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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 합의 필수"…박주민은 "더 내고 더 받아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 합의안을 빠르게 도출해달라”고 국회에 촉구했다.최 권한대행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지속가능한 사회의 근간인 국민연금이 부실화된다면 혼란과 파장은 예측할 수 없다”며 “국민연금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더 내고 덜 받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지금처럼 운영되면 2041년에 적자로 전환되고 2056년에는 기금이 완전히 소멸된다”며 “정부도 적극 지원할 테니 여야가 하루속히 합의안을 도출해달라”고 했다.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한 국민들은 ‘더 내고 더 받는’ 개혁 방향을 선호했다”며 “최 권한대행이 더 내고 덜 받는 기조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국민적 합의와 그간의 국회 논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썼다.반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더 내고 더 받는 안은 기금 고갈을 고작 5년 정도 연장할 뿐”이라며 “구조개혁은 차후에 하고 모수개혁만 한다면 보험료율만 13%로 올려서 더 내고 똑같이 받는 것(소득대체율 현행 유지)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현행은 올해 기준 41.5%인 소득대체율을 2028년 40%로 낮추는 것이다.여야는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을 우선 처리하자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는 안에도 사실상 합의했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에선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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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기 연속 0.1% 성장 그쳐…경기침체만 간신히 면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1%(전 분기 대비)에 그친 것은 지난달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제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에서 악영향이 특히 크게 나타났다. 경기 부양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올해도 이 같은 경기 부진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꽁꽁 얼어붙은 투자와 소비한은은 작년 11월 말에 4분기 성장률을 0.5%로 전망했다. 23일 발표된 성장률은 0.1%로 전망치의 5분의 1에 그쳤다. 3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0.5% 전망’이 ‘0.1% 실적’으로 나타났다.민간소비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 컸다. 작년 3분기 0.5% 증가한 민간 소비가 4분기에는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은 전망(0.5%)에 비해서도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의류와 신발 등 준내구재와 의료, 교육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였다.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정치 불확실성 확대로 경제심리가 위축돼 민간소비에 영향을 줬다”며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세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3분기 휴대폰과 자동차 신제품 출시 효과가 사라진 점, 따뜻한 날씨로 겨울철 난방 수요가 감소한 점을 꼽았다.건설투자는 3.2% 급감했다. 경기 악화로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었다. 신 국장은 “정부의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주택 매매 둔화, 인건비와 공사원가 상승이 투자 감소의 원인”이라며 “계엄으로 인한 심리 악화도 분양 실적 등에 영향을 줬다”고 했다.정부소비는 건강보험 급여비를 중심으로 0.5%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을 중심으로 1.6% 늘었다. 수출은 0.3% 증가, 수입은 0.1% 감소를 기록했다.내수는 소비지출(0.2%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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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암울한 경기 진단…"내수 이어 고용 부진"
정부가 올해 첫 경기진단에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등으로 고용이 둔화하고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고용 둔화 우려를 거론하면서 경기 하강 위험에 대한 경고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기획재정부는 1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1월 경제동향’(그린북)을 발표했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해 11월 산업활동 동향이 약한 흐름이었고 12월 소비자심리지수(CSI), 기업심리지수(CBSI)도 떨어진 점을 감안했다”며 “12월 취업자 수 역시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정부는 한 달 전 발표한 2024년 12월 그린북에서 ‘경기 회복세’란 표현을 13개월 만에 빼고 “경기 하방 위험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당시는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오래되지 않아 ‘우려’ 수준의 언급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고용 부진 등을 고려해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이런 잿빛 경기 진단은 최근 일자리 감소세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2월 취업자는 2804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2000명 감소했다. 월별 고용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1년 2월(-47만3000명) 후 3년10개월 만이다. 작년 1월 취업자 수 증가폭(38만 명)이 컸기 때문에 이달 고용도 상대적으로 부진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소비자심리지수 지표도 위축된 경제심리를 보여준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월(100.7) 대비 12.3포인트 급락했다. 지수가 100을 밑돌면 소비자 기대심리가 장기 평균(2003~2023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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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재투자 금지"…6조원 '해외주식 TR ETF' 사라진다
