “이런 규모의 현금 유출이 이뤄진다면 회사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투자재원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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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떼의 공격' 본격화…삼성물산, 행동주의 5곳과 표대결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행동주의 펀드 5곳이 연합해 삼성물산에 자사주 소각과 배당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다음 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같은 안건을 올린 만큼 표 대결도 예고됐다.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는 삼성물산 성장 여력을 훼손할 만큼 과도한 수준이라는 우려도 나온다.삼성물산은 다음 달 1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씨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한 5개 기관투자가가 주주제안으로 올린 자사 소각과 현금배당 안건을 상정한다. 주주제안을 올린 곳은 씨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와 안다자산운용,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등이다. 이들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1.46%다. 삼성물산에 주주친화책을 요구했던 영국 팰리서캐피탈은 여기에 참여하지 않았다.이들은 삼성물산에 5000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하고, 보통주와 우선주를 주당 각각 4500원, 4550원씩 배당하라고 요구했다. 삼성물산이 제안한 배당액에 비해 각각 76.5%, 75.0% 증액한 규모다. 삼성물산은 보통주 주당 2550원, 우선주 주당 2600원을 배당할 계획이다.행동주의 펀드들이 삼성물산을 대상으로 ‘울프팩(wolf pack·늑대 무리) 전략’을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울프팩 전략은 행동주의 펀드 여러 곳이 뭉쳐서 한 기업을 공격하는 것을 뜻한다. 늑대가 사냥할 때 무리를 구성하듯 공시 의무가 없는 5% 미만 지분을 확보한 뒤 행동주의 투자자들을 규합해 공세에 나서는 ‘가성비’ 높은 공격법이다.행동주의가 요구하는 주주환원 규모는 1조2364억원에 달했다. 삼성물산은 이 금액은 2023년과 올해 이 회사(별도기준)의 잉여현금흐름 추정액을 초과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금이 빠져나가면 회사의 투자력이 급격히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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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불태우니 주가 불타올랐는데…"반짝 효과" 개미는 매도 행진
올 들어 상장사들이 4조원어치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혔다. 한 해 전과 비교해 네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도입을 준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화답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상장사 자사주 소각 ‘릴레이’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기아 삼성물산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상장사 25곳이 자사주 4조409억원어치를 소각한다고 발표했다. 작년 같은 기간 11곳이 발표한 자사주 소각 규모(8566억원)에 비해 371.8% 늘었다. SK이노베이션은 7936억원어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삼성물산도 자사주 1조원어치 이상 소각한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회사도 나란히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다. 곳곳에서 신고가 경신주가도 즉각 반응하고 있다. 이날 한미반도체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 7일 이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200억원어치를 소각한다고 발표한 뒤 이날까지 32.8% 급등했다. 강력한 주주친화책으로 꼽히는 자사주 소각 카드를 꺼내 들자 주가가 뜀박질했다.기아는 이날 3.53% 오른 11만720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25일 자사주 5000억원어치를 소각하겠다고 밝힌 뒤 26% 넘게 뛰었다. KB금융도 이날 3.11% 오른 6만9700원에 마감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7일 자사주 3200억원어치를 소각한다고 발표한 이후 7.7% 상승했다.지난달 31일 1조원 이상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힌 삼성물산도 이날까지 13% 올랐다. SK텔레콤(2000억원어치 소각), 신한금융지주(1500억원), 현대모비스(1500억원), DL이앤씨(1083억원), HD현대인프라코어(560억원), KT(271억원) 등도 나란히 상승 곡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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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불기소' 권고 무시한 檢…1심 재판만 106차례
