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 오지 않더라도 稅 감면 혜택 가능"
비크나 라자 라자앤드탄아시아 세무·신탁 및 개인고객 부문 책임자(사진)는 지난 25일 싱가포르 현지 사무소에서 한 인터뷰에서 “싱가포르는 상속세와 증여세가 없고 사업 규제도 상대적으로 적어 전 세계 글로벌 자산가들이 싱가포르로 대거 몰려오고 있다”고 밝혔다. 라자앤드탄아시아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동남아시아 최대 로펌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10개국에서 1000여 명의 변호사를 고용하고 있다.라자 책임자는 글로벌 부호의 재산을 관리하는 신탁 전문가다. 고객들의 자산 규모가 수백억원부터 최대 수천억원에 달한다. 고객은 싱가포르에 이민을 오거나 현지에 신탁 및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할 수 있다. 싱가포르통화청(MAS)의 설립 승인을 받으면 이민을 오지 않더라도 다양한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라자 책임자는 현재까지 현지 패밀리오피스 100여 곳의 설립을 도왔다.라자 책임자는 “최근 1~2년은 홍콩을 포함한 중화권의 ‘차이나 런(China run)’ 움직임이 두드러진다”고 전했다.싱가포르=하지은 기자
-
"상속세 부담에 폐업·매각 고려" 42%
중소기업인 10명 중 4명꼴로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 매각·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28일 나왔다. 기업의 영속성과 장수기업의 경제·고용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상속세 및 상속인 요건 등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12월 4~7일 중소기업인 7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2.2%가 상속세 등의 문제로 가업승계 대신 매각 또는 폐업을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원만한 가업승계가 가져올 효과에 대한 질문에는 ‘해외시장 진출 확대’(57.3%·중복 응답), ‘기술개발 및 투자 확대’(43.2%), ‘고용 확대’(35%) 등이 기대된다고 응답했다.무협은 “원활한 가업승계는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 전수, 성장동력 확보에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라며 “상속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부합하는 25% 내외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자녀, 배우자, 부모, 형제로 제한된 상속인 요건에 손자, 손녀, 전문경영인을 포함해 승계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성상훈 기자
-
"싱가포르는 상속세도 배당세도 없는데…한국서 사업할 이유 없다"
절세 목적으로 싱가포르로 이주하거나 싱가포르에 투자법인을 설립하는 한국인 부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자산을 효율적으로 불리고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데 다양한 이점이 있어서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해 상속·증여 시점을 고민하는 자산가가 늘어나면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속·증여세 없앤 세금 천국28일 싱가포르 정부와 주싱가포르 대사관 등에 따르면 현지에서 한인을 상대로 법인 설립과 이주·이민 컨설팅을 하는 회사는 총 7곳이다. 그중 가장 큰 회사가 이김컨설팅이다. 현재 관리하는 회사만 1100여 곳에 달한다. 이영상 이김컨설팅 대표는 지난 26일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중소·중견기업을 경영하는 기업 오너들의 상담이 가장 흔하다”며 “당초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문의했다가 이런저런 혜택을 듣고 나서 싱가포르 이주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거액 자산가들에게 싱가포르는 ‘아시아 최고의 세금 천국’이라고 불린다. 싱가포르는 2008년 상속세와 증여세를 없앴다. 이전엔 상속재산 1200만달러까지는 5%, 그 이상은 10%의 상속·증여세를 부과했다. 최고 60%에 달하는 상속·증여세율로 고민하던 한국 기업인들이 이런 세금 혜택을 들으면 솔깃할 수밖에 없다.한국에서 중견기업을 경영하던 A씨는 고민 끝에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회사를 매각하고 가족들과 함께 싱가포르로 와서 정착했다. A씨는 싱가포르에 투자법인을 설립한 뒤 글로벌 운용사를 통해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양도세·배당세도 없어싱가포르 6대 로펌인 TSMP에서 코리아데스크를 이끄는 김미정 대표
-
가혹한 상속세에…기업인·자산가 싱가포르行 러시
