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엔진 식어버린 韓…10년새 덩치는 커졌지만 주머니는 비었다
지난 10~20년 동안 한국을 세계 최고 ‘제조강국’ 반열로 일으켜 세운 키워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범용 기술이 들어가는 제품을 가장 싸게, 가장 좋게 만드는 실력으로 미국과 유럽, 일본 기업을 하나둘 추월했다.거기까지였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첨단 산업의 주인공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여서다. 휴머노이드의 실력을 가르는 핵심도 몸이 아니라 머리다. 이런 미래 산업을 이끄는 기업은 죄다 미국판이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자는 적으니 돈벌이가 안 될 리 없다. 더구나 한국 주력 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은 중국에 턱밑까지 쫓기고 있거나 이미 추월당했다. 한국과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금융사 제외)의 영업이익률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다. ◇이익률 30% 넘는 국내 기업 1곳29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국내 시총 상위 10개 기업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765조원으로 2014년(504조원)보다 51.9%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 10대 기업의 매출 증가율 38.8%(1조7906억달러→2조4848억달러)보다 높았다.하지만 수익성을 놓고 보면 정반대 결과가 나온다. 지난해 한국 10대 기업의 영업이익률 평균값은 13.4%로 미국 평균(31.4%)의 절반에 그쳤다. 격차는 2014년 10.5%포인트에서 지난해 18%포인트로 커졌다.개별 기업 간 격차도 크다. 미국 10대 기업 중 엔비디아(62.4%), 마이크로소프트(44.6%), 알파벳(32.1%), 메타(42.1%), 브로드컴(44.6%) 등 5곳이 2024회계연도 기준으로 영업이익률 30%를 넘겼다. 한국에선 SK하이닉스(35.5%) 한 곳뿐이다.영업이익률이 낮다는 건 물건을 팔아도 돈벌이가 시원치 않다는 의미다.
-
베선트 "불성실 협상 땐 다시 고율 관세 부과할 것"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미국과 선의로 무역 협상을 하지 않는 국가에 “4월 2일 발표된 관세율이 적힌 서한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과 정면충돌한 끝에 ‘90일간 관세 휴전’을 얻어낸 걸 지켜본 세계 주요국 사이에선 미국과의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베선트 장관은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과 선의를 가지고 협상하지 않으면 ‘이게 관세율’이라고 적은 서한을 받게될 것”이라며 “이들 국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일 발표한 상호관세율을 다시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또 이날 베선트 장관은 CNN 방송에서 “지금 당장 집중하는 것은 18개 중요한 교역 관계”라며 한국 등 주요 무역 상대국과는 개별 협상을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18개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해선 “그냥 ‘숫자’를 제시할 작은 교역국이 많이 있는데, 아마도 우리는 지역별 협상을 많이 하게 될 것”이라며 “이건 중미 지역 관세율, 이건 아프리카를 위한 관세율이라고 통보하는 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 교역국 외에는 지역 단위 관세를 정해 통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미국은 지난달 한국에 25% 상호관세율을 통보했다. 한국이 만약 해당 관세를 그대로 물면 한국 상품은 중국 물품 관세(30%)와 큰 차이가 없는 관세를 부과받고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수 있다. 베선트 장관은 “소수의 예외가 있지만 많은 국가는 우리에게 매우 좋은 제안을 들고 오고 있다”며 “이들 국가는 그들의 (대미)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낮추고 싶
-
실적잔치 즐길 때 아니다…기업 2분기 '퍼펙트 스톰'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나란히 올렸다. 시장 상황이 좋아서가 아니다. 미국 정부의 ‘관세 폭탄’을 앞두고 재고를 미리 쌓으려는 수요가 몰려서다. 철강과 수입차에 이미 관세를 부과한 데다 다른 업종도 언제든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가 2분기부터 코너에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매출 17조6391억원, 영업이익 7조4405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작년 동기 대비 각각 41.9%, 157.8% 늘었다. 현대차도 역대 1분기 최대 매출(44조4078억원) 기록을 다시 썼다. 작년 1분기보다 9.2% 증가했다. 원·달러 상승 효과에 힘입어 영업이익(3조6336억원)도 2.1% 늘었다.역대급 실적을 냈지만, 한 꺼풀 벗겨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차례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재고 축적 수요가 1분기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상 최대 1분기 매출은 관세 부과 전에 재고를 쌓아놓으려는 수입업체의 수요가 만든 신기루에 불과하다”며 “관세전쟁 여파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면 온전한 업종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지난달 3일부터 관세 폭탄을 가장 먼저 맞은 현대제철은 1분기 적자 전환했고, 포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은 2.6% 감소했다.김보형/김채연 기자
-
韓미국법인 "오락가락 관세…올해 실적 전망 110번 바꿔"
