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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쉬운 '기업 구조조정' 시대 연 개정 상법 [차준호의 썬데이IB]
"여천NCC 사태에서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왜 직접 회의장까지 찾아가서 노발대발했을까요. 대형 로펌 자문을 받은게 확실하다고 봅니다."최근 만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이런 주장을 폈다. 한달 전 부도 위기에 내몰린 여천NCC 지원 문제를 두고 옥신각신하던 공동 대주주인 한화그룹과 DL그룹이 벌였던 분쟁 얘기다. 당시 이해욱 회장이 직접 회의장에 들러 "여천NCC는 신뢰 안가는 회사" "워크아웃이 해답"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 같은 발언이 담긴 회의록이 외부에 공개되며 파장이 일기도 했다.결국 정치권과 지역사회 여론까지 들썩인 끝에 DL 측이 추가 지원에 나서면서 사태는 일단락 됐다. "어차피 지원해야할 상황에서 이미지만 구겼다"라는 대중의 평가는 개정상법 이전이나 통용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이 회장 입장에선 추후 여천NCC가 회생에 실패할 경우, 적어도 여천NCC의 모회사이자 상장사인 DL케미칼의 주주가치 훼손을 끝까지 막으려 했다는 '증거'를 여기저기 남겨놓았다는 시각이다. 반면 한화는 '책임경영'을 내걸고 일찌감치 모회사인 한화솔루션의 금전 지원을 결정했다지만 추후 여천NCC가 반등하지 못하면 한화솔루션 이사들이 법정 소송에 시달릴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주장이었다.지난 7월부터 시행된 개정 상법을 두고 기업들과 자본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돼고 있다. 개정상법에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이사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평하게 대우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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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시장에 떠도는 '방의 법칙'[차준호의 썬데이IB]
"한동안 젊은 CEO(최고경영자)들과 CFO(최고재무책임자)들이 모인 카톡방에서 방시혁 의장 기사가 화제였습니다. 왜 진작 이런 생각을 못했지 땅을 치더라고요."최근 한 유니콘 스타트업의 CFO가 전한 일화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대주주들이 PEF를 활용하면 방 의장처럼 보호예수를 피해 30%에 달하는 차익을 현금으로 챙길 수 있는데, 왜 이같은 기발한 구조를 진작 생각하지 못했는지 한탄한다는 이야기였다. 일각에선 투자은행(IB)들이 너도나도 해당 투자구조를 모방한 '방의 법칙'을 시현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나왔다.방 의장이 하이브 상장을 조건으로 4000억원을 따로 챙기고 측근들도 PEF를 세워 막대한 수익을 공유했다는 마켓인사이트 보도 과정에서 회사 측의 대응은 일관됐다. 회사를 자문한 김앤장과 태평양, 클리어리 가틀립, 그린버그 등 대형 로펌 4곳이 해당 계약을 IPO 과정에서 밝히지 않는 것이 합법이라고 의견을 줬다는 입장이었다. 회사는 대표 상장 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JP모건도 거래소에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는 입장도 덧붙였다.하이브와 김앤장을 포함한 자문사들은 해당 계약이 오히려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주가가 올라야 방 의장의 수익도 커지는만큼 해당 계약이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킨다는 논리였다. 오히려 방 의장이 안받았어도 될 풋옵션을 대신 받아준 '미담'에서 시작된 계약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 로펌에선 최근 논문에선 대주주의 락업이 회사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안된다는 트렌드도 있는 데 한국의 제도가 낙후한 측면이 있다는 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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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에서 구조조정은 금기어"...롯데가 매각 적기 놓친 이유[차준호의 썬데이IB]