6조원 규모에 달하는 해외주식형 토털리턴(TR) 상장지수펀드(ETF)의 투자자가 혼란에 빠졌다. TR ETF는 보유 기간 발생한 이자·배당 등 모든 수익을 분배하지 않고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상품인데, ETF에서 투자한 주식의 배당을 펀드 내에 남겨둘 수 없다는 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당장 TR ETF 운용 방식을 바꿔야 하는 자산운용사는 비상이 걸렸다. ○기재부 “형평성 어긋나”1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ETF에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은 펀드에 남겨둘 수 없다. 1년에 한 번은 배당을 분배금 형태로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시행령 개정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건 분배금을 주지 않고 재투자하는 TR ETF다. 분배금을 나눠주는 대신 재투자하면 복리 효과로 최종 수익률이 높아진다. 분배금에 매기는 배당소득세(15.4%)를 내지 않고 펀드 내에서 굴리다가 매도 시점에 세금을 내는 과세 이연 효과도 있다. 이런 이유로 TR ETF는 2017년 국내 증시에 처음 상장한 뒤 14조3500억원까지 몸집을 불렸다.ETF 자산운용사는 TR ETF 배당금 재투자가 ETF 기초지수의 구성 종목 교체에 해당한다고 보고 상품을 출시해 왔다. 하지만 기재부는 “다른 펀드는 모두 분배를 강제하는데 TR ETF만 예외를 인정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시행령 개정으로 이자와 배당은 구성 종목 교체가 아니라는 점이 명시돼 TR ETF의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다만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TR ETF는 배당을 펀드 내에 남겨둘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했다.기재부 관계자는 “모호한 조항을 기반으로 운용돼 온 TR ETF도 매년 배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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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자감세' 野 반발에…상속세율 인하 또 물거품
정부가 현행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속세율은 손대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탄핵 정국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야당의 반발로 무산됐던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는 후순위 과제로 미루고 상속세의 ‘구조적 전환’에 집중하기로 방향을 바꿨다는 분석이다.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상속세의 유산취득세 전환을 추진하면서 세율을 조정하는 내용은 검토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신 유산취득세 체제에서 인적공제를 늘릴 경우 세수 감액 규모가 얼마나 변동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보다 유산취득세 전환에 대한 공감대가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올해 상반기 중 유산취득세 도입 관련 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각각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상속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세금을 물리는 현행 유산세 방식과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재산 15억원을 자녀 3명이 똑같이 나눠 받을 경우 현행 세법상 15억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한다. 유산취득세로 바뀌면 자녀마다 5억원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현행 상속세 체계가 누진세 체계인 점을 고려하면 세 부담이 줄어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총 24개국으로, 한국처럼 유산세 방식을 적용하는 곳은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뿐이다.기재부는 지난 2일 공개한 ‘2025년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상속세 과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고 인적공제 확대 등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가 지난해 7월 세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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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 충격파 현실화…"韓 성장률 1.7%도 위태"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평균 전망치를 당초 1.8%에서 한 달 새 1.7%로 낮췄다. 일부 IB는 1.3%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 커지며 내수 소비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GDP 증가율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말 평균 1.8%에서 작년 말 1.7%로 0.1%포인트 하락했다. 정부(1.8%)와 한국은행(1.9%) 전망치를 밑돈다. 글로벌 IB가 정부와 한은에 비해 한국의 경제 상황을 더 어둡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IB 평균 전망치는 지난해 9월 말 2.1%에서 10월 말 2.0%로 떨어진 뒤 12월 말까지 석 달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금융회사별로는 JP모간이 지난 한 달 새 1.7%에서 1.3%로, HSBC가 1.9%에서 1.7%로, 씨티그룹이 1.6%에서 1.5%로 전망치를 낮췄다.가장 낮은 전망치를 제시한 JP모간은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한층 더 짙어진 내수 불황을 결정적 변수로 지목했다. 계엄 사태 이후 전국 신용카드 이용 금액이 한 달 전 대비 급감하는 등 민간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통계청의 실시간 소비지표인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3일 계엄 사태가 발발한 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14일) 사이 기간인 12월 둘째 주(12월 7~13일) 전국 신용카드(신한카드 기준) 이용 금액은 4주 전 대비 7.2% 감소했다. 계엄과 탄핵 여파로 11월 셋째 주(20.1% 증가), 12월 첫째 주(2.6% 증가)와 비교해 민간 소비가 급감한 것이다.정부는 소비 진작을 위해 이달 28일 시작되는 설 연휴와 직전 주말 사이에 껴 있는 27일(월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 6일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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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절벽에…韓성장률 1.3%까지 추락 경고