“2020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의견을 검찰이 받아들였다면 재판까지 가지 않을 사안이었다.”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관련자 전원이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법조계에서는 무리한 기소였다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 중단, 불기소’를 권고했음에도 검찰이 기소를 밀어붙이면서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경영진은 장기간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총수가 수사와 재판에 묶이면서 삼성그룹의 글로벌 이미지 손상은 물론 공격적 투자 행보에도 제약을 받으며 글로벌 경쟁력이 훼손되는 등 유무형의 막대한 손실을 봤다. 검찰, 불기소 권고 무시…기소 강행이 회장의 불법승계 사건은 검찰이 기소 결정을 내릴 당시부터 무리수라는 의견이 많았다. 검찰 수사심의위는 2020년 6월 26일 이 회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기소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위원장 직무대행을 제외한 13명의 위원 중 10명이 기소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회장에게 적용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본 위원이 대부분이었다.수사심의위는 2018년 검찰이 수사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구성한 조직이다. 수사심의위 의견을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은 이 회장의 불법승계 의혹 이전까지 열린 여덟 차례 수사심의위에서 나온 권고를 모두 받아들였다. 검찰은 가장 최근 사례인 ‘이태원 참사’를 두고도 수사심의위 권고대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하지만 그해 9월 1일 검찰은 그간의 선례를 뒤집고 이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석 달 전 구속영장을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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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떼의 공격이 시작됐다"…삼성 목덜미 노리는 그들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1년 동안 한국에서 먹고 자면서 분석했죠."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 적잖은 해외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한국에 입국했다. 이들은 서울 모처의 오피스텔을 잡고서는 1년 넘게 살았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이들이 한국에서 정보를 수집하며 삼성 등의 지배구조 공격 전략을 짰다고 전했다.미국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도 그들 가운데 하나였다. 이 펀드는 2015년 삼성과 2018년 현대자동차의 지배구조 개편 때 모습을 드러내 기습에 나선 바 있다. 당시 공격으로 재미를 본 헤지펀드들이 다시 세를 규합하고 있다. 이른바 ‘울프팩(wolf pack·늑대무리) 전략’을 본격화하고 나섰다.지난 2일 안다자산운용, 씨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를 비롯한 기관투자가는 삼성물산에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세 곳은 삼성물산 지분을 1%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받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3년 기말 배당으로 7300억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지난달 31일 삼성물산은 1조원대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관들은 "이 정도로는 주가 저평가를 해소하기 어렵다"며 "추가로 자사주 5000억원어치를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과 별도로 영국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털도 지난해 말 삼성물산에 5000억원어치의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한 바 있다.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물산을 겨냥한 헤지펀드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헤지펀드가 뭉쳐서 공격하는 이른바 ‘울프팩 전략’을 본격화했다는 분석도 있다. 울프팩 전략은 행동주의 펀드 여러 곳이 뭉쳐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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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실적 희비'…중동 간 삼성·현대만 방긋
지난해 국내 대형 건설회사 중 시공능력평가 1, 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만 영업이익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미리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사업 분야를 다각화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설사는 고금리와 인건비 상승으로 급등한 공사비를 반영하고 미분양 주택을 손실 처리하면서 수익이 크게 줄었다.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연결 기준으로 작년 매출 19조3100억원, 영업이익 1조340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 비해 매출은 32.3%(4조7120억원), 영업이익은 18.2%(1590억원) 늘었다. 2022년 수주한 카타르 태양광발전 사업(공사비 8000억원)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산악터널(1조3000억원) 프로젝트에서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작년 말 수주 잔액을 보면 국내(12조5820억원)보다 해외(15조1420억원) 사업 비중이 큰 게 특징이다.현대건설은 작년 매출 29조6514억원, 영업이익 7854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2022년보다 각각 39.6%, 36.6% 뛰었다. 사우디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아미랄 패키지 1·4프로젝트(6조7800억원)와 아람코의 샤힌 프로젝트(2조3890억원) 현장이 공사에 들어가면서 매출로 반영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국내 수주 잔액은 19조6220억원, 해외는 12조8680억원으로 나타났다.주택 중심의 국내 사업 비중이 큰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등은 영업이익이 줄었다. 인건비와 자재값 상승으로 공사 원가가 늘어난 데다 주택경기 냉각으로 미분양 위험이 커지고 있어서다. 대우건설은 작년 매출이 11조6478억원으로 11.8%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6625억원으로 12.8% 줄었다. 주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