"롯데그룹에서 구조조정, 매각 같은 말은 금기어입니다. 일부 임원들이 자산을 팔자고 나섰다가 다음 인사에서 자리가 없어졌던 사례도 부지기수입니다."롯데그룹에 정통한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롯데의 구조조정이 더뎌진 배경으로 의사결정 체계의 미비를 꼽았다. 2~3년 전부터 여러 비주력 계열사들이 일찌감치 매각 대상에 올라 내부적으로 실무진 검토까지 끝났는데도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사례가 수두룩했다는 푸념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최고경영진이 책임지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직언을 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신 회장은 올해 초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사업에 집중하고 부진한 사업은 과감히 매각하겠다”며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내비쳤다. 하지만 연말이 다가와도 굵직한 자산매각 소식은 들리지 않아왔다. 주력인 유통·화학 부문의 부진과 롯데건설의 부실 확산 가능성은 올 들어 이어진 그룹의 고질적 문제였다.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가 올해 3월 투자은행(IB) 및 사모펀드(PEF) 전문가 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SK그룹(48명)에 이어 롯데(27명)가 올해 가장 부지런히 M&A 시장에 뛰어들 것을 예상한 전문가들이 많았다. SK그룹이 리밸런싱을 내걸고 SK이노베이션과 SK E&S간 합병, SK스페셜티 매각 등 다수의 M&A로 위기설을 잠재운 것과 달리 시장에서 롯데그룹의 행보는 잠잠했다.롯데그룹의 자문 경험이 있는 다수의 IB들은 그룹 체질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적기 구조조정에 실패할 것으로 진단했다. 한 글로벌 IB 뱅커는 "롯데그룹은 항상 IB들이 먼저 가격과 복수의 인수 후보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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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의 금감원' 불러들인 최윤범 회장의 결정적 오판 [차준호의 썬데이IB]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경영권 분쟁 과정이 추후에 책이나 영화로 제작된다면 가장 극적인 장면은 10월 30일 오전, 최 회장이 주재한 고려아연의 이사회다. 양측의 팽팽한 대치가 최 회장 측의 단 한 번의 결정적 오판으로 극적으로 뒤집힌 순간이기 때문이다.공시 직후 하한가로 급락한 회사 주가와 주주들의 원성은 시작에 불과했다. MBK로 대표 되는 '야만인들'에 시달리던 최 회장과 이사회는 이제 '문 앞의 금융감독원'까지 맞이하게 됐다. 이사회 참석자들과 회사 측이 의사결정의 배경을 상세히 설명하지 않으면서 시장에는 여러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자폭 유상증자 왜?...우군 떠났나최 회장 측은 2조5000억원 유상증자안 외에 이사회 결정 직전까지도 보유 중인 자사주 2.4% 중 1.4%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겨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방안을 안건으로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폭탄 유상증자'와 마찬가지로 여러 논란과 법적 쟁점이 잇따랐겠지만 지금처럼 큰 파장을 일으킬 사안은 아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MBK와 영풍 연합 측도 우리사주를 활용한 시나리오를 유력하게 보고 대응 준비를 서둘렀지만 내부에선 "밀어붙이면 당장 막아세울 시간이 없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유상증자는 이론상 가능하지만 시장에 줄 충격과 주주들의 민심 이반을 고려할 때 이를 단행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게 MBK 측 관계자들의 분위기다. 첫 번째 변수로는 최 회장이 믿었던 우군들의 '배신'이 꼽힌다. 지난달 23일 자사주 공개매수에 최 회장 측이 우군으로 고려했던 상당수가 참여해 시세 차익을 본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현재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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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계획된 변신"…김병주 회장이 대기업 긴장시키는 이유 [차준호의 썬데이IB]
"큰 형님도 살겠다고 고군분투하는데…앞으로 뭐먹고 살아야할 지 고민이 더 커졌네요"(한 국내 대형 PEF 운용사 대표)올 한해 자본시장의 가장 큰 이슈였던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공격을 지켜보는 사모펀드(PEF)들의 관전평은 엇갈린다. "진정한 미국식 자본주의의 도입"이라며 MBK를 응원하는 운용사와 "우리한테까지 불똥이 튀면 어쩌나" 우려하는 운용사로 양분된다.재계 최고경영진 사이에서도 'MBK 쇼크'가 주요 저녁자리 화두로 회자되고 있다. 