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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흑자 기업만 稅혜택…R&D 선제 지원 시급"
전문가들이 새 정부에 바라는 산업정책은 명쾌하다. 정부가 기업들과 ‘원팀’이 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이 각종 보조금과 규제 개혁 등으로 자국 기업을 총력 지원한다는 점에서 그렇다.‘국가 대항전’이 된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반도체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주는 미국 중국 유럽 일본과 달리 한국은 설비 투자에 한해 최대 25% 세액공제만 해준다. 흑자 기업만 내는 법인세에서 차감해주는 방식이다. 박진섭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는 선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중국 업체들이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세계 시장을 휩쓰는 배터리산업도 재정 지원이 절실한 분야다. 지난해 중국이 배터리업체에 뿌린 보조금만 8억1000만달러(약 1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정책지원본부장은 “배터리업계가 적자 늪에 빠져 세액공제를 못 받는 만큼 직접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규제 철폐 목소리도 높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은 “한국에선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자율주행에 필요한 주행 데이터를 제대로 수집할 수 없다”며 “전국에 36개뿐인 자율주행 시범지구는 미국 중국에 비해 턱없이 적고 열악하다”고 지적했다.석유화학업계는 정부 주도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복잡해 자발적 구조조정이 어려운 만큼 정부 주도로 공급 과잉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양길성/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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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작은 위기에도 휘청…'최적화의 덫'에 걸린 세계 경제
‘가성비’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을 줄인 단어로, 음식이 됐든 옷이 됐든 화장품이 됐든 간에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선의 소비를 하려는 마음이 담긴 표현이다.우리는 비단 소비뿐 아니라 삶의 모든 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가장 빠른 지름길,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주식 종목, 가장 큰돈을 벌 수 있는 커리어는 모든 사람의 관심사다. 그만큼 ‘최적화’ 욕구는 우리 사고방식에 깊이 녹아들어 있다.<최적화라는 환상>은 최적화라는 원칙이 항상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저자 코코 크럼은 미국의 응용 수학자다. 실리콘밸리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일했고, 과학 컨설팅 업체 리워드코 창업자다. 세계 최고 테크 기업이 모인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효율적인 공식을 찾는 역할을 한 인물이다. 저자는 테크업계의 효율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 환멸을 느끼며 최적화의 폐해에 관한 고민을 시작했다.책은 최적화가 인류 발전을 이끈 원리를 설명한다. 한정된 자원으로 더 많은 생산량, 더 많은 돈,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는 욕구는 인류 성장의 강력한 동기가 됐다. 덕분에 과학 기술, 경제 시스템, 산업 모두 숨 가쁜 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 농업, 경제, 에너지, 카지노에 이르기까지 현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최적화가 절대적인 원칙이자 하나의 시대정신이 됐다.저자는 최적화 추구가 인류 발전에 지대하게 기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동시에 그 이면에 숨겨진 문제들을 지적한다. 인류가 눈앞의 최적화에 집착해 사회는 유연성과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게 크럼의 주장이다.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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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기업 10곳 중 6곳, 트럼프 관세 사정권…배터리업계 '직격탄'
미국이 2일 발표하는 상호 관세조치와 관련해 국내 기업 10곳 중 6곳이 직간접적 피해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와 자동차 기업은 80% 이상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10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0.3%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 관세 정책의 직간접 영향권에 있다고 답했다. ‘간접 영향권에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46.3%, ‘직접 영향권에 있다’는 응답은 14%였다. 미국에 수출하는 업체에 부품·원자재를 납품하거나 미국에 완제품을 수출하는 업체가 많았다. 제3국(중국·멕시코·캐나다 제외)에 수출하는 기업과 중국에 부품·원자재를 수출하는 기업, 내수 기업 중 상당수도 관세 영향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업종별로 보면 배터리(84.6%)와 자동차·부품(81.3%)이 가장 많았다. 반도체(69.6%), 의료정밀(69.2%), 전기장비(67.2%), 기계장비(66.3%), 전자·통신(65.4%)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76.7%), 중견기업(70.6%), 중소기업(58.0%) 순이었다.문제는 우리 기업의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관세정책 대응 수준을 묻는 항목에 ‘동향을 모니터링 중’(45.5%)이거나 ‘생산코스트 절감 등 자체 대응책을 모색 중’(29.0%)인 기업이 74.5%에 달했다. ‘현지 생산이나 시장 다각화 등을 모색 중’인 기업은 3.9%에 그쳤고, ‘대응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20.8%였다.성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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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2조원 유증…전고체 배터리 '베팅'