“요즘 110번째 실적 전망을 작성하고 있습니다.”뉴욕에서 만난 모 업체 미국법인 주재원은 “관세가 바뀔 때마다 수입원가 계산부터 공장 이전 검토안까지 덩달아 바뀐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회사는 미국에 제조시설이 있지만 중국과 멕시코에서 원자재를 수입한다. 관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는 “다른 기업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과 관련해 수시로 말을 바꿔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회사 미국법인 직원은 “상호관세 90일 유예기간에 최대한 많은 원자재를 미국으로 들여올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며 “문제는 90일 이후에 어떤 일이 생길지 예상하기 힘들다는 점”이라고 했다. 유예기간이 더 길어진다면 90일간 원자재를 대량 수입한 게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애플은 지난달 인도에서 미국으로 20억달러 상당의 아이폰을 항공편으로 실어왔다. 관세 부과 전 최대한 물량을 당겨온 것이다.미국에 지점을 낸 한국 시중은행들은 거래 기업의 신용 위험 점검에 들어갔다. 모 은행 미국지점 관계자는 “서울 본점에서 관세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기업의 대출 상환능력을 점검하라는 지시가 왔다”며 “해당 기업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 직원은 “트럼프 행정부 이후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압박이 계속될 것 같다”며 “이참에 멕시코에 있는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는 걸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에너
-
'110번째 보고서 작성 중'…오락가락 美 관세에 '대혼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과 범위 대상 등을 자주 바꾸면서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관세에 따른 수입 원가 계산부터 제조 시설 이전 검토안까지 덩달아 자주 바뀌면서 연말 실적 전망부터 중장기 투자비 책정 등을 수십 가지 이상 버전으로 만들어야 해서다. 일부 기업들은 “일부 신규 사업은 접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토로했다.17일(현지시간) A 제조업체의 미국 법인 관계자는 “요즘 110번째 실적 전망을 만들고 있다”며 “같은 업계의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사정이다”고 말했다. 해당 기업은 미국에 최종 제조시설이 있고 중국과 멕시코 등에서 원자재를 수입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멕시코에 고율 관세를 각기 다른 시기에 다른 세율로 부과하면서 해당 기업의 실적 전망은 더욱 복잡해졌다.B 기업은 최근 상호관세가 90일 유예된 기간 안에 최대한 많은 물량의 원자재를 미국 내로 들여올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B 기업 관계자는 “문제는 90일 이후에 어떤 일이 생길지 예상하기 힘들다는 점”이라며 “만에 하나 유예 기간이 더 길어진다면 90일 안에 원자재를 되도록 많이 수입하기 위해 들인 비용이 불필요한 것이 된다”고 우려했다.미국에 지점을 낸 한국 대형 은행들은 고객사의 신용 리스크를 점검하는 중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서울 본점에서 관세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기업들의 대출 상환 능력을 점검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해당 기업들과 인터뷰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멕시코 공장을 미국 내로 옮겨오거나, 임대해서 쓰던 미
-
철강·車 등 韓 수출 주력품목 여전히 25% 관세…반도체도 사정권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70여 개국에 개별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하면서 한국산 수출품에는 10% 기본 상호관세와 앞서 시행된 철강·알루미늄·자동차 품목 관세(25%)만 부과되고 있다. 특히 40% 안팎의 고율 관세가 예고된 동남아시아 국가에도 같은 조치가 취해져 베트남에 제조공장을 둔 국내 대기업은 한숨을 돌렸다.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시점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제품의 기본 관세율은 10%다. 앞서 미국이 무역흑자에 따라 한국에 매긴 상호관세율은 기본관세 10%에 15%를 더한 25%였는데, 15%가 유예된 것이다.미국은 캄보디아에 49%, 라오스에 48%, 베트남에 46%, 태국에 36%의 초고율 관세를 예고했다. 이들 국가 관세율도 10%로 낮아져 해당 국가에서 주로 생산되는 한국산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은 타격을 가까스로 피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타이응우옌성과 박닌성에 모바일 공장을 두고 스마트폰의 절반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베트남 관세도 유예되면서 삼성전자가 오히려 수혜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유예 기간 90일 동안 선행 생산을 통해 공급을 늘리고, 8개 생산 거점의 생산량을 조정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 폭스콘 공장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는 애플은 중국에 부과된 125%의 초고율 관세를 물어야 한다.하지만 미·중 관세전쟁이 격화하면 한국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미·중 간 수출입이 위축되면 중국이 한국을 우회 수출 경로로 삼고, 미국은 이를 문제 삼는 샌드위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다.이준엽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ld
-
수확기 지났는데…쌀값 5개월째 오름세 [프라이스&]
