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07일 14:45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비영리법인 회계투명성 높이기 위한 정책적 투자 필요한 시점”...한국정부회계학회 동계학술대회 성료
“유치원을 비롯해 의료법인 종교법인 등 비영리법인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교육기관, 병원, 종교단체 등 비영리법인들의 회계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부회계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령화, 사회양극화 추세로 막대한 복지 예산이 비영리법인에 투입되는만큼 그에 걸맞는 관리감독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정부회계학회·한국조세재정연구원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한국공인회계사회가 후원하는 정부회계학회 동계학술발표대회가 7일 서울 종로구 한국방송통신대학에서 열렸다. ‘정부회계 숫자를 통한 소통과 신뢰’란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엔 조세재정연구원 및 국내 다양한 대학의 연구자들이 모여 ‘불용액의 정권연차별 변화와 국회 예산심의의 효율성’ ‘지방채 활성화를 위한 재무보고 개선 방안’ 등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최근 이른바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두고 국회에서 여야 간 의견대립이 이뤄지고 있는 사립유치원 이슈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도 비중있게 다뤄졌다. 주제발표에 나선 박윤진 조세재정연구원 국가회계재정통계센터 팀장은 “사립학교법 및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엔 사립유치원의 재무제표 작성과 관련된 규정이 없고 재무정보 공개제도가 있긴 하지만 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엔 미비한 회계제도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여야는 사립유치원이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에 예·결산 내역을 상세하게 입력하도록 한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부 및 여당은 사립유치원이 공적서비스라는 특성을 인정 받아 소득세를 면제 받는 등 혜택을 누리는만큼 회계 투명화 등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사유재산을 통해 설립·운영되는 사립유치원이 국가회계시스템에 예결산 정보를 강제적으로 입력하는 것은 지나친 사유재산침해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박 팀장은 “사립유치원도 학교법인과 동일하게 관련 규정을 마련하거나 유치원 실정에 맞는 별도의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사립유치원 전용 학교회계시스템(에듀파인)도입 등이 공시정보의 신뢰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해 예산 중 쓰이지 않고 남은 예산인 ‘불용액’ 분석을 통해 예산을 편성 집행하는 정부·국회의 비효율적 행태를 꼬집은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김봉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2008년부터 2017년까지의 재정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1~2년차 정부의 불용액 비율이 나머지 기간에 비해 높고, 국회 예산 심의에서 증액된 사업의 경우 예산 증액율과 불용액 간에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 교수는 “새 정부가 지난 정부가 편성한 예산 집행을 지연시키거나 선거과정에서 제시한 공약을 서둘러 실천하기 위해 준비되지 않은 공약의 수요를 과대평가해 예산을 편성하는 경우가 있을 것으로 예상 가능하다”며 “국회의 예산 심의는 예산의 효율성보단 정치성에 의해 지배된다는 통설도 근거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이배 정부회계학회장(덕성여대 교수)은 “한해 국가 예산이 470조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각종 연금충당부채로 인한 재정위기론, 6년 간 65조원에 달하는 국가회계 결산 오류 등 부실한 정부회계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며 “숫자에 기초한 국가 경영 및 재정운용, 숫자에 대한 신뢰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