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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 "두 배 더 열심히 뛸 것"…손경식 "기업 투자 격려해달라"
며칠 전만 해도 산업계에선 경제계 최대 행사로 꼽히는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신년 인사회’가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았다.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잇따라 낙마한 데다 무안 제주항공 사고까지 겹친 탓이다. “행사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란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썰렁한 행사가 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3일 신년회가 열린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 회관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위기 돌파를 위해 기업인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판단한 주요 그룹 총수가 빠짐없이 참석해서다. 이날 모습을 드러낸 600여 명의 기업인은 도전과 혁신의 의지를 함께 나누며 위기 극복을 다짐했다. ○“기업이 위기 극복 앞장선다”이날 신년 인사회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열렸다. 묵념으로 행사를 시작했고, 참가자들은 무안 제주항공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검은 리본을 옷깃에 달았다. 행사장을 드나들 때도 하나같이 굳은 표정이었다.행사장 안에선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삼삼오오 모여 올해 경영 환경에 대해 토론하는 기업인이 여럿 보였다. 한 그룹 총수는 “소비 침체, 수출 둔화, 고환율 등 그 어느 때보다 상황이 어렵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다른 기업인들과 ‘모두 웃으면서 연말을 맞이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인사말에서 “덕담과 인사만 나누기엔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오늘 행사를 예정대로 열었다”며 “어떤 위기에도 대한민국 경제가 멈춰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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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강국' 코리아 생존 시한은 5년
약 한 달 전 국내 반도체학계에 중국과학원이 세계 최고 권위의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국제전자소재학회(IEDM)에서 발표한 차세대 메모리 ‘3차원 D램’ 관련 논문 한 건이 전해졌다. 메모리 기술을 선도한다고 자부해온 한국 반도체 연구자 사이에서 “정신이 바짝 들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차세대 화합물 이그조(IGZO)를 활용해 한국 연구자들이 따라가지 못할 수준의 진전을 이뤘기 때문이다.국내 최대 가전 기업의 A사장은 지난해 10월 중국 선전에 출장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현지 중견 부품사가 한국과 동일한 성능의 부품을 30% 이상 싼 가격에 하이얼, 샤오미 등에 공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사장은 “원가 경쟁력에 밀려 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했다”고 말했다.‘첨단 제조업 강국’, 한국에 붙는 수식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한국 간판 기업들은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 진격했다. 선도 기업에 밀리지 않는 품질의 제품을 빠르게 출시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첨단 분야에서 출하량 기준 세계 1위에 올랐다.하지만 현재 한국 간판 기업의 경영진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더 이상 따라잡을 기업이 없어진 상황에서 한국 제조업은 세상에 없는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해서다. 미래 산업에서 별다른 성과를 못 내는 사이에 한국 전통 산업은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며 중국에 추격을 넘어 추월당했다.한국 정보기술(IT) 분야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지금 이 상황이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한국 제조업의 수명은 길어야 5년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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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 토론 사회 본 李 "주주이익이 회사이익이라 생각"
이재명 대표가 좌장으로 나선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 공개 토론회가 19일 국회에서 열렸다. 경영진팀과 투자자팀으로 나뉘어 상법 개정에 대한 엇갈린 의견이 개진되는 가운데 이 대표는 토론회 시간 대부분 양측 의견을 경청했다. 중재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과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정연중 심팩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나선 경영진팀은 “이사 충실의무가 확대될 경우 중소·중견기업의 경영권까지 위협받아 주식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명한석 참여연대 실행위원과 김현 이화그룹 주주연대 대표 등의 투자자팀은 “주주를 보호하는 장치가 없어 한국 증시가 지나치게 저평가되고 있다”고 맞받았다.경영진팀은 또 전체 기업에 적용되는 상법 개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핀셋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투자자팀은 상법 개정으로 일반 주주를 위한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정 CFO는 이사 충실의무 확대 조항에 대해 “기업 이사회가 장기적 성장을 위해 이익을 유보하고 재투자를 결정하면 이사 충실의무를 위반하게 되는지 등 상법 개정으로 인한 법률적 부담이 매우 크다”고 비판했다.이에 이 대표는 심팩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물어보며 ‘주가가 과도하게 낮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심팩의 PBR이 0.34배라는 정 CFO의 말에 이 대표는 “회사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는 것은 과도하게 (자본시장이) 평화적이지 않냐. 그러면 그 회사는 적대적으로 인수·합병해야지”라고 말했다. 이어 “1000원짜리인데 340원밖에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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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기차 가격인하 경쟁 시작되나…도요타 EV가격 인하
