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0일 14:08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호텔롯데가 3개월 만에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다. 올 들어 여섯 차례 채권을 찍으며 자금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전자단기사채와 기업어음 발행 등 단기로 빌린 자금까지 합하면 올 상반기에만 자본시장에서 1조5000억원 이상을 조달할 전망이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다음달 8일께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공모로 발행할 계획이다. 3년물 700억원, 5년물 600억원, 7년물 200억원으로 나눠 발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국내 주요 증권사들에 전달했다. 조만간 주관사를 선정하고 발행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호텔롯데는 올 들어 채권 발행으로만 610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 2월 2500억원어치 공모 회사채를 찍었고, 그 이후 3개월간 사모 회사채를 네 차례 발행해 총 3600억원을 조달했다. 만기 1년 미만의 전자단기사채(900억원), 기업어음(6900억원) 발행까지 합하면 올 상반기에만 자본시장에서 1조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할 전망이다.
IB업계에선 차입금 만기가 속속 도래하는 가운데 금리 상승추세가 지속되자 호텔롯데가 선제적인 자금조달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호텔롯데의 지난해 말 기준 총 차입금은 5조8800억원이며 이 중 연내 갚아야할 금액은 3조2600억원이다.
최근 실적 악화를 고려하면 이번 채권 금리는 다소 높게 잡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여파로 주력인 면세·호텔사업이 부진에 빠지며 844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면서 차입부담을 나타내는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총 차입금 비율이 2016년 말 8.5배에서 지난해 말 30.7배로 훌쩍 뛰었다. 신용평가사들도 이같은 변화를 반영해 지난해 말 이 회사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IB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우량한 신용도인데다 조금씩 한중 관계가 개선될 조짐도 보이고 있어 채권 투자수요를 확보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재무상태가 나빠졌기 때문에 평소보다는 금리를 높게 제시해야 기관들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