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17일 14:33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전기전자기기 제공업체인 현대일렉트릭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포함하는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 발표로 급락했다. 대량의 신주 발행에 따른 주식가치 하락에 회사 기초체력(펀더멘털) 악화 우려까지 더해진 여파가 컸다는 분석이다.

현대일렉트릭은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4500원(-23.03%) 추락한 1만17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순식간에 지난달 7일 기록한 사상 최저가까지 떨어졌다. 유상증자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 우려가 불거지면서 매도세를 불렀다. 현대일렉트릭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주주들을 상대로 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오는 12월 발행주식 수(2035만7135주)의 77%에 달하는 1569만주를 새로 발행할 예정이다. 예정 신주 발행가격은 9560원으로 이날 종가보다 18.3% 낮은 수준이다. 증자로 조달하는 자금은 대부분 빚을 갚는데 써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증자와 함께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하기로 결정하면서 투자심리는 더욱 얼어붙었다. 현대일렉트릭은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유상증자 외에도 마북리연구소 용지, 울산공장 내 공장용지 등 자산매각을 통해 1500억원을 추가로 조달하기로 했다. 또한 6개 본부체제를 없애고 현재 20개로 나눠진 부문을 4개로 줄일 계획이다. 임원의 40%를 정리하는 등 대규모 인력 감축도 진행된다.

영업환경 악화로 실적부진이 이어지자 칼을 빼들었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지난해(1005억원)에 이어 올 상반기(1127억원)에도 1000억원 넘는 영업적자를 냈다. 부족한 현금을 빚으로 충당하는 과정에서 2017년 말 5175억원이던 총차입금은 올해 6월 말 9490억원으로 증가했다.

주식시장에서도 당분간 현대일렉트릭이 하락세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 대신증권 DB금융투자 등 국내 증권사들은 구조조정 계획 발표 직후 현대일렉트릭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조정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일렉트릭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한국전력의 발주 감소, 중동지역 수주 부진 등으로 네 분기 연속 순손실을 내고 있다”며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가치 희석까지 고려하면 단기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