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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급 품귀' 'A급'까지 과열된 회사채 시장...'수급 착시' 경보
시중 유동성이 부채자본시장에 몰리면서 회사채 스프레드가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량 기업의 신용등급인 AA급 회사채가 품귀 현상을 빚자 이 유동성이 이제는 A급 회사채까지 대거 유입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증권사의 모험자본 확보 경쟁으로 수요가 왜곡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분기 만에 회사채 발행 100조 넘겨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누적 회사채 발행 규모는 105조2496억원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89조8793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과 비교하면 15조3703억원(17.1%) 증가한 수치다.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회사채 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다.AA급 회사채는 시장에 물량이 없어 팔 수 없는 수준이다. 증권사 회사채 발행 관계자는 “시장에 회사채를 발행하면 금리에 상관없이 매수세가 강하다”고 말했다. AA- 회사채 금리와 국고채 금리 간 차이를 뜻하는 금리 스프레드는 0.437%포인트로 지난해 5월(0.419%포인트)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5~2016년 초저금리 국면에서 0.2%~0.3%포인트까지 좁혀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는 시장이 AA-급 회사채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신호다.AA급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A급 회사채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단기간에 수요가 몰려 금리가 빠르게 하락해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한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A급 회사채 금리가 예상보다 낮아져 일부 대형 운용사는 수요예측 참여를 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하·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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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신용스프레드 연중 최저...기업들 자금조달 ‘숨통’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회사채 시장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우량 회사채 금리(신용등급 AA-, 3년물)에서 국고채 금리를 뺀 값을 뜻하는 신용스프레드는 지난 16일 0.46%포인트까지 좁혀지면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회사채 부도 위험이 감소하고,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비용이 줄어들면서 순이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 3년물 회사채 금리는 지난 16일 2.88%를 기록해 지난 5월 이후(2.84%)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 회사채 시장이 2022~2023년 3년물 회사채 기준 연 5%대 고금리에서 약 2년 만에 2% 후반대로 내려오면서 사실상 저금리 상황으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기업들은 금리 하락을 활용해 발행 물량을 늘리고 있다. 올해 9월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99조12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6조3318억원) 대비 12조7941억원(14.81%) 증가했다.회사채 수요예측은 연일 흥행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AA)는 지난 16일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을 진행해 약 1조33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개별 민간채권 평가 회사(민평) 금리 대비 2, 3년 물 각각 –0.05%, -0.06%포인트 낮게 발행됐다. 이는 회사채 금리가 시장 금리보다 낮게 형성됐다는 의미로, 회사채 수요가 기대를 뛰어넘었다는 방증이다.금융사의 신종자본증권에도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지주, 메리츠증권은 이달 30년 만기, 5년 콜옵션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을 진행해 각각 연 4.4%, 4.19% 금리로 확정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국내 증권사 신종자본증권(30년 만기, 5년 콜옵션)은 보통 연 5%대 중후반~6% 이상에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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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떠난 여천NCC 채권…개인만 '손실 폭탄'
대주주 간 갈등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까지 몰렸던 여천NCC의 회사채를 지난달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물량은 개인투자자가 상당 부분 떠안아 손실 위험이 개인에게 전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A자산운용사는 지난달 만기 1년이 남은 여천NCC 회사채 약 50억원어치를 장내에서 처분했다. 디폴트 우려가 제기되기 한 달 전이다. A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 6월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하락하자 수익자(LP)가 매도를 요청했다”며 “다른 운용사들도 등급 하락 후 대부분 보유 물량을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여천NCC의 신용등급은 6월 A(부정적)에서 A-(부정적)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투자 가이드라인상 A- 이하 회사채를 보유할 수 없는 LP를 중심으로 여천NCC 회사채 매도 요구가 줄을 이은 것으로 알려졌다.기관투자가로부터 회사채를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초 여천NCC 회사채 금리는 연 6~7%였지만, 디폴트 우려가 제기되며 연 15%까지 금리가 올라 회사채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기관투자가들은 수개월 전부터 여천NCC 회사채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여천NCC가 지난해 3월 진행한 1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운용사가 100억원, 증권사에서 150억원을 참여하는 등 총 기관 자금은 250억원에 불과했다.시장에서는 여전히 여천NCC 디폴트 관련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다만 주요 주주가 한화와 DL이앤씨 등 대기업으로 구성된 만큼 실제 디폴트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도 많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는 “국내 대기업이 출자지분을 포기하는 경우는 드문 만큼 부도가 날 가능성은 적다&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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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NCC 채권…위기 한달 전 기관 던지고 개인 받았다