국내에서 중견기업을 경영하던 A씨는 2013년 회사를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팔고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로 이주했다. 회사 매각 양도소득세와 보유 주식 국외전출세 등 각종 세금을 납부하고 싱가포르에 들고 온 재산은 약 2000억원. 10년의 시간이 흐른 지난해 A씨의 자산은 주식·채권 투자 등으로 4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A씨는 자녀 두 명에게 1500억원씩 총 3000억원을 증여했다. 싱가포르엔 상속·증여세가 없어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A씨가 만약 한국에서 3000억원을 증여했다면 자녀 두 명이 물려받는 돈은 각각 750억원에 그친다.이영상 이김컨설팅 대표는 지난 26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상속·증여 절세 방안을 찾기 위해 싱가포르에 상담받으러 오는 한국인이 최근 수년간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A씨 같은 기업 오너에서 은퇴한 자산가와 대기업 고위 임원, 30~40대 코인 부자 등 상담하는 사람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08년부터 싱가포르에서 법인 설립과 이주·이민 컨설팅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한국인이 싱가포르에 설립하는 법인이 연평균 250여 개에 이른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이김컨설팅처럼 한국인의 법인 설립과 이주 컨설팅을 하는 회사만 일곱 곳에 달한다.한국뿐만 아니다. 전 세계 부자가 싱가포르와 같은 ‘세금 천국’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런 부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2008년 상속·증여세를 없앴다. 양도세와 배당세도 없으며, 법인세와 소득세 부담 역시 상대적으로 낮게 과세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로펌인 라자앤드탄아시아의 비
-
최진식 회장 "韓 상속세는 경영권 다툼 조장하는 악법"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사진)은 23일 “현행 상속·증여세 제도는 경영권 다툼을 조장하는 악법”이라고 밝혔다.최 회장은 이날 서울 대흥동 중견련에서 한 인터뷰에서 “과도한 상속·증여세 부담 때문에 창업주가 승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다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각종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최 회장은 “상속세보다 증여세 부담을 더 줄이는 편이 기업과 정부에 모두 윈윈이 된다”며 “기업인들이 후계자를 일찍 세울 수 있도록 상속보다는 증여를 활성화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과도한 상속·증여세 부담 때문에 기업 승계가 늦춰지는 게 큰 문제라고 최 회장은 지적했다. 그는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10년 후 내는 상속세 100억원은 현시점의 증여세 50억원과 사실상 동일한 것 아니냐”며 “증여가 활성화되면 정부는 조세 수입이 더 늘어나서 좋고 기업은 후계 구도를 빨리 정리할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최 회장은 상속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룰’에 따라 전 세계가 공정하게 경쟁하고 있는데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는 한국 기업은 선진국에 비해 과도한 상속세와 법인세 부담을 지고 있다”며 “상속세율을 20~25%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50%)은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고, OECD 평균(15%)을 크게 웃돈다. 최대주주가 기업을 승계할 때는 할증률이 적용돼 최고세율이 60%로 높아진다 "상속세 물납한 경
-
"상속세 공제 받아도 신사업하면 토해내는데…누가 승계 하겠나"
“이대로 세상을 떠나면 상속세로 120억원을 내야 하는데, 아들이 무슨 수로 그런 돈을 마련할지 막막합니다.”동물약품제조 기업을 운영하는 A사의 이모 대표는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 나이가 벌써 여든을 넘겼는데 기업 후계 구도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며 이같이 털어놨다. 수도권에 있는 A기업은 연매출 250억원 안팎의 중소기업이지만 최근 반려동물 관련 사업이 커지면서 사세가 확장되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48세 아들이 경영을 주도하고 있지만 상속·증여세 부담으로 지분 승계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엄격한 가업승계 혜택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가업승계 공제 혜택을 총 다섯 차례 확대했다. 지난해에도 가업승계 대상 기업 규모를 연매출 4000억원 미만에서 5000억원 미만으로, 공제한도를 최대 500억원에서 최대 600억원으로 상향했다. 하지만 기업인들은 “막상 상담을 받아보면 여러 가지 세부 요건 때문에 제대로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이 대표는 지난해 가업승계를 준비하다가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 요건 미달로 공제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뜨렸다. A사는 1970년대 동물약품 제조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키우면서 동물 약품 수출·수입 비중이 높아진 게 문제가 됐다. 이런 사업은 유통업으로 분류되는데, A사의 유통업 비중이 제조업을 넘어선 건 8년째다. 이 대표는 “주력 사업이 8년밖에 안 됐다는 이유로 ‘10년 이상 영위’ 조건에 해당되지 않아 가업승계 공제를 한 푼도 못 받는다고 하더라”며 “
-
건설은 OK, 설계사무소 NO…주먹구구 공제대상 업종
