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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심상찮은 가계 신용위험
빚 부담에 허덕이는 가계가 올해 3분기에 뚜렷한 증가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득 감소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공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에 따르면 3분기(7~9월) 가계 신용위험 지수 전망치는 43으로 나타났는데요. 이 지수 값은 -100~100 범위 안에서 100에 가까울수록 전분기 대비 신용위험의 ‘증가’를 예상한 금융회사가 ‘감소’ 응답보다 많음을 의미합니다. 원리금 연체 증가를 우려하는 금융회사 대출 담당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이 같은 전망은 2003년 3분기(44) 이후 17년(68개 분기)만에 최고라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끕니다. 2002년 집계 시작 이후 최고점을 찍었던 2003년 3분기는 ‘신용카드 사태’로 신용불량자가 쏟아져 나오던 때였습니다. 당시 카드사들은 무분별하게 현금대출(현금서비스, 카드론)을 확대했는데요. 생활고에 허덕이던 자영업자 등 많은 가계가 쉬운 대출에 몰렸고 결국 대규모 원리금 상환 실패로 이어졌습니다.현재 한국의 상황이 카드사태 당시와 비슷하다는 사실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금융회사들이 내놓는 대출 연체율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실무자 서베이 결과로 미뤄볼 때 낮은 연체율에 안심할 때가 아닌지도 모릅니다. 지금처럼 금리가 낮고 대출이 쉬운 때는 원리금을 새로운 빚으로 갚는 일이 많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연체율이 낮아 보이는 착시 현상이 나타나는 셈입니다.카드사태 2년 전인 2001년에도 카드사 연체율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그러다 불과 2년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