쌀값이 5개월 연속 오름세다. 통상 쌀값은 수확기(10월)가 지나면 떨어지는데 올해는 작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매달 올랐다. 최근 17개월 동안 최고치다. 정부가 쌀을 대량으로 사들이며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분석이 나온다.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상품 기준 이달 쌀 중도매인 판매가격은 20㎏당 5만605원으로 2023년 11월(5만1235원)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매년 3월 기준으로 보면 2022년 3월(5만1996원) 후 3년 만의 최고치다.쌀값 상승은 소출 감소와 더불어 정부 정책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많다.지난해 국내 쌀 생산량은 358만5000t으로, 전년(370만2000t) 대비 3.2% 줄었다. 여기에 ‘쌀값 방어’를 위해 정부가 펼친 시장 격리 정책이 쌀값을 밀어 올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작년 신곡 기준 소비량을 넘어서는 ‘초과 생산량’은 5만6000t인데, 정부는 이보다 많은 20만t을 시장에서 격리했다.한국은 TRQ(저율관세할당)로 매년 들여오는 40만8700t을 제외하면 쌀 수입량이 사실상 없다. 이 물량도 시장에서 격리되기 때문에 국내 쌀값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업계 관계자는 “쌀값은 매우 중요한 곡물이기 때문에 정부가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행사한다”며 “정부가 어느 수준으로 쌀값을 유지하려는지가 향후 가격의 결정적 요소”라고 말했다.이광식 기자
-
트럼프 업고…치솟는 천연가스값 [프라이스&]
미국 천연가스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풍력·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보다 천연가스 등 전통적인 에너지 시장을 강조하면서 수요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미국이 대대적인 천연가스 개발에 나서는 등 가격 안정화 요인도 있지만 수요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안정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19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미국 헨리허브 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18일 MMBtu(가스 열량 단위)당 4.05달러를 기록했다. 헨리허브는 유럽의 TTF, 아시아의 JKM과 함께 대표적인 국제 천연가스 가격 지표다.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 자국 천연가스 수입을 늘리라는 뜻을 드러내면서 주목을 끌고 있는 수치다.헨리허브 가격은 지난해 3월 1.7~1.8달러 수준에서 160% 가까이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지난해 8월부터 상승세가 본격화됐으며 당선일(11월 6일)에는 2.75달러까지 올랐다. 이후에도 꾸준히 상승해 최근 4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천연가스 우대 정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 속도를 늦추면서 석탄을 천연가스로 대체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천연가스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요인들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재개 기대가 커졌고, 트럼프 행정부가 천연가스전 및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개발을 지원하는 점도 시장 안정화 요인으로 꼽힌다.그러나 미국의 화석 에너지 활용 의지가 워낙 강력한
-
美, 한국 콕 집어 '비관세 장벽' 폐지 압박
케빈 해싯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17일(현지시간) 유럽 중국과 함께 한국을 언급하며 “(미국은 이들에 대해) 무역적자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며 “적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높은 관세와 비관세 장벽이 미국 기업의 경쟁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비관세 장벽을 낮추라고 압박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해싯 위원장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미국에 무역흑자를 내는) 국가들이 모든 장벽을 당장 낮춘다면 협상은 끝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유연한 협상가이며 많은 국가가 그의 협상 방식에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역장벽을 유지하는 국가에는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해싯 위원장은 또 “지금부터 오는 4월 2일까지 일부 불확실성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4월이 오면 시장은 상호주의적 무역 정책이 매우 타당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해싯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4월 2일부터 부과하겠다고 한 상호관세를 언급하면서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각국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해싯 위원장은 상호관세의 주요 대상으로 한국을 거론한 것이다.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상품수지 기준)는 660억달러에 달했다. 주요 대미 흑자국 중 아홉 번째다. 다만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대부분 상품을 무관세로 거래한다.이 때문에 해싯 위원장 발언은 한국의 비관세 장벽 철폐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부가가치세, 환율 등도 감안하겠다고
-
