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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총 대신 관세가 무기인 시대…'지경학'에서 찾은 해법
물리적 전쟁의 시대는 저물었다. 이제 국가는 총 대신 ‘관세’를, 탱크 대신 ‘수출 통제’를 무기로 삼는다.기획재정부 공무원이자 정책학 박사인 주현준 씨가 쓴 신간 <지경학의 부활>은 보이지 않는 경제안보 전장에서 미국이 설계하는 제재 정책의 구조와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 전략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여기서 지경학은 지정학(geopolitics)과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말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고관세 정책처럼 경제를 수단으로 삼아 국가들이 힘을 겨루는 현상을 다루는 학문이다.이 책의 저자는 기재부 부이사관으로, 25여 년간 국제 금융과 제재 정책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2018년 기재부 외환제도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이란산 석유 수입 금지 등 미국의 제재 정책에 대응해 미 정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제재 분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워싱턴DC 파견 근무를 포함한 다년간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집필하게 됐다.이 책의 차별점은 미 정부의 시각에서 제재 정책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분석했다는 데 있다. 특히 저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의 ‘제도분석프레임워크(IAD)’를 활용해 미국 제재 정책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를 살펴봤다. 이에 따르면 미 정부는 제재 정책을 수립할 때 크게 세 가지 목표를 추구한다. 첫째,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할 것. 둘째, 자국 내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 셋째, 핵심 전략국의 협력을 얻는 것이다. 예컨대 관세 정책을 통해 미국 내 제조업을 부활시키고 인플레이션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식이다.하지만 이 세 가지 목표는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트릴레마 상황에 놓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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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발행비용 줄인다…정부, 녹색국채 발행근거 마련
정부가 올 하반기 녹색국채 발행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녹색국채는 자금 사용 목적을 친환경 국책사업으로 좁힌 채권이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을 비롯한 유로존 주요국이 발행에 나선 바 있다. 일정 발행액을 넘지 않으면 조달금리가 일반국채보다 낮다는 평가가 많다.기획재정부는 20일 김범석 장관 직무대행 주재로 열린 '5차 지속가능경제 정책협의회'를 열고 녹색국채를 비롯한 탄소중립 핵심 정책의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기재부는 이날 회의에서 올 하반기 녹색국채 발행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 하반기 탄소중립기본법 등 관련 법률 개정을 검토하는 동시에 국가재정정보시스템을 비롯한 인프라 개선도 추진할 방침이다.김 차관은 "투자수요가 불어나면서 주요국 녹색채권 발행이 늘고 있다"며 "한국은 국채 시장의 안정화와 기후대응기금의 수입원 다변화 등을 위해 녹색국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프랑스, 독일, 영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재원 조달 수단으로 녹색국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녹색국채 발행잔액은 약 3조달러(약 4200조원)에 달했다.녹색국채는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는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각국 기관투자가와 중앙은행이 녹색채권 투자를 늘린 영향이다. 이른바 '그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기관이 늘어나는 만큼 녹색국채를 비롯한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상품 수요가 늘고 있다. 매입 수요가 풍부해 일반 국채에 비해 조달금리가 낮다는 평가가 많다.이날 회의에서는 2026년도 기후대응기금 편성 방향도 공유했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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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추경, 골든타임 놓쳤다"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 성적표가 나오자 정부와 한국은행이 경기 둔화 국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24일 발표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0.2%)은 한은의 지난 2월 공식 전망치 0.2%보다 0.4%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GDP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이후 네 분기 연속 0.1% 이하에 그쳤다. 이런 경기 둔화에 대응해 한은은 작년 10월부터 올 2월까지 0.25%포인트씩 세 차례 기준금리를 내렸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금리 하락 및 소비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전문가는 금리 인하 시기를 실기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물가 안정 등으로 작년 7월 이전에 금리를 내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은은 당시 정책 대출 등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해 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했다는 지적에선 자유롭지 못하다.한은은 작년 5월 지난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끌어올린 뒤 같은 해 8월 2.4%, 11월 2.2% 등으로 순차적으로 내렸다. 지난해 성장률은 간신히 2.0%에 턱걸이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도 작년 11월 1.9%에서 올 2월 1.5%로 큰 폭으로 하향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올해 성장률이 상당히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 수정을 예고했다.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부는 올초까지도 예산 신속집행에 무게를 두며 추경에 선을 그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작년 2분기부터 성장률 둔화 흐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도 정부와 한은은 기준금리가 내려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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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쇼크' 현실화 땐…올해 韓 경제 성장률 0%대 우려
