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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F 큰손'된 2030…주식 비중 높은 퇴직연금에 자금 몰렸다
대표적 연금 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가 2030세대의 주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연금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전 연령대 중 20대가 TDF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식 비중이 높은 ‘고(高) 빈티지’ TDF로 몰리고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공격적으로 운용이 가능하고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은퇴 시점이 먼 젊은 층일수록 연금 상품을 자주 갈아타기보다 적극적인 자산 배분 전략과 장기 운용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TDF에 몰리는 20309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TDF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빈티지는 ‘2050’이었다. 243개 펀드에 총 7284억원이 순유입됐다. 다음으로 자금이 많이 몰린 빈티지는 2045로 6180억원이 들어왔다. TDF는 투자자 은퇴 시점을 고려해 생애 주기에 맞춰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상품이다. 은퇴가 한참 남은 청년기에는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고, 은퇴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식이다.펀드 명에 붙은 2025, 2030 등 숫자(빈티지)가 은퇴 예상 연도를 뜻한다. 지난달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2050 ETF는 2050년 은퇴를 가정하고 자산을 배분한다. 정년을 60세라고 가정하면 현재 30대 중반이 투자하기에 적절한 상품이다. 빈티지가 높은 상품일수록 주식 비중이 높다.은퇴가 한참 남은 젊은 세대가 TDF에 관심을 갖는 건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연금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2030세대의 TDF 투자 선호가 높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퇴직연금 제도인 401k 가입자 중 TDF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세대는 20대로 나타났다. 미국 20대 연금 자산의 75.4%가 TDF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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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수익률 우등생' 삼성증권…미래에셋은 적립금 최다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 도입으로 ‘연금 이사’가 자유로워지자 연금 사업자를 비교·선택하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사업자별로 제공하는 상품 종류와 정보가 연금 수익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연금 투자자가 많이 선택한 사업자는 어디일까. 어떤 사업자를 통해 연금을 운용한 투자자가 좋은 성과를 냈을까.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 3분기 퇴직연금 사업자 비교 공시를 통해 들여다봤다. ◇연금 자금 몰린 미래에셋증권26일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퇴직연금 자금이 가장 많이 증가한 사업자는 미래에셋증권이었다.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적립액이 5조7301억원 늘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전체 업권을 통틀어 가장 많은 자금을 유치했다. 3분기 퇴직연금 시장 전체 적립액 증가분(13조8341억원) 가운데 약 20%인 2조7860억원이 미래에셋증권에 몰렸다.3분기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34조9244억원으로 증권업권 1위를 유지했다. 삼성증권은 적립금 18조8656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18조6384억원)을 제치고 3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삼성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올해 들어 3조4802억원 증가해 증권사 가운데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을 보였다.전체 업권 기준 적립금 1위는 삼성생명보험(51조2943억원), 은행업권 1위는 신한은행(49조1849억원)이었다. 업권별로는 증권사의 적립액 증가폭이 가장 컸다. 3분기 증권업권 퇴직연금 적립금은 7조1290억원 증가했다. 은행(5조6884억원), 보험(1조5484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한 증권사 퇴직연금 담당 임원은 “퇴직연금 수익률에 관심이 높은 투자자가 상장지수펀드(ETF) 등 거래가 편리한 증권사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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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복지 수술'…정년 이후 일하면 月 330만원 소득세 감면
