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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 "통신 사업으로는 한계…AI 키워 '디지털 대전환' 이끌겠다"
올 1분기 KT는 실적 ‘홈런’을 쳤다. 1분기 매출은 6조2777억원으로, 12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기존 주력인 통신 사업에 힘쓰는 한편 인공지능(AI) 등 디지털플랫폼회사 ‘디지코(Digico)’ 사업을 키워 신규 먹거리를 잡은 결과다. 구현모 KT 대표는 23일 서울 광화문 KT이스트빌딩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디지털 전환이 시대적 화두가 된 시기에 한발 먼저 준비한 KT가 기회를 잡은 것”이라며 “이제 KT는 ‘코리아 텔레콤’이 아니라 ‘코리아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을 이끄는 기업”이라고 말했다.▷KT의 디지코 전환을 어떻게 봅니까.“출발은 괜찮았다고 봅니다. 작년 한 해 기업 간 거래(B2B) 부문에서 나온 매출이 4조200억원가량입니다. B2B와 디지코 사업 매출을 합한 비중이 서비스 매출의 42%이고요. 특히 인터넷데이터센터(IDC)·클라우드 부문은 4600억원대 매출을 내면서 분사했죠. ”▷초기엔 디지코 구상에 대한 의구심도 많았습니다.“2년 전 ‘전사적으로 AI 인력을 키우겠다, 직무까지 바꿔주겠다’고 했을 땐 사내에서도 ‘이게 되는 얘기인가’ 하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AI가 고객을 상담하는 ‘AI컨택센터(AICC)’가 대표적입니다. 재작년 AI 엔지니어 200여 명을 투입해 1년간 준비했고, 작년 5월 KT 콜센터에 처음으로 적용했습니다. 높은 효율성을 인정받으며 금융·유통 등 각 분야에서 문의가 왔어요. 작년에만 800억원 규모를 수주했고, 올해 수주 목표는 1800억원입니다.”▷신사업에 맞도록 조직을 정비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우선 사내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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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 메기' 된 롯데…나홀로 실적 질주
지난해 국내 카드업계는 뜻밖의 실적 잔치를 벌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고액 소비가 증가하고 카드 대출도 늘면서 국내 7개 전업카드사는 1년 새 31.9% 뛴 2조593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웃을 수만은 없었다. 올해 또 한 차례 내린 가맹점 수수료와 대출 규제 강화로 주요 수익원에 타격이 불가피한 데다 치솟는 금리는 예금을 받을 수 없는 카드사에 즉시 비용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롯데카드를 제외한 신한 국민 삼성 현대 우리 하나 등 6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5% 감소했다. 올 1분기 순이익 81% 훌쩍롯데카드라고 상황이 다를 리 없었지만 받아든 성적표는 달랐다. 롯데카드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작년 1분기(505억원)보다 81% 증가한 914억원(연결 기준)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76.7% 늘어난 1107억원이었다. 여기에 지난 4월 실적까지 합치면 롯데카드의 영업이익은 15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1270억원)을 넘어섰다.최근 서울 광화문 본사에서 만난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은 “지난 2년간 다져온 기본적인 비용 체력이 이제 발현되기 시작한 것”이라며 “무작정 돈을 아껴서 낸 실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그의 말대로 롯데카드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4개월간 회원 수를 10만여 명 늘렸다. 포화 상태인 카드 시장에서 올해 회원 수가 10만 명 이상 늘어난 곳은 삼성 현대 롯데카드뿐이다. 2020년 조 사장 취임 당시 848만 명이었던 롯데카드 회원은 이제 870만 명을 넘어섰다. 조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마케팅 콜센터 카드심사 등 100여 가지 부문에서 비용 효율성을 높였는데 그렇게 절감한 비용이 연간 1200억원”이라며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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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포인트파트너스 "딥테크에 투자하라... AC 1호 상장 나선다"[한국의 유니콘메이커]
"결국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는 벤처투자 시장에서 살아남을 겁니다."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사진)는 29일 기자와 만나 "딥테크 분야 스타트업들을 초기에 집중적으로 발굴해낼 것"이라고 말했다.2014년 설립된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테크 분야 전문 엑셀러레이터(AC)다. 주로 시드(초기)~시리즈A 단계의 '새싹' 기업들에 투자한다. 티켓 사이즈는 1억~10억원 안팎이다. 지금까지 220여 스타트업에 투자했는데, 이들의 기업가치를 합하면 3조2000억원에 달한다. 투자기업의 5년 생존율도 91%로 업계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는 평가다.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이끄는 이 대표는 과거 창업가였다. 카이스트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반도체 스타트업을 창업해 2012년 나스닥 상장사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매각 대금을 활용해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세웠다. 