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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화, 롯데케미칼 시총 제치나
금호석유화학이 30년 만에 롯데케미칼 시가총액을 역전할 기회를 잡았다. 석유화학 기업들이 중국발 공급 과잉 속에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두 회사의 주력 상품 업황이 갈리면서다.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호석유 주가는 지난 4월 19일을 저점으로 이날까지 33.7% 올랐다. 롯데케미칼은 같은 기간 10.3% 오르는 데 그쳤다. 이로써 금호석유(4조2616억원)와 롯데케미칼(4조5342억원)의 시총 격차는 2726억원으로 줄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994년 5월 이후 약 30년 만에 양사 시총이 역전될 수 있다”고 했다.두 회사 주가가 각사 주력 상품 업황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 절반 이상을 업스트림 부문에서 올렸는데 중국의 에틸렌 물량 공세에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나프타 가격)가 최근 2년 평균 t당 178달러를 기록했다. 한국 업체들의 에틸렌 스프레드 손익분기점은 t당 300달러다.반대로 금호석유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다운스트림 부문에 의존하는데 이 회사 주력 제품인 타이어용 합성고무(SBR/BR) 가격이 전방산업인 타이어 업황 호조로 강세를 띠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금호석유 영업이익은 합성고무 시황 회복으로 전 분기 대비 20% 증가한 950억원으로 전망된다”고 했다.재무 안정성에서도 차이가 있다. 금호석유의 올 1분기 기준 순차입금 비율(순차입부채를 총자본으로 나눈 비율)은 2.1%로 낮은 반면 롯데케미칼은 대규모 지출에 따라 이 비율이 올 1분기 31.4%를 기록했다.이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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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된 롯데케미칼 재무구조에…롯데 계열사 신용도 줄하향
롯데 계열사의 신용등급 전망이 무더기로 하향 조정됐다. 그룹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된 결과다. 롯데케미칼이 '계열사 뒷바라지'에 큰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롯데케미칼, 롯데지주, 롯데물산, 롯데렌탈, 롯데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강등했다.롯데케미칼은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로, 롯데지주는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로, 롯데물산은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로, 롯데렌탈은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로, 롯데캐피탈은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롯데케미칼 신용도의 발목을 잡았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76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다 지난해에도 3477억원의 적자를 냈다. 고유가 기조, 중국발 증설 부담 심화, 전방 수요 침체 등에 따른 석유화학 업황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어서다.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효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비중을 축소하고 정밀화학·동박·수소 등 신규 사업을 육성하는 포트폴리오 전환 전략을 발표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여전히 기초화학 부문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과 사업재편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재무 부담도 과도한 편이다. 롯데케미칼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021년 말 기준 3000억원에서 지난 3월 말 6조4000억원으로 뛰었다.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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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화학 3社 임원 127명, 자사주 매입…주가 방긋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롯데그룹 화학부문 3사 임원 127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11일 롯데케미칼은 총 93명의 임원이 지난 3~4일 자사주를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대표는 2억3983만원어치에 해당하는 2155주를 매입했다. 황진구 부사장, 이영준 부사장도 각각 1100주, 1068주의 자사주를 사들였다.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임원 18명과 롯데정밀화학 임원 16명도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2100주(1억69만원어치)를 사들인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와 2400주(1억1487만원어치)를 매입한 김용석 롯데정밀화학 대표 등이다. 이번 자사주 매입에는 대표뿐 아니라 지난해 말 상무보로 승진한 신임 임원도 모두 참여했다.이날 롯데 화학 3사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롯데케미칼 주가는 전날에 비해 8.61% 올랐다.성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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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모를 불황' 석유화학 신용도 줄강등…자금조달 ‘적신호’