독일 정부가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하는 근로자의 소득세를 일부 면제해주는 새로운 복지 실험에 나섰다. 급속한 고령화로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연금 재정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자 고령층 은퇴를 자발적으로 늦추는 세제 혜택을 마련한 것이다. ‘더 오래 일하는 사회’를 만들어 지속가능성 논란이 제기되는 복지 체계를 수술하겠다는 구상이다. ◇330만원 소득세 면제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정년 이후에도 일하는 근로자에게 월 2000유로(약 330만원)까지 소득세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 법안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의 총선 공약 중 하나로 ‘활동 연금제’로 불린다. 숙련 인력이 노동시장에 계속 머물도록 해 노동력 부족과 늘어나는 연금 지출을 동시에 해결하는 게 핵심 목표다. 메르츠 총리는 최근 집권 기독민주당(CDU) 전당대회에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복지국가는 우리 재정으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며 복지 제도 수술을 예고했다. 이번 조치도 그 연장선이다. 독일 경제가 3년째 침체에 빠진 상황에 나온 대책이기도 하다. FT는 “이번주 독일 연방정부에서 이 제도를 승인할 것”이라고 전했다.최근 독일은 인구구조 변화로 만성적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법안에서는 “젊은 세대의 노동시장 진입이 점차 줄어들고 있고 이미 여러 산업 분야에서 숙련 노동자가 부족하다”며 제도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독일 경제부에 따르면 2030년 독일 노동인구는 2010년 대비 630만 명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2035년까지 숙련 노동자는 700만 명 부족할 전망이다.줄어든 노동인구는 연금 재정도 고갈시켜 독일 경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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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단기간 'ETF 순자산 10조' 신한운용...'AI·가상자산·연금'으로 상위권 도약
업계 최단기간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 10조원을 돌파한 신한자산운용이 상위 운용사로 도약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가상자산, 그리고 연금 상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15일 신한운용은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열린 10조원 돌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중장기 핵심 전략을 담은 'SOL ETF 2.0'을 발표했다. 조재민 신한운용 대표는 "ETF 전체 순자산 250조원 돌파는 단순한 규모의 확장이 아니라, 국민 자산이 예금에서 투자상품으로 본격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자기주도형 투자 문화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SOL ETF가 투자자의 자산 증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상품을 지속 공급할 것"이라 말했다.신한운용이 국내 ETF 시장에 진출한 건 지난 2021년 9월이다. 'SOL 미국S&P500ESG'를 시작으로 2022년 6월 국내 최초 월배당 ETF인 'SOL 미국S&P500'에 이어 '소부장 ETF 시리즈', '미국AI ETF시리즈', 1조7000억원 규모 초대형 ETF로 성장한 'SOL 조선TOP3플러스' 등을 줄줄이 내놓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자연스럽게 순자산 규모도 급증했다. 2021년 말 5948억원이던 순자산은 불과 4년 만에 10조7000억원으로 늘며 '10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06%에 달한다. 국내 주요 ETF 운용사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다.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총괄은 "SOL ETF의 강점은 산업의 성장스토리와 기업 실적에 기반한 효율적 투자 솔루션 제공"이라며 "국내 주식형, 해외 주식형, 채권형 등 기초자산 전반에서 밸런스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건강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상장한 ‘SOL 미국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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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다퉈 주식 비중 늘리는 채권혼합형 ETF
