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10일 17:39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세 차례 실패 후 마지막 매각 시도에 나선 성동조선해양의 부분변제 회생계획안이 10일 통과됐다. 이날 계획안 가결로 성동조선은 올 연말까지 한 차례 더 매각을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구조조정 업계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에서 이날 열린 성동조선 관계인 집회에서 부지 매매대금의 배당을 내용으로 하는 회생계획안이 채권자들로부터 동의를 얻어 인가됐다.
HDC현대산업개발에 1107억원에 매각된 통영 조선소 등 3야드 부지의 매매대금을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 보유 기관들에 배당하고, 아직 매각이 성사되지 않은 1~2야드의 부지는 연말까지 매각해 변제한다는 게 이날 계획안의 핵심 내용이다.
이날 계획안 통과로 성동조선은 연말까지 추가 매각을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성동조선과 매각주관사 삼일 회계법인은 그동안 성동조선 입찰에 참여한 투자자들 가운데 외국계 투자자 등과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계획안이 사실상 성동조선이 청산으로 가는 중간 수순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3야드 부지 매각으로 성동조선 매각가는 다소 줄어들겠지만, 이미 매각에 반영된 요인이라 원매자들에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성동조선은 인수를 위한 청산가치가 3000억원 수준으로 여전히 높다. 게다가 성동조선은 지난 7월 수주잔고가 바닥나면서 가동을 멈춘 상태다. 조선업 특성상 수주 이후 최소 6개월이 지나야 공장이 가동될 수 있다. 재가동을 위해 들어가는 추가 비용만 1500억원 이상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5000억원 가량의 돈이 투입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또 성동조선엔 아직 700명 가량의 정규직 인력이 남아있다. 한 M&A 전문가는 "5000억원에 달하는 인수금도 인수금이지만 남아있는 정규직 직원도 부담스러운 요인일 것"이라면서 "매각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회생계획안이 인가된 후에 이행되지 못하면 법원은 채무자 회사에 대해 무조건 파산을 선고해야 한다. 인가 전 회생절차가 폐지될 경우 성동조선의 운명은 채권단 손에 맡겨지지만, 인가가 이뤄질 경우 법원에 공이 넘어가는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성동조선이 부분 변제 회생계획안을 제출한 것은 채권단이 직접 파산을 신청했을 때 예상되는 노조와 지역사회 등의 저항과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수주가 끊긴 조선소의 매각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기 힘든 상황에서 채권단으로선 급하게 청산 단계를 밟기보다는 연착륙하는 안을 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안/황정환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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