한국 경제가 미국의 관세정책 여파가 미치기도 전인 지난 1분기 -0.2%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올해 연간 성장률이 0%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의 통상 협상 결과와 새 정부 재정정책이 올해 성장률을 가를 변수가 될 전망이다.JP모간은 24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0.7%에서 0.5%로 하향 조정했다. 박석길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충격이 반영되기도 전인 올 1분기 한국 성장률이 부진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씨티그룹도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반영해 이날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0.6%로 내렸다. 앞서 영국 거시경제 조사 회사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지난달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0.9%로 조정했다.국제기구들도 성장률을 줄하향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2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0%로 낮췄다. 라훌 아난드 IMF 한국 미션단장은 23일(현지시간)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과 관련한 기자단 질문에 “관세 조치 영향뿐 아니라 지난해 말 이후 한국의 정치 상황 변화도 함께 고려한 것”이라고 답했다.한국은행은 다음달 29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현재 1.5%인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3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하향 조정폭을 묻는 질문에 “경제·통상 관련 장관들이 내일(24일) 미국과 회담하는데 그 이후에나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통상 갈등이 심해질지 약해질지와 재정정책을 통한 대응 등을 봐야 하기 때문에 지금 한은 전망을 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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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 배당받아도 '세금 0'…감액배당 손질하나
메리츠금융지주 주주들은 지난해 4월 통장에 들어온 배당금 액수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15.4%의 배당소득세를 떼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이 실시한 건 ‘감액 배당’이었다.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돌린 뒤 실시하는 배당으로,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일반 배당과 달리 소득세를 물지 않는다.이 같은 감액 배당을 추진하는 상장사가 급증하자 정부가 과세를 검토하고 나섰다. 2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국세청, 한국금융투자협회, 조세심판원을 비롯한 관계 기관으로부터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기재부 관계자는 “원점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감액 배당 과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과세 방침이 정해지면 해당 내용을 올 하반기 세법 개정안에 담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감액 배당의 법적 근거는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받는 배당은 과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한 소득세법 시행령 제26조의 3이다. 회사가 벌어들인 수익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주주가 출자한 자본금을 되돌려주는 것인 만큼 비과세 대상이라는 얘기다.감액 배당을 통해 배당금을 받는 주주의 배당 수익은 일반 배당 대비 18.2% 높다. 일반 배당금으로 1만원을 받으면 세금을 뗀 8460원을 수령하는데, 감액 배당을 받으면 1만원을 그대로 손에 쥔다. 기업에는 잉여 자본을 효율화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개선한다는 장점이 있다.그러다 보니 감액 배당을 했거나 하려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감액 배당의 정지 작업으로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한 기업은 2022년 26곳에서 2023년 36곳, 지난해 71곳으로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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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하 두달 연장…인하율 낮춰
정부가 이달 30일 종료될 예정이던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오는 6월 30일까지 연장한다고 22일 발표했다. 재정 상황과 국제 유가 등을 고려해 인하율은 소폭 낮췄다.기획재정부는 이날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연장하되 인하율은 축소한다고 밝혔다. 휘발유 인하율은 기존 15%에서 10%로, 경유·LPG부탄은 기존 23%에서 15%로 조정됐다. 이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 휘발유에는 L당 738원, 경유는 494원의 유류세가 부과된다. 각각 이달보다 40원, 46원 오른 수준이다.유류세 인하 조치가 없으면 휘발유는 L당 820원, 경유는 581원의 세금이 붙는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11월 시작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이날까지 총 15번 연장하며 4년째 유지하고 있다.정부는 고환율 기조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가 최근 하락하고 있는 데다 지난 2년 연속 수십조원대 규모의 ‘세수 펑크’가 난 상황 등을 고려해 인하율은 낮췄다고 강조했다. 휘발유의 경우 2022년 30%였던 인하율이 5%포인트씩 낮아져 다음달부터 10%가 적용된다. 경유는 같은 기간 30%에서 15%로 조정됐다.정부는 이날 유류세 일부 환원에 따른 매점매석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석유정제업자 등에 이달 한시적으로 유류 반출량을 제한했다.남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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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수입 쪼그라드나?…'우리금융지주' 개미들 '화들짝' [김익환의 부처 핸즈업]