계엄과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에 무안 제주항공 참사까지 겹쳐 연말연시 내수가 얼어붙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계기로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였던 민간 소비가 계엄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소비심리 악화로 내수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올해 경제 성장률이 대폭 하향될 수 있다는 대내외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연말연시에 얼어붙은 소비7일 통계청에 따르면 재화 소비지표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지수는 지난해 11월 0.4% 상승(전월 대비)했다. 9월(-0.3%), 10월(-0.8%)에서 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의 실시간 소비지표인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11월 마지막 주(23~29일) 전국 신용카드(신한카드 기준) 이용액은 4주 전 대비 20.1% 증가했다. 정부는 작년 10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계기로 민간 소비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는데, 예상에 부합한 것이다.문제는 지난달 초 예상하지 못한 계엄 사태가 터졌다는 점이다. 지난달 3일 밤 계엄 선포 직후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소비가 직격탄을 맞았다.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12월 첫째주(11월 30일~12월 6일) 신용카드 이용액 증가율이 2.6%로 하락한 데 이어 둘째주(7~13일)엔 7.2% 뒷걸음질 쳤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달 14일이 포함된 셋째주(14~20일)엔 3.1% 올랐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탄핵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넷째주엔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한은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하락했다. 계엄과 탄핵 정국에 따른 영향이 반영된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18.3포인트) 후 최대 낙폭이다. 지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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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증안펀드 등 시장안정조치 즉시 가동"
경제부처 수장들이 탄핵 정국의 경제적 파장을 차단하기 위해 연일 비상조치 방안을 내놓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가용한 모든 시장 안정 조치를 즉각 시행할 수 있도록 만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금융정책 현안들을 당초 일정과 계획에 따라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최 부총리는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열고 “증시안정펀드 등 기타 시장 안정 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지난 3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F4 회의는 국회의 탄핵 표결이 이뤄진 7일을 제외하고 매일 열렸다.최 부총리는 주식시장과 관련해 ‘기업 밸류업 펀드’ 중 300억원이 투입됐고 이번 주 700억원, 다음 주 300억원이 순차 집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주에는 3000억원 규모의 2차 펀드가 추가 조성된다.채권시장에선 국고채 긴급 바이백(조기 상환) 및 한은의 국고채 단순 매입을 즉시 시행한다. 국고채 유통 물량을 줄여 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다.외환시장에는 필요시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통해 외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기로 했다. 한은이 금융회사의 외화채권을 사들인 뒤 일정 기간 안에 되파는 방식으로 시장에 달러화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이달 외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구조적 외환 수급 개선 방안도 발표하기로 했다.기재부 관계자는 “국제 신용평가사, 국제금융기구, 해외투자자, 주요국 재무장관, 국제 투자은행(IB) 등을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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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稅혜택·저리대출 '당근책'으로…석유화학 기업간 빅딜 유도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산업 구조조정을 논의하는 컨트롤 타워인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가 마지막으로 열린 것은 2022년 12월 16일이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반짝 특수’를 누린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 더 이상 구조조정을 미룰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발적 사업재편 초점”2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은 다음달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할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준비하고 있다.정부는 이번에 추진하는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은 기존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인위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자발적 사업재편을 유도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본래 취지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석유화학업체의 주채권은행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아니라 민간 은행이어서 정부 주도 구조조정이 어렵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정부가 유력하게 검토하는 해법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업활력법)이다. 