한 그룹에선 임직원이 MBK파트너스 관계자를 만나면 문책하겠다는 '경고'도 떨어졌다고 한다. "앞으로 MBK파트너스와는 거래하지 말자"는 소극적인 저항에서부터 각 기업끼리 자사주라도 더 교환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초기 논의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MBK는 왜 거버넌스를 들고 나왔나MBK파트너스의 '변신' 배경을 두곤 업계에서도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이제 돈은 벌만큼 벌었다는 창업자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오랜기간 재계에 품어온 숙원을 하나씩 꺼낼 것이란 설명도 있지만 곁가지에 가깝다. 본질적인 원인은 한국에서 바이아웃 PEF가 갈수록 먹고살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데 있다.올 들어 성사된 M&A에서 PEF가 성과를 본 사례는 손에 꼽는다. 한앤컴퍼니는 오랜기간 매물로 남았던 한온시스템을 일부 정리했지만 막바지 가격을 깎아달라는 인수측 요청까지 받아들어야 했다. 금리 인상과 증시 침체 핑계를 대기에도 저금리가 끝난지는 4년차에 접어들었고 글로벌 증시는 역대급 호황이다. 서로 펀드 규모 경쟁을 벌이던 KKR 칼라일 블랙스톤 등 글로벌 PEF들이 급변하는 거시경제 환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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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냐 하이닉스냐"…'몸값 5조' M&A 관전포인트는 [차준호의 썬데이IB]
몸값이 각각 5조원까지 언급되는 산업용가스 업체 에어프로덕츠코리아와 특수가스업체인 SK스페셜티가 같은 날 예비입찰을 시작으로 매각절차를 본격화한다. 업계에선 두 업체에서 가스를 공급받는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승인을 받아낼 지 여부가 인수합병(M&A)에 숨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에어프로덕츠코리아와 SK스페셜티는 오는 13일 같은날 예비입찰을 받는다. 현재 에어프로덕츠 인수에는 KKR인프라와 MBK파트너스 칼라일 스톤피크가, SK스페셜티에는 한앤컴퍼니와 브룩필드가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이 공식화되기 이전부터 에어프로덕츠는 KKR이, SK스페셜티는 한앤컴퍼니가 인수를 두고 교감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지지만, 매각 측이 몸값을 끌어올리기 위한 공개매각을 택하면서 원점에서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에어프로덕츠는 국내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 다양한 산업군에 산업용가스를 공급하고 있지만 가장 큰 고객은 단연 삼성전자다. 삼성전자가 신규 증설에 나선 평택 반도체 P5라인의 가스 공급사로 유력하게 낙점되면서 몸값을 끌어올릴 호재를 맞았다. 지난해 회사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2328억원 수준이었지만, 매각 측은 P5로부터 발생할 이익을 미리 반영하면 올해 최소 2700억원 이상의 EBITDA를 거둘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SK스페셜티도 지난해 2400억원의 EBITDA를 기록한 데 이어 매년 20~3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해온 '알짜 계열사'로 꼽힌다. 그룹 내 계열사인 SK하이닉스에 공급하는 물량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덩치를 빠르게 키웠다. 최근 업계 3위인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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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 없는 하우스 있어봤자…" 글로벌IB 주니어 인력 줄이탈[차준호의 썬데이IB]
국내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1~3년차 주니어 인력들의 잇딴 이탈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IB 딜 가뭄이 장기화되는 데다 이전만큼 큰 폭의 보상도 기대하기 어렵다보니 7월에 지급되는 연간 성과급 지급이 끝나자마자 '퇴사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창 일해야할 저연차 인력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경영진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7월 이후 모건스탠리와 JP모간 등 톱티어 IB 내에서 각각 3명 내외의 1~3년차 인력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IB 내 주니어 연차 인력이 6명 남짓인 점을 고려하면 절반가량이 퇴사한 것이다. 퇴사 인력이 7월 이후로 쏠리는 배경은 글로벌 IB들의 성과급 지급 기한과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글로벌IB의 고위급 임원들은 3월에, 주니어 인력들은 7월에 성과급을 지급받는다. 