"메리츠금융지주 주주들이 신경 엄청 쓰겠죠."2024년 4월. 메리츠금융지주 주주들은 화들짝 놀랐다. 15.4%에 달하는 배당소득세를 떼지 않고 배당수입이 입금된 결과다. 세금을 물지 않는 배당제도인 '감액배당'의 결과다.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은 이 회사 조정호 회장이다. 메리츠금융지주 지분 48.1%를 보유한 조 회장은 당시 배당으로 2307억원을 받았다. 감액배당의 결과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일반 배당이었다면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통해 1037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메리츠금융 사례를 계기 삼아 배당 소득세를 내지 않는 '감액배당'을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도 올해부터 감액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과세 배당을 반긴다. 하지만 같은 배당금에 대해 세금을 물지 않는 데 대한 형평성 우려와 대주주의 조세회피 수단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각계 여론을 수렴해 감액배당 과세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계획이다.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감액배당 과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국세청, 한국금융투자협회, 조세심판원을 비롯한 관계 기관의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원점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과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관련 과세 내용이 올 하반기 세법 개정안에 담기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감액배당은 자본준비금 감액분만큼을 배당 재원인 이익잉여금으로 돌린 뒤 감행하는 배당이다. 15.4%의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일반 배당과 달리 소득세를 물지 않는다.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받는 배당은 과세 대상 배당소득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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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물만 잘팔리는 개인투자용 국채
정부가 5년 만기 개인투자용 국채를 200억원가량 초과 발행한다.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달 700억원 규모로 예정됐던 5년 만기 개인투자용 국채가 총 912억원어치 발행된다. 지난 15일 청약을 마감한 결과 유독 5년 만기에만 초과 수요가 발생해서다. 당초 발행 계획은 5년 만기 700억원, 10년 만기 400억원, 20년 만기 100억원이었지만 각각 912억원, 240억원, 48억원으로 결정됐다.수요가 5년 만기로 쏠린 것은 개인투자자가 10~20년간 돈을 묶어두기 쉽지 않은 데다 장기 금리 역시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시장 유동성이 아직 부족하다는 한계도 거론된다. 개인투자용은 전체 국채 발행액의 0.5%(약 1조원) 수준이다.정부는 국민의 노후 자산 형성을 돕는다는 취지로 작년 6월부터 개인투자용 국채를 발행했다. 5년 만기를 내놓은 건 올해 3월부터다.남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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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앞두고 국채금리 '뚝뚝'…외국인은 기준금리 인하 '베팅'
외국인 투자자가 이달 들어 3년 만기 국채선물을 15조원어치 사들였다. 달러가 약세 기조로 돌아선 가운데 올해 한국은행이 당초 예상보다 금리를 더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약 3주일 동안 30bp(1bp=0.01%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최근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1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3년 만기 국고채 선물을 15만5261계약(액면가 15조5261억원) 순매수했다. 지난달 2만4789계약을 순매도했던 흐름이 바뀌었다.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국고채 금리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48%포인트 내린 연 2.351%를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연 2.629%에서 19일 만에 0.278%포인트 내려왔다. 2022년 3월 21일(연 2.268%) 후 3년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이런 외국인의 투자 흐름은 당초 시장 예상과 거리가 있다. 정부는 최근 추가경정예산 편성 규모를 10조원에서 12조원으로 늘린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시장 금리를 밀어 올리는(국채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세계 3대 국채 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한국 시장이 편입되는 시점이 올해 11월에서 내년 4월로 미뤄진 것도 시장 금리 상승(가격 하락)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됐다.이런 전망과 달리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국채 시장에 들어온 것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관세전쟁 조짐에 따라 한국의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연내 두 차례 이상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은이 17일 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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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추경' 2조 늘린 12조…반도체 투자 33조로 확대