석유화학 기업들에 대한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잣대가 깐깐해지고 있다. 실적 저하와 재무지표 하락을 우려한 신용평가사들이 석유화학 기업들의 신용도를 '줄강등'하고 있어서다.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석유화학 기업 여천NCC의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여천NCC는 1999년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보유한 여수의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합쳐 세운 합작사다.여천NCC는 2021년 4분기부터 영업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2022년 -3867억원 △2023년 –2388억원 △2024년 1분기 –347억원으로 집계됐다.재무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여천NCC의 순차입금과 부채비율은 2020년 말 9879억원, 113.4%에서 지난 3월 기준 2조798억원, 320.9%로 뛰었다.효성화학도 신용도 내림세가 가파른 석유화학 기업이다. 효성화학은 지난달 신용등급이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떨어졌다. 효성화학 신용등급이 BBB급으로 강등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 꼬리표 달린 석유화학 기업들도 신용도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 3사에 따르면 한화토탈에너지스, SKC의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 평가가 달려 있다.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도 신용도 추가 하락 우려가 크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신용등급 하향 기준을 충족한 상태다. 한국신용평가는 에비타 마진율(매출 대비 에비타)이 5% 미만, 에비타 대비 순차입금 4배 초과 등을 내걸었다. 지난해 6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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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부진에 흔들리는 대기업 재무구조”…신용평가사의 경고
SK·LG·롯데 등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의 재무구조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석유화학을 비롯한 핵심사업 부문 실적이 나빠진데다 배터리 등 신사업을 위해 조달한 차입금 부담도 불어난 결과다. 내수 비중이 높은 신세계·CJ그룹 신용도 역시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석유화학 등 '캐시카우' 부문 위축나이스신용평가는 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크레딧 세미나'에서 그룹별 신용 리스크를 분석했다. SK그룹의 차입금이 120조원에 육박하는 등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감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SK그룹의 합산 차입금 규모는 2019년 61조원대에서 2023년 117조원대로 급증했다. 순차입금 규모도 같은 기간 44조원대에서 81조원대로 뛰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눈덩이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배터리·석유화학 부문의 적자가 쌓이면서 차입금이 불었다”며 “자산매각과 재무적 투자자(FI) 유치, 유상증자 등으로 차입금 증가속도는 다소 더뎌졌다”고 말했다.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SKC을 비롯해 석유화학 부문이 나빠진 시장분위기에 따라 실적부진을 겪고 있다"며 "배터리를 비롯한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재무구조가 나빠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SK온 등 배터리 부문에 대해서는 “전기차 수요와 수주 물량 대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증설을 하고 있다”며 “대규모 투자에도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LG그룹의 합산 순차입금 규모는 같은 기간 18조4000억원에서 36조9000억원으로 2배가량 늘다. 석유화학(LG화학)과 디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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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화학, 미워도 다시 한 번…지금이 매수 적기"
정유·화학주가 올해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경기 침체와 수요 부진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하락하는 추세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효과 등으로 올 2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본격화하는 만큼 현시점이 저점 매수할 때라고 조언했다.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유·화학기업이 포함된 KRX에너지화학지수는 연초 대비 10.35% 하락했다. 거래소에 상장된 주요 지수 가운데 KRX300소재 다음으로 낙폭이 크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35%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상반된 흐름이다.글로벌 수요 부진 및 중국발 공급 과잉 등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이들 기업의 투자심리가 악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기준 KRX에너지화학지수는 6.5% 떨어져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주요 종목인 롯데케미칼(-9.89%) LG화학(-8.31%) 에쓰오일(-7.38%) 한화솔루션(-5.46%) SK이노베이션(-4.22%) 금호석유(-1.76%) 등이 최근 한 달 새 줄줄이 내림세를 보였다.정유·화학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는 올 들어 상승세를 보였으나 중동지역 분쟁 등으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6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배럴당 90.65달러에 거래를 마감해 지난해 10월 20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상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정제마진이 올라 정유업체는 수익성이 좋아진다.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정제마진은 배럴당 12.6달러 수준이었고 2월에는 15달러대까지 상승했다. 손익 기준선이 배럴당 4~5달러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이 유력하다.최근 발표된 1분기 정유사들의 성적표를 보면 회복세가 뚜렷하다. 정유사업이 주력인 에쓰오일의 올해 1분기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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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울산·여수공장 생산량 축소
