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13일 09:19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내달 27일로 예정된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수'가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연합 측에서 한진칼 정관에 이사회 구성원의 수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는 점을 이용해 이사의 수를 늘리자는 주주제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재 한진칼의 이사진은 2명의 사내이사와 4명의 사외이사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사내이사인 조원태 회장과 사외이사인 법무법인 두레 이석우 변호사 2명의 임기는 이번에 종료된다. 조 회장은 2013년 한진칼 설립 당시부터 이사를 맡고 있다. 2017년 3월 주총에서 한 차례 연임했으며 조양호 회장이 작년 4월 사망한 뒤 이사회 의장직도 수행 중이다.

3자연합 측에는 그러나 다른 문제가 있다. 표대결로 조 회장을 포함한 이사 2명을 3자연합 측 사람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이사회를 장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기존 이사의 해임을 위해서는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의결권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양측이 팽팽하게 갈린 현 구도에서 3분의 2를 얻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사의 선임을 위해서는 과반의 지지만 얻으면 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부분 회사는 정관에서 이사회 구성원을 최대 몇 명으로 한다는 것을 정해둔다. 하지만 한진칼의 경우 정관에 이사회 구성원을 '3명 이상'으로만 규정하고, 상한을 명백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 3자연합 측은 이사회 구성원을 늘리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교체할 수 없는 4명이 있다 하더라도, 주총 표대결에서 이길 수 있다면 이사를 총 9명으로 하고 5명은 자신들 측에서 세우는 방식으로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3자연합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태평양 관계자는 "아직 어떤 주주제안을 낼 것인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르면 13일 중에 주주제안의 가닥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