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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기업, 회생신청 6개월前 위기 감지…그때가 구조조정 골든타임"
“기업은 회생 신청 6개월 전에 이미 위기를 알고 있습니다. 그때가 바로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야 할 시점입니다.” 정준영 신임 서울회생법원장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 회생 제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앞으로는 회생법원이 기존의 사후적 처방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 예방에 더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최근 연 매출 120억원 이하 소기업(일명 꼬마기업) 회생에 ‘종합적 고려법’을 처음으로 적용한 것이나, 중견·대기업을 대상으로 ‘예방적 자율구조조정(Pre-ARS)’이라는 혁신적 제도를 시행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 4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에 11시간 만에 개시 결정을 내리고, 1주일 내에 협력업체와 임차인에 대한 4500억원이 넘는 조기변제를 허가한 것도 회생법원의 신속 대응 의지를 보여준다. 정 법원장은 법원에서 1996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도산 관련 업무를 맡아 한국 도산법 혁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 그가 주목하는 것은 법정이 아니라 법정에 오기 전 6개월의 ‘골든타임’이다.▷취임사에서 ‘실패한 기업에 기회를 주는 것’을 회생법원의 역할이라고 했습니다.“회생법원은 단순히 도산 절차를 관리하는 곳이 아닙니다. 실패한 기업과 개인에게 다시 도전할 기회를 주는 게 우리 역할입니다. 축구 심판처럼 규칙을 공정하게 적용하면서, 창의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홈플러스 회생절차 개시를 신속하게 결정한 것도 이런 취지인가요.“마트산업의 대표 주자인 홈플러스는 하루만 영업이 중단돼도 5만 개 상품 공급망이 무너질 위기였습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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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관세, 美서 역풍 불 것…현지 생산만으론 수요 못 맞춰"
“미국이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면 결국 미국 소비자가격이 상승하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입니다.”페터르 베닝크 전 ASML 최고경영자(CEO·사진)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반도체 행사 ‘세미콘 코리아 2025’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무역 장벽은 결코 세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의 반도체 관세는 결국 미국 소비자에게 역풍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늘리더라도 자국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관세 영향은 미국 소비자에게 가장 부정적”이라며 “세계 반도체 생산의 90% 이상이 한국, 중국, 대만 등 미국 외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미국의 반도체 생산은 수요를 만족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며 “결국 미국인의 지불 금액만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으로 가져오려고 하지만 설비가 완공되고 안정적인 생산을 이루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추산했다. 베닝크 전 CEO는 “미국은 모든 반도체 시설을 자국으로 가져오고 싶어 하지만, 반도체 공장을 짓는 데 5년, 충분한 생산 역량을 확보하는 데 10~15년이 걸린다”며 “우리(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 반도체업계)는 긴밀하게 협력해 생산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 각국은 서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내 깨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또 베닝크 전 CEO는 “미국이 ‘반도체 관세’ 등으로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현 상황에서 모든 반도체업계는 연구개발(R&D)과 혁신에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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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사법·행정부 모두 기득권 노조만 과보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은 “국회는 물론 행정, 사법부까지 모두 상위 12%의 기득권 근로자만 과보호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18일 말했다.김 장관은 취임 6개월을 맞아 이날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은 나쁘지 않은데 대기업 정규직 상위 12%의 노동자들이 노동 소득을 독식하고 있다”며 “이들 철밥통이 기득권을 양보해야 노동 약자를 보호하고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국민 소득에서 노동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로 2023년 기준 67.7%다. 