대주주간 갈등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까지 몰렸던 여천NCC의 회사채를 지난달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물량은 개인투자자들이 상당 부분 떠안아 손실 위험이 개인에게 전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A 자산운용사는 여천NCC 위기가 오기 한달전 만기 1년이 남은 회사채 약 50억원 어치를 장내에서 처분했다. A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6월 A에서 A-로 하락하자 수익자(LP)가 매도를 요청했다”며 “다른 운용사들도 등급 하락 후 대부분 보유 물량을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천NCC의 신용등급은 지난 6월 A(부정적)에서 A-(부정적)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투자 가이드라인상 A- 이하 회사채를 보유할 수 없는 LP들을 중심으로 여천NCC 회사채 매도 요구가 줄을 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가들은 손실을 피했지만 고금리에 이끌려 매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은 직격탄을 받았다. 당시 여천NCC 회사채의 금리는 연 6~7%였지만, 디폴트 우려가 제기되며 연 15%까지 금리가 올라, 회사채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들의 이미 수개월 전부터 여천NCC 회사채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여천NCC가 지난해 3월 진행한 1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운용사가 100억원, 증권사 150억원을 참여하는 등 총 기관 자금은 250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물량은 개인 및 일반 법인들이 소화했다. 이들 중 일부 투자자는 지난달 유통수익률이 최고 20%대까지 급등하자 회사채 매도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디폴트 관련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여천NCC가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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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 ESG' 흐름에…돌고돌아 탄소기업 채권 흥행
석유·석탄·LNG 등 탄소 기반 에너지 기업 회사채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한동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 속에서 금융기관들이 탄소 사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해왔으나 최근 이런 흐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태양력·풍력 등 재생에너지보다 석유와 원자력발전을 선호하는 ‘반(反) ESG’ 정서가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에너지기업 투자 몰려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중국계 건설·공상은행과 일본계 미즈호은행 등이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탄소 기반 기업 회사채 수요예측 참여를 검토 중이다. 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관계자는 “2~3년 전에는 투자 한도가 있더라도 탄소 산업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외국계 은행이 많았다”며 “점점 ESG의 중요도가 낮아지면서 투자 검토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과거에는 2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회사채 자금이 집중됐다. 2023년 에코프로의 첫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섰을 당시에는 1000억원 모집에 2060억원의 자금이 몰릴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2차전지 산업의 조정 국면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올해 에코프로가 4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는 500억원의 수요만 확보하는 데 그쳤고, SK온은 회사채 발행 자체를 연기하기도 했다.국내 기업 전반의 실적 둔화 속에서 ESG보다 안정적 이익 창출 능력이 더 주목받는 모양새다. 지난달 SK가스 자회사인 울산GPS가 발행한 1200억원 규모 회사채에는 총 5800억원 주문이 몰리며 흥행했다.개인투자자들의 ‘반 ESG기업’의 투자 움직임도 뚜렷하다. 과거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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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캡티브 마케팅’…국민연금이 돌아왔다
금융감독원의 캡티브 감사로 회사채 시장이 정상화되는 조짐을 보이자 국민연금이 신용등급 AA+급 이상 대형사 회사채에 대한 투자를 재개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증권사의 계열 자산운용사 수요예측에 대거 참여하는 ‘캡티브 마케팅’ 영향으로 채권 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면서 수요예측 참여를 꺼려왔다.18일 대형 증권사 회사채 담당자는 “현재 국민연금은 SK브로드밴드나 에쓰오일 등 발행 규모가 크고 신용도가 높은 대형사를 중심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오는 19일 발행 예정인 SK브로드밴드의 5년물 회사채 수요예측이 대표적이다. 신청 가격 분포를 보면 기관투자가 1조300억원 가운데 7300억원이 금리 0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 이상에 몰렸다. 국내 연기금 가운데 금리를 0bp 이하에 베팅한 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 시장에서는 수요 예측 참여 규모 등을 볼 때 국민연금이 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회사채 시장에는 증권사의 계열 운용사들이 인위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캡티브 마케팅’으로 왜곡이 발생한 바 있다. 이는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의 참여를 어렵게 만든 요인이 됐다. 지난해 1월 진행된 SK브로드밴드 5년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운용사들이 –9bp~-2bp 수준의 금리에 수요예측에 참여했다. 국민연금도 회사채를 확보하기 위해서 저금리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국민연금은 ‘캡티브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자 올해 초까지 회사채 수요예측 참여를 꺼려왔다.하지만 금감원이 지난 4월부터 대대적인 ‘캡티브 마케팅’ 감사를 시작하자 이런 시장 왜곡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시장 여건이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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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시장 ‘극과극’… 방산엔 뭉칫돈, 식품·물류 고전