삼성SDI가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 공장 확충 등에 쓰기 위해서다. 길어지는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에 움츠러들지 않고 공격적인 투자로 캐즘 이후 펼쳐질 배터리 호황에 대비하기로 한 것이다. ◇“주주 반발에도 투자는 계속”삼성SDI는 14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삼성SDI의 대주주인 삼성전자(19.58%)와 국민연금(7.39%), 블랙록(5.01%), 일반 소액주주(61.72%) 등이 유상증자 참여 대상이다. 청약일이 5월 27일인 만큼 상반기 중 대금이 들어올 전망이다.최주선 삼성SDI 대표는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중장기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며 “기술 경쟁력 강화, 매출·수주 확대, 비용 혁신을 통해 캐즘을 극복하고 다가올 슈퍼 사이클을 착실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지난 20년간 한 번도 유상증자를 하지 않은 삼성SDI가 주주 반발에도 조 단위 자금 수혈에 나선 건 배터리를 둘러싼 시장 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아서다.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 16조5922억원, 영업이익 363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매출 21조4368억원, 영업이익 1조5455억원에 비해 각각 22.6%, 76.5% 감소한 수치다. 총부채에서 단기유동성을 뺀 순차입부채는 2023년 3조6651억원에서 9조6789억원으로 2.6배가량 불어났다. 수입은 줄어들고, 빚만 쌓인 셈이다.재무구조가 나빠졌지만 경영진은 ‘필요한 투자는 반드시 적기에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27~2028년께 캐즘이 끝나면 기술력과 양산 체제를 갖춘 몇몇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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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2조 유상증자 '승부수'…"공격적인 투자로 미래 준비"
삼성SDI가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국내 전고체 배터리 개발 및 해외 배터리 생산공장에 자금을 투입하기 위한 '승부수'다. 길어지는 배터리 시장 침체에 재무 구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움츠리기보다는 공격적인 투자로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판단이다. ○"주주반발 감수하고서라도 투자 필요해"삼성SDI는 14일 2조1억132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삼성SDI의 대주주인 삼성전자(19.58%) 및 국민연금(7.39%), 블랙록(5.01%), 소액주주(61.72%) 등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5월 27일 청약을 거쳐 6월이면 자금을 수혈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는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중장기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며 "기술 경쟁력 강화, 매출·수주 확대, 비용 혁신을 통해 캐즘(대중화전 일시적 수요침체)을 극복하고, 다가올 슈퍼 사이클을 착실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지난 20년간 단 한번도 유상증자를 한적이 없다. 유상증자를 통한 조단위의 자금수혈 결정은 상황이 그만큼 녹록치 않다는 방증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 16조5922억원, 영업이익 363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21조4368억원, 영업이익 1조5455억원에 비해 각각 22.6%, 76.5% 감소한 수치다. 총부채에서 단기유동성을 뺀 순차입부채는 2023년 3조6651억원에서 9조6789억원으로 2.6배 가량 불어났다. 들어오는 돈은 줄어들고 빚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지만 '필요한 투자는 반드시 적기에 해야한다'는 경영상 판단이 유상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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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재 겹친 韓 조선업 미국 군함 수요 이어 LNG선 주문도 폭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은 국내 조선업체에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미군 군함 수리·건조 수요 때문만은 아니다. ‘화석연료 회귀’ 정책에 따라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선 건조 수요도 밀려들 가능성이 높아서다.국내 조선업체는 2030년까지 미국과 캐나다산 천연가스를 실어 나르기 위한 LNG 운반선 신규 수요가 180척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한화로 60조원 규모다. 각국이 미국과 캐나다산 셰일가스 수입을 늘리려면 LNG 운반선부터 확보해야 한다. 세계 각국은 미국과의 무역수지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산 셰일오일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산 셰일오일이 중동산보다 저렴하다는 점에서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다.신규 LNG 운반선 건조 물량은 대부분 국내 조선업체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업체가 세계 LNG 운반선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중국은 발주 대상에서 배제될 확률이 높고, 일본은 건조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한국이 ‘싹쓸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변수는 생산 능력이다. 독(dock·선박건조장)이 꽉 찼기 때문이다. 미국은 2029년까지 LNG 운반선을 넘겨받기를 원하지만, 독 사정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북미 LNG 프로젝트가 궤도에 오르면 LNG 운반선 시장은 완벽한 ‘공급자 우위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성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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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석유화학, 中 독점하던 러 제품 수입 가능해지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세계 에너지 시장 판도 변화를 읽는 키워드는 러시아 이란 중국 등 크게 세 가지다. 세 나라와 미국의 협상 등에 따라 에너지 가격과 조달처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서다.첫 번째 키워드는 러시아다. 