미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 자동차(EV) 가격을 낮추기 시작했다. 내년초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세액 공제를 어떻게든 줄이거나 폐지하려고 움직이는데 따른 대응안이다. 가장 먼저 토요타 자동차가 가격 인하에 나섰다. 17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토요타는 이 날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배터리전기자동차의 가격을 최대 6,000달러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5년 모델 BZ4X는 기존 41,000달러 넘던 시작가가 약 37,000달러로 내렸다. 2024년 모델보다 14% 내린 금액이다. 일본에서 제조된 BZ4X는 미국 외에서 생산됐기 때문에 세액 공제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리스하는 경우에는 미국외에서 생산된 전기차도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9월까지 토요타는 미국에서 13,577대의 BZ4X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9%증가한 것이지만 전체 EV시장에서는 약 1.4%에 불과하다. 테슬라의 모델Y는 약 285,000대를 팔았다. 이는 미국 EV 시장에서 약 30%를 차지한다. 올들어 9월까지 미국내 EV 판매량은 약 100만대로 전년 동기대비 약 9% 증가했다. 투자자들은 이것이 내년 이후 미국내 EV 판매와 자동차 주식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켓워치는 전기차들이 세액 공제를 못받게 되면 미국 EV 산업의 가격 구조가 전면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세액 공제가 폐지되는 것이 한국과 일본의 전기차 등 경쟁 전기차들에 더 타격이 커 테슬라에는 상대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테슬라 주가는 11월 5일 선거 이후 약 84% 상승했다.테슬라는 신용 없이도 돈을 벌 수 있는 규모와 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세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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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 없이 기업 홀로 뛸 판"…30대그룹 73%, M&A·신사업 미뤄
국내 간판 기업들이 길을 잃었다. 이르면 한 달 전에 확정한 이듬해 사업계획을 토대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짜야 하는 시기인데 아직도 2025년 사업계획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30대 주요 그룹 중 60%가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했거나 원점에서 재검토할 정도다.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 출범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출·내수 동반 부진과 대통령 탄핵에 따른 정치 리스크마저 더해진 탓이다.‘퍼펙트 스톰’에 휘청거리는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정치 불안이 대한민국 근원 경쟁력을 흔들어선 안 된다”며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산업 패러다임이 뒤바뀌는 중요한 시기에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빠져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신설하거나 기업 지원 정책을 실기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4대 그룹 ‘비상 대응’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4일, 삼성전자 주요 임원들은 밤늦게까지 사무실을 지켰다. 사업 지원 태스크포스(TF) 소속 고위 임원들과 주요 사업부장 등 경영진은 탄핵 통과 이후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기업 경영진도 일요일 출근해 장시간 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탄핵 정국은 기업 입장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정책 1순위에 올린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 대(對)중국 관세 60% 부과, 반도체 지원법 및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면 재검토 등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정부 없이 기업 홀로 뛰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15일 30대 주요 그룹 CEO를 대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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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포기 안해"…현대차의 결단, 베이징현대에 1조6000억 투입
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가 약 1조6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베이징자동차는 이 자금으로 전동화에 속도를 내고 경쟁력을 강화해 중국 시장에서 재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12일 업계에 따르면 베이징자동차는 현대차와 함께 베이징현대에 각각 5억4773만달러, 총 10억9546만달러(약 1조57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전날 밝혔다. 양사는 투자 시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내년 상반기 증자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증자 이후에도 5 대 5의 지분 구조는 유지된다.현대차는 이번 자금으로 중국에서 소비자 수요에 맞춘 제품을 개발하고,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증자로 자본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신기술 및 신제품 출시를 위한 투자 잠재력을 확보하게 됐다.현대차는 내년 중국에서 첫 번째 전용 전기차(EV) 모델을 출시한다. 또 2026년부터는 하이브리드카(HEV)를 포함한 친환경차 5종을 차례로 개발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R&D)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중국(옌타이) 기술 연구 센터와 중국(상하이) 선행 R&D(연구개발) 센터에서 전동화 및 미래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현대차는 한때 중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외국계 완성차 회사로 꼽혔다. 2016년에는 연간 판매량이 100만 대를 넘었지만, 지난해 25만7000대로 떨어졌다.현대차는 중국의 자동차 수출로를 최대한 활용해 베이징현대를 수출 전진 기지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의 수출 대수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처음으로 1만 대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수출 차종을 쿠토스 외 다른 차종으로 확대해 연간 5만 대를 달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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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현대차그룹…신규 임원 40%가 40대
