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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비상인데…기재부 1급 '전원 사표'
주요 정부 부처가 최고위 실무 책임자인 실장과 차관보(1급)를 대상으로 일괄 사표를 받고 있다. 특히 정권이 바뀌어도 1급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관례가 없었던 기획재정부가 일괄 사표를 받으면서 경제 정책이 정치 논리에 좌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인사로 ‘기재부 힘 빼기’17일 관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주 차관보와 국제경제관리관, 예산실장 등 7명의 1급 고위 공직자에게서 일괄 사표를 받았다. 구 부총리는 사직서를 낸 1급 공직자들과의 개별 면담에서 새 정부의 인사 쇄신 의지와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와 감사원 등 다른 부처도 1급을 대상으로 일괄 사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등 나머지 부처도 일괄 사직을 준비하고 있다.지금까지 고용노동부와 환경부 등 정권 성향에 따라 정책 방향성이 크게 달라지는 부처는 정권 교체와 동시에 1급 줄사표가 관행으로 이어져 왔다. 국무조정실도 국무조정실장이 바뀌면 1급들로부터 사표를 받는 관행이 있는 정부 조직으로 분류된다.하지만 기재부가 1급에게서 일괄 사표를 받은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기재부는 중장기 경제·재정 전략과 국제금융·대외신인도를 관리하는 부처 업무 특성상 최고위 실무 책임자를 일괄 교체할 경우 자칫 정책 연속성과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이런 관례가 깨진 건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기재부 힘 빼기’ 의지가 그만큼 강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예산 기능을 분리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공약대로 기재부는 내년 1월 2일부터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된다. 조직을 쪼갠 데 이어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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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보다 과징금이 효과적"…상의, 경제처벌 개선 건의
대한상공회의소가 3일 “경제문제는 형벌보다 과태료·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가 효과적인 만큼 보다 정교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배임죄 개선을 포함해 18개 경제형벌 개선 과제를 담은 ‘경제형벌 개선 건의’를 정부에 전달했다. 정부는 배임죄 완화 등을 논의하는 ‘경제형벌 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1년 내 모든 부처 경제형벌 규정의 30%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대한상의는 우선 상법상 이사 충실의무 개정으로 배임죄 적용 여부를 두고 기업 현장 내 혼란이 가중되는 만큼 배임죄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주요국과 달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과 형법·상법에서 배임죄를 가중 처벌하고 있는데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이와 함께 기업의 합리적 경영활동과 의사결정이 모호하고 추상적인 배임죄 규정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기존에 판례로 인정되는 ‘경영 판단의 원칙’을 상법·형법 등에 명문화해줄 것을 요청했다.이어 공정거래법상 형벌제도를 전면 재검토해 달라고 제안했다. 주요국에서는 경쟁법에 형벌 조항이 없거나 담합 등 일부 규정에만 형벌이 있는 데 반해 한국에선 공정거래법 규제 유형 대부분(27개)에 형벌과 양벌규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동일인 지정제도와 관련해 형사처벌 조항을 과태료로 전환해 달라는 내용도 건의 사항에 담겼다. 동일인 지정제도는 핵가족화가 이뤄지는 시대에 맞지 않고, 형벌의 책임주의 원칙(책임이 없으면 형벌도 없다는 원칙)과 충돌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금은 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 총수를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두고 각종 자료·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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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車 흔들리자 상장사 영업익 '역주행'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약 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은 8% 넘게 줄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 실적이 부진했던 데다 자동차·철강 업종 등은 미국의 관세 폭격까지 맞은 탓이다. 수출 기업들의 3분기 실적도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2년 만에 다시 감소세19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 상장 기업 636곳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합계(연결 재무제표 기준)는 각각 764조3213억원, 53조3829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39조6603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4%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79%, 8.22% 감소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줄어든 건 2023년 이후 2년 만이다.시총 1위인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2분기 삼성전자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은 각각 74조5663억원, 4조6761억원, 5조1164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0.7%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5.2%, 48.0% 급감했다. 반도체 사업이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데다 미국 제재로 중국에 팔기 위해 만들어놓은 재고를 1조원가량 충당금으로 쌓은 영향이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이 크게 부진하며 관련 부품주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미국 자동차 품목 관세의 직격탄을 맞은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전체 상장사 실적을 끌어내렸다.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조6016억원, 3조25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 22.1% 급감했다. 기아 역시 24.1%, 23.3%씩 줄었다. ◇3분기 실적도 안갯속가뜩이나 불황에 시달리는 철강업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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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생산·소비 소폭 반등…설비투자는 넉 달 연속 '뒷걸음'