트럼프 대통령 의도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값싼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가 다시 글로벌 시장에 쏟아진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인 만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유·석유화학 업체에는 호재다. 중국은 그동안 유럽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산 석유제품을 싼값에 수입한 뒤 가공해 세계에 뿌렸는데, 우리 기업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산을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트럼프 정부의 이란 제재 강화도 시장을 흔들 변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원유 수출량을 ‘제로(0)’로 떨어뜨리기 위해 최고 수위 제재에 나섰다. 중국은 이란 석유를 두바이유보다 배럴당 10~20달러 싸게 말레이시아 등을 통해 우회 수입했는데, 이 루트를 막겠다는 얘기다. 중국의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면 한국은 반사이익을 얻는다.마지막 키워드는 중국이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에 LNG 등을 수출했고, 중국은 미국에 태양광 패널 등을 팔았다. 트럼프 정부가 강력한 ‘중국 봉쇄’를 내세운 만큼 이런 교역은 깨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미국산 LNG 수입을 줄이면 남은 물량은 한국과 일본으로 흘러 들어올 확률이 높다. 중국은 관세 보복 조치로 미국산 LNG에 1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에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입이 끊기면 한화큐셀 등 국내 기업이 만드는 제품으로 대체될 수 있다. 여러모로 트럼프 에너지 정책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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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L 핵심연구진은 '896 근무제'…"배터리산업 화이트 이그젬션 절실"
한국 배터리업계의 최대 경쟁자인 중국 CATL은 연구개발(R&D) 인력에 한해 이른바 ‘8·9·6 근무제도’(오전 8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 6일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의 고강도 노동을 상징하는 ‘9·9·6 근무제’를 능가한다. 과로를 당연하게 여긴다는 비판도 있지만, CATL을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으로 끌어올린 원동력이란 평가도 동시에 받는다.한국 배터리업계가 2차전지 R&D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주 52시간 근로제 예외)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도체처럼 배터리업계도 경쟁국과 같이 R&D 근무 제한을 줄여야 무한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얘기다.국회는 반도체 분야 화이트 이그젬션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 여야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주 40시간 제도에 예외를 두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시행하고 있다. 연봉 10만달러(약 1억4500만원) 이상 받는 사무직 근로자가 대상이다. 초과근무시간 수당(시간당 임금의 1.5배) 없이 추후 업무 성과를 토대로 급여를 지급한다. 적용 대상에는 연구직뿐 아니라 관리직과 행정직도 포함된다. 중국은 주 52시간제 같은 법적 제한이 없다. 첨단 산업 분야는 주당 72시간을 일하는 996제도가 정착됐다.배터리업계에선 한국도 연구직에 한해 주 52시간제 예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급변하는 배터리업계에선 스피드가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CATL 핵심 연구진은 필요에 따라 주당 70~80시간을 일하는데, 한국만 손발이 묶여선 더 좋은 제품을 더 빨리 출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한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CATL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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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게으름에서 탄생한 기업 유니클로
도요타, 파나소닉, 소니 등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대부분은 1980년대 버블경제와 함께 성장했다. 유니클로는 다르다. 버블이 꺼지고 일본 경제가 침체기를 겪은 1990년대부터 본격 성장했다. 일본 거대 기업이 주춤할 동안 2010년, 2020년대에도 꾸준히 몸집을 키워 자라, H&M과 경쟁하는 세계 최고 의류 기업이 됐다.스기모토 다카시의 <유니클로>는 유니클로의 역사를 서술한 책이다. 저자는 일본 최대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의 편집위원이다. 2002년부터 기자로 일하기 시작해 오랜 시간 산업부(현 기업보도부)에서 취재했다.책은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의 어린 시절부터 창업기, 유니클로의 발전 과정을 그린다. 이야기는 일본의 쇠락한 탄광촌 야마구치현 우베시에서 시작한다. 여느 세계적 기업의 창업 신화와 달리 야나이는 학창 시절 특출난 학생이 아니었다. 눈에 띌 만한 사건도 없었다. 같이 학교에 다닌 동문은 그를 조용하고 소극적인 친구로 기억할 뿐이다. 와세다대에 진학한 뒤에도 야나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후 느지막이 일어나 마작을 즐기고 재즈바를 오갈 뿐 열정과는 거리가 먼 청년이었다.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아버지에게서 양복점 오고리상사를 물려받았다. 손님 한 명 한 명 응대하며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판매 방식으로는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언제든 누구나 원하는 옷을 고를 수 있는 거대한 창고’라는 콘셉트를 떠올린다. 1984년 히로시마에 문을 연 유니크클로딩웨어하우스를 시작으로 회사를 세계적 제조직매형의류(SPA) 브랜드로 키워낸다.유니클로 창업부터 발전 과정이 역사책처럼 펼쳐진다. 가업이 기업으로 성장하고, 그 기업이 새로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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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필리조선소 인수 완료…美 거점 마련