장재훈 현대자동차 완성차담당 부회장(60)이 그룹의 기획조정담당을 겸직한다. 그룹 관점에서 미래 신사업 육성과 투자를 총괄 관리하면서 변화와 혁신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 나갈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보다 열흘을 앞당겨 10일 이 같은 내용의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미래 리더십 육성을 위해 신규 임원 41%를 40대 젊은 인재로 발탁했다.이번 임원 인사에서 주요 계열사별 승진자는 현대차 73명, 기아 43명, 현대모비스 20명 등 총 239명이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되지만 승진 규모는 지난해(252명)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내년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조직과 리더십을 최적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작년(12월 20일)보다 인사일을 열흘 앞당긴 점도 눈에 띈다.신임 부사장 명단에 오른 임원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미래 전략을 실제 성과로 만들어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승조 기획재경본부장이 부사장(55)으로 승진하며 현대차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를 겸직한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A등급’ 획득 등 성과를 견인한 구자용 현대차 IR 담당 전무(61)도 이번에 부사장에 선임됐다. 이태훈 신임 부사장(56)은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으로서 기아의 최대 실적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미래 혁신 기술 개발을 주도할 핵심 인재도 발탁했다. 배터리, 수소 등 에너지 영역 개발을 이끄는 김창환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50·전무)과 구동계 핵심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한동희 전동화시험센터장(51·전무)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현대로템의 방산 부문 해외 수주 실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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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치 높인다"…현대차, 1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한다
현대자동차가 1조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현대차가 주주가치를 본격적으로 높이기 시작했다.현대차는 보통주 390만6545주(8731억1281만원)와 우선주 등 기타주 75만8323주(1268억8723만원)를 장내매수 방식으로 취득한다고 27일 공시했다. 취득기간은 28일부터 내년 2월 27일까지다. 주당 가격은 지난 26일 종가(보통주 16만2900원) 기준이며 향후 주가 변동에 따라 실제 취득수량 및 취득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현대차는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이다.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의 수를 줄여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매입한 자사주 가운데 7000억원 규모는 소각할 전망이다. 나머지 3000억원 규모는 임직원 보상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현대차는 지난 8월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향후 3년간 4조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번 자사주 매입 결정은 당시 밝혔던 계획의 일부를 실행한 셈이다. 현대차는 또 배당에 들어가는 돈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투입한 돈을 합친 뒤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개념인 총주주환원율(TSR) 개념도 도입하고 내년부터 3년간 TSR 35%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TSR은 주식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살펴보는 항목 중 하나다. 현대차의 지난해 TSR이 25%인 점을 감안하면 10%포인트 끌어올린 것이다.현대차는 계획에 따라 자사주 매입과 함께 최소 주당 1만원이 넘는 배당금을 매년 주겠다고도 약속했다. 최소 배당금을 제시한 것은 주주들에게 그만큼 안정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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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일등공신' 전면에…현대차그룹, 장재훈·무뇨스·송호성 체제로
15일 공개된 현대자동차그룹 사장단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두 가지다. 현대차와 기아를 아우르는 부회장급 자리를 신설했다는 것과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처음으로 외국인을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한 것이다. 정의선 회장이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실력을 입증한 사람에게 중책을 맡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숙제도 안겼다. 그룹의 양대 축인 현대차와 기아의 시너지를 끌어올리는 것과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가시밭길이 예고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장재훈, 현대차·기아 총괄이날 발표한 인사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트로이카 체제로 재편됐다. 이번에 승진한 장재훈 완성차 담당 부회장과 호세 무뇨스 신임 현대차 CEO, 유임된 송호성 기아 CEO가 주인공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재임 기간 눈에 띄는 실적을 낸 것이다.2020년 말 장 부회장이 CEO로 부임한 뒤 현대차 실적은 날아올랐다. 2020년 104조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62조7000억원으로 56% 뛰었다. 영업이익은 2조4000억원에서 15조1000억원으로 약 6.3배 커졌다.장 부회장은 현대차의 중장기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지난 6월 수소 사업을 벌이는 140여 개 글로벌 기업 모임인 ‘수소위원회’ 공동 의장을 맡으며 글로벌 수소 프로젝트 1400여 개에 현대차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길을 열었다. 최근에는 현대차 인도법인 상장도 성공시키며 4조5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도 확보했다. 같은 때 CEO로 취임한 송 사장도 재임기간 매출을 두 배로 늘렸고, 영업이익을 여섯 배 끌어올렸다. 