"韓, 알래스카 가스관에 수조달러 베팅"…트럼프 압박에 곤혹스런 정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에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50억달러(약 65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정부 간 협의 없이 이날 공개적으로 발표되자 우리 정부는 난감해한 것으로 알려졌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한 연설에서 “행정부는 알래스카에 세계 최대 규모의 거대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다”며 “일본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수조달러씩 투자하면서 우리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멋진 일이 될 것”이라며 “모든 것을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우리 정부는 지난달 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사업 참여를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관련 기업들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식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아직 국내 기업의 사업 참여 의사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알래스카 LNG 사업은 북극해 연안 북단 프루도베이 가스전을 개발한 후 이를 알래스카 최대 도시 앵커리지 인근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LNG 배관을 건설해 운송하는 사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과거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주지사의 제안으로 사업 타당성을 검토했지만 적극적으로 나선 기업은 없다. 개발 사업으로 수십조원을 투입해야 하는데, 개발 이익은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정부 관계자는 “지금도 국내 기업들은 (알래스카 프로젝트 사업성에) 의문을 내비치고 있다”고 전했다
-
美 조선업 '부활' 선언…中선박엔 입항 수수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상선과 군함 건조를 포함한 미국 조선산업을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해양 패권 경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글로벌 조선·해운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한 첫 의회 연설에서 “백악관에 새로운 조선 담당 사무국을 설치하고, 산업을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한 세제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해양산업 지배력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가 입수한 행정명령 초안에 따르면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이 미국에 입항하거나 미 항만에서 중국산 크레인을 사용하면 수수료를 부과한다.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해운과 조선업체를 제재하는 이유는 중국과의 해양 패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안보 우려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함정, 상선 건조 능력은 중국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미국 항만에 입항하는 중국 해운사 선박당 100만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 등을 지난달 공고했다. 미국 정부는 당초 오는 24일 공청회 등 절차를 거쳐 관련 조치를 확정할 예정이었는데, 행정명령으로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국내 해운사들은 미주 장거리 노선에 한국산 선박을 쓰고 아시아 근해 노선에 중국산 선박을 활용하고 있는데, 유럽과 중국 해운사는 미주 노선에도 중국산 배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행정명령이 떨어지면 HMM, 팬
-
"K반도체 기술, 이미 중국이 대부분 추월"…전문가 평가 2년 만에 뒤집혀
한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이 2년 만에 중국에 전 분야에 걸쳐 추월당했다는 전문가들의 설문 결과가 나왔다. 2022년 시행된 같은 설문조사에선 “한국이 고집적·저항 기반 메모리 기술 등에서 중국보다 앞서 있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2년 만에 뒤집혔다.23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한 ‘3대 게임체인저 분야 기술 수준 심층분석’ 브리프에 따르면 국내 전문가 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반도체 분야 기술 기초역량은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최고 기술 선도국을 100%로 봤을 때 고집적·저항 기반 메모리 기술 분야는 한국이 90.9%로, 중국(94.1%)보다 낮은 2위였다. 한국의 고성능·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도 84.1%로 중국의 88.3%보다 낮았다. 전력반도체 역시 한국이 67.5%, 중국이 79.8%였고, 차세대 고성능 센싱 기술도 한국이 81.3%, 중국이 83.9%였다.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은 한국과 중국이 74.2%로 동일한 점수였다.기술 수준을 사업화 관점에서 평가했을 때 한국은 고집적·저항 기반 메모리 기술과 반도체·첨단 패키징 기술 부문에서만 중국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2022년 시행된 기술 수준 평가에도 참여했다. 당시 이들은 고집적·저항 기반 메모리 기술,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 차세대 고성능 센싱 기술 등은 한국이 앞서 있다고 봤지만 2년 만에 판도가 뒤집힌 것으로 평가했다.반도체 분야 전체를 대상으로 기술 생애주기를 평가한 설문조사에서도 한국은 공정과 양산에서 중국을 앞서 있지만, 기초·원천 및 설계 분야에서는 중국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의 반
-
[단독] K콘텐츠 '8년 족쇄'…中, 한한령 푼다