정부가 산불 피해 복구와 내수 회복, 미국발 관세 충격 대응을 골자로 하는 12조원 규모의 ‘필수 추가경정예산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한다. 종전에 발표한 10조원보다 2조원 증액했다. 정부는 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를 예고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33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하고, 이번 추경안 중 5000억원을 반도체 지원에 배정했다.정부는 15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필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재해·재난 대응에 3조원 이상, 통상·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에 4조원 이상, 민생 지원에 4조원 이상 등 총 12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늦어도 다음주 초 추경안을 제출하겠다”며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까지는 추경안이 통과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정부는 이와 별도로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 선점을 위한 재정투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26조원 규모인 반도체 분야 재정투자를 33조원으로 늘리는 게 골자다. 우선 1조8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망 지중화 사업비의 70%를 국가가 지원하기로 했다.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견·중소기업이 입지 및 설비 투자를 하면 투자비의 30~50%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50조원의 첨단전략산업기금 중 반도체 저리 대출 예산은 17조원에서 20조원으로 확대한다.남정민/정영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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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큰손, 韓 들어오나…정부, 인민은행 등 접촉…국내 채권시장 '촉각'
정부가 올해 사상 최대 규모로 발행하는 국채의 수요 기반을 넓히기 위해 중국계 큰손을 잇달아 접촉한다. ‘차이나머니’가 국내 채권시장에 본격 들어올지 국내외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3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4월 중국에서 투자설명회(IR)를 연다.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비롯해 중국공상은행 등 주요 은행, 투자기관 담당자들과 개별 미팅 일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오는 11월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계기로 중국 투자자도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해석했다.중국 금융기관은 미·중 패권 다툼이 격화한 후 미 국채 보유량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어 해외 시장에 투자할 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민은행은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3조2090억달러(약 4717조2300억원)의 외환보유액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를 통틀어 가장 큰 규모다.기재부가 중국 투자자까지 찾아가는 것은 올해 국채 발행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올해 국고채 발행 한도(197조6000억원)는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해(158조4000억원)보다 39조2000억원 많다. 올해 원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발행 한도도 20조원에 달한다.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되면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 또한 대부분 적자 국채 발행으로 충당될 전망이다. 투자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국채 발행이 증가하면 시장금리가 오르는데, 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김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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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채 240조 쏟아진다…'글로벌 세일즈' 나선 정부
정부가 이달 말 세계적 투자은행(IB) 100여 곳을 대상으로 대규모 국고채 투자설명회(IR)를 연다. 올해 200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 국고채 발행을 앞두고 글로벌 투자자의 투자 수요를 끌어오기 위해서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자칫 국고채 금리 상승(국고채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사전에 투자자를 안심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는 11월 한국이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돼 7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투자 자금이 유입되기 전까지 최대한 수급을 안정시키겠다는 전략이다. ◇11월까지 국채 금리 인상 막자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김윤상 제2차관 주재로 IR을 열고 글로벌 기관투자가에게 한국 국고채의 투자 매력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방침이다. 한국이 WGBI에 편입되는 11월 전에 국고채에 투자하면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설명회에는 글로벌 IB 100여 곳을 초청했다. 글로벌 기관 참석 규모로는 역대 최대라는 평가가 나온다.기재부가 국고채 세일즈에 적극적으로 나선 건 수급 기반 우려 때문이다. 올해 국고채 발행 한도는 197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여기에 올해 원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발행 한도가 20조원으로 잡혀 있다. 15조~30조원으로 논의되는 추경 편성 여부에 따라 발행액이 약 24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추경 재원은 전액 적자 국고채로 조달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난해(158조원)보다 발행액이 80조원가량 증가하는 셈이다.국고채 발행량이 늘면 그만큼 국고채 금리는 오른다. 국고채 금리 상승은 시장 금리 상승으로 직결돼 자금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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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發 환율 상승에…해외금융사 김치본드 매입규제 푼다