국내 2위 석유화학기업인 롯데케미칼이 플라스틱의 원료인 PET(페트) 등 아로마틱 계열 제품 생산을 대폭 줄이고 있다. 도료·불포화 수지 등의 원료인 PIA(고순도 이소프탈산)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공급량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석유화학기업의 잇따른 증설로 PET, PIA 가격이 떨어진 탓에 롯데케미칼은 수익성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23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울산 PET 공장(연 52만t), 전남 여수 PET 공장(연 7만t) 가동을 일부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PET 생산능력 기준 국내 1위 사업자다. 최근 중국 기업이 더 많은 물량을 쏟아내며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롯데케미칼은 우선 울산 공장 직원 486명 중 86명을 다른 사업장으로 전환 배치하고 있다. 울산 PIA 공장(연 52만t)은 3월에 정기보수를 마무리했지만 아직 1공장 가동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2022년 4월 t당 1220달러에 거래되던 PET 가격은 지난해 4월 1020달러로 떨어졌다. 이달 초엔 t당 910달러로 2년 전보다 25.4% 내렸다. 올해 내내 890~910달러 박스권을 오르내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울산 공장 등 아로마틱 사업에서 지난해 867억원 적자를 냈고, 올해 1분기 203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00억원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4월 적자 규모만 9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PET의 중간 원료인 테레프탈산(PTA)을 제조하는 파키스탄 공장 매각을 추진하는 등 밸류체인 조정 작업에 착수했다.롯데케미칼은 다른 석유화학제품 포트폴리오도 바꾸고 있다. 이탈리아 석유화학기업 베르살리스와 합작한 합성고무 생산법인 롯데베르살리스를 매각하려고 지난해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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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마지막 골든타임" LG-롯데 '화학 빅딜' 4년만에 재논의 [공멸 위기의 석유화학③]
중국의 부상으로 도래한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위기를 누구보다 먼저 체감한 곳은 현장에서 뛰는 기업들이다. LG화학은 2조원을 투입한 NCC 2공장을 가동 2년여만에 시장에 내놓았고, 롯데케미칼은 해외 진출의 상징인 LC타이탄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부진한 업황 속 제값을 받지 못하더라도 대거 자산 정리에 돌입한 건 지금의 위기가 결코 단기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자산 매각만으로 구조적 산업 변화에서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건 모두 직감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에선 결국 '빅딜' 카드가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내 1, 2위 업체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합종연횡 논의가 4년여 만에 다시 감지된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늘린 에틸렌·프로필렌 등 범용 석유화학 생산 설비를 일원화하고, 더 나아가 양사 간 석유화학부문의 통합을 위한 인수합병(M&A)까지 추진하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2020년 불씨 피운 '빅딜' 초기 단계 스터디 18일 투자은행(IB) 및 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내부에선 적자가 이어지는 범용 NCC설비를 양사가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 초기단계 스터디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진 실무진 차원의 논의 단계로 그룹 최고경영진까지 보고되진 않은 사안으로 알려졌다.두 회사가 여수와 대산에 각각 세워 경쟁하고 있는 대형 NCC 설비를 한 데 모으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예를 들어 롯데케미칼 여수NCC 공장을 LG화학이 인수하고 LG화학 대산 공장은 롯데케미칼이 인수해 '1지역 내 1대형사'를 만드는 구조다. 같은 설비를 운영하는 공장이 두 지역에 나뉘어 있으면서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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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업황부진·中공세 '삼재'…석유화학주 '터널끝' 안 보인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화학주가 내리막을 타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부진한 업황도 실적 예상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증권가에선 고금리와 고환율도 석유화학업종에 악재가 될 수 있어 당분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황 악화에 고유가까지 덮쳐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화학주를 담은 코스피200 에너지·화학지수는 최근 1개월(3월 18일~4월 18일) 사이 12.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가 0.6% 내린 데 그친 것을 고려하면 에너지와 석유화학주가 유독 부진했다.개별 종목별로 보면 석유화학주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석유화학 대장주로 꼽히는 LG화학은 한 달 사이 13.9% 빠졌고 롯데케미칼은 같은 기간 16.6% 하락했다. 금호석유(-14.0%), 한화솔루션(-7.7%)도 부진했다.석유화학업체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수치)도 업계에서 손익분기점으로 꼽히는 300달러 선을 밑돌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월평균 에틸렌스프레드는 t당 186달러에 그쳤다. 지난 2월 평균(t당 226.5달러)보다 악화했다. 유가 상승으로 나프타 가격이 오른 영향이다. 최대 수요처인 중국이 석유화학 제품 공급을 내재화한 것도 국내 화학주 발목을 잡고 있다.수익성 악화로 재무 상태가 나빠진 석유화학업체들은 잇달아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LG화학(신용등급 AA+)이 지난달 회사채로 1조원을 조달한 데 이어 금호석유화학(A+), SK케미칼(A+) 등이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찍었다. 신용등급이 하락한 업체들은 회사채 발행도 어려운 상황이다. 부채 비율이 5000%에 육박한 효성화학(BBB+)과 여천NCC(A)는 미매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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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경고' 무시했다가…"다 죽게 생겼다" 초유의 위기 [공멸 위기의 석유화학①]