자산운용사들이 기존 채권혼합형 상장지수펀드(ETF)의 주식 비중을 높이고 있다. 채권혼합형에 투자하면서도 기대 수익률을 높이려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미국나스닥100채권혼합Fn’의 주식 비중을 30%에서 40%로, ‘TIGER 미국테크TOP10 채권혼합’의 주식 비중을 기존 40%에서 50%로 높일 예정이다. 오는 31일부터 적용된다. 앞서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지난달 30일 ‘ACE 미국나스닥100채권혼합액티브’를 ‘ACE 미국나스닥100미국채혼합액티브’로 변경하고 주식 비중을 30%에서 50%로 조정했다. ‘ACE 미국S&P500채권혼합액티브’ 역시 상품명을 ‘ACE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액티브’로 변경하고, 주식 비중을 기존 30%에서 50%로 높일 예정이다.최근 개인투자자 사이에선 주식 비중이 높은 채권혼합형 ETF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하나자산운용이 지난달 30일 내놓은 ‘1Q미국나스닥100미국채혼합50액티브’는 상장 당일 전체 ETF 가운데 개인 순매수 10위를 차지했다. 나스닥지수와 미국 단기채에 절반씩 투자하는 상품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2023년 11월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으로 채권혼합형에서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최대 비중이 50%로 높아졌다”며 “이전에 출시해 주식 비중이 낮은 ETF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투자자들이 채권혼합형 ETF에 주목하는 건 퇴직연금 계좌에서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규정상 퇴직연금은 안전자산에 최소 3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안전자산으로 분류하는 채권혼합형 상품을 활용하면 전체 계좌 내 주식 비중을 최대 85%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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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 연금 50조 돌파…고객들은 투자로 8.4조 불려
미래에셋증권의 연금 자산이 총 50조원을 돌파했다.1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를 통해 연금을 운용하는 투자자 자산이 50조원을 넘어섰다. 퇴직연금 34조원, 개인연금 16조원 등이다. 퇴직연금 중에서는 확정기여(DC)형 14조원, 개인형퇴직연금(IRP) 14조원, 확정급여(DB)형 6조원으로 집계됐다. 연금자산 가운데 8조4000억원이 투자 성과에 따른 평가차익이었다.회사 측은 “IRP 기준 최근 1년 수익률이 전 업권을 통틀어 최고였다”며 “글로벌 우량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전략이 효과를 냈다”고 했다.미래에셋증권의 상반기 퇴직연금은 전 업권을 통틀어 가장 많이 증가했다. DC·IRP 적립금이 3조4206억원 늘어 전체 증가액의 16.4%를 차지했다.나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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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수익률 오르자 "위험자산 초과" 경고…규제에 묶인 퇴직연금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고질병은 낮은 수익률이다. 연금은 안전하게 굴려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원리금 보장형에 자금 대부분이 묶여 있다. 조금의 위험도 허용하지 않으니 투자 수익률은 예금이자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수익률이 낮으니 노후 자금을 충분히 불릴 수 없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노인 빈곤율 1위를 16년째 지키고 있다. 노후 안전망이 돼야 할 퇴직연금 시장의 민낯이다.연금 전문가들은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개선, 위험자산 운용규제 폐지, 네거티브 방식의 투자상품 규제 도입을 통해 퇴직연금 수익률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취지와 반대로 가는 ‘디폴트옵션’디폴트옵션은 연금 가입자가 별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사업자가 알아서 사전에 지정한 포트폴리오로 운용하는 제도다. 한국에서는 2023년 하반기부터 시행됐다. 연금에 관심 없는 자금을 자동으로 실적 배당형에 투자하도록 이끌기 위해서다. 도입 3년째인 올해 1분기 말 기준 적립금은 44조8965억원까지 늘었다.몸집은 빠르게 커졌지만 도입 취지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연금 전문가들의 평가다. 1분기 말 기준 디폴트옵션 가입 금액의 87.7%는 원리금 보장형에 묶여 있다. 디폴트옵션에서 선택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가운데 원리금 보장형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실적 배당형으로 자금을 유도하겠다는 도입 취지와는 반대 결과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연금 선진국 가운데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형을 포함한 국가는 없다”며 “디폴트옵션에서 원리금 보장형을 제외하거나 단기 자금 대기용으로만 활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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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수익률 만족도 1위는 '증권사'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 여러 퇴직연금 관리 사업자 중 증권사에 가입한 사람들의 운용 수익률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12일 한국경제신문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전국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운용 수익률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사업자가 증권사인 경우가 34.6%로 가장 높았다. 