이전까지는 연말에 성과급을 지급했지만 2021년 M&A와 IPO시장이 초호황을 맞자 연봉 지급방식도 바뀌었다. IB들이 당시 스타트업과 PEF 등으로 몸값을 높여 이직하려는 우수 인력들을 붙잡기 위해 연말 성과급과 별도로 중간 성과급을 지급하기 시작하면서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함께 IB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연말 성과급이 사실상 폐지된 대신 시니어는 3월, 주니어는 7월에 성과급을 한번만 지급받는 방식으로 관행이 굳혀졌다. 글로벌 IB에선 일반적으로 전체 연봉의 50~80%를 성과급으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IB 주니어 직원들의 입사 직후 연봉은 약 1억원으로 시작해 3년차엔 1억 중후반까지 뛴다. 이를 고려하면 성과급으로 단번에 수천만원의 뭉칫돈을 만질 수 있는 시기인 셈이다. 반면 경영진 입장에선 시장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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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란 무엇인가" 질문 남긴 금융지주 투자 [차준호의 썬데이IB]
"레버리지까지 일으켜서 누구나 살 수 있는 상장주식에 투자하라고 우리가 투자금을 맡겼습니까. 개인들이 HTS로 주식을 사는 것과 같은 투자를 PEF가 막대한 수수료를 받으며 하는 게 맞나요."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2016년 우리금융지주 투자에 이어 신한금융지주에까지 수천억원 규모 투자를 결정한 2020년 무렵, IMM PE의 출자자(LP)였던 한 보험사의 대표는 IMM PE 측 인사를 불러 크게 호통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사석에서도 LP들의 불만들은 줄을 이었다. 대부분 비상장 알짜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후 막대한 차익을 얻는 전략을 구사하는 바이아웃 PEF가 상장된 금융주에 투자하는 게 적합한지를 성토하는 목소리였다. 바이아웃 PEF는 자본시장에 존재하는 여러 대체투자 중 가장 높은 수수료를 받는 전략으로도 꼽힌다.IMM PE는 2019년 주당 4만2900원에 신한금융지주의 전환우선주(CPS) 1748만주(3.7%)를 사들이며 금융지주사 투자에 발을 들였다. 약 7500억원을 쏟았다. 2020년 오렌지라이프로부터 380만여주(0.7%)를 주당 2만800원에 총 1000억원을 들여 추가 매입했다. 2020년 어피너티와 EQT파트너스(당시 베어링PEA)도 공동으로 주당 2만9600원 수준에서 총 1조원을 투자해 각각 지분 3%가량을 확보했다.내로라하는 PEF들의 금융지주 투자에 대한 러브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칼라일은 KB금융지주가 발행한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24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 1월부터 주당 4만8000원 KB금융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구조였다. PEF들이 보장받은 건 이사회 1인 추천권이 사실상 전부였다.올 들어 예상치 않게 '밸류업' 정책 수혜를 받은 금융지주 주가가 잇따라 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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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축구 모임 '75클럽'이 불러온 '카카오' 절체절명 위기 [차준호의 썬데이IB]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구속으로 수사에 탄력이 붙은 검찰은 SM엔터 주가조작 과정에서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간 공모를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있다. 카카오 핵심 경영진과 원아시아파트너스간의 첫 연결고리가 된 것으로 알려진 재계 '75클럽'도 재조명되고 있다. 미국 유학파 출신의 재계 2,3세 모임으로 구성된 축구모임이 카카오의 수장을 전례없는 구속으로 몰아간 '나비효과'를 불러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기축구에서 시작...유학파 재계 2,3세 PEF 인력 주축 31일 재계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핵심 경영진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처음 연결된 고리 중 하나로 재계 사교모임이자 1975년생 재계 2세, 3세 모임인 75클럽이 회자하고 있다. 75클럽은 해외 유수의 대학을 나온 2,3세들과 PEF 인사들이 주축이된 조기축구 모임으로 시작됐다.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소유주인 지창배 회장과 원아시아가 조성한 펀드에 사실상 단독으로 출자한 고려아연의 오너 3세 A회장을 비롯해 가스관련 중견 기업의 오너 3세 사장, 과거 재계 순위권 그룹에 올랐지만 무리한 확장으로 지금은 사세를 잃은 그룹의 3세인 부회장 등 여러 인사들이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원아시아의 핵심 운용역이자 카카오의 SM엔터 주가조작 의혹에 당사자 중 하나인 김태영 사장도 75클럽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7년생인 김 사장은 이전 근무지였던 사모펀드 E사의 대표인 B 대표가 75클럽에서 주축으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소속 인사들과 친분을 넓히게 됐다.