올해 6월 가계 씀씀이가 넉 달 만에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 출범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다 증시가 반등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설비투자는 넉 달 연속 감소했다.통계청이 31일 발표한 ‘6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전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3.8(2020년 100 기준)로 전달보다 1.2% 상승했다. 전산업 생산은 지난 4월 -0.7%, 5월 -1.1%로 두 달 연속 감소하다가 석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생산이 각각 6.6%, 4.2% 증가한 영향이 컸다.가계 소비도 뚜렷한 개선 흐름을 나타냈다. 서비스 소비를 나타내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보다 0.5% 증가했다. 가계 씀씀이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늘면서 넉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의복을 비롯한 준내구재 소비가 4.1% 늘어났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에 비해 6.9포인트 오른 108.7을 기록해 4년 만에 가장 높았다.하지만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3.7% 감소하는 등 넉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가 넉 달째 감소한 것은 2018년 2~6월 이후 7년 만이다.김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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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판단 7개월만에 '긍정적' 표현 나왔다
정부가 7개월 만에 경기 판단에 ‘긍정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제조업 업황지수도 4개월 만에 기준선을 회복하면서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관세 협상 변수는 주요 리스크로 꼽혔다.기획재정부는 18일 발표한 ‘7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대외 여건 악화로 수출 둔화 우려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여전한 상황이나 소비심리 개선 등 긍정적 신호도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경기 판단에 ‘긍정’이란 표현을 쓴 것은 작년 12월 후 8개월 만이다. 지난달 ‘경기 하방 압력 증가’에서 ‘증가’라는 표현을 삭제한 데 이어 한 발 더 나간 것이다.기재부는 소비 회복이 경기 반등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8.7로 전달보다 6.9포인트 상승하며 기준선(100)을 크게 웃돌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정치 불확실성 해소, 주가 상승 등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가운데 이번 달부터 순차적으로 지급될 전 국민 지원금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조성중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최근 주가 상승과 2차 추가경정예산 소비쿠폰 지급 기대가 소비심리 개선에 영향을 줬다”며 “소비가 경기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7월 제조업 업황지수(PSI)도 104를 기록해 4개월 만에 기준선(100)을 넘겼다. 주요 세부 항목인 내수(104), 수출(102), 생산(102) 모두 기준선을 상회했다.미국과 진행 중인 관세 협상은 여전히 불안 요소다. 미국 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한국산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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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부동산 업고…국부 2경4000조 돌파
한국의 국부(國富)가 지난해 2경4105조원(국민순자산 기준)으로 증가했다. 수도권 집값이 오르면서 주택 자산의 시가총액이 3년 만에 증가했고, 해외 주식투자 평가액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1인당 가계 순자산은 일본보다 많았다.한국은행과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주체가 보유한 전체 자산 규모는 2경4105조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217조원 늘어났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9.4배 규모다.작년 국민순자산 증가 폭(1217조원)은 2023년 294조원과 비교하면 네 배를 웃돈다. 자산을 새롭게 취득해 나타난 거래요인(308조원)보다는 자산 가격 상승 등 거래외요인(908조원) 영향이 컸다.종류별로 보면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이 635조원 증가한 2경2485조원, 순금융자산은 582조원 늘어난 1620조원으로 집계됐다. 남민호 한은 국민B/S(대차대조표)팀장은 “토지가격 상승 전환으로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이 늘어났고, 해외 주식시장 호조와 환율 상승으로 금융자산도 급증했다”고 설명했다.비금융자산 증가세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주거용 건물 부속 토지 포함) 상승이 이끌었다. 작년 말 주택 시가총액은 7158조원으로 전년 6871조원 대비 4.2% 증가했다. 주택 시가총액이 증가한 것은 3년 만이다. 2022년엔 286조원, 2023년엔 86조원 감소했다.서울의 주택 시가총액이 2498조원으로 1년 전보다 6.4% 증가했다. 경기는 5.4% 불어난 2075조원, 인천은 4.6% 늘어난 341조원을 기록했다. 전국 주택 시가총액 중 수도권 비중은 68.7%로 전년(67.7%)보다 높아졌다.전국 증가율(4.2%) 중 수도권의 기여도는 3.8%포인트로 전체의 90.6%에 달했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선 광주(-1.2%)와 세종(-0.5%) 등 주택 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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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어설프게 성공할 바에야 차라리 실패하는 게 낫다"