후배 창업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그는 "당시만 해도 테크 스타트업을 해외 상장사에 매각한 사례가 많지 않았다"며 "그러다 보니 기술 기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며 조언을 건네주게 됐고, 이왕 할 거면 확실하게 지원사격을 해주자는 마음으로 AC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왜 딥테크 투자에 집중하냐는 물음에 이 대표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는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에도 기술이 스며들면서 이제 모든 산업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딥테크"라며 "그만큼 투자 분야도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이 대표의 말대로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단순히 '딱딱한' 기술기업에만 투자하지 않는다. 포트폴리오 기업을 분야별로 나눠보면 바이오(11.4%), 빅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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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쩜삼, 출시 2년 만에 1000만명 가입... "받을 건 받아야지"
"제가 연쇄 창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단 한 순간도 고민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배달 라이더부터 쿠팡맨, 편의점 아르바이트, 웹툰 작가까지…. 'N잡러'는 코로나19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됐다. 다만 대다수의 N잡러들은 이 과정에서 낸 3.3%의 원천징수세를 제대로 환급받지 못했다. 세무사를 고용하기엔 너무 소액이라서, 환급이 가능한지 알 수 없어서, 신고 방법이 어려워서 등 이유도 다양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스타트업이 있다. 세급 신고·환급 앱 '삼쩜삼'(3.3)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가 주인공이다. 삼쩜삼은 2020년 5월 출시된 이후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달 기준 900만 명에 달한다. 내달 1000만명을 넘길 전망이다. 출시 2년 만에 5명 중 1명이 사용하는 '국민 앱'이 된 셈이다. 이용자에게 돌려준 환급액도 2000억원을 넘어섰다. 1인당 평균 15만원을 돌려받았다. 2020년 36억원 수준이던 회사의 매출은 지난해 3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잔고 늘려주는 핀테크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사진)는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금융 거래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일반적인 핀테크와는 달리 삼쩜삼은 고객들의 실제 통장 잔고를 늘려주는 데서 차별점이 있다"고 말했다. 2015년 문을 연 자비스앤빌런즈는 인공지능(AI) 경리 서비스 '자비스'와 세금 신고·환급 서비스 삼쩜삼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배우 유아인이 "받을 건 받아야지"라는 카피를 통해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인 삼쩜삼은 앱 내에서 클릭 몇 번으로 종합소득세 관련 업무를 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사명은 영화 '아이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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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땐 유가 120달러 넘을 것"
“러시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러시아로선 잃을 게 너무 많다.”글로벌 싱크탱크인 컨티뉴엄 이코노믹스의 마이크 갤러허 거시경제 총괄(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컨티뉴엄은 세계 600여 개 금융사 및 정부와 협력하고 있는 독립 연구기관이다. 갤러허 총괄은 영국 런던에 상주하고 있다.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위협과 압박을 가해 원하는 걸 얻는 스타일”이라며 “전쟁이 터지면 우크라이나를 중립국으로 만든다는 전략적 목표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러시아로선 큰 비용을 들인 전쟁에서 이기더라도 우크라이나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만에 하나 러시아가 침공을 감행하면 글로벌 경제를 상당한 충격에 빠뜨릴 것으로 진단했다. 갤러허 총괄은 “증시가 급락하고 유가는 금방 배럴당 120달러를 넘을 것”이라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곳은 동유럽과 독일”이라고 했다.그는 올해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미 중앙은행(Fed)이 지금보다 더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태도를 취하면 내년과 2024년에 경착륙을 맞을 수 있다며 “다만 물가가 올봄부터 떨어질 게 확실하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반하는 현상이다.갤러허 총괄은 “경기 상황을 감안할 때 Fed는 올해 여섯 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오는 6월부터는 매달 650억달러씩 자산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양적긴축 규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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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의 성장 원동력은 혁신조직…아이디어 좋으면 누구나 리더"