이후 김 사장은 특유의 사교력으로 모임 내 재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가면서 E사를 퇴사하고 자신이 운용하는 PEF를 차리기로 마음을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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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사태 유탄…김앤장 '무적함대' 포렌식팀의 추락[차준호의 썬데이IB]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가 시련의 6월을 보내고 있다. 업계 '최대어'로 꼽혔던 SK 최태원 회장의 이혼소송 2심에서 참패한 데 이어 대중적인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었던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소송건에서도 완패로 끝나면서다. 경쟁 로펌들은 "김앤장이 무적이 아니다"라는 점이 대중에 확산된 점을 기회로 삼아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특히 형사 및 분쟁 분야에서 김앤장의 '무적함대'로 꼽혔던 포렌식팀이 하이브·민희진 사건에서 막대한 타격을 입은 점을 김앤장에 가장 큰 위기로 지목하고 있다.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앤장은 국내 로펌 중 가장 큰 규모의 포렌식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김앤장 소속 변호사는 물론 IT분야 개발자 등 비변호사를 포함 약 140여명의 인원이 소속돼 있다. 포렌식을 통해 벌어들이는 매출 규모는 사내에서도 비밀로 분류된다. 사건별로 변호사들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함께 일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포렌식 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조사 대상의 동의를 얻어 카카오톡 대화 내역과 이메일, 법인카드, 통화 내역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조사 대상의 비위 등을 발굴하는 일이다. 하이브와 민 대표의 사례처럼 주로 회사 측을 도와 임직원의 비위 여부를 파악하는 일도 주력으로 한다. 또 수사당국의 압수수색 등에 대비해 문제가 될 소지를 미리 파악하는 방어 업무에서도 포렌식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최근에는 기업을 도와 임직원의 영업기밀과 영업비밀 유출을 적발하는 업무도 주요 수익원이다.한 국내 PEF업계 관계자는 "다른 로펌들도 포렌식팀을 운영하지만 김앤장이 자신들과 동일한 사양의 포렌식 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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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톤·MBK도 떨게한 '경업금지'[차준호의 썬데이IB]
기자들도 종종 헷갈려 혼용하던 '경업(競業)금지'와 '겸업(兼業)금지' 개념을 아이돌 팬들에게도 각인시킨 가장 큰 계기는 단연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폭탄 기자회견이었다. 민 대표처럼 언론을 장식하진 않았지만 불과 며칠 전 사모펀드(PEF) 시장에서도 경업금지가 판을 뒤흔었다. 상반기 최대 M&A가 유력한 2조원 규모의 지오영 거래에서다.협상 기간 동안 운용자금(AUM)이 1조달러에 육박한 글로벌 1위 사모펀드(PEF)인 블랙스톤과 300억달러에 달하는 동북아시아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를 동시에 쩔쩔매도록 만든 인물은 조선혜 지오영 창업자(사진)였다.조선혜 붙잡기가 최대 이슈로MBK파트너스는 지난 22일 블랙스톤이 보유한 지오영의 지주사 조선혜지와이홀딩스 지분 71.25% 전량과 이희구 지오영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 6.76% 중 일부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전체 기업가치는 약 2조원으로 평가됐다. 2019년 지오영을 기업가치 기준 1조원에 인수했던 블랙스톤은 5년만에 두 배 가까운 수익을 올리게 됐다. 창업자인 조 회장은 매각에 동참하지 않고 보유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양측은 지난 2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두 달여만에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거래 성사까진 끝없는 난관이 이어졌다. 거래 초반부터 지오영의 기업가치와 세부적인 계약 구조 등에 모두 합의하고 계약 체결만 앞두고 있었지만 마지막 한 가지 문제에 전전긍긍했다. 조 창업자의 지분 동반 매각을 둔 의사결정이다.업계에선 경영권거래(바이아웃)을 주력으로 하는 MBK파트너스 특성상 조 회장 지분까지 함께 인수해 경영에서 배제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조 회장은 블랙스톤이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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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난이도"…글로벌 IB 3곳이 SK온 투자유치 맡은 이유[차준호의 썬데이IB]