2019년부터 북미법인을 책임진 무뇨스 사장은 미국법인 실적을 2018년 3301억원 순손실에서 지난해 2조7782억원 순이익으로 탈바꿈시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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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탠더드 뿌리 내리는 현대차…보고 방식부터 회의까지 대대적 변화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면 조직 전체가 바뀐다. 외국인 CEO가 사령탑을 맡은 만큼 현대자동차그룹의 기업문화도 글로벌 스탠더드로 확 바뀔 수밖에 없다.”15일 현대차가 호세 무뇨스 사장을 CEO로 발탁했다는 소식에 재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스페인 국적의 무뇨스 CEO가 사령탑을 맡게 된 만큼 보고 방식부터 회의 문화에 이르기까지 업무 시스템 전반이 변화할 것이란 얘기다. 글로벌 대외협력과 홍보·PR 등을 총괄하는 수장에도 미국인(성 김 사장)이 임명됐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 전반에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사라지고, 미국식 토론 문화가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선 영어가 공용어가 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현대차그룹은 한동안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가 자리잡았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위상이 높아지면서 조직 문화도 빠르게 바뀌었다. 미국 중국 인도 유럽 등 10개국에 생산시설을 갖춘 데다 판매 네트워크와 연구소를 세계 64개 도시(현대차 기준)에 둔 게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려면 수직적인 문화를 없애야 했기 때문이다.변화는 정의선 회장이 경영일선에 등장한 이후부터 시작됐다. 정 회장은 부회장 시절이던 201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서 처음 기조연설자로 나서 15분간 유창한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소화했다. 정장이 아니라 노타이에 니트 차림이었다.현대차는 이후 2019년 3월 완전 복장 자율화를 허용해 청바지를 입어도 되는 자유로운 사내 문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해 10월 현대차는 10대 그룹 처음으로 정기공채를 폐지했다. 이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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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 계열사 '쇄신'…50대 CEO로 '세대교체'
15일 현대자동차그룹이 단행한 사장단 인사의 키워드는 ‘신상필벌’과 ‘세대교체’로 요약된다. 좋은 실적을 낸 경영자는 승진 명단에 넣고, 젊은 세대를 발탁했다.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부사장과 최준영 기아 국내생산담당 및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 부사장을 사장으로 임명한 게 대표적이다. 이 사장은 글로벌 외부 악재에도 글로비스의 재무 건전성을 대폭 개선하고, 창사 후 첫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는 등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한 것을 인정받았다.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비야디(BYD)와 운송 계약을 맺는 등 비계열사 매출을 확대하고 물류 종합 서비스 사업을 추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최 사장은 기아 국내생산담당으로서 노사 관행 개선을 통해 생산성·품질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아타이거즈 대표이사를 겸직하며 2024 KBO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도 달성했다.수익성이 악화한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는 교체됐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후임은 이한우 주택사업본부장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맡게 됐다. 1970년대생 대표이사 체제로 변신하는 현대건설은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에너지 분야에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자리는 재무통인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이어받았다.변속기와 차량 시트 등을 제조하는 현대트랜시스는 여수동 사장이 물러나고 후임으로 현대차 체코법인장으로 리더십을 인정받은 백철승 사업추진단장(부사장)이 내정됐다. 백 부사장은 현대트랜시스가 최근 노조 파업으로 모기업인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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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號 첫 부회장, 장재훈 완성차 총괄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이 현대차·기아의 상품 기획과 제조·품질 경쟁력 등을 관장하는 완성차 담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20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한 뒤 부회장을 새로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또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처음으로 외국인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는 파격 인사를 했다. “실력이 있으면 국적, 나이, 성별을 따지지 않겠다”는 정 회장의 인사 원칙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본지 11월 15일자 A2면 참조현대차그룹은 1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CEO 인사를 발표했다. 장 부회장은 2020년 말 CEO로 취임한 뒤 현대차를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완성차 회사 가운데 하나로 키운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 명단에 올랐다. 장 부회장은 이번에 현대차 CEO로 선임된 호세 무뇨스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 겸 북미권역본부장, 송호성 기아 사장과 손발을 맞춰 현대차·기아의 상품 기획부터 공급망 관리, 제조·품질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을 관할한다.스페인 출신인 무뇨스 사장은 2019년 현대차에 합류한 뒤 북미지역 실적을 대폭 끌어올린 점을 인정받아 CEO로 선임됐다. 2018년 3301억원 순손실을 낸 현대차 미국법인 실적은 지난해 2조7782억원으로 뛰었다.현대차그룹은 또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외정책을 조율할 적임자로 판단했다”며 “대외협력·국내외 정책 동향 분석 등을 총괄하는 그룹 싱크탱크를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신정은/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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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수장·성과주의…'현대차식 파격인사' 확산되나