인수합병(M&A) 등 사업재편을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와 규제를 한 번에 풀어주는 ‘원샷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기업활력법상 지원 대상은 과잉 공급, 산업 위기, 신산업 진출, 탄소중립, 공급망 안정 등이다. 정부는 과잉 공급 여파로 잇따라 영업손실을 내며 위기에 빠진 석유화학업종을 지원 대상으로 추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석유화학업종이 기업활력법 대상이 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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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불황의 늪' 석유화학…정부, 구조조정 착수
정부가 불황의 늪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 작업에 본격 나선다.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업활력법) 등을 활용해 기업 간 인수합병(M&A) 등 선제적 사업 재편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주력 산업을 구조조정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2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은 다음달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방안의 핵심은 기초 범용제품에서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사업 재편을 유도하고, 이를 위해 세제 혜택 및 정책금융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석유화학산업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한 수요 부진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기초 소재이자 국내 업체의 주력 제품인 에틸렌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마진이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업체인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3분기 이후 네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정부는 업황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기업활력법을 적용해 사업 재편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코폴리에스테르, 고부가합성수지(ABS)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전환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기업활력법을 적용받으면 해당 기업은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인수합병(M&A)과 분할·합병을 결정할 수 있다. 양도차익에 따른 소득세와 법인세도 유예받는다. 정부는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기업에 저리의 정책금융을 제공하는 방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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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세→유산취득세 전환, 내년 상반기중 법안 제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상속세 부과 방식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중산층의 세 부담을 덜 수 있다”며 유산취득세 도입에 긍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어 향후 세제 개편 방향이 주목된다.최 부총리는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조세 공평성과 국제 추세 등을 고려해 상속세 과세 방식을 현행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며 대략적인 개편 방향과 추진 일정을 공개했다. 유산취득세는 상속 자산 전체에 누진 세율로 부과하는 유산세와 달리 각각의 상속인이 실제로 물려받는 유산에 세금을 물리기 때문에 세 부담이 줄어든다.최 부총리는 연금 장기 수령을 유도하기 위해 개인연금을 종신 수령하면 소득세율을 현행 4%에서 3%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지 않고 20년을 초과하는 장기 연금으로 받을 때도 세제 혜택을 확대한다.박상용/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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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금투세 폐지하고 밸류업 추진할 것" [KIW 2024]
"현재 자본시장의 문제점이 20년 전 제가 재정경제부 과장으로 일할 때와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증시 밸류업 정책을 지원하고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해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효율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서울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4'에서 "기업이 대출 대신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성장의 과실을 투자자와 공유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폐지돼야 시중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최 부총리는 한국 자본시장의 문제점으로 크게 세가지를 꼽았다. 먼저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와 배당성향이 미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낮아 자본 활용이 비효율적"이라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기업 의사결정이 지배주주 중심으로 이뤄져 일반주주 보호가 미흡하고 △모험자본이 미성숙해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투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한국 자본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방향도 세가지로 제시했다. 최 부총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을 제거해 주가가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도록 밸류업에 나서겠다"며 "이달 중 밸류업 지수를 공개하고, 올해 안에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놓겠다"고 했다. 