보험사(31.9%), 은행(23.6%)이 뒤를 이었다.퇴직연금 사업자를 변경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엔 ‘증권사로 옮기겠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29.5%가 향후 퇴직연금 사업자를 변경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 가운데 옮겨가고 싶은 사업자가 증권사라고 답변한 비율이 61.5%로 가장 높았다. 은행(20%), 보험사(6.5%)는 비교적 선호도가 낮았다.실제로 퇴직연금 사업자를 변경한 응답자 15.6%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변경 전과 비교해 퇴직연금 사업자가 증권사인 비중은 8.7%포인트 증가했고 은행과 보험사 비중은 각각 8.3%포인트, 0.6%포인트 감소했다.은행, 보험사 위주의 확정급여(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는 추세도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30%는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했고 이 중 70.3%가 자발적으로 전환했다고 답했다. 전환 이유로는 ‘높은 수익률로 자산을 불려가고 싶어서’가 29.2%로 가장 많았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예·적금 대신 상장지수펀드(ETF)와 여러 펀드 상품에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증권사 선호도가 올라가는 추세”라고 말했다.맹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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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퇴직연금 계좌로 암호화폐 투자 허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암호화폐를 퇴직연금 계좌인 401(k)에 포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수백만달러 규모 자금이 디지털 자산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대표 퇴직연금 계좌인 401(k)에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의 은퇴연금 시장 규모는 약 43조달러로, 이 중 약 9조달러가 401(k)에 예치돼 있다. 이는 전 세계 암호화폐시장 시가총액과 맞먹는 규모다. 코인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및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수백만달러 규모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401(k)을 통한 암호화폐 투자가 명확히 금지된 것은 아니었지만, 미국 노동부는 수탁자들에게 “암호화폐를 401(k) 상품에 포함시키기 전에 극도의 주의를 기울이라”는 지침을 제시해 왔다. 이 지침은 지난 5월 공식 철회됐다.이 같은 소식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오후 7시께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2.1% 상승한 11만7595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이 11만7000달러를 넘긴 것은 이달 들어 처음이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5.67% 오른 3904달러를 기록해 40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임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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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형 퇴직연금' 호주·영국 年 수익률 5~9%…韓의 3배
호주와 영국 퇴직연금의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5~9%로 한국의 세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 운용사가 퇴직연금을 모아 굴리는 ‘기금형 제도’와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가 이 같은 차이를 만든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7일 호주건전성감독청(APRA)에 따르면 기금형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퇴직연금의 10년 수익률은 연평균 6.7%(작년 6월 기준)다. 기금형과 계약형이 공존하는 영국 퇴직연금도 최근 5년간 연 5~9%대 수익을 내고 있다. 같은 기간 연 2%대를 기록한 한국 퇴직연금 수익률과 차이가 크다. 한국 퇴직연금의 5년 수익률은 연평균 2.86%, 10년 수익률은 연평균 2.31%에 그쳤다.한국의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스스로 상품을 선택해 운용하는 계약형 방식이다. 별도로 지시하지 않으면 디폴트 옵션으로 운용되는데, 가입자 대다수가 저위험 상품을 골라 ‘쥐꼬리 수익률’이 현실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의 82.6%가 예·적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다는 게 고용노동부 통계다.디폴트 옵션 도입국 중 원리금 보장 상품을 제공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연금 선진국은 대부분 실적배당형만으로 디폴트 옵션을 꾸리고 있다. 매슈 린든 호주퇴직연금가입자협회(SMC) 전략부문 대표는 “고성장·균형·안정형 등 6개 옵션 중 하나만 고르면 전문가가 알아서 굴려주는데, 위험자산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영국의 디폴트 옵션은 자산의 약 70%를 해외 주식에 투자한다. 임란 라즈비 영국투자협회(IA) 선임자문위원은 “연금 가입자 사이에선 위험을 감수하며 30~40년 투자해야 원하는 수익을 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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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英, 매년 퇴직연금 '수익률 오디션'…성과 저조하면 퇴출