전체 파이에서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적지 않은데, 일부 공공기관 및 대기업 노조가 대부분을 가져간다는 지적이다.김 장관은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처럼 사법부도 노조가 있는 대기업 사업장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판결만 내놓고 있다고 했다. 그는 “5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가 354만 명으로 양대 노총 조합원 220만 명보다 많은데, 이들을 보호하는 게 정의”라며 “이를 위해 지난해 노동약자지원법을 내놨는데 입법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얘기를 하는 내가 극우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청년 취업률이 급감하는 것과 관련해 “사람을 한 번 뽑으면 30년 동안 내보내지 못하는 고용 경직성 때문”이라며 “당장 10년도 못 내다보는데 20~30년을 어떻게 내다보고 사람을 뽑겠느냐”고 했다. 이어 “이런 얘기를 하면 대기업 편향주의자라고 하는데 나는 대기업 편이 아니라 젊은이 편”이라고 강조했다.김 장관은 반도체 연구 인력의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를 인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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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뱅크, 디지털 혁신으로 전국구 은행될 것"
“올해가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옛 대구은행)의 비대면 경쟁력을 높이는 원년이 될 겁니다. 한층 강화된 앱으로 수도권 고객을 집중 공략할 계획입니다.”황병우 DGB금융그룹 회장(사진)이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iM뱅크 디지털마케팅부를 서울에 배치하는 등 본격적인 수도권 공략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디지털 은행의 효율성과 지방은행의 관계형 금융 장점을 앞세운 1등 하이브리드 금융그룹이 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iM뱅크 실적 성장을 바탕으로 2027년까지 DGB금융 총주주환원율을 40%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도 소개했다. ◇“앱이 곧 은행”황 회장은 “고객 중심 디지털 혁신을 통해 iM뱅크 모바일 앱을 차세대 금융 플랫폼으로 키우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iM뱅크는 지난해 시중은행으로 전환했다. 그는 “신규 고객 10명 중 9명이 디지털 앱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했다. 이 중 60~70%는 기존 텃밭인 대구·경북이 아닌 다른 지역 고객이다.황 회장은 “차세대 앱을 위해 ‘NEXT iM뱅크’ 전담 개발 조직을 구성했다”며 “앱이 곧 은행인 시대가 찾아온 만큼 앱이 iM뱅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인 채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기 위해 지주사에 그룹 디지털마케팅 총괄을, 은행에는 디지털BIZ그룹을 신설했다. 그는 “모바일뱅킹 앱 월간활성이용자(MAU)를 확대하고 기존 계좌 보유 고객을 디지털 고객으로 전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빅테크와 적극적으로 협업해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트랙 전략으로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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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 증여할 종목 QQQ…韓은 조선주 유망"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티커 QQQ)는 자녀에게 증여할 만한 종목입니다.”박장원 신한투자증권 프리미어센트럴금융센터 프라이빗뱅커(PB·사진)는 2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증시는 종목과 업종별로 차별화가 뚜렷해질 것”이라며 “기술주에 집중하는 QQQ 같은 상품에 긴 호흡으로 투자하는 전략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QQQ는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대표적 미국 상장지수펀드(ETF)다. 금융주를 제외하고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100개 우량 기업에 분산 투자한다. QQQ는 지난 5년간 135% 올라 S&P500지수(83%)를 50%포인트 이상 앞질렀다.박 PB는 “QQQ는 기술주 중심이어서 변동성이 크지만 성장성 측면에선 S&P500보다 낫다”며 “퇴직연금(IRP) 계좌를 통해 ‘TIGER 미국나스닥100’ 같은 QQQ와 구조가 동일한 상품을 매수해 수익률과 절세 혜택을 동시에 누리는 게 효율적”이라고 했다. IRP 계좌는 연간 최대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고 이를 재투자해 과세 이연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는 “해외 자산을 반드시 편입해야 전체 수익률을 견인할 수 있다”며 “지수가 떨어질 때마다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 꾸준히 모으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국내 증시에서는 조선과 원자력발전 업종을 추천했다. 트럼프 취임 이후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지속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는 “한화오션이 미국에서 채용을 늘리고 있는데 수주 수요 조사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44.71%), 삼성중공업(18.87%), HD현대중공업(13.15%), HD현대미포(5.43%) 등 조선주는 올해 급등세를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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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톤 “아름다운 휴양지 많은 韓…호텔 투자에 강한 확신 있다”