회사채 시장에서 업종별로 ‘극과 극’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방정책과 방향을 같이하는 방위산업체는 관세 정책 우려에도 강세를 보이는 반면, CJ대한통운·CJ제일제당 등 일부 업종은 ‘오버금리’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총포탄을 제조하는 방산업체 풍산은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어 당초 3년물 1500억원 규모였던 회사채를 2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하기로 했다. 3년물 금리는 민간채권평가사 평균금리(민평) 기준 ±0.03%포인트 금리를 제시해 –0.2%포인트에 목표액을 채웠다. 언더금리는 예상보다 낮은 수준의 금리를 의미한다. 회사채 발행 시 투자자의 높은 수요를 반영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풍산의 신용등급 전망은 최근 A+(안정적)에서 A+(긍정적)으로 상향 변경됐다.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방산, 조선 등 일부 인기 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모양새다. 앞서 21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방산기업 한화시스템도 회사채 2000억원 모집에 총 1조2000억원의 주문이 몰리며 인기를 끌었다. 2년물 500억원 모집에 4100억원, 3년물 1000억원 모집에 6500억원, 5년물 500억원 모집에 2300억원의 자금이 각각 들어왔다. 금리는 민평 대비 2년물 –0.07%포인트, 3년물 –0.09%포인트, 5년물 –0.13%포인트에 확정됐다. 발행 규모는 4000억원으로 증액할 예정이다.반면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은 ‘오버금리’ 발행을 피하지 못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7일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은 채웠으나, 발행 규모를 3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늘리면서 3년물 기준 민평금리보다 0.04%포인트 높게 제시해 발행했다. CJ대한통운 3년물 회사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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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자본 투자 의무화…A등급 이하 채권 숨통 트일까
금융당국이 모험자본 투자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기업금융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회사채 시장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이후 A등급 이하 회사채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가운데, 자금 유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9일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로 조달한 자금의 25%를 모험자본으로 공급하는 내용의 ‘증권업 기업금융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증권사는 발행어음으로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50% 이상, 부동산에 30% 이하로 투자해 운용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4조원 이상 종합투자증권사는 전체 운용자산 중 발행어음 조달액의 25%를 국내 모험자본에 공급해야 한다. 모험자본으로는 중소·중견기업 자금공급·주식 투자와 A등급 이하 채무증권,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VC·신기술금융회사 투자 등이 있다. 모험자본 공급의무 비율은 내년 10%에서 2027년 20%, 2028년 25%로 단계적으로 상향될 예정이다. 증권업계는 이번 정책으로 A등급 이하 회사채 시장이 살아날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대형 증권사는 A급 이하 회사채 발행 실적이 적고, 자체 자금으로 해당 채권에 대한 투자도 꺼려왔다. 특히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의 경우 A급 이하 채권에 투자하면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 자본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어 내부 투자 기준이 더욱 엄격하다. 또 A급 이하 회사채는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잘 매입하지 않아 증권사가 개인투자자들에게 재매각(셀다운)해야 한다는 구조적인 한계도 있다. 증권사가 개인투자자에 해당 채권을 판매 기업에 문제가 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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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증권사 '회사채 담합'] PF 손실 증권사, 회사채 지렛대로 기업과 '관계맺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의 회사채 출혈 경쟁이 심해진 기점을 2023년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에서 찾는다. 당시 금융위는 회사채 발행 주관사라고 하더라도 만기가 다른 회사채에는 투자할 수 있다고 판단해줬다. A사의 2년물 회사채의 대표 주관을 맡은 증권사가 A사 3년물에는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회사채 발행 기업들은 “2년물 주관사를 맡으려면 3년물 수요예측에 낮은 금리를 제시하라”고 증권사들에 대놓고 요구하기 시작했다.다수의 계열사를 보유한 대기업들은 증권사에 회사채 금리를 낮출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증권사들은 주관사 명단에서 배제하고 있다. 