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4일 05:21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용등급이 AA등급 이하 기업들이 연초 활발하게 기업어음(CP)을 발행하고 있다. 부산롯데호텔과 대신에프앤아이 등 현재 신용등급에 비해 향후 불확실성이 커진 기업들이 주로 단기 금융시장을 찾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산롯데호텔은 지난 8일 2년만기 CP 1000억원을 발행했다. 만기 1년 이하 단기자금 조달 창구로 주로 쓰이는 CP시장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롯데호텔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금회전이 빠른 유통업과 숙박업 등은 자금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만기가 짧은 CP를 선호한다. 그러나 2년 만기물을 CP로 발행한 것은 연초 발행물량이 몰리는 회사채 시장에 참여했을 때 외면받을 것을 우려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부산롯데호텔은 작년에도 CP로 4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조달했다.
지주사 이랜드월드 역시 지난 6일 CP를 발행해 304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만기는 84일이다. 이랜드월드 역시 신용등급이 BBB등급에 불과해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한남동 고급 아파트 나인원의 조기 분양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는 대신에프앤아이도 지난 7일 1년 만기 CP 500억원 규모를 발행했다. 만기 어음을 상환하고 부실채권(NPL) 매입 등에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첨단소재도 올들어 24~175일 만기 어음을 발행해 총 600억원을 조달했다. 타이어 보강재, 산업용 원사, 에어백 원단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공장 가동율이 낮아져 작년 3분기까지 25억원 규모 손실을 냈다.
연초 CP발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기업들이 일상 운영자금을 어음으로 조달할 경우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오면 급격하게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3월에도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자금시장 경색이 발생해 일부 기업들이 차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