호주 퇴직연금업계에서는 매년 여름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진다. 축구리그의 승강제를 방불케 한다. 당국이 2021년 도입한 ‘퍼포먼스(성과) 테스트’ 때문이다. 기금형 연금마다 수익률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성과가 낮으면 통폐합 수순으로 이어지기 일쑤다.호주와 영국 등 영미권 퇴직연금의 핵심은 자율과 경쟁이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통해 운용 전문성을 살리는 동시에 기금 간 치열한 경쟁을 유도해 수익률을 높인다. 단순히 모든 운용 권한을 기금에 넘기는 게 아니다. 위탁자가 투자 상품을 직접 고르도록 유도해 개인의 자율성도 보장하는 구조다.◇치열한 경쟁으로 수익률 제고호주 퇴직연금인 ‘슈퍼애뉴에이션’은 확정기여(DC) 형태의 기금형 제도다. 가입자는 연금자산을 전문으로 운용하는 기금을 선택할 수 있다. 회사가 설립한 기업형기금, 특정 산업별로 조성된 산업형기금, 정부기관 공무원과 공공기관 근로자가 대상인 공적기금 등으로 다양하다.슈퍼애뉴에이션은 기금 간 무한 경쟁 시스템을 통해 발전했다. 호주 정부는 매년 장기 수익률, 벤치마크 대비 성과 등을 평가해 합격과 불합격을 가린다. 처음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 가입자들에게 통지해야 하고, 2년 연속 불합격하면 신규 가입자를 받을 수 없다. 2021년 제도 시행 후 80만 명 이상이 다른 기금으로 이동한 배경이다. 제임스 코발 호주퇴직연금협회(ASFA) 이사는 “20년 전 1500개 넘는 기금이 있었지만 치열한 경쟁 끝에 100개 이하로 줄었다”며 “기금이 대형화될수록 ‘규모의 경제’를 이뤄 인프라 시설 등 개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영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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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퇴직연금 가입률 88%…그 뒤엔 NEST 있었다
“영국 퇴직연금 시장은 자동가입(automatic enrolment) 제도를 도입하면서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 제도가 없었다면 저축을 하지 않았을 수백만 명이 퇴직연금 투자자로 변모했죠.”영국의 대표 퇴직연금 수탁사인 피플스펜션의 댄 미쿨스키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인터뷰에서 자동가입 제도가 노후를 위한 장기 저축 문화를 확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자동가입 제도가 도입된 때는 2012년이다. 나이(22세 이상)·연봉(1만파운드 이상) 등 일정한 법적 기준을 충족한 근로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자동으로 퇴직연금에 가입된다. 퇴직연금 가입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 도입 첫해 55%이던 적격 근로자 가입률은 2023년 88%로 급등했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53%에 불과한 한국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이다.영국 정부가 자동가입 제도를 고안한 것은 당시 주류였던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이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DB형은 사전에 정한 퇴직급여를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고용주가 퇴직연금 운용을 책임지는 셈이다. 미쿨스키스 CIO는 “수명이 길어지고 금리와 주식 수익률이 낮아지며 고용주 입장에선 DB형 연금을 유지하는 게 부담스러워졌다”고 설명했다.이 제도로 퇴직연금 시장에 진입한 근로자들은 상당수 확정기여(DC)형, 그중에서도 ‘마스터트러스트’로 불리는 기금형 퇴직연금으로 유입됐다.특히 정부가 설립한 마스터트러스트인 국가퇴직연금신탁(NEST)의 역할이 컸다. NEST는 자동가입 제도가 도입된 해(2012년) 설립됐다. 저소득·중소기업 근로자의 퇴직연금은 보통 NEST를 통해 운용된다. 실제 NEST에 퇴직연금을 위탁한 고용주의 98%는 근로자 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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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美유출 막자"…英 '반강제' 자국 투자