LG화학, 롯데케미칼, 대한유화 등 나프타분해설비(NCC)를 근간으로 하는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중국이 석유화학 설비를 증설하고, 자국 내에서 싼값에 석유화학 제품을 자급하기 시작하면서다. 10년 전부터 시작된 중국발(發) 공급 과잉 '경보음'을 무시한 대가를 결국 치르게 된 셈이다.과거에도 유가가 치솟으면 석유화학산업의 수익성이 떨어져 주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중국의 굴기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는 국내 산업 전반에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별다른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주요 석유화학기업 간 '빅딜'을 주선하는 등 하루빨리 교통 정리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마지노선까지 떨어진 NCC 공장 가동률17일 한국석유화학협회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지난해 NCC 평균 가동률은 74.0%에 그쳤다. 2021년 93.1%에 달했던 가동률은 2년 연속 하락해 70%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6개월여간 여수 NCC 2공장 가동을 중단했던 LG화학 석유화학 사업부문의 평균 가동률은 75.9%를 기록했다. 석유화학업계에선 가동률 70%를 공장 가동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본다. 지금보다 가동률이 더 떨어지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한다는 얘기다.석유화학기업들은 지금의 가동률도 적자를 내며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이번달 나프타 평균 가격은 톤당 717달러다. 나프타를 원료로 NCC를 통해 생산하는 대표적인 기초 원료인 에틸렌은 톤당 9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에틸렌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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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中 공세에 출구 찾는 석유화학…LG도 여수NCC 2공장 매각 협상
석유화학 제품은 반도체, 자동차, TV 등과 함께 한국의 대표 수출 품목 중 하나다. ‘가성비’가 좋다 보니 세계 곳곳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찾았다. 중국은 그중에서도 한국 석유화학 제품을 가장 많이 찾는 나라였다.그랬던 중국이 세계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라이벌’로 변신한 건 2010년대 후반 들어서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물량 공세에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영토’는 점점 줄어들었다. 지난해 석유화학 제품 수출액(456억달러)이 1년 전보다 15.9%나 쪼그라들었을 정도다.국내 1~2위 석유화학 기업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일제히 기초 유분 생산 설비 정리에 나선 이유다. LG와 롯데는 수익성이 떨어진 ‘한계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배터리와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 등 아직 중국과 기술 격차가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中 자급률 100% 넘어서6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중국 수출 비중은 36.3%로 3년 전인 2020년(42.9%)에 비해 6.6%포인트 떨어졌다. 중국 국유기업인 시노펙, 페트로차이나 등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대폭 끌어올린 여파다.경기 둔화 등으로 석유화학 제품 수요는 줄어드는데 중국의 공급량은 대폭 늘어나는 형국은 몇 년째 계속됐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이 그랬다. 지난해 중국의 에틸렌 생산량은 5174만t으로 2020년(3227만t)보다 60% 증가했다. 2025년엔 5597만t으로 확대된다. 이 덕분에 에틸렌, 프로필렌(PP) 등 기초 유분의 중국 자급률은 2020년 이미 100%를 넘어섰고 2025년엔 120%까지 올라서게 된다. 중간 원료인 파라자일렌(PX)과 합성수지인 PP 자급률도 2025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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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롯데케미칼, 해외진출 '선봉' 말레이시아 타이탄 매각한다
롯데케미칼이 말레이시아 대형 석유화학 생산기지인 롯데케미칼타이탄(LC타이탄) 매각에 착수했다. 중국 화학기업들의 저가공세에 가동률을 낮추며 대응했지만 업황 부진으로 손실이 쌓이자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결단을 내렸다. LG화학도 전남 여수 NCC(나프타분해시설) 2공장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쿠웨이트석유공사(KPC)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중국발(發) 사업 구조재편이 현실화됐다는 평가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주요 글로벌 IB들을 통해 국내외 연관 기업들과 대형 PEF등을 대상으로 LC타이탄의 잠재 인수자 물색에 돌입했다. 롯데케미칼은 LC타이탄을 지난해부터 말 매각자산으로 분류하고 수요 조사에 착수했다. 매각 대상은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LC타이탄 보유지분 전량(74.7%)이다.LC타이탄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사업장을 갖춘 동남아시아 대표 화학사다. 주 생산품목은 석유화학제품들의 원료가 되는 에틸렌,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이다. 롯데케미칼은 2010년 말레이시아 차오그룹(지분율 70%)과 말레이시아 정부펀드인 PNB(30%)로부터 1조5051억원을 투입해 LC타이탄을 인수했다.LC타이탄은 2010년대 중후반까지 범용 석화제품의 호황과 맞물려 연간 3000억원에서 5000억원대 이익을 벌어들인 알짜 회사였다. 현대석유화학(2003년), 케이피케미칼(2004년), 삼성 화학부문(현 롯데정밀화학·롯데첨단소재, 2015년) 인수와 함께 롯데케미칼을 글로벌 석유화학사로 발돋움하게 한 주요 M&A로 꼽혔다. 2017년엔 인수가에 2.5배에 달하는 4조원의 시가총액으로 현지 증시에 상장하기도 했다.하지만 중국이 에틸렌과 폴리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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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發 ‘건설사 리스크’에 회사채 발행 연기하는 기업들
