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1일 06:02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해외 자산 매입시 현장 실사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부 증권사·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드론과 영상 촬영 장비를 활용한 비대면 실사 방식을 거친 뒤 해외 자산 인수를 결정하는 사례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건축물의 사양과 입지 조건을 확인하는 절차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임차인과 장기 임차계약이 맺어져있는 물류·데이터센터 등 B2B성 자산을 중심으로 이 같은 비대면 해외 자산 실사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최근 네덜란드 톨른의 DSV물류센터의 셀다운을 순조롭게 마무리했다. 이 물류센터는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 4곳이 출자해서 만든 블라인드 펀드가 소유하게 되며 펀드 운용은 베스타스자산운용이 맡는다. 전체 인수금액은 약 1800억원으로 이중 740억원이 펀드 출자자들의 에쿼티(지분) 투자로 마련했다. 나머지 금액은 현지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빌린 대출금으로 조달했다.
네덜란드 톨른 DSV 물류센터
네덜란드 톨른 DSV 물류센터
지난 10월 준공된 DSV물류센터는 연면적(건축물 바닥면적의 합)은 11만3589㎡ 규모로 네덜란드 남서부의 주요 물류권역인 로테르담과 벨기에의 앤트워프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항구가 가까워 수출용 화물 운송이 편리한 게 장점으로 꼽힌다. 물류센터 임차인은 덴마크에 본사를 둔 글로벌 3자 물류회사(3PL)인 DSV그룹으로 앞으로 10년간 임차 계약이 맺어져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9월 이 물류센터에 대한 인수를 검토하며 비대면 실사 방식을 적용했다. 국내는 물론 유럽에서도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빠르게 재확산되며 직원을 현지에 보내기 어려운 사정이 됐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담당 임직원들과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은 회사 회의실에 앉아 현장에서 드론과 캠코더, 스마트폰을 활용해 전송한 물류센터 내부와 외부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키움증권과 계약을 맺은 현지 부동산 서비스업체 직원은 고속도로 나들목에서부터 물류센터까지 직접 차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며 교통 입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 같은 비대면 실사를 통해 키움증권과 자산운용사는 해당 자산에 대한 인수를 결정할 수 있었다. 갓 준공된 최신식 건물이며 글로벌 물류기업과 장기 임대차 계약이 맺어져 있는 우량자산이었던 것도 자산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이번 비대면 실사에 참여했던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약 4만 평에 달하는 건물이라 드론으로 외관을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물류 보관창고, 사무공간, 휴게실까지 건물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데 3시간가량이 걸렸다”며 “이외에도 따로 고용한 현지 부동산 서비스업체 직원들로부터 해당 건물의 입지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 내용도 보고받았다”고 설명했다.
현지 직원이 교통 입지를 실시간으로 촬영해 전송하는 장면
현지 직원이 교통 입지를 실시간으로 촬영해 전송하는 장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 같은 B2B성 자산을 중심으로 앞으로 당분간 이 같은 비대면 실사 방식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심에 위치해 있어 상권, 유동인구, 교통흐름 분석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오피스 빌딩, 리테일 시설과는 달리 물류·데이터센터의 경우 대부분 도시 외곽에 자리 잡고 있어 입지 분석 등의 과정이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기 때문이다.

특정 임차인과 장기 임대차 계약이 맺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임차인 현황과 계약 조건을 분석하는 과정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해외 자산 인수시 현지 부동산 서비스업체와 계약을 맺고 입지 분석 등을 의뢰하는 경우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 건당 대략 1만~2만달러(1087만~2174만원) 가량을 지불해 금전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자산운용사 임원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직원이 한번 해외로 출장을 갔다오면 현지 국가와 국내에서 한 달 가량 격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해외 실사가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는 이 같은 비대면 방식이 계속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