“성공은 버려라.” “어설픈 성공은 때로 실패가 된다.”유니클로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사진)는 <성공은 하루 만에 잊어라>에서 경영인이라면 당연히 추구해야 할 성공을 버리라는 과감한 주장을 펼친다. 야나이 회장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작은 옷 가게를 연매출 30조원에 이르는 대기업으로 키운 주인공이다. 책은 야나이 회장이 유니클로를 세계 최대 의류 기업으로 일구며 터득한 경험담과 교훈이 담겼다.제목에서 드러나듯 ‘성공에 안주하지 말라’가 야나이 회장의 경영 철학을 관통하는 말이다. 그는 “현상 유지는 최고로 멍청한 짓이며, 안정 지향이야말로 회사를 망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이 철학은 유니클로가 ‘플리스 열풍’으로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리던 시절 일화에서 잘 드러난다. 유니클로는 2000년대 초반 내놓은 플리스 재킷이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쳤다. 한국에서도 ‘국민 아이템’으로 불릴 정도로 불티나게 팔렸다. 그 덕에 유니클로의 생산량과 매출액은 2년 사이 네 배로 늘었다.이런 폭발적인 성장에도 야나이 회장은 방심하지 않았다. 저자는 오히려 ‘플리스 열풍’이 다 지나고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었을 때 마음이 놓였다고 말한다. 유행으로 이룬 성과는 성장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팽창”이라는 이유에서다.저자는 매출 하락을 예상하고 생산량을 계획적으로 줄여나가며 대응했다. 야나이 회장은 이 결정을 운전에 비유한다. 그는 “신나게 달리다가 급제동을 걸면 관성의 법칙 때문에 몸 전체가 앞으로 고꾸라질 위험이 있다”며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위험하지 않도록 누군가는 안전벨트 기능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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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총 대신 관세가 무기인 시대…'지경학'에서 찾은 해법
물리적 전쟁의 시대는 저물었다. 이제 국가는 총 대신 ‘관세’를, 탱크 대신 ‘수출 통제’를 무기로 삼는다.기획재정부 공무원이자 정책학 박사인 주현준 씨가 쓴 신간 <지경학의 부활>은 보이지 않는 경제안보 전장에서 미국이 설계하는 제재 정책의 구조와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 전략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여기서 지경학은 지정학(geopolitics)과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말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고관세 정책처럼 경제를 수단으로 삼아 국가들이 힘을 겨루는 현상을 다루는 학문이다.이 책의 저자는 기재부 부이사관으로, 25여 년간 국제 금융과 제재 정책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2018년 기재부 외환제도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이란산 석유 수입 금지 등 미국의 제재 정책에 대응해 미 정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제재 분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워싱턴DC 파견 근무를 포함한 다년간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집필하게 됐다.이 책의 차별점은 미 정부의 시각에서 제재 정책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분석했다는 데 있다. 특히 저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의 ‘제도분석프레임워크(IAD)’를 활용해 미국 제재 정책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를 살펴봤다. 이에 따르면 미 정부는 제재 정책을 수립할 때 크게 세 가지 목표를 추구한다. 첫째,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할 것. 둘째, 자국 내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 셋째, 핵심 전략국의 협력을 얻는 것이다. 예컨대 관세 정책을 통해 미국 내 제조업을 부활시키고 인플레이션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식이다.하지만 이 세 가지 목표는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트릴레마 상황에 놓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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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핑글 "관세 폭풍에 글로벌 투자자 이탈…美, 심각한 재정 압박 받을 것"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은 0.5%에 그칠 겁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에서 자금을 대거 빼내는 시나리오는 올해 최대 리스크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의 조너선 핑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핑글은 월가에서 가장 많이 인용하는 이코노미스트 중 한 명이다. 그는 최근 ‘트럼프 관세’에 따른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했다. 핑글은 인터뷰에서 관세 여파로 올해 미국 경기가 확연히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십 년간 미국으로 유입되던 글로벌 자본이 정책 불확실성으로 빠져나가면 미국 자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소비자 지수와 고용지표 중 무엇을 주목해야 하나요.“코로나19 이후 소비자심리지수 등은 좀처럼 신뢰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할 때 매우 낮은 수치를 보이기도 했죠. 이번에도 결국 고용지표 등에서 그 영향이 드러날 것입니다. 해고 공지 증가, 장비 주문 감소 등 측정할 수 있는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부분 3월 이전 발생해 관세 영향이 아직 지표에 반영되지 않았어요.”▷1년 내 경기 침체가 올까요.“성장세가 매우 부진한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UBS 글로벌팀은 세계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를 일부 철회해도 이미 도입된 조치로 인한 불확실성은 남아 있어요. 올해 경제가 2023년이나 2024년보다 확연히 둔화할 겁니다.”▷침체 신호는 언제쯤 뚜렷해질까요.“5월 발표되는 4월 기업 투자 및 고용 보고서에서 더 명확해질 것으로 봅니다. 특히 고용지표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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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노력·의지·이타심…日 '경영의 神'이 강조한 평범한 원칙