토스 창업자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40)를 만난 것은 지난달 26일. 말끔한 슈트 차림으로 들어온 그는 난처한 표정으로 “옷 좀 갈아입고 와도 되겠느냐”고 했다. 인터뷰 직전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 핀테크업계 간담회에 참석하느라 정장을 입긴 했는데,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근무복’인 헐렁한 니트로 바꿔입고서야 한결 편안해 보였다. 그는 집무실 없이 직원들 틈에 책상을 놓고 매일 야근하는 워커홀릭으로 유명하다.2015년 간편송금 앱으로 출발한 토스는 2100만 명이 가입한 ‘국민 금융 앱’으로 성장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증권사, 보험판매회사, 전자결제(PG)회사까지 거느린 거대 금융그룹이 됐다. 이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제공하는 ‘슈퍼 앱’ 전략도 토스만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올해 가장 집중할 경영 목표는.“슈퍼 앱 전략을 토대로 스케일(덩치)을 더 키워야 한다. ‘토스 있으면 다 된다, 다른 금융 앱 없어도 되더라’는 경험과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줄 것이다. 토스뱅크와 토스증권이 출범하면서 남다른 예금 통장과 대출상품, 편리한 주식거래 경험까지 직접 줄 수 있게 됐다. 마이데이터는 2위 업체와의 트래픽 격차가 10배 정도 난다.” ▷20대의 80%, 30대의 68%가 토스 회원이다. 포화상태 아닌가.“더 많은 국민이 토스를 쓰게 만드는 게 올해의 핵심 목표다. 청소년과 노년층도 쉽게 쓸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지방에는 아직도 돈을 부치려고 왕복 3시간을 들여 읍내에 나가는 어르신이 있다. 14세 미만은 은행 계좌도 쉽게 개설하지 못한다. 반드시 바꿔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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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해 현장서 질병 진단…올해부터 매출 빠르게 늘 것"
“코로나19가 원격진료 시대를 앞당겼습니다. 노을은 현장 진단 플랫폼과 풍부한 임상시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매출 1조원 시대를 열 것입니다.”인공지능(AI) 기반 혈액진단업체 노을의 임찬양 대표(사진)은 지난달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를 기점으로 매출이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라며 “상장 후 원격진료 본격화에 대비해 암 정밀진단 시장 등 다양한 진단 플랫폼 확장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노을은 벤처캐피털(VC) 출신인 임 대표와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바이오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동영 대표가 2015년 공동 창업한 회사다. 고등학교 동창인 두 대표는 아프리카 등 현장에서 말라리아를 바로 진단할 수 있는 플랫폼 솔루션을 개발해보자며 의기투합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일종인 임팩트 투자(수익 창출과 동시에 사회적·환경적 성과도 달성하는 투자) 기업으로 시작했다. 임 대표는 “VC에서 수백 개 회사의 성공과 실패를 보면서 결과론적 성공보단 사업 자체에 사회적 의미를 담은 회사를 세우고 싶었다”며 “세계 3대 질환이지만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외면당하던 말라리아 진단 플랫폼을 선택한 이유”라고 설명했다.노을이 만든 ‘miLab(Micor-Intelligent LABoratory, 마이랩) 플랫폼’은 들고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 이 기구를 통해 마이크로 단위의 진단검사 프로세스와 대형병원 전문가 수준의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또한 하나의 플랫폼에서 일회용 카트리지 교환만으로 다양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 그는 “연구 기간만 5년이 걸렸지만 이제는 말라리아뿐 아니라 혈액으로 진단하는 각종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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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외교, 연속성 중요한데…단기 수익 못냈다고 적폐 낙인"
“자원외교 비리가 있었다면 비리 당사자를 처벌하면 될 일입니다. 비리를 명분으로 자원외교 자체를 중단하면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사진)은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원외교는 정권과 무관하게 연속성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사장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를 이끌며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실무를 책임진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자원외교 비리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2018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언론과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김 전 사장은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은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최소 10년, 보통 20년은 기다려야 한다”며 “1년 단위로 사업 수익성을 평가해 과거 정부의 자원외교 노력을 폄훼하고 적폐로 낙인찍으면 자원 확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광물자원공사의 재무 구조가 악화됐다는 이유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완전히 중단해버린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문재인 정부는 노무현·이명박 정부 시절 획득한 해외 광산 자산을 모두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추진해왔다. 