‘건설 리스크’에 자금조달을 미루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여파로 건설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회사채 발행 일정을 연기하는 곳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분위기다.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이달 예정된 회사채 수요예측 일정을 연기했다. 롯데케미칼은 당초 최대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다. 하지만 오는 4월 이후로 발행일을 연기한 것으로 확인됐다.건설 계열사 리스크가 회사채 발행을 연기한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지분 약 44%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 때문에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 때마다 ‘소방수’ 역할을 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롯데케미칼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5000억원을 지원했다. 2022년 12월 롯데건설이 회사채를 발행할 당시에도 롯데케미칼이 지급 보증을 서 시장 우려를 낮추기도 했다. 태영건설 후폭풍으로 건설사들의 자금경색이 심화할 경우 롯데케미칼의 대규모 자금지원이 다시 이뤄질 수 있다는 기관투자가의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로 투자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회사채 발행 일정을 조율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그룹 내에서 가장 우량한 편이다. 롯데그룹은 연초부터 회사채 조달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가장 먼저 롯데쇼핑이 발행 작업을 마무리한 데 이어 롯데지주, 호텔롯데 등이 줄줄이 자금 조달에 나설 예정이다.A급 건설사들도 자금조달 방안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용등급이 ‘A(안정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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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억→1924억' 10배 잭팟 거래 무산…롯데 '초비상'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저걸 도대체 왜 샀지?"2009년 롯데케미칼(당시 케이피케미칼)이 파키스탄 PTA(현 롯데케미칼 파키스탄·LCPL)를 사들였을 때만 해도 시장에선 이런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 거래는 롯데그룹 역사상 최고의 '인수합병(M&A)'으로 꼽혔다. 인수 2년 만에 배당금으로만 인수대금을 모두 회수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시황 악화에 이 회사를 매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어수선한 파키스탄 내부 분위기 탓에 매각은 무산됐다. 여기에 자회사 롯데건설 재무구조 우려도 겹치면서 회사채 조달 계획도 접었다. 60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 마련 계획이 무산되는 등 연초부터 재무전략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전날 자회사인 LCPL 지분 75.01% 매각 작업이 무산됐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매각 무산 배경에 대해 "주식 매수를 진행하기 위한 파키스탄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등이 현지 정치·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으로 장기간 지연됐다"며 "거래 상대방이 계약을 해지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작년 1월 파키스탄 화학회사인 럭키코어에 LCPL 지분 75.01%를 1924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인수가(147억원)의 10배를 훌쩍넘는 금액이다. LCPL은 페트병과 합성섬유의 원료인 페레프탈산(PTA)을 생산하는 업체다. 롯데케미칼은 2009년 LCPL을 네덜란드 화학업체인 악소노벨로부터 147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직후 2011년까지 LCPL로부터 200억원이 웃도는 배당 수입을 올렸다. LCPL은 이후에도 100억~500억원대 순이익을 올렸다.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이 롯데케미칼의 LCPL 인수에 대해 "롯데그룹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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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 롯데케미칼, 신용등급 강등 우려 속 단기자금시장 의존도 확대
실적 부진과 신용도 하락 등이 겹친 롯데케미칼이 장기 기업어음(CP) 시장 조달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9월 공모채 시장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두면 단기자금시장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6일 364일물 CP 10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롯데케미칼은 CP 시장을 자주 찾고 있다. 지난 △7월 1100억원 △8월 1000억원 △9월 1000억원 등 매달 6개월물 이상 CP를 조달하고 있는 모양새다. 공모채 시장에서 목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CP 시장에서 우회 조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9월 공모채 시장을 찾았다. 당초 최대 5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수요 부진 우려 등으로 최대 3000억원으로 목표 금액을 줄였다. 수요예측에서도 이 회사 민평금리보다 높은 금리에 주문이 대부분 들어오면서 결국 2500억원을 최종 발행하는 데 그쳤다. 신용등급 하락이 공모채 시장에서 관심을 끌지 못한 배경으로 꼽힌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은 6월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 조정됐다. 중국발 공급과잉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지난해 2분기 이후 영업적자가 누적되는 등 실적 부진이 장기화한 여파다. 이번 3분기에도 적자 폭은 다소 축소될 수 있지만 흑자 전환은 쉽지 않다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동박 업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M&A로 재무 부담도 커졌다. 업계에서는 공모채 투자 심리 악화 속에서 장기 CP 발행을 통해 발 빠르게 유동성을 확보해나가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차입구조 단기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