현대자동차의 파격적인 사장단 인사에 경제계가 술렁이고 있다. 4대 그룹 중 ‘경영 상황이 가장 안정적’이란 평가를 듣는 현대차가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임명, 성과주의에 기반한 신상필벌 등을 통해 조직에 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어서다.다음주부터 12월 초까지 각각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예정인 삼성, SK, LG도 인사를 앞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별로 처한 환경과 경영 상황은 다르지만,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트럼프 2.0 시대에 대비해 전열을 정비해야 하는 건 공통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동시에 고위급 외부 인재를 과감하게 중용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외국인 CEO 영입 확산 전망15일 현대차의 사장단 인사가 공개된 이후 경제계에선 ‘파격’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근 현대차그룹 안팎에서 “위기감을 갖고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할 때”라는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역대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 속 혁신’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이다.이번 인사에 대해선 ‘성과주의’ ‘신상필벌’로 대표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인사 원칙과 용인술이 발휘된 것이란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호세 무뇨스 사장의 CEO 임명은 재계에 적잖은 충격파를 던졌다. 외부 출신 장재훈 신임 부회장이 실력 하나로 정 회장 취임 후 첫 부회장에 오른 것도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이번 현대차의 인사는 삼성, SK, LG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CEO 임명에 대한 금기가 깨진 만큼 추가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4대 그룹은 각각의 주력 사업을 발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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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서 자신감 충전한 현대차 "소형 전기차로 日시장 재도전"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일본 시장 공략이 쉽지 않지만 고품질 전기차를 온라인으로 계속 판매할 것”이라고 28일 밝혔다. 내년 상반기 ‘경형차의 나라’ 일본에 캐스퍼 전기차를 출시해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 웨이’로 그동안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일본에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구상이다.장 사장은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도쿄에서 주최한 제26회 ‘세계경영자회의’에 참석해 미래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세계 1위 완성차 회사 도요타를 보유한 일본이 현대차 사장을 연사로 초청한 건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글로벌 ‘퍼스트 무버’의 위상을 보유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포럼에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이끄는 헨리 크라비스 공동창업자(회장) 등이 참석했다.장 사장은 글로벌 전기차 전략에 대해 “2030년까지 21개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고, 200만 대를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900㎞ 이상 주행거리와 사륜구동을 갖춘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가 시장 선도를 위한 핵심 무기로 거론됐다. 하이브리드카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북미·중국 등 핵심 시장에선 EREV 등으로 라인업을 넓혀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일본 전기차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장 사장은 “수준 높은 일본 고객들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판매가 개선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대차는 일본에서 ‘서점의 미래’로 불리는 쓰타야서점을 운영하는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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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취임 2주년 된 날 '車전장 큰손' 만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장 취임 2주년’인 27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을 만난 건 자동차 전자장치 부품 사업을 키우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차량용 반도체(삼성전자)와 디지털콕핏(하만), 차량용 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삼성SDI) 등 전장 부품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이 회장은 이날 정 회장의 초청으로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 참석했다. 행사 시작 전 도요다 회장과 이야기를 나눈 이 회장은 이후 서킷으로 이동해 정 회장과 함께 행사를 관람했다. 페스티벌이 열린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는 삼성 소유 자동차 경기장으로 ‘한국 모터 스포츠의 성지’로 불린다.이 회장은 이날 취임 2주년을 맞았다. 삼성 안팎에선 이 회장이 위기 상황을 감안해 외부 행사 없이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업계에선 예상과 달리 이 회장이 전장 부품 고객사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건 위기 극복 의지를 보여준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삼성 계열사들의 수주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이 회장이 글로벌 기업 최고위층과 맺은 끈끈한 네트워크 활용에 나섰다는 이유에서다.삼성은 최근 전장 부품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회장은 전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관련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삼성전자는 지난해 ‘2025년 차량용 메모리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세우고, 전기차용 고성능·저전력 D램과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SDI와 삼성디스플레이는 각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