한화그룹이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사진)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20일 밝혔다. 한국 기업이 미국 내 조선소를 인수한 건 처음이다.한화그룹은 지난 6월부터 노르웨이 아커와 필리조선소 인수 협상을 해 왔다. 세부 조율을 거쳐 한화그룹은 1억달러(약 1450억원)에 필리조선소 전체를 인수한다. 한화그룹이 높지 않은 가격에 미국 내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장의 평가다.한국 조선업의 미국 진출은 미국에서도 환영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한국 조선업에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실제 이번 거래 과정에서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와 국방교역통제국(DDTC) 등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인수 승인을 내줬다.한화그룹은 자국 내 조선업 및 방산 산업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는 미국과 발맞춰 추가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친환경 선박 기술, 스마트 생산 시스템 등을 중심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사업을 위한 거점으로도 활용한다.한화는 필리조선소의 신임 대표이사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데이비드 김 한화디펜스USA 부사장을 선임했다. 한화디펜스USA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법인이다.한화그룹은 미국 등 해외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자체 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차세대 잠수함용 연료전지 개발 프로젝트인 ‘3000t급 KSS-Ⅲ 개조 개발’에 착수했다.높은 전력 밀도, 환경 친화성 등이 장점인 KSS-Ⅲ를 수출용 잠수함에 적용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게 한화 측 의도다.성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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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태양광 진출' 한화큐셀·OCI에 볕드나
미국 본토에 진출한 중국 태양광 회사들이 현지 사업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 회사에 적용되던 인플레이션방지법(IRA) 혜택을 대폭 축소할 것이란 관측이 강해지면서다. 중국 회사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한국 기업에 실적 부진을 만회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11일 미국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 내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은 올 3분기 기준 약 39.5㎾(킬로와트)였다. 중국 기업 비중은 꾸준히 늘어 전체 생산능력의 25~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 론지, 트리나솔라, 진코솔라, JA솔라 등 중국 주요 태양광 회사는 미국에 대한 추가 투자 논의를 사실상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트리나솔라는 지난달 5GW(기가와트) 규모의 모듈 공장을 노르웨이계 회사인 프레이르 배터리에 매각했다.‘중국 회사가 미국 사업을 확장하는 걸 국민 세금으로 돕고 있다’는 부정적인 여론을 등에 업은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 회사에 대한 보조금을 줄일 것이란 관측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올 하반기 IRA 보조금 지급 요건에 대한 강도 높은 심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중국의 미국 내 태양광 진군이 주춤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화솔루션, OCI홀딩스 등은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IRA 법안을 폐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신규 전력발전소의 60% 이상은 태양광이 될 것이란 게 미국 내 업계 전망”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빠지면 현지에서 태양광 모듈을 공급할 업체는 미국의 퍼스트솔라 등 몇몇 업체 외에 한국 기업뿐이라는 설명이다.이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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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홀딩스 美 자회사, 텍사스 태양광 사업 확장
OCI에너지가 미국 전력 공급 회사인 CPS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한 전력 공급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OCI그룹이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태양광 사업 확장 및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OCI홀딩스의 미국 자회사 OCI에너지는 그동안 미국 텍사스에서 120㎿(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설비와 480㎿h(메가와트시) 용량의 ESS를 연계하는 ‘알라모 시티 ESS’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발전단지 부지만 14만㎡로 약 4만1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OCI에너지와 손잡게 된 CPS에너지는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2026년부터 약 20년간 생산된 전력을 텍사스 지역에 공급할 계획이다.OCI에너지의 알라모 시티 ESS 프로젝트는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에 따른 투자세액공제(ITC) 요건을 모두 충족해 투자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내에서 친환경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은 요건에 따라 투자비의 최대 40%를 환급받을 수 있는데, 알라모 시티 프로젝트는 최대 환급 비율 요건을 충족했다. OCI홀딩스 관계자는 “ITC 요건 충족으로 사업의 수익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OCI그룹은 태양광 발전 여건이 좋은 텍사스를 거점으로 태양광 관련 사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2011년부터 10년 이상 꾸준히 사업한 결과 현재 10개 이상의 태양광·ESS 프로젝트를 완료했거나 수행하고 있다. 전체 규모는 5.2GW(기가와트)에 달한다.