대신 민간 기업이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나서면 대출을 일부 지원해줄 방침이다. 김 전 사장은 이에 대해 “민간 기업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정부나 공기업과 함께 나서지 않으면 경쟁국과의 수주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광물 자산을 해외 기업에 넘기는 발주국 대부분은 계약 과정에서 상대국 공공기관의 외교적 신뢰나 보증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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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막스 "내년 금리 올라도 충격 작을 것…증시 떠나지 말고 머물러라"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 한경미디어그룹과의 인터뷰에서 장기 투자를 특히 강조했다. 증시가 일시적으로 흔들리더라도 장기 성장 가능성을 믿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고공행진하고 있는 미 물가는 다시 3~4%대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투자자에게 투자 메모를 자주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바로 행동에 나서야 할 지침 같은 건 아닙니다. 큰 개념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겁니다. 다들 팬데믹 이후 여행과 외출을 못하고 휴가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지요. 큰 이벤트가 없었습니다. 투자 세계도 지난 1년6개월 동안 마찬가지였습니다. 탄탄한 경제와 강세장, 인플레이션 우려는 팬데믹 이전에도 있었죠.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중대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런 걸 투자 메모에 담고 있습니다.”▷큰 개념의 변화를 예로 들어주십시오.“역사적으로 두 종류의 투자가 있습니다. 가치투자와 성장투자입니다. 가치투자는 현재, 성장투자는 미래에 집중합니다. 이제는 가치투자자들도 변화 가능성을 더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의 변화입니다. 마음에 드는 회사가 경쟁 우위를 갖췄고 상품 역시 좋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판단해선 안 됩니다.”▷역사적으로 그런 사례가 많이 있었습니까.“1960년대 ‘니프티피프티’(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우량주) 기업 중에는 제록스 IBM 휴렛팩커드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이 있었습니다. 투자자들이 첨단 기술력을 갖춘 새로운 기업에 흥분했지요.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결국엔 많은 기업이 곤경에 처했고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10년 후 세상은 지금과 매우 다를 겁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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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막스 "증시 하락해도 기술株 홀딩하라"
‘가치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사진)이 “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믿는 가치투자자들도 변화의 바람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겠지만 증시 폭락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단언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진행한 한경미디어그룹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막스 회장은 “현재 경쟁 우위를 갖춘 기업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1960년대 영원히 성장할 것 같았던 제록스 IBM 등도 결국 곤경에 처한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평소 미래 예측을 꺼리는 막스 회장은 향후 증시 움직임에 대해선 낙관적이지 않았다. 그는 “뉴욕증시가 그동안 많이 오른 상태에서 기준금리 인상까지 앞두고 있다”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타이밍은 아니다”고 말했다.막스 회장은 “증시가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시장을 빠져나오는 게 별 의미가 없을 정도”라고 했다. 장기 투자 철학을 고수하면서 복리와 기업 성장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조언이다. 그는 “애플 아마존 등 기술주 주가가 높은 게 사실이지만 비이성적으로 비싼 것도 아니다”고 했다.막스 회장은 “현재 7% 선을 위협하는 미 소비자물가는 중기적으로 3~4%대로 떨어지겠지만 지난 20여 년처럼 2% 정도까지 낮아지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물가 압력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진단이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디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는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했다.