“한국 호텔은 수요가 넘쳐나는데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한국의 여러 아름다운 휴양지들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있어 투자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캐슬린 매카시 블랙스톤 글로벌 부동산 공동 대표(사진)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K컬처가 갈수록 인지도를 높이고 있어 한국을 찾는 여행객이 늘어나 호텔 투자에 확신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블랙스톤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부동산 운용자산(AUM)이 6000억달러(약 830조원)에 육박한다.블랙스톤은 호텔 투자에 관심이 많은 외국계 투자자로 꼽힌다. 올해 국내에서 SM(삼라마이다스)그룹 강남 사옥을 1200억원에 인수해 호텔로 탈바꿈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건물은 원래 호텔이었는데 SM그룹에 인수되면서 오피스로 변경해 사용돼 왔다. 이를 다시 호텔로 바꾸려는 목적이다.캐슬린 매카시 공동 대표는 한국의 여행 도시에 대한 인지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지난주에 9살, 12살 딸들과 십자말풀이 게임을 하는데 정답 중 하나가 부산(BUSAN)이었다”며 “서울이나 제주 뿐만 아니라 한국의 다른 많은 도시들도 유명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블랙스톤은 지난해 김포성광물류센터를 인수하는 등 한국의 물류 자산에 대한 관심도 유지하고 있다. 매카시 대표는 “서울과 매우 근접한 라스트마일 물류 자산은 투자 기회가 있다”며 “미국 같은 경우 오프라인 거래가 1% 증가할 때 온라인 거래가 15% 증가했다는 수치가 있을 정도로 이커머스 침투는 전세계적 현상이라 수요가 확실하다”고 전했다.매카시 대표는 탄핵 국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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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곤 토스證 리서치센터장 "내년에도 美 증시가 대세 2분기 조정 때 주워담아라"
“내년도 ‘미국 주식의 해’가 될 겁니다. 인공지능(AI) 기술 혁신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맞물려 만들 기회를 눈여겨봐야 합니다.”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은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미국 주식·채권 등 달러 자산이 투자처로 가장 유망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헬스케어, 유통, 제조 등 각 분야 생산성을 끌어올릴 AI 선진 기업이 대부분 미국에 모여 있는 만큼 미국 시장이 우상향을 지속할 것이란 설명이다.이 센터장은 하나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을 거쳐 작년 2월 토스증권에 합류했다. 지난 9월부터는 토스증권이 신설한 리서치센터를 이끌고 있다.그는 내년에도 미국 AI 관련주를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AI 거품론’은 시기상조라는 게 이 센터장의 시각이다. 그는 “9월 미국 현지 기업을 탐방하며 기술 기업 임원과 엔지니어 등을 두루 만났는데, 현지에서 체감한 기술 개발 속도는 재무제표에 나타난 것 이상이었다”며 “아직 세계는 AI 산업혁명 초입 단계에 있을 뿐이어서 ‘메가 트렌드’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이 센터장은 AI와 함께 미국 금융·에너지·소비재 관련주도 눈여겨볼 것을 추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정책적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미 증시는 AI와 트럼프 2기 기대로 이미 상당폭 올랐다. 기술주 위주인 나스닥지수는 11월 이후 지난 20일까지 7.31% 뛰었다. 이 센터장은 “내년 2~3분기께가 비중 확대 적기”라고 예상했다. 그는 “내년 1분기까지는 트럼프 2기 기대 등이 미 증시를 떠받치겠지만, 2분기부터는 기업 실적 성장세가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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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미라 “LBO만으로는 어려워...기업에 AI 접목 역량 있어야”[자본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
