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9일 16:48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말 롯데그룹에 편입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적자를 낸 가운데서도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연신 투자를 받아내고 있다. 실적악화 우려보다는 롯데그룹 계열사들을 고객으로 확보해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투자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가 3년 만기 회사채 3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이날 기관들을 상대로 벌인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모집액의 두 배가 넘는 75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 회사는 풍부한 수요에 힘입어 발행금액을 500억원으로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잇달아 기관 자금을 받아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에도 회사채 발행에 나서 수요예측에서 모집액(300억원)보다 많은 32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았다. 5월에는 사모펀드(PEF) 메디치인베스트먼트가 약 3000억원을 들여 지분 매각과 유상증자 절차를 통해 이 회사 지분 31.59%를 인수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 과정에서 15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 상반기 2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택배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물류 투자 및 관리 등에 적잖은 비용이 발생한 탓이다. 롯데그룹 간판을 단 뒤 오히려 실적은 더 나빠졌다.

그럼에도 기관들은 앞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 속에 이 회사에 적극적으로 ‘베팅’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 들어 2020년까지 물류센터 신·증설 등 인프라 투자에 매년 1000억원가량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시장에선 이 회사가 이 과정에서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홈쇼핑 등 유통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롯데그룹 물류 일감을 대거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올 상반기 롯데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올린 매출은 56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4%에 불과하다.

롯데그룹이 물류사업 강화를 위해 또 다른 물류계열사인 롯데로지스틱스를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합병시킬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롯데로지스틱스는 주로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 롯데 계열사들의 상품운송 주선과 편의점업체 코리아세븐에 상품을 공급하는 벤더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택배 3자물류 해운·항공운송 등 종합 물류서비스를 담당하는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합병하면 그룹 물류사업이 한층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 2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롯데로지스틱스가 입주한 서울 중구 연세재단 세브란스빌딩으로 사옥을 옮기면서 합병 가능성에 한층 더 힘이 실렸다.

채권시장에선 합병 성사에 따른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로지스틱스의 신용등급은 ‘A+’로 롯데글로벌로지스(A-)보다 두 단계 높다. 합병 이후 신용등급 상승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오른 뒤 채권금리가 떨어지면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가격이 오르게 된다”며 “롯데글로벌로지스 채권 투자자들한테는 합병 이슈는 분명한 호재”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