중소·중견기업계는 국내에 ‘백년 장수기업’이 더 나오기 위해선 정부가 상속 규제를 더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23일 업계에 따르면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은 가업상속공제가 가능한 업종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표준산업분류상 대분류 21개 업종 중 16개만 해당한다. 겉보기엔 비슷해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공제 혜택 여부가 달라진다.건설업은 가업상속공제가 허용되지만 건축설계 및 서비스업은 허용되지 않는다. 무형재산권 임대업은 가능하지만 부동산은 제외된다. 교육서비스업 중에는 유아교육기관과 사회교육시설 등만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입시학원은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영상이나 오디오 기록물 제작 및 배급업은 가능하지만 비디오물 감상실 운영업은 해당되지 않는다. 창작, 예술, 여가 관련 서비스업은 가능하지만 독서실 운영업은 제외된다.금융·보험업도 공제대상 업종이 아니다. 이 때문에 금융·보험업으로 일반지주회사는 가업상속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상대적으로 선진적인 구조라며 정부가 권장해온 지배구조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사업자산 인정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경제계는 납세자 권리 구제기관인 조세심판원과 세무당국이 사업 인정 범위를 놓고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세무당국은 가업승계 혜택에서 제외하는 사업무관자산을 비사업용 토지, 업무무관자산 및 임대용 부동산, 대여금, 과다보유 현금, 영업활동과 직접 관련 없는 주식·채권 및 금융상품 등으로 규정한다. 세무당국은 이에 따라 회사가 직원에게 임대 중인 공동주택을 사업무관자산으
-
한미약품 "OCI그룹 통합으로 상속세 절감? 사실과 달라"
일부 시민단체들이 ‘OCI·한미약품그룹 통합이 상속세 절감을 위한 꼼수’라고 주장한 데 대해 한미약품 측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2020년 임성기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뒤 5400억원의 상속세를 부과 받았는데 이는 할증률이 반영된 60% 세율을 기준으로 책정됐다는 것이다.한미그룹은 22일 “일부 시민단체에서 그룹 통합이 상속세 절감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사실 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난 잘못된 해석”이라고 밝혔다. 한미그룹은 상속세 금액은 이미 확정됐고 이 금액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한미그룹 최대주주 가족은 2020년 말 5400여억원의 상속세를 부과받고 작년까지 절반을 납부했다”며 “나머지 절반도 법 규정에 따라 앞으로 3년 안에 ‘할증’된 세액으로 납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12일 한미약품그룹과 소재·에너지 전문 OCI그룹은 한미사이언스와 OCI 홀딩스 지분 교환 등을 통해 두 그룹을 통합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두 회사가 최대 주주 할증 적용을 피해 상속세를 절감하기 위해 통합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현행법상 최대 주주 등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으면 할증이 적용돼 세율이 60%까지 올라가는데, 통합으로 양사가 서로의 최대 주주가 되면 다음 세대에 할증 없이 상속이 가능하다는 것이다.경실련이 수십년 후로 예정된 ‘다음 세대 상속’을 지적한 데 대해서도 한미그룹 관계자는 “정해지지도 않은 미래의 상속세를 ‘현재’ 시점에서 논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며 “과도한 추정에 의한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
최상목 "상속세로 기업 지배구조 왜곡"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21일 “상속세 때문에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가 왜곡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최 부총리는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상속세는) 찬반이 있는 과세인 만큼 사회적인 공감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중하게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민생토론회에서 “상속세가 과도한 할증 과세라고 하는 데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상속세 완화를 시사했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대통령 말씀은 기본적인 원칙에 대한 화두를 던진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비 상속세율이 높다는 문제가 있지만,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고 부연했다.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50%)은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을 크게 웃돈다. 최대주주가 기업을 승계할 때 할증률(상속세율의 20%)이 적용되면 최고세율이 60%로 높아져 일본보다 세 부담이 더 과중하다는 평가다.박상용/강진규 기자
-
자이스·노보노디스크…백년기업 토대는 '공익재단 상속'