중국 정부가 이르면 오는 5월께 한한령(한류 콘텐츠 금지령)을 풀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2017년 한한령을 내린 지 8년 만이다.중국 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조직인 ‘중국아태합작중심’ 고위 관계자는 19일 본지 기자와 만나 “다음달 민간 문화사절단을 한국에 파견하는 것을 시작으로 문화 교류를 확대해 올 상반기 내 전면적인 문화 개방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영화, 게임, K팝 공연 등 한국 콘텐츠의 중국 내 유통을 막아 온 한한령을 풀겠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 이유로 한국과 중국이 올해와 내년에 차례로 APEC 정상회의를 주최하며 의장국을 맡는 만큼 양국 간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게 중국 정부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한한령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한국 콘텐츠 유통을 금지해 왔다. 한국 콘텐츠의 중국 수출을 위해서는 중국 당국의 심의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사실상 불허한 사례가 많았다. 산업은행 산하 KDB미래전략연구소는 2017년 한한령 당시 국내 관련 산업의 피해를 최대 22조원으로 추산하기도 했다.이와 관련해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우리도 중국 정부에 (한한령 해제를) 꾸준히 요구하고, 중국 정부에서도 긍정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며 “한한령이 어딘가에 명시된 공식 규제가 아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해제를 발표하는 방식이 아니라 K팝 가수 등이 중국 공연을 신청하면 과거와 달리 풀어주고 결국에는 (한국 콘텐츠를) 다 개방되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부가세는 사실상 관세"…韓도 타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초부터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할 때 고려 대상 중 하나로 부가가치세를 지목해 주목된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은 부가세를 겨냥해 “이것이 바로 미국 자동차산업이 고통받고, 일자리가 지속해서 사라지는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부가세는 한국과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부과하는 소비세다. 미국에는 ‘부가세’라는 명칭은 없다. 그 대신 이와 비슷한 판매세가 있다. 판매세는 주별로 다르다. 델라웨어주 등 일부 주는 판매세가 제로(0)다. 50개 주 평균으로는 대략 6.6%다.반면 한국은 부가세가 10%, 유럽은 평균 22%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차이를 일종의 ‘비관세 장벽’으로 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예컨대 미국에서 3만달러에 수출하는 자동차는 유럽에선 관세가 없다고 가정해도 부가세로만 6600달러가 붙는다. 반면 유럽이 3만달러짜리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면 판매세가 평균 1980달러다. 게다가 미국은 유럽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데 비해 유럽연합(EU)은 미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매긴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이런 요인이 겹쳐 미국산 자동차가 유럽에서 덜 팔리고 그 결과 미국의 무역적자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도 마찬가지 논리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뉴욕=박신영 특파원
-
韓 1인당 GDP, 2년째 日에 앞서…2030년엔 대만이 韓 추월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일본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1980년 이후 처음이다. 2030년대에는 대만의 1인당 명목 GDP가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을 이겼다’고 방심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가 전날 발표한 ‘2023 국민경제계산 연차추계’에서 일본의 지난해 1인당 명목 GDP는 3만3849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3만5563달러)보다 1714달러 적었다. 올해 추계에선 이미 2022년에 한국의 1인당 명목 GDP가 3만4822달러로 일본(3만4112달러)을 처음 앞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추계 때만 해도 2022년엔 일본(3만4064달러)이 한국(3만2423달러)을 앞서 있었다.한국은 올해 6월 5년마다 정기적으로 GDP 집계 기준연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명목 GDP가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당시 일본 내각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앞섰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일본 정부의 공식 추계에서 한·일 간 1인당 명목 GDP가 역전된 사실이 처음 드러난 것이다. 지난해 일본의 1인당 명목 GDP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22위로, 1980년 이후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21위였다.지난해 일본의 명목 GDP 총액은 4조2137억달러로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였다. 명목 GDP 총액에서 일본은 2022년까지 3위였으나 지난해 독일에 밀려났다. 내년엔 인도에도 추월당해 5위로 내려앉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엔화 가치 하락이 달러화 환산 1인당 명목 GDP를 끌어내린 영향도 컸다. 내각부는 이번 추계에서 엔·달러 환율을 달러당 140.5엔으로 잡았다.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