기업에 밸류업 공시를 요구하는 대신 주주환원 촉진세제, 최대주주 할증평가같은 '당근'을 제시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국내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흘러들어가기 위해서는 금투세가 폐지되어야한다는 정부 입장은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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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4 긴급 회동…최상목 "실물·외환 충격 없어, 주식시장 불안은 과도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국내 증시 폭락은 실물경기 등 다른 분야에 대한 충격 없이 해외발(發) 주식시장만 조정됐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이례적 상황”이라며 “정부와 한국은행은 충분한 정책 대응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최 부총리는 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F4)를 개최한 자리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지나친 불안심리 확산에 유의하며 차분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이 이날 회의에 참석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과 대응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참석자들은 전날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증시가 동반 급락한 것은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증시 급락을 촉발한 요인을 △ 미국 경기 둔화 우려 △주요 빅테크의 실적 부담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중동지역 불안 재부각 등으로 분석했다. 이런 요인들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시아 증시가 먼저 시작되자 변동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참석자들은 아직 미국의 실물 경기가 견조한 가운데 외환과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시장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 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점차 회복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외환·자금시장도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며 “정부와 한은은 대외 충격에 따른 시장 변동성에 대해 충분한 정책 대응 역량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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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운용본부라도 공운법서 떼내자"
한국가스공사는 전국 155곳의 정압관리소(고압 천연가스를 수요자에게 맞는 압력으로 낮추는 관리소)를 623명의 관리인력이 운영한다. 다른 나라들은 이미 정압관리소를 무인화한 것과 대비된다. 국내 발전 공기업이 운영하는 화력발전소의 인력도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200~300명 정도로 민간 기업의 발전소보다 2.5배 많다. 한 공기업 사장은 “가스공사, 발전 자회사가 민간 기업이었다면 당장 투자자와 거래은행으로부터 무인화나 군살 빼기를 요구받을 것”이라고 말했다.우리나라는 1963년 정부투자기관예산회계법부터 시작해 2007년 만든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이르기까지 60년 넘게 공공기관을 감시·통제하는 방식으로 관리해왔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살리지도, 방만함을 뿌리 뽑지도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전문가들은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는 공공기관의 감독 권한을 주무 부처에 나눠주고, 경영활동에 경쟁 등 시장경제 요소를 확대해야 공공기관을 살릴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위원을 경험한 전직 관료는 “공운법을 폐지하고, 공공기관의 실정에 맞는 평가 항목을 주무 부처의 관련 법률이나 설립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료 출신 공기업 사장은 “주무 부처가 감독 권한과 관리 책임을 지고, 기재부는 경영평가의 최종 승인권을 갖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에너지 공기업의 구조조정을 담당한 전직 관료는 “공공기관이 방만한 가장 큰 원인은 국가 보증”이라며 “부실 사업에 투자하는데도 ‘국가가 보증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으니 은행이 사업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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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출신 사장이 유리?…경영평가 공정성 논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이 사장으로 있는 공공기관이 경영평가 점수를 잘 받는 경향이 있다. 이 사장이 다시 기재부 차관으로 올 수 있으니 미리 점수를 따두려는 것이다.”(수년간 경영평가를 담당한 공기업 관계자)공공기관 경영평가의 공정성과 경영평가 위원의 전문성은 매년 반복되는 논란거리다. 전문가들은 평가 주체인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와 공운위 지침에 따라 공공기관을 실사·평가하는 경영평가단의 구성 방식이 낳은 한계라고 지적했다.공운위는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기능 조정, 인건비 인상률을 결정한다. 공운위원장은 기재부 장관이 맡는다. 공운위를 구성하는 민간위원 11명은 장관이 추천한다. 경영평가 단장도 기재부가 선정한다. 또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평가위원 선임 절차가 정해져 있지만 모든 권한이 집중된 기재부의 입김이 반영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운위 민간위원에 위촉되는 교수진 가운데 관변 인사가 많은 이유”라고 설명했다.경영평가 위원의 전문성도 매번 도마에 오른다. 변호사, 회계사 같은 전문가도 있지만 해당 기관과 관련이 없는 교수 등이 위촉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공기업 관계자는 “교수 출신 경영평가 위원은 해당 기관 이해도가 전혀 없어 보이는 수준의 지적을 하는 경우가 잦다”면서도 “지적 사항을 반영하지 않으면 평가 점수가 나오지 않으니 못 들은 척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327개 공공기관 가운데 기재부가 경영평가를 주도하는 기관만 87곳이다. 수십만 명의 임직원이 매년 수십조원 규모의 사업을 벌이는 공공기관들의 전반적 경영 활동을 기재부와 경영평가 위원 20~30명이 평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