세계 최고 광학업체 자이스는 영국의 산업혁명이 유럽으로 확산하던 1846년 설립됐다. 178년의 긴 역사에도 창업주 후손과 회사 관계자들이 설립한 칼자이스재단이 회사를 100% 소유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 미세공정을 좌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광학 렌즈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들 수 있다.독일 자이스와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처럼 안정적 지배구조와 지속적 혁신을 통해 창업주의 기업가정신을 이어가는 ‘백년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은 주요 선진국이 원활한 경영권 상속을 위해 각국 현실에 맞는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재단, 신탁 등 경영과 소유를 분리하는 제도, 의결권 분산을 막을 수 있는 차등의결권 주식 등이 대표적이다. 경영권 할증까지 더해 최대 60%에 이르는 상속세를 내야 하고 공익재단 등을 활용한 상속도 사실상 막아 놓은 한국과 대조된다. 반도체·바이오 혁신 견인하는 백년기업21일 경제계에 따르면 백년기업을 뒷받침하는 주요국 상속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적 지배구조를 마련해 기업 혁신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창업한 지 178년 된 자이스는 ‘세계 최초’ 타이틀이 수두룩하다. 1969년 인류가 처음으로 달에 새긴 발자국을 사진으로 남긴 것도 자이스의 렌즈였다. 첨단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을 좌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도 자이스의 렌즈 기술이 쓰인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2022년 자이스를 방문한 뒤 “우리(삼성전자)는 ‘록인’과 ‘해자’ 기술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록인(충성고객을 만드는 자물쇠 효과)과 해자(경쟁사를 압도하는 진입장벽)는 초격차
-
재단 통해 승계되는 글로벌 '백년 기업'
세계 최고 광학업체 자이스는 영국의 산업혁명이 유럽으로 확산하던 1846년 설립됐다. 178년의 긴 역사에도 창업주 후손과 회사 관계자들이 설립한 칼자이스재단이 회사를 100% 소유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 미세공정을 좌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광학 렌즈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들 수 있다.비만 치료제 ‘위고비’로 지난해 유럽 1위 시가총액 업체로 올라선 노보노디스크는 1923년 덴마크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인슐린의 아버지’ 프레더릭 밴팅 박사 주도로 출범한 재단(노보홀딩스)이 현재 이 회사의 의결권 주식 77%를 갖고 있다.21일 경제계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은 창업주의 기업가정신을 이어가면서 수익을 계속 낼 수 있는 ‘백년 기업’ 지배구조를 뒷받침할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재단이나 신탁 등을 활용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면서 의결권 분산을 최소화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사례다.상속세 부담을 줄여 가업 승계를 지원하는 제도 개편도 잇따른다. 영국은 올해 상속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상속세 면제 제도의 일몰을 최근 다시 연장했다.이슬기/강진규 기자
-
중기 세대교체 돕는 日…상속세 '파격 유예'
일본은 선진국 최고 수준의 상속·증여세를 부과하는 나라다.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이 55%에 달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기업 파나소닉과 소니그룹을 창업한 마쓰시타 가문과 모리타 가문의 보유 지분이 오늘날 ‘제로(0)’에 가까운 이유다.중소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는 상속·증여세 부담을 파격적으로 줄여주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9년 중소기업 경영승계원활화법을 제정해 기업을 승계한 후계자가 물어야 할 상속·증여세를 유예 및 면제하고 있다.비상장 중소기업 승계는 전체 주식의 3분의 2까지에 대해 상속세와 증여세를 각각 80%와 100% 유예한다. 5년간 고용 80% 이상 유지 등을 만족하는 조건에서다. 후계자가 사업을 5년 이상 계속하다가 또 다른 후계자에게 물려주면 유예된 세금을 면제받을 수도 있다.2018년에는 기업 승계의 세제 혜택을 더 확대한 특례조치를 10년 기한으로 도입했다. 세금을 유예 또는 면제받을 수 있는 주식 수를 ‘3분의 2’에서 ‘100%’로 늘렸다. 80%이던 상속세 유예 비율도 100%로 올렸다. 특례조치를 인정받으려면 지방자치단체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작년 말 세제 개편을 통해 일본 정부는 오는 3월 말까지이던 제출 기한을 2026년 3월까지로 2년 연장했다.일본이 중소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승계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일본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02년 61.5세이던 중소기업 사장의 평균 연령은 2022년 71.6세로 높아졌다.도쿄=정영효 특파원
-
미래에셋 '의결권 규제 완화' 조건 달고 재단 기부