정부가 서학개미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국내투자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국내 주식 의무투자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또 외국계 은행이 한국 기업이 발행하는 ‘김치본드’(외화표시채권)에 투자하는 길도 열어주기로 했다. 서학개미발(發) 달러 수요 증가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외환건전성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외환수급 개선을 위한 추가방안’을 마련했다고 9일 발표했다. 서학개미가 해외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보유한 원화를 달러 등으로 환전하면서 환율을 밀어 올리고 있어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정부는 우선 외국계 금융회사가 원화 환전용 김치본드를 매입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이 국내 설비 투자를 위해 국내 은행 해외 점포에서 외화자금을 빌리는 것도 허용했다. 기업들이 이렇게 차입한 외화를 원화로 환전하려는 수요를 이끌어내 원화 가치를 뒷받침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하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치본드·외화대출 금리는 통상 미국 국채 금리 등에 가산금리를 붙여 산출한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국채금리는 한국을 웃돈다. 그만큼 김치본드와 외화대출 조달 금리가 한국 원화 조달 금리보다 높아 외화로 조달할 유인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기재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달러 통화스와프(CRS·조달한 외화를 원화와 맞교환) 구조를 활용하면 달러 차입 금리를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는 만큼 달러 차입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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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전, 올해 배당 재개한다…4년 만에 배당주 복귀
한국전력공사가 2021년 이후 멈췄던 배당을 올해 재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정책에 발맞춰 4년만에 배당주로 복귀한다. 다만 이번 결정이 향후 전기요금 인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문가 목소리가 나온다.27일 업계와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지난 25일 기획재정부 등 부처와의 협의를 한 후 4년간 중지했던 배당을 올해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배당률은 0.8%, 1주당 배당금은 185원으로 알려졌다. 원래 정부는 2026년까지 출자기관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을 40%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한전의 재무구조 등을 고려해 이번 배당성향을 16%선까지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한전은 대규모 적자 여파로 지난 4년간 배당을 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5조8400억원 수준이었던 한전 영업손실은 이듬해 32조원대로 불어났고 2023년까지도 ‘마이너스’ 행렬을 이어갔다. 반면 지난해는 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연결기준)을 기록해 흑자로 전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이 4년만에 배당 대상기관에 들어오게 된 가장 큰 배경이다. 최근 정부는 가스 및 전기 요금을 올리며 에너지 공기업 ‘밸류업’에 힘쓰는 중이다. 지난해 8월에는 주택용 도시가스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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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경영책임 '포괄적 면제'…美델라웨어, 기업천국 도약
미국 동부에 있는 델라웨어주(州)는 면적으로 따지면 50개 주 중 뒤에서 두 번째지만, 기업일반 면허세 수입만 놓고 보면 ‘넘버원’(2023년 기준 23억9000만달러)이다. 등록 법인 수는 인구(약 100만 명)보다 많은 180만 개(2021년 기준)에 이른다.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중 66%가 델라웨어주에 법인을 설립했을 정도다.한국은 어떨까. 2023년 말 기준 한국에 등록된 법인은 모두 130만 개. 델라웨어주 한 곳보다도 적다. 각종 규제로 글로벌 기업은 한국을 외면하고, 국내 기업은 해외로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례 없는 족쇄 한국 상법전문가들은 한국과 델라웨어주의 차이를 만든 근본 원인으로 회사법 철학을 꼽는다. 델라웨어주는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인정한 덕분에 ‘기업 천국’이 된 반면 해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기업 규제를 만드는 한국은 기피 지역이 되고 있다.대표적인 게 상법이다. 한국은 감사·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세계에서 하나뿐인 규제를 상법을 통해 시행하고 있다. 대기업 규제는 말할 것도 없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회 구성원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사외이사 요건에 관한 결격 사유는 무려 21개에 달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경영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도 2020년 12월 상법 개정을 통해 허용됐다. 단기 이익을 위해 소송을 통해 ‘치고 빠지기’ 식 전략을 구사하는 일부 헤지펀드에 뛰놀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은 한국 상법엔 없다.안 그래도 기업인을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는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