첨단 소재·부품 회사 교세라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와 더불어 일본 3대 경영인으로 꼽힌다.1959년 교세라의 전신 교토세라믹을 세울 당시 이나모리의 나이는 스물일곱 살에 불과했다. 300만엔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벤처기업 교세라는 현재 시가총액 2조4700억엔에 달하는 대기업이다. 이나모리가 1984년 설립한 다이니덴덴(현 KDDI)은 일본 2위 이동통신사로 성장해 시총이 11조1700억엔에 이른다. 그는 65세가 된 2005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46년간 모은 퇴직금 6억엔을 전부 모교인 가고시마대 등에 기부하겠다고 밝히고 불교에 귀의해 승려의 길을 걷기도 했다.그러나 이나모리는 금세 경영 현장에 돌아왔다. 2010년 파산 위기를 맞은 일본항공(JAL)이 그에게 ‘SOS’를 쳤다. 그때 이나모리는 팔순에 가까운 나이였지만 녹슬지 않은 노장의 실력을 보여줬다. 이나모리는 무보수 회장직을 맡아 2년8개월 만에 JAL을 도쿄 주식시장에 다시 상장하고 회사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 JAL을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이나모리 회장은 2013년 퇴임했다.그는 생전 젊은 경영자 육성에도 앞섰다. 경영 아카데미 ‘세이와주쿠’를 설립해 일본은 물론 한국 미국 중국 등 전 세계에서 1만 명 넘는 경영인을 배출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도 젊은 시절 세이와주쿠 수강생이었다.이나모리는 2022년 8월 90세를 일기로 노환으로 사망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과 엄격한 경영 원칙을 지키면서도 소박한 성격, 넓은 인품을 지닌 경영인으로 기억되는 이나모리는 일본인이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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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관세 여파 예상보다 훨씬 커 딜레마"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여파로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에 빠지면 물가와 성장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파월 의장은 이날 시카고 이코노믹클럽 대담에서 “현재까지 발표된 관세 인상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크다”며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 등 이에 따른 경제적 영향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Fed의) 양대 책무가 충돌할 어려운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파월 의장은 관세가 적용되면 일부가 국민에게 전가돼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관세에 따른 공급망 교란도 물가 상승의 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품목관세 대상이 된) 자동차업계를 보면 공급망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으며 수년간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 없이는 모든 미국인에게 이익이 되는 장기적인 강력한 노동시장 조건을 달성할 수 없다”며 물가 안정을 우선시하겠다고 강조했다.파월 의장은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을 두고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자유무역)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현재 관세 여파가 1930년 제정한 스무트-홀리 관세법보다 크다며 미국이 구조적으로 더 위험한 지역이 된다면 투자처로서의 매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그는 금융시장이 어려울 때마다 Fed가 금리를 인하하거나 양적완화(대규모 국채 매입)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Fed 풋’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조정을 당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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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총부채비율 역대 정권 중 첫 하락
지난 3년 동안 우리나라의 국가 총부채와 가계부채 비율이 역대 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에서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총부채와 가계부채 비율이 각각 244.5%, 90.1%로 2017년 이후 7년 만에 하락했다고 11일 밝혔다. 국가 총부채란 정부와 기업, 가계의 부채를 모두 합한 수치다.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국가 총부채 비율은 250.4%, 가계부채 비율은 97.3%였다. 2000년 이후 집권한 정부 가운데 국가 총부채와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 5년(2017~2022년) 동안은 국가 총부채와 가계부채 비율이 각각 43.7%포인트, 12.5%포인트 상승했다.다만 지난해 말 총부채 규모는 6232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성장률은 하락하는데 저출생·고령화로 복지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어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하지 않으면 부채 비율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尹 건전재정 기조에도 목표 비율 미달…차기정부 고삐 풀면 국가신용 타격예산·보조금 등 지출 구조조정…세수 감소 탓 목표 달성 못해국가 총부채와 가계부채 비율이 역대 정부 가운데 처음 하락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재정 건전성 강화 정책 기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부채를 늘려 성장을 유도하는 경제정책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지출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추진했다.정부는 취임 첫해부터 노조·비영리단체 보조금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22년 682조원이던 총지출을 2023년 611조원으로 줄였다. 국회 문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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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작은 위기에도 휘청…'최적화의 덫'에 걸린 세계 경제