영국 정부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는 퇴직연금 자산의 자국 내 재투자다. 4000조원에 육박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자산의 상당액이 미국으로 유출되고 있어서다.영국 정부는 지난 5월 17개 대형 DC형 연금 사업자와 ‘맨션하우스 협정’을 체결했다. 2030년까지 자발적으로 DC형 내 디폴트옵션의 10%를 비상장주식과 부동산, 인프라, 벤처캐피털 등 사모시장에 투자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중 절반인 5%는 자국에 투자해야 한다. 이번 협정으로 영국 시장에 최대 250억파운드(약 47조원)가 추가로 유입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지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발적이라고는 하지만 업계에선 ‘반강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맨션하우스 협정은 자국의 퇴직연금 자산이 미국 증시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호주 퇴직연금인 ‘슈퍼애뉴에이션’은 자산 일부를 자국 내 기반시설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자국 주식(비중 23%)뿐만 아니라 도로·철도·공항·데이터센터 등 인프라(9%)에도 상당한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자국 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조이 알렉산더 영국연금협회(PLSA) 정책디렉터는 “맨션하우스 협정은 퇴직연금 제도가 국민의 노후 보장뿐 아니라 영국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익명을 요청한 영국 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익률이 우선돼야 할 연금 시스템에 정치가 끼어들 여지가 생겼다”며 “인프라, 벤처캐피털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수익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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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 더 딥"…美 연금 백만장자들은 증시 흔들려도 장기투자
“바이 더 딥(Buy the Dip·떨어지면 더 사라).”미국 증시 투자자 사이에서 격언처럼 통하는 말이다. 미국 증시는 일시적으로 흔들려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경험칙이 굳건하다. 달러 패권을 바탕으로 한 미국 경제 성장, 인공지능(AI) 시장을 이끄는 혁신 기업에 대한 믿음이 핵심 근거다.미 증시에 대한 믿음의 또 다른 축은 퇴직연금이다. 매년 퇴직연금을 통해 밀려 들어오는 막대한 자금은 수급 측면에서 증시를 든든히 떠받치고 있다. 한국 증시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도 연금과 증시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미국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 증시 대들보 역할 하는 미국 연금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인 401K 자금은 8조8875억달러(약 1경2350조원)로, 전년 대비 1조275억달러 늘었다. 미국 퇴직연금 가운데 70% 넘는 돈이 주식에 투자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략 7300억달러가 증시에 새로 유입된 셈이다.퇴직연금에서 유입되는 자금은 미국 증시 수요의 강력한 축이다.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매년 기계적 순매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러스 아이빈잭 AON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노동시장이 지금처럼 완전고용 수준을 유지한다면 연금에서 투자되는 주식 자금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미국 연금이 주식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데는 디폴트 옵션(사전지정 운용제도)의 역할이 컸다. 디폴트 옵션은 투자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미리 정해둔 상품에 자동으로 투자하는 제도다. 회사마다 포트폴리오는 다르지만 적립금의 7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 대부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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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고령화에 재정 부담…연금개혁 시동
영국 정부가 연금 수급 연령 등 전반적인 연금 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이 커진 데다 은퇴자의 노후 소득이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영국 정부는 국가연금 수령 연령의 적절성 여부를 검토한다고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현재 영국의 국가연금 수급 연령은 66세다. 2014년 개정된 연금법에 따라 정부는 6년마다 국가연금 수급 연령을 재검토해야 한다. 2017년 처음으로 검토했고 2023년 두 번째 검토가 종료됐다. 당시 정부는 2026~2028년 수급 연령을 67세로 올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다만 2044~2046년 68세로 상향하는 계획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리즈 켄들 노동연금부 장관은 “이번 검토는 2029년 3월 말 이전에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연금 제도 전반을 개편하기 위해 연금위원회도 20년 만에 재출범한다. 영국 가디언은 위원회가 퇴직연금 가입 연령을 낮추고 납부율을 높이는 내용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2012년 퇴직연금 자동등록제 도입으로 가입자가 늘었지만 저축 수준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2세 이상 근로자는 소득의 최소 8%를 납부해야 하고, 이 중 최소 3%는 고용주가 부담한다.한명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