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8일 04:29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 시장의 활성화로 자산운용사와 부동산신탁사는 물론 건설사와 일반 기업들까지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설립에 잇달아 뛰어들면서 리츠 관련 인력들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개발‧밸류애드(Value-add) 등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법에 명시된 자산 운용인력뿐 아니라 부동산 디벨로퍼(시행사), 건설사, 임대관리회사 등 건설부동산업종의 다양한 인력들도 영입하고 있다. 리츠 AMC가 자산운용업계와 건설부동산업계의 인력들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토교통부에 리츠 AMC 설립 인가를 신청했거나 인가 절차를 준비 중인 기업들은 10여곳에 달한다. 리츠 AMC 승인은 예비인가와 본인가 두 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국내 상장 리츠들이 보유하고 있는 오피스 빌딩들
국내 상장 리츠들이 보유하고 있는 오피스 빌딩들
◆건설사와 일반 기업들 사이에서도 리츠 설립붐

자산운용사 중에서는 삼성SRA운용이 본인가를 앞두고 있고 BNK자산운용은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인마크리츠운용, 코레이트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JB자산운용은 신청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신탁사 중에서는 한국투자부동사신탁이 본인가를 앞두고 있으며 우리자산신탁은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대림산업,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호반건설 등 건설사들도 예비 인가를 신청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건설‧부동산 업종을 벗어난 일반 기업들 중에서는 SK그룹 지주사인 SK㈜가 자회사를 설립해 리츠 AMC를 설립할 예정이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있는 SK본사 사옥을 비롯한 그룹의 부동산 자산을 토대로 한 리츠를 내놓을 계획이다. 한라그룹의 지주사인 ㈜한라홀딩스도 리츠 AMC 설립에 뛰어들었다. 현재 예비인가를 통과하고 본인가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리츠 AMC 자격을 획득한 회사들도 약 10곳에 달한다. KB자산운용, KTB자산운용, 현대자산운용, 비앤피투자운용, 현대자산운용, 대신자산신탁 등이 새롭게 리츠 AMC 자격을 얻었다.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가 소유하고 있는 서울 중국 태평로 빌딩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가 소유하고 있는 서울 중국 태평로 빌딩
◆단기간에 리츠 AMC 크게 늘어나며 인력 쟁탈전 치열

이처럼 리츠 AMC 설립붐이 불면서 해당 분야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도 크게 높아졌다.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리츠 AMC는 70억원 이상의 자본금과 5명 이상의 전문인력을 갖춰야 한다. 자산운용사나 부동산 관련 회사에서 5년 이상 근무하며 부동산 분야 업무를 3년 이상 수행해야 전문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기존에 부동산 펀드 등 부동산 관련 상품을 취급하던 자산운용사나 부동산신탁사라면 내부 인력을 활용해 조건을 충족할 수 있지만 주식‧채권만을 다루던 일반 운용사나 일반 기업이라면 인력을 새롭게 충원해야 한다.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신사업인 만큼 최소 인력 기준보다 더 많은 인력을 뽑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동산투자업계 내에 펀드 운용 인력이 리츠 운용 인력보다 많기 때문에 리츠 AMC에서 새롭게 인력을 충원할 때도 기존에 부동산 펀드를 운용하던 인력을 주로 영입해야 한다.

◆펀드보다 업무 강도 높다는 인식이 강해

하지만 리츠 시장의 성장성에도 불구하고 펀드에서 리츠로 담당 상품을 바꾸려는 운용인력을 구하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일반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공모 투자상품인 리츠의 특성상 업무 강도가 더 높다는 업계 종사자들의 인식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부사장은 “사모 부동산 펀드의 경우 시장 침체 때문에 펀드 운용 성과가 나쁘더라도 기관투자가들 4,5곳에만 그 이유를 설명하면 되고 기관투자가들은 합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대부분 이를 받아들이고 기다려준다”며 “상장 리츠 같은 경우에는 주가가 떨어지면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비판받을 가능성이 높고, 매일매일 주가가 오르고 내리기 때문에 운용인력의 부담감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맵스리츠가 소유하고 있는 경기 광교신도시 상업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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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을 하기 위해선 금융감독원과 국토교통부 등 규제당국의 깐깐한 심사를 연달아 통과해야 하는 점도 펀드 운용 인력들이 리츠로 옮겨가기를 꺼리는 이유로 꼽힌다.

대부분의 리츠 AMC들은 자사가 운용하는 리츠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잇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에게는 언제든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유동성을 제공하고, 회사로써는 장기간 자산을 운용해나가며 안정적인 운용 보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밟아야 하는 절차는 간단하지 않다.

리츠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한 자산운용사의 본부장급 임원은 “국토부에 리츠 설립을 인가받는 것부터 시작해서 금감원과 한국증권거래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심사받는 등 상장 관련 절차에 못해도 반년은 쏟아부어야 한다”며 “먼저 만든 다음에 나중에 신고만 하면 되는 펀드보다 각종 행정 업무가 훨씬 더 많고, 규제당국을 상대해야 하다 보니까 스트레스도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디벨로퍼, 건설사, 임대차관리회사에서도 인력 흡수

리츠 AMC들이 영입하는 인력은 자산 운용인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리츠 상품을 조성해 안정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선 부동산 개발, 시공, 임대차관리 등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건물 리모델링 공사와 임차인 재구성을 통해 자산 가치를 끌어올리는 밸류애드 전략을 사용할 경우 시공과 임대차 관리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새롭게 인가받은 리츠 AMC들이 건설부동산업계 인력을 대상으로 스카우트에 나서면서 디벨로퍼, 시행사, 임대관리회사 등에서 리츠 AMC로 옮기는 이직 행렬이 나타났다.

국대 대형 부동산신탁사의 리츠 담당 부서는 지난 9개월 동안 건설부동산업계에서 6명의 인력을 영입해 부서 인력을 20명으로 늘렸다. 이 부서의 부서장은 “최근 리츠업계의 인재 쟁탈전은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할 정도”라며 “자산 운용 인력이 충분한 우리 같은 회사는 주로 다른 분야 인재들을 영입하며 우리만의 특화된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