해외 국가는 경영권 승계와 사회공헌 확대가 가능하도록 공익재단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이런 방식이 사실상 허용되지 않는다.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장치가 없는 가운데 재단 출연에 대해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고 의결권도 대폭 제한하고 있어서다.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한국은 의결권 있는 주식의 5% 이하를 출연받을 때만 재단이 증여세를 면제받는다. 5%를 넘는 지분을 재단에 넘기면 그 초과분에는 최고 60%까지 증여세가 부과된다. 지분을 직접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의결권 없는 주식은 제한 없이 비과세 대상이지만 경영권 상속 수단으로는 활용할 수 없다.이런 비과세 한도는 주요국에 비해 매우 낮은 것이다.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으로 미국은 20%, 일본은 50% 초과분부터 과세 대상이다. 독일과 영국 등은 아예 지분율 제한 없이 증여세를 면제한다.의결권 행사 조건은 더 깐깐하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계열사 주식 의결권 행사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응할 필요가 있는 상황 등 예외적인 경우엔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행사 한도가 올해 25%에서 2026년 15%로 줄어든다. 해외 주요국 대부분이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지 않는 것과 대조된다.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국가 인재 육성을 위해 작년 말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25%를 미래에셋희망재단에 기부하기로 선언하면서 ‘기부는 현행 공익법인의 주식 보유 관련 규제 등이 완화되는 시점에 이뤄질 예정’이란 단서를 단 것도 이런 상황이 영향을 미
-
한국 상속세 부담…G7보다 4배 높아
한국의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이 선진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회예산정책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로 분석한 한국의 총조세 대비 상속·증여세 부담률은 2.4%(2021년 기준)로 나타났다. 이는 주요 7개국(G7) 평균(0.6%)에 비해 네 배나 많은 것이다.10년 사이 증가폭도 한국이 두드러진다. 한국의 상속·증여세 부담률은 2011년 1.0%에서 1.4%포인트 증가했다. G7의 평균 증가폭 0.2%에 비해 일곱 배나 많다. 한국의 상속·증여세가 최근 들어 얼마나 빠르게 과중해졌는지 보여주는 통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 부담률로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의 부담률은 0.7%로 프랑스(0.7%)와 함께 공동 1위로 나타났다. 이 경우에도 10년 사이 증가폭은 0.5%포인트로, 0.3%포인트인 프랑스보다 높았다.한국의 상속세 부담이 이처럼 큰 것은 우선 세율이 높아서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50%)은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고 OECD 평균(15%)을 크게 웃돈다. 특히 최대주주가 기업을 승계할 때 할증률(상속세율의 20%)이 적용되면 최고세율이 60%로 높아져 일본보다 세 부담이 과중하다.강진규 기자
-
막대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가업 승계 대신 사모펀드 품으로
한 대형 회계법인에서 인수합병(M&A) 업무를 담당하는 A파트너는 1년 중 절반 이상을 지방 출장길에 나선다. 지방 중소·중견기업 오너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평소 좋은 관계를 맺어둬야 원매자가 나타났을 때 오너들에게 회사 매각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A파트너는 “과거에는 회사 매각 이야기를 꺼내면 경계심부터 드러내는 게 일반적이었다”며 “요즘은 고령의 오너들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등을 거론하고 희망 가격을 먼저 제시하며 매각에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가업 승계 대신 경영권 매각을 선택하는 기업 오너가 늘고 있다. 제조업 기피 현상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과도하게 높은 상속세 부담도 이런 선택을 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라는 게 M&A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세, 3세로 승계하는 과정에서 최대 60%의 상속세를 내기 위해 지분을 팔다 보면 오너가 지분율은 계속 쪼그라든다. 그럴 바엔 일찌감치 회사를 팔아 확보한 현금을 증여받아 빌딩에 투자하거나 투자회사를 새로 차리겠다는 2세, 3세 요청에 승계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상속세 때문에 가업 승계를 포기한 알짜 기업을 주워 담고 있다. 부산 소재 신발 원단 제조업체인 B사가 대표적이다. 나이키 등 글로벌 업체의 협력사인 이 회사는 창업주가 2000년대 초반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겼지만 3세 승계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2021년 국내 최대 PEF 중 한 곳에 경영권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이 매각 딜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B사는 2세 승계 때도 집안의 돈을 긁어모아 겨우 세금을 냈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오너 일가가 과도한 상속세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