"투자유치 거래에서 글로벌에서 가장 수수료가 비싼 투자은행(IB) 세 곳이 투입된 사례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딜이라는 얘기죠."(한 사모펀드(PEF) 관계자)SK온이 조단위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관사 선정을 마쳤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전기차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걷혀가는 상황에서 작년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해야하는 숙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이른바 '11번가 사태'로 국내 출자자(LP)들의 SK 투자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사실상 해외 큰 손을 모셔와야 하는 난제도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SK온이 글로벌 IB 3곳을 주관사로 모신 이유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온은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간 세 곳을 공동주관사로 선임하고 투자 유치 절차를 본격화했다. 목표 금액은 업계에서 거론됐던 2조원에 다소 못미치는 1조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글로벌 IB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수료를 받는 이른바 벌지 브래킷(bulge bracket)으로 꼽히는 곳들이 일을 맡았다. 경영권이 오가는 대규모 바이아웃 거래가 아님에도 그룹 차원에서 그만큼 가용 자원을 총동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이번 투자유치가 '역대급 난이도'라는 점을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온다.SK온은 2021년 12월부터 수차례 유상증자와 차입, 지분 투자 유치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마련해왔다. 작년에는 한국투자증권프라이빗에쿼티(한투PE) 컨소시엄과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부터 2조30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받았다. 현대자동차에선 2조원을 장기 차입했고 작년 10월 창사 후 첫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총 8조31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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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도 바이아웃 철 지났다"…글로벌 PEF의 변심[차준호의 썬데이IB]
"한국에서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거래로 이름을 알린 MBK파트너스와 KKR이 올해 들어 스페셜시츄에이션과 크레딧 본부를 전면에 내세운 덴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한 글로벌 사모펀드(PEF)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한국에서도 PEF들이 바이아웃 거래를 기다리기보단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스스로 수익 기회를 창출하는 거래들이 쏟아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저금리 시대엔 기업과 대주주들의 점잖은 동반자가 되겠다며 몸을 사리던 PEF들이 야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MBK도 KKR도 바이아웃 대신 '크레딧 펀드' 전면에작년 말 자본시장에 지배구조 이슈를 던진 MBK파트너스 스페셜시츄에이션(SS) 본부의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그룹에 대한 경영권 인수 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MBK파트너스는 명실상부한 동북아 최대 바이아웃 PEF였다. 코웨이,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 두산공작기계 등 대표적 회수 성과도 경영권 인수 거래였다. 주로 공개입찰에서 다른 후보를 압도할 높은 가격을 제시해 회사를 인수한 후 자산효율화 등을 거쳐 높은 가격에 매각하는 전략을 펴는 하우스였다.MBK파트너스의 변신은 놀라웠다.