회사는 주력 부문인 태양광 셀 원료(폴리실리콘) 생산뿐 아니라 태양광 패널, 태양광 단지 개발, ESS 등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를 활용해 미국 내에 ‘비중국 태양광 벨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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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K방산 '급제동'…K2전차 수출계약 안갯속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면서 산업계에도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방산, 원전 등 정부와 기업이 ‘원팀’을 이뤄야 성과를 낼 수 있는 산업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폴란드 정부와 K-2 전차의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인 현대로템만 해도 상대 측이 ‘특수 상황’을 이유로 결정을 미루면서 곤란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탄핵 정국’에 가장 민감한 분야는 방산업계다. 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시작할 예정이던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 입찰이 내년으로 연기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총 7조8000억원을 투입해 2026년부터 새로운 구축함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올해 입찰 방식 등을 결정해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사업 수행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었지만, 방추위원장인 국방부 장관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현재 방추위는 국방부 차관 대행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방추위뿐 아니라 대통령실,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판단까지 필요한 조단위 사업인 만큼 새 정부 출범 전까지 사업 진행이 밀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한국과 무기 구입을 논의하려던 키르기스스탄공화국 대통령은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문 일정을 미뤘다. 국내 방산기업과 면담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었던 스웨덴 총리 역시 방한을 취소했다. 방산업계에선 정치 리스크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 수주는 정부와 기업이 발맞춰 상대방 정부를 설득하는 방식인데, 정부 공백이 길어진다면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당장 현대로템이 추진하는 폴란드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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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된 유럽의 배터리 희망…노스볼트, 파산 위기
유럽 배터리 제조업의 희망이었던 노스볼트가 파산을 앞두고 있다. 유럽 각국 정부, 전기차사, 금융사 등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배터리 수율(정상제품의 비율)을 잡지못해 결국 회사 문을 닫게될 위기다. 배터리 제조업을 유럽 친환경 산업의 한축으로 키우겠다는 유럽의 목표는 달성이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유럽 전기차사들의 한국 및 중국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결국 수율문제 해결 못해2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유럽 최대 배터리사 노스볼트는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부채가 58억4천만달러(약 8조1737억원)인데 비해 가지고 있는 현금이 3000만달러(약 420억원)밖에 되지 않으면서 회사운영을 포기하기 직전이다. 노스볼트는 2022년 3989억원, 2023년 1조679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손해를 보면서 빚은 늘어났고 현금은 말랐다. 사실상 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노스볼트가 수율 문제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캐즘(대중화전 일시적 수요부진)에도 유럽 고객사들의 충분한 주문이 있었지만, 제대로 배터리를 생산하지 못했다. 수율은 생산된 배터리 중 품질 기준을 만족하는 제품의 비율을 뜻한다. 한국, 중국 주요 업체의&n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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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 불안·中수요 감소에…정유 4사, 3분기 2조원 날렸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가 올해 3분기 정유부문에서 2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복합 정제마진이 손익 마지노선인 배럴당 5달러 아래로 내려간 탓이다.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의 올해 3분기 적자 총합은 1조9539억원이었다. 4개 회사가 3개월 동안 2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냈다. 4개 기업 중 이날 마지막으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GS칼텍스는 정유부문에서 500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업부문에서 6166억원의 적자를 냈고, 에쓰오일은 5737억원의 손실이 났다고 공시했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올해 3분기 정유부문에서 263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정유 4사가 이례적으로 동시에 적자를 낸 건 정제마진이 예측한 수치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판매하는 정유 제품 가격과 원유 수입가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 3분기 중동 지역 지정학적 불안으로 원유 가격은 크게 하락하지 않은 반면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의 정유 수요 감소 등으로 가솔린·등유·경유 등 정유 제품 가격은 급락했다.업계에서는 통상 배럴당 5달러를 복합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국내 정유사들이 지표로 삼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 3분기에 평균 3.6달러 선이었다. 올 1분기 평균 7.3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폭락한 셈이다.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 정제 공장은 특성상 일시적으로 가동을 멈출 수 없는 구조”라며 “복합 정제마진이 악화했다고 공장을 멈출 수는 없다 보니 손실을 보면서 계속 생산한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최근 복합 정제마진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정유 4사 실적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