“생성형 인공지능(AI)은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법률 등 비기술 분야의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테크놀로지 섹터 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특화된 역량을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마이클 제코스 퍼미라 테크놀로지섹터 공동 대표는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제코스 대표는 퍼미라의 테크놀로지 부문을 이끌며 바이아웃 펀드의 투자 집행 회사를 점검하는 포트폴리오리뷰위원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JP모건 런던 지사에 근무하다 2007년 퍼미라에 합류했다.제코스 대표는 “생성형 AI는 인터넷과 모바일, 클라우드 이상의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본다”며 “AI를 제품에 통합하는 회사는 지속적 성장을 달성하고 디지털 전환에 선두주자로 나아가겠으나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빠르게 레거시 플레이어로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높은 투자수익률(ROI)을 달성하려면 AI를 프로세스, 업무 플로우, 행동 변화까지 도입시켜야 한다”며 “퍼미라도 포트폴리오 35개 기업에 AI 솔루션을 제품화할 수 있도록 하고 AI 관련 예산 비중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퍼미라 4호 펀드가 2012년 투자한 제네시스클라우드는 대표적인 AI 수혜 업체로 꼽힌다. 글로벌 콜센터 솔루션 기업인 제네시스클라우드는 기업들이 음성, 이메일,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포괄적인 플랫폼을 제공한다. 고객사의 40%가 AI 기능을 활용하고 있다. 올해 AI 제품 수요가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퍼미라가 12년 전 3억1200만 유로(4700억원)를 투자한 이후 제너시스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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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계좌로 ETF 투자, 2년새 3배…스마트 개미 늘어날 것"
“퇴직연금에서 원리금 보장형을 벗어나려는 개인투자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국가의 대표 지수형 상품에 주목해야 합니다.”홍준영 미래에셋자산운용 상장지수펀드(ETF)연금솔루션 본부장(사진)은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금에서도 적극적인 자산 증식을 추구하는 ‘스마트머니’가 늘어나는 흐름이 감지된다”며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에 투자하는 자금이 2022년 말과 비교해 3배 이상 급증한 15조원까지 늘어난 게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했다.퇴직연금을 통한 ETF 투자가 늘고 있는 건 연금 운용에 관심을 기울이는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ETF는 판매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 권유로 매수하는 일은 드물고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게 대부분이다. 홍 본부장은 “최근에는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가 많은 은행에서도 ETF를 직접 매수하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에 투자한 금액은 2022년 말에는 4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조4000억원으로 6배가 됐다.퇴직연금을 ETF로 굴리는 ‘스마트 개미’는 주로 어떤 상품에 투자할까. 홍 본부장은 ‘미국 대표 지수형’과 ‘신흥국’을 꼽았다. 그는 “일반 계좌에서는 2차전지, 반도체 등 섹터형 ETF에 투자하는 수요가 많지만 퇴직연금은 다르다”며 “미국 S&P500, 나스닥100처럼 안정적인 선진국 대표 지수형 상품과 인도 등 장기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흥국에 분산하려는 수요가 많다”고 분석했다.또 홍 본부장은 연금에서 투자할 ETF는 퇴직연금 계좌의 성격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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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위대한 제품 만들려면 실패해 본 사람과 어울려라"
“위대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워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실패를 맛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입니다.”애플에서 부사장을 지낸 토니 퍼델(55·사진)은 ‘아이팟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스타트업 제너럴매직과 대기업인 필립스 등에서 일하다가 2001년 애플에 입사했다. 10개월 만에 휴대용 음악 재생기기인 아이팟을 개발했다. 아이폰 개발에도 참여했다. 애플을 나온 뒤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제조하는 네스트랩스를 창업했고, 2014년 이 회사를 32억달러를 받고 구글에 팔았다. 지금은 빌드콜렉티브를 세워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최근 한국에 <빌드 창조의 과정>을 출간한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내 멘토 중 상당수는 세상을 떠났고, 이제 내가 그 질문 공세에 시달리는 사람이 됐다”며 “일종의 ‘조언 백과사전’으로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빌드 창조의 과정>은 여러 기업을 거치며 제품 개발에 헌신한 그의 여정과 미래 기업가를 위한 조언을 담은 책이다. 2022년 미국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호평받았다.퍼델처럼 좋은 멘토를 계속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그래도 괜찮다”며 이렇게 말했다. “공식적인 멘토링을 기다리지 마세요. 주변 누구에게서든 배울 수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이 아니어도 됩니다. 당신보다 몇 년 앞서 있는 사람이면 됩니다. 다른 사람의 실수, 실패한 상품에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배우려는 열정과 호기심입니다.”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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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회생한 월가의 전설 "수수료 낮은 ETF에 집중할 때"