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공격 과정에서 사실상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고 적극적인 공세를 벌였다. MBK파트너스는 2005년 첫 출범 이후 줄곧 글로벌 PEF와 대비되는 '한국식 PEF'를 내걸고 먹튀 선입견을 깨겠다고 공을 들였는데, 이번엔 전면에서 대기업 대주주에 대한 여론 공세를 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올 초엔 태영그룹의 유동성 위기 과정에서 KKR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KKR 크레딧본부는 한해 전 태영그룹에 4000억원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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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사태 일파만파…대기업과 PEF '묻지마 동거'의 종말[차준호의 썬데이IB]
"저희도 소수지분 투자를 많이 해왔지만 '이런 회사도 투자가 되네' 놀랐던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청구서가 돌아온다고 생각해야겠죠."(한 토종 대형 PEF 대표)SK그룹이 사모펀드(PEF)에 약속한 콜옵션 이행을 포기하면서 11번가가 초유의 강제매각 수순을 밟게 됐다. 2011년에서 2021년까지 이어졌던 두산그룹과 IMM PE 간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분쟁에 이어 12년만에 PEF가 기업에 콜옵션 및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한 사례가 재현됐다. 드래그얼롱은 기업이 PEF에 투자받으며 약속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거나 기한 내 IPO에 실패하면 PEF가 기업 경영권 지분까지 강제로 매각할 수 있는 조항을 뜻한다. "믿었던 SK가..." 시장 위축 불가피자본시장에선 이번 11번가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콜옵션&드래그 얼롱을 포함한 옵션부 투자를 활용해온 SK그룹이 '꼬리자르기'를 택했다는 점을 주목한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SK그룹 내 10개 계열사가 조달한 PEF 자금은 9조600억원에 달한다. 11번가(5000억원·H&Q)와 웨이브(2000억원·미래에셋PE 등), SK온(2조4000억원·MBK파트너스 등), SK E&S(3조1000억원·KKR), SK엔무브(1조1000억원·IMM PE), SK에코플랜트(1조원·이음PE 등), SK팜테코(6600억원·브레인) 등이 대표적이다.SK그룹은 그동안 자본시장에서 PEF와 가장 가깝고 신뢰할 수 있는 그룹으로 꼽혀왔지만 이번 파장으로 PEF의 자금원인 공제회, 연기금 등 출자자(LP)들의 신뢰를 잃었다. 사실상 추가 조달 문호가 막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11번가 사례는 저금리의 시대 산물이던 옵션부 지분투자의 한계를 고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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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1타 PEF' 성공 비결은 '산업 이해도'…시험대 오른 토종 PEF[차준호의 썬데이IB]
마켓인사이트는 미국과 유럽을 대표하는 사모펀드(PEF)인 토마브라보와 EQT파트너스의 투자 수장을 연이어 만나 단독 인터뷰했다. 토마브라보의 공동 창업자인 올란도 브라보(사진 왼쪽)와 크리스티안 신딩(사진 오른쪽) EQT 최고경영자(CEO)가 주인공이다. 각각 운용하는 전체 자산만 1310억달러(약 176조원)와 1130억유로(약 156조원)에 달한다.두 인물의 캐릭터는 극명히 갈렸다. 현지에서도 미국 전역을 오가는 활동력으로 '헬리콥터 맨'으로 불리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올란도 브라보는 기자의 질문에 연신 "엑설런트"를 반복하며 특유의 에너지를 내뿜었다. 크리스티안 신딩 대표는 북유럽 특유의 차분하고도 명확한 어조로 사전 준비된 자료 없이 EQT의 철학을 소개했다. 스타일은 달랐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성공 배경으로 꼽는 원동력은 놀랍게도 일치했다. PEF의 역량은 금융 스킬이 아닌 산업 이해도에서 갈린다는 것이다. 브라보 "3가지 SW 기업에 집중", EQT "PEF는 기업 오너"1조원 미만의 자산을 운용하던 미국 내 그저그런 중소형 운용사였던 토마브라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위기를 맞자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B2B소프트웨어에만 투자하기로 전략을 세웠다. 올란도 브라보는 "운영 측면에서 조금만 손을 대면 혁신기업으로 탈바꿈할 기업들이 산적했다"고 말했다. 176조원을 굴리는 지금도 이들은 어플리케이션, 사이버 인프라, 사이버 보안 세 가지 분야에만 투자한다. 그는 "과거보다 거래 단위에 '0'이 몇개 더 붙었을 뿐 산업 내 잠재력 있는 기업을 찾는 측면에서 23년째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브라보는 펀드 설립 초기만 해도 LP들의 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