‘가성비’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을 줄인 단어로, 음식이 됐든 옷이 됐든 화장품이 됐든 간에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선의 소비를 하려는 마음이 담긴 표현이다.우리는 비단 소비뿐 아니라 삶의 모든 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가장 빠른 지름길,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주식 종목, 가장 큰돈을 벌 수 있는 커리어는 모든 사람의 관심사다. 그만큼 ‘최적화’ 욕구는 우리 사고방식에 깊이 녹아들어 있다.<최적화라는 환상>은 최적화라는 원칙이 항상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저자 코코 크럼은 미국의 응용 수학자다. 실리콘밸리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일했고, 과학 컨설팅 업체 리워드코 창업자다. 세계 최고 테크 기업이 모인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효율적인 공식을 찾는 역할을 한 인물이다. 저자는 테크업계의 효율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 환멸을 느끼며 최적화의 폐해에 관한 고민을 시작했다.책은 최적화가 인류 발전을 이끈 원리를 설명한다. 한정된 자원으로 더 많은 생산량, 더 많은 돈,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는 욕구는 인류 성장의 강력한 동기가 됐다. 덕분에 과학 기술, 경제 시스템, 산업 모두 숨 가쁜 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 농업, 경제, 에너지, 카지노에 이르기까지 현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최적화가 절대적인 원칙이자 하나의 시대정신이 됐다.저자는 최적화 추구가 인류 발전에 지대하게 기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동시에 그 이면에 숨겨진 문제들을 지적한다. 인류가 눈앞의 최적화에 집착해 사회는 유연성과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게 크럼의 주장이다.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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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AI 시대에는 '공감 지능' 가져야 성공한다
인공지능(AI) 시대 인간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공감 지능 시대>는 이 질문에 ‘공감 지능’이라고 답한다.저자 김희연은 LG그룹 최초 여성 최고전략책임자(CSO)와 LG그룹 전자 계열에서 처음으로 여성 전략그룹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경영·AI 관련 칼럼니스트로 일하면서 롯데글로벌로지스 사외이사로 있다. 책에는 저자가 영어영문학과 출신 은행원에서 증권사 IT(정보기술) 애널리스트, LG디스플레이 임원까지 세 차례 전직을 거친 독특한 커리어에서 얻은 경험담과 교훈이 담겼다.<공감 지능 시대>는 AI 시대 인간은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AI는 데이터 속에서 답을 ‘찾는’ 존재고, 인간은 해답을 ‘만들어 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해 공감 지능이 필요하다는 게 이 책의 요지다.저자가 말하는 공감 지능이란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는 맥락과 감정을 이해하고 더 나은 질문과 결정에 도달하는 능력이다. 책은 이 능력이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고 그들의 지식과 경험을 받아들이는 공감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자신이 지난 30여 년간 전혀 다른 업종을 옮겨 다니며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전문성이 아니라 사람을 들여다보는 태도에 있었다고 말한다.저자는 공감 지능을 키우는 세 가지 ‘눈’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일상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눈이다. 두 번째는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고 혁신을 준비하는 자세다. 마지막은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본질을 구별하는 시선이다. 이런 자세가 데이터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소비자들의 불편함과 인간 심리를 포착하고,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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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활동 저해"…한덕수 대행, 상법개정안 거부권 행사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상법개정안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한 권한대행이 행사한 7번째 거부권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41번째 거부권이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고심을 거듭한 끝에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한 대행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을 포함한 대다수 기업의 경영 환경 및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더욱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 대행은 이어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경영의사결정 전반에서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적극적 경영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결국 일반주주 보호에도 역행할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해 야권 주도로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여당과 경영계는 이처럼 상법을 손질할 경우 소액주주들이 기업 이사를 상대로 배임·사기죄 소송을 남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주충실의무’ 조항을 바탕으로 회사의 정상적 경영 활동에 개입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반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일부 정부 관계자가 재의요구권 행사에 반대했다. 이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