“어디에 투자할지보다 얼마나 투자할지에 관심을 둬야 합니다.”월가의 전설적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창립과 몰락을 경험한 빅터 하가니 엘름웰스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LTCM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머튼 하버드대 교수, 마이런 숄스 시카고대 교수 등 6명의 천재 수학자가 모인 ‘투자계의 어벤저스’로 불렸다. 이들은 첨단 금융공학을 총동원해 ‘돈 버는 기계’를 만들었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통해 만기가 다른 채권의 차익으로 수익을 내는 방식이었다. 실패 확률이 0%에 가까웠고 확실한 수익을 냈다. 첫 3년 수익률은 연평균 35%였다. 12억5000만달러로 시작한 LTCM 규모는 3년 만에 1400억달러로 불어났다.하지만 한순간 시장의 균열이 LTCM을 순식간에 몰락시켰다. 19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을 선언하고 LTCM이 보유한 러시아 채권이 휴지 조각이 되면서다. 0.1%가 안 되는 차익거래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으킨 20~30배의 레버리지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가져왔다. 하가니 CIO는 “아무리 좋은 투자라도 변동성이 있다면 너무 큰 투자 비중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하가니 CIO는 이런 경험을 기반 삼아 2011년 개인자산관리업체 엘름웰스를 차렸다.하가니 CIO는 한국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레버리지ETF(특정 종목이나 지수를 배수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에 대해 “변동성 끌림 현상으로 투자금 전부를 잃을 확률이 있다”고 지적했다. 변동성 끌림은 변동성이 커지며 장기적으로 가격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는 “100달러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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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한 경영권 분쟁 도맡아…베테랑 포진한 화우 선두권"
최근 몇 년간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이 증가하면서 지배구조 관련 문제가 상시적인 업무로 자리 잡았다. 법무법인 화우의 새 자문그룹장에 선임된 안상현 파트너변호사(사진·사법연수원 30기)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강화와 소액주주 목소리 확대로 지배구조 개선 및 내부통제 강화와 같은 자문업무가 상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1999년 연세대 법대를 졸업한 안 변호사는 2003년 화우 설립부터 지금까지 경영권 자문 분야에서 활약해온 ‘화우맨’이다. 한진칼, 금호석유화학 등 굵직한 경영권 분쟁이 그의 손을 거쳤다.그는 “경영권 분쟁만큼은 화우가 로펌업계 1등으로 평가받는다”며 “기업의 절체절명 상황에서 정답이 아닐지라도 실질적인 해결책은 제시하는 것이 성공적인 자문”이라고 강조했다. 유권해석, 선례가 없는 상황에서 산업, 기업평판, 당국과의 관계 등을 정무적으로 고려하고 리서치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가장 기억에 남는 자문으로 에스엠과 한미사이언스의 가처분 승소를 꼽았다. 그는 “에스엠에는 한 달, 한미사이언스에는 두 달간 태스크포스 인력들이 밤낮으로 매달렸다”며 “판결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도 의미 있지만 과정에서 기업 담당자들이 화우의 가치를 인정해준 것이 더 큰 성과”라고 말했다. 다만 양사 모두 주주의 선택이 판결 방향과는 달랐던 점은 로펌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라고 인정했다.안 변호사가 이끄는 화우 자문그룹은 인수합병(M&A), 기업 법무, 국제중재, 국제통상, 국제법무팀으로 구성되며 120여 명의 변호사, 외국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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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시장 전망 여전히 긍정적…인플레 받아들일 만한 수준"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회장은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매그니피센트7’의 주가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밝혔다. 1년7개월 전인 2022년 8월 ‘시장에 머물라’며 정보기술(IT) 종목을 추천한 것과 상반된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미국과 일본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낙관론이 팽배한 상황이지만 그는 “비현실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루벤스타인 회장은 “합리적인 수익률을 달성하면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한다”며 “달성할 수 있는 수익률을 넘어서는 투자를 계속하는 것은 탐욕”이라고 말했다. 