뉴욕=강영연 특파원/신인규 한국경제TV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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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호 스틱벤처스 대표 "스타트업 '스케일업 투자'에 집중…내년 1000억 신규투자"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한 올해를 거쳐 내년엔 신규 투자액을 1000억원 이상으로 늘릴 계획입니다.”정근호 스틱벤처스 대표(사진)는 지난 17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엔 초기 기업뿐 아니라 중후기 스타트업의 덩치를 키우는 ‘스케일업’ 투자에 집중해 유니콘기업 발굴에 힘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스틱벤처스는 두 차례 펀드 조성 마감을 통해 내년 9월까지 스케일업에 초점을 맞춘 ‘스틱 이노베이션 펀드’를 최대 2500억원 규모로 결성할 예정이다.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의 펀드다. 건당 투자금액도 5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스틱벤처스는 올해 목표금액보다 더 많은 투자를 집행했다. 정 대표는 “올해 약 36곳 기업에 950억원가량을 투자했는데, 당초 목표치가 56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400억원 가까이 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올해는 특히 인수합병(M&A)으로 인한 회수 성과가 돋보였다는 게 그의 말이다. 스틱벤처스는 물류 스타트업인 와이엘피를 SK텔레콤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에 매각한 것을 비롯해 △반려동물 커머스 플랫폼 ‘펫프렌즈’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 △건강식품 제조사 ‘네추럴웨이’ 등을 올해 매각했다. 또 SK텔레콤이 인수한 공유오피스 플랫폼 ‘스파크플러스’도 스틱벤처스의 투자기업이었다.스틱벤처스는 내년 목표 회수금액을 1600억원으로 잡고 있다. 매각 외에도 큐로셀, 에이비메디컬, 지투파워, 애드바이오텍, 티쓰리엔터테인먼트 등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한 돈을 찾을 계획이다.정 대표는 당분간 올해와 같은 벤처투자 열풍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사상 최대였던 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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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볼스 "내년 투자 기회는 부동산·사모 회사채 펀즈 시장에 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는 최근 ‘변화의 시대(Age of Transformation)’라는 보고서에서 “앞으로 5년간 세계 경제가 지난 10년보다 더 불확실하고 분산된 성장,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를 쓴 앤드루 볼스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높아진 밸류에이션과 혼란 등을 감안할 때 주식, 채권 등의 수익률은 더 낮아지고 변동성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들볼스 CIO는 세계 경제가 내년에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위협 요인도 있다. 인플레이션과 함께 코로나19 재확산, 공급망 차질 등을 꼽았다. 그는 “유럽과 미국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봉쇄가 필요한 시점이 지난 것으로 생각하지만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선 여전히 부분적 봉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또 공급망 혼란 해결에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볼스 CIO는 “유례가 없던 일이라 언제쯤 공급망 혼란이 개선될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가능성은 낮게 봤다. 볼스 CIO는 “지금의 글로벌 성장세를 바꾸려면 여간한 충격이 아니면 어렵다”고 말했다.볼스 CIO는 내년 말까지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1.5~2.0%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현재 1.5% 선에 머물고 있는 금리가 상승할 여지가 있지만 그리 높아지기는 어렵다고 봤다.그는 “다음 경기 사이클에서 낮은 기준금리가 지속될 뿐만 아니라 지난 경기 사이클 수준조차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며 “미 중앙은행(Fed)이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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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사케, 와인…혼술족 여러분 '맛있는 술' 픽업해가세요"
