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08일 03:00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재무적투자자(FI)들이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해 두산 측에 통보했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마무리한 두산 측을 곧바로 압박하면서 투자금 회수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다.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IMM프라이빗에쿼티(PE)·하나금융투자PE는 DICC 동반매도청구권 행사를 결정하고 지난 1월 두산 측에 이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FI들이 보유한 DICC 지분 20%와 함께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나머지 지분 80%도 통매각이 진행될 예정이다. FI 측은 조만간 중국 현지에서 자문사를 선임하는 등 제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FI 측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두산 측에 대한 압박에 나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1년 FI에 DICC 지분 20%를 3800억원에 매각하고, DICC를 3년 안에 상장(IPO)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DICC 주주 간 계약을 통해 IPO가 실행되지 않으면 드래그얼롱을 행사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당시 기한내 IPO가 성사되지 못했고, FI들은 2015년 드래그얼롱을 행사해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매각이 무산되면서 FI들은 "두산 측이 매각 절차에 협력하지 않았다"며 두산인프라코어에 소송을 제기했다. FI 측은 두산 측의 협조의무 위반이 매각 무산의 원인인만큼 투자 원금에 내부수익률(IRR) 15%를 더한 약 8000억원을 지급해야한다 주장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FI가 DICC 지분 100%를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 권한을 갖고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FI들은 제3의 인수 후보에 통매각을 진행할 수 있고, 두산 측은 우선매수권 을 행사해 인수 후보들이 제시한 금액으로 FI 지분을 전량 매입할 수 있다. 두산 측도 내부적으로 대응안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에선 DICC 법인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통매각 까진 해결해야 할 문제가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DICC는 두산인프라코어 본사에서 핵심 부품을 '반조립(CKD·Complete Knock Down)' 형태로 납품받아 최종 조립과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즉 두산인프라코어 본사가 부품 공급을 중단할 경우, 법인의 존속이 위협받을 수 있다보니 원매자를 끌어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때문에 두산 내부적으론 FI들의 DICC 지분을 투자 원금에도 미치지 않는 2000억원 대로 사올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감지되고 있다. 반면 FI들은 중국계 SI들이 두산인프라코어 못지 않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DICC의 판매망과 생산능력(CAPEX)만으로도 충분히 인수 후보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