현시점에서는 낙폭이 큰 상업용 부동산 관련주를 주목할 것을 추천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이들 종목도 저평가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면서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통념에서 벗어나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통적인 지혜를 무시하고 다른 사람이 두려워 못하는 것을 기꺼이 시도하는 것이 위대한 투자자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강조했다.인터뷰는 최근 인플레이션과 Fed의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짐에 따라 세계적 대가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이메일로 진행했다.▷지난 인터뷰에서 ‘조정받고 있던 시장에 머물라’고 조언했습니다. 당시와 비교하면 S&P500지수가 20% 넘게 올랐습니다. 현 미국 경제 상황을 어떻게 진단합니까.“미국 경제는 꽤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여러 면에서 다른 나라들을 크게 앞서고 있죠. 일자리 증가세도 강하고, 실질임금도 증가하고 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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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로 간 SK맨 이상국 대표…"연봉 체계 싹 바꿔 인재 영입"
이상국 KT DS 대표(사진)가 지난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KT DS를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전문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KT DS는 KT그룹의 시스템통합(SI) 등을 담당하는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이다.이 대표는 “그룹의 주력인 통신업과 IT업은 속성이 매우 다른데 직급 체계가 그룹에 너무 종속되다 보니 그동안 IT업의 특성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며 “직급과 연봉 체계를 개선해 기업 문화를 혁신하겠다”고 말했다.올 1월 새로 부임한 이 대표는 IT업계를 밑바닥부터 두루 경험했다. 20~30대엔 중소 IT기업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스리콤(현 HP)과 IBM에서 IT 컨설팅을 담당했다. 이후 통신 속도를 높이는 솔루션 개발업체를 창업해 운영했다. 2011년 SK C&C에 입사해 지난해 말까지 디지털전환(DT) 추진 담당 상무, 사업구조혁신 태스크포스(TF)장, ICT 디지털부문장(부사장) 등을 지냈다.이 대표는 생성형 AI 시대 SW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로봇이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부상하는 기술의 핵심은 내부 SW와 관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SW기업은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KT DS는 2022년 매출 7155억원, 영업이익 330억원을 올렸다. 전년보다 각각 13.6%, 35.8% 증가했다. 이 대표는 그룹 외 매출을 늘리기 위해 클라우드와 AI 전환(AX), 사물인터넷(IoT)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금융권의 구식 시스템 전환, 유통 분야 사업 등도 늘리기로 했다. KT DS는 최근 애큐온저축은행 코어뱅킹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마쳤다. 코볼 기반 중앙시스템을 자바와 클라우드 기반으로 바꾸는 사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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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아베 신조 "트럼프는 골프 얘기랑 뒷담화만 했다"
“트럼프는 아무렇게나 1시간 동안 얘기합니다. 길면 1시간 반도 되고요. 중간에 이쪽이 지칠 정도예요. 그리고 무엇을 이야기하느냐 하면 본론은 전반 15분 만에 끝나고 나머지 70~80%는 골프 이야기나 다른 나라 정상의 비판 등이죠.”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의 인터뷰를 담은 <아베 신조 회고록>에 나오는 이야기다. 아베 전 총리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선 “일 얘기밖에 안 했다”며 “솔직히 친구 같은 관계를 맺기엔 어려운 타입”이라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선 “차가워 보이지만 의외로 소탈하고 실제로는 그렇게 까다롭지 않았다”고 했다.이 책은 요미우리신문 기자인 2명의 저자가 2020년 10월부터 1년 동안 18회에 걸쳐 총 36시간 아베 전 총리를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그가 총리에서 막 물러났을 때다. 원래 2022년 봄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이었지만 아베 전 총리의 요청으로 미뤄졌다. ‘아베파’의 회장으로 정계 복귀를 하려는데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많다는 게 이유였다. 그해 7월 그가 피살된 뒤 유족의 동의를 얻어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됐다.질문과 답으로 이뤄진 이 회고록에서 아베 전 총리는 제법 솔직하게 그리고 과감하게 말을 풀어낸다. 그는 두 번째 총리 재임 때인 2013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에 대해 “총리 재임 중 두 번 참배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국제 정치 현실을 감안해 가장 파장이 없을 시기에 가자고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이 다카야 총리 비서관이 “참배하겠다면 비서관을 그만두겠다”고 할 정도로 총리관저 안에서도 난리였다.한국 정부에 대해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