주머니는 가벼웠지만 돈을 아껴가며 다양한 위스키를 맛보러 다닐 정도로 술 '덕후'였던 대학생은 고민에 빠졌다. 소주를 들이부어가며 만취하기 십상이었던 술자리 문화를 바꾸고 싶었다. 한 잔을 마시더라도 맛있는 술과 함께 즐거운 기억을 남기길 원했다. 그래서 이 청년은 회사를 차렸다. 위스키나 사케, 와인 등을 집 근처 식당으로 주문한 뒤 '픽업'할 수 있게 하는 앱을 내놨다. 애주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대박'을 쳤다. 수십억원의 벤처투자금도 유치했다.김민욱 데일리샷 대표(사진) 얘기다. 김 대표는 17일 기자와 만나 "주류 '수퍼 앱'을 넘어 사람들의 저녁을 책임지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데일리샷은 창업 4년차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술 픽업 서비스를 내놨다. 소비자가 앱에서 집 근처 제휴 식당을 선택한 뒤 원하는 술을 주문하고 2~3일 뒤 식당에 들러 수령하는 구조다. 출시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누적 앱 다운로드 수가 20만 건을 넘었다. 회사와 제휴를 맺은 매장은 754곳, 판매하는 술은 533종에 달한다. 김 대표는 "코로나19로 혼술족이 늘어나면서 단순히 '깡소주'보다 맛있는 술을 찾는 경향이 생긴 덕에 픽업 서비스의 성장세도 가파르다"고 설명했다.회사가 직접 문앞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건 법적인 규제 때문이다. 현행법상 국내에서는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다만 지난해 4월 법이 일부 바뀌면서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오프라인에서 받는 '스마트 오더' 형태의 판매는 가능해졌다. 덕분에 픽업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픽업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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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아무도 모를 때 과감히 투자…수익률 20배 '잭팟' [한국의 유니콘메이커]
≪이 기사는 09월29일(08:1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1인용 화덕피자 브랜드 '고피자'는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했다. 카이스트 출신의 임재원 대표가 푸드트럭 한 대로 야심차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외식업이라는 이유로 투자자를 찾기 어려웠다.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처한 2018년, 그의 열정을 눈여겨 본 한 벤처캐피털(VC) 대표가 손을 내밀었다. 기사회생한 고피자는 이듬해 40억원 규모 시리즈 A 투자에 이어 지난 5월에는 110억원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지금은 국내외 110곳 넘는 지점을 가진 브랜드로 성장했다. 28일 기자와 만난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사진)는 스타트업계의 '키다리 아저씨'로 불린다. 어려움을 겪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선뜻 손을 내밀어서다. 캡스톤파트너스는 초기 스타트업에 전문으로 투자하는 '마이크로 VC'를 지향한다. 송 대표는 "열정있는 초기 창업가들이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관심을 아끼지 않는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캡스톤파트너스는 운용자산(AUM)이 2000억원대로 크지 않은 편이지만 자금에 목마른 창업 초기 스타트업들에게는 '단비' 같은 존재다. 마켓컬리, 직방, 정육각 등 성장세가 가파른 회사들의 초기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포트폴리오의 하이라이트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다.기업가치가 100억원이 채 되지 않았던 시기에 처음으로 투자했다. 이후 당근마켓의 모든 투자 라운드에 후속 참여하며 총 4차례, 153억원을 베팅했다. 당근마켓의 몸값은 3조원으로 불어났다. 캡스톤파트너스의 수익률은 20배에 육박한다.송 대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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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투자한 한국계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데이비드 김의 이머징 마켓]
≪이 기사는 09월10일(06:0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편집자주] 한국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는 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와의 협업을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숨은 강소기업을 소개하고, 창업자·최고경영책임자(CEO)와의 인터뷰 대담을 게재합니다.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는 투자 전문가 못지 않게 인터뷰 고수로 유명합니다. 전 세계 굵직굵직한 '큰 손'과 투자전문가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고 팟캐스트 채널 'CEO 라운드테이블-브릿징 아시아'와 '아시안 인베스터스'에 게재해오고 있습니다.미국계 벤처캐피털(VC) 레전더리벤처스는 일론 머스크가 세운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주요 투자자다. 스페이스X는 열 차례 넘는 정규 투자 라운드에서 5조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알려진 기업가치는 80조원이 넘는다. 레전더리벤처스는 그밖에 공유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 세계 최대 이미지 공유 플랫폼 '핀터레스트' 등에도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 '잭팟'을 터뜨린 바 있다.레전더리벤처스를 이끄는 주요 인력에는 한국계 제이슨 김 제너럴 파트너가 포함돼 있다. 제이슨은 '리테일' 분야 베테랑으로 꼽힌다.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반갑다. 소개를 부탁한다. "내 배경은 단순하다.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콜롬비아대를 나와 잠시 동안 변호사로 일했다. 다양한 패션 잡화를 판매하던 패밀리 오피스에서 자문 변호사로 일했는데, 이 회사가 바로 제이크루(J.Crew)다. 이후 이 회사가 사모펀드 TPG에 인수됐고 나도 TPG로 자리를 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