이달 들어 회사채를 발행한 한 대기업은 매일 수요예측 참여 희망 증권사들을 소집해 자신들이 원하는 금리만큼 낮춰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채 주관사가 과거 2~3개 수준에서 최근 7~8개까지 늘어난 배경이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채권연구센터 센터장은 “회사채 발행 상위 30개 기업이 전체 회사채 물량의 50%를 차지하는 만큼 구조적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대기업들의 입김이 커질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증권사의 큰 수익원이었던 부동산금융 시장이 망가진 영향도 컸다. 더 이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대형사는 물론 중소 증권사까지 대거 회사채 시장에 뛰어들었다. 회사채 발행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대기업과 맺은 관계를 통해 향후 계열사의 유상증자와 기업공개(IPO) 주관, 퇴직연금 등을 때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등이 전통적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한 가운데 신한투자증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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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불확실성에도 연초 효과 기대" 회사채 시장 복귀한 한솔·나래
오랜만에 회사채 시장에 복귀한 기업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차환 물량이 없지만,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기관들이 자금 집행을 재개하는 ‘연초 효과’를 노리고 회사채 조달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나래에너지서비스는 오는 17일 15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3년물 1000억원, 5년물 500억원 규모다. 최대 25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나래에너지서비스의 신용등급을 ‘AA-’로 매기고 있다. NH투자증권과 SK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2012년 설립된 나래에너지서비스는 경기도 하남 일대를 공급권역으로 집단에너지사업을 하고 있다. 집단에너지사업은 집중된 에너지 생산시설인 열병합발전소나 소각로 등에서 발생하는 열과 전기를 생산 판매하는 사업이다. SK이노베이션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나래에너지서비스가 회사채 시장을 찾은 건 2020년 이후 처음이다. 확보한 자금은 기존에 발행한 기업어음(CP)과 대출금 상환에 투입할 방침이다.한솔케미칼도 4년 만에 회사채 시장에 다시 등장했다. 3년물 500억원 조달을 위해 오는 17일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대표 주관한다. 한솔케미칼이 회사채 시장을 찾은 건 2021년 3월이 마지막이다. 당시 공모 회사채를 통해 7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기존 은행 채무를 갚을 예정이다.그동안 회사채 시장을 찾지 않던 기업들이 잇따라 복귀를 선언한 건 연초 조달 환경이 예상보다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정치 불확실성 확대로 회사채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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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는 하이일드펀드…조달길 좁아진 'BBB급' 기업들
신용등급 BBB급(BBB-~BBB+) 비우량 기업들의 조달통로가 좁아들고 있다. 이들 회사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분리과세 혜택이 끝난 결과다. 여기에 하이일드 펀드의 주요 투자처인 공모주 시장도 움츠러 들었다. 고금리 이자 수익을 좇는 개인 투자자 수요 기반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BBB+’인 한진은 오는 13일 회사채 600억원어치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올해 처음 공모 회사채에 도전하는 BBB급 기업이다. 신용등급 ‘BBB’ 두산도 오는 14일에 회사채 400억원어치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업계에서는 한진과 두산 수요예측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올 상반기 BBB급 회사채의 투자심리를 확인할 가늠자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시장 분위기는 밝지 안다. BBB급 회사채 ‘큰손’으로 자리 잡은 하이일드펀드의 기세가 주춤해서다.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분리 과세 혜택이 올해부터 적용되지 않아서다.하이일드펀드는 신용등급 BBB+급 이하 회사채(A3+급 이하 전자단기사채 포함)를 45% 이상 편입하고, 국내 채권 비중 60% 혹은 A급 비중 15%를 유지하는 상품이다. 지난해까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하이일드펀드 가입액 3000만원까지15.4% 세율이 적용되는 분리과세 혜택을 누렸다. 하지만 절세혜택이 종료되면서 하이일드펀드 가입액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된 것도 BBB+급 이하 회사채 수급여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BBB+이하 회사채를 45% 이상 담는 하이일드펀드는 공모주 수요예측에서 물량을 우선 배정받았다. 하지만 연초 대어로 꼽힌 케이뱅크가 상장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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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 회사채 50조 만기…'차환 리스크' 커진 기업들
내년 상반기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물량이 역대 최대인 5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 상환 압박이 커졌지만,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신용스프레드 등 기업의 회사채 조달여건 지표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서다. 내년 만기도래하는 물량이 역시 최대인 공사채가 시장 유동성을 빨아들일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AA-등급 회사채(3년 만기 기준)의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격차, 시가평가 기준)는 0.672%포인트로 나타났다. 지난 2월 22일(0.681%포인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지난달에 0.5%포인트대까지 좁아졌던 신용스프레드는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신용스프레드가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채 부도 위험이 늘고, 기업의 회사채 발행 여건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비상계엄 사태로 전반적 투자 심리가 움츠러든 영향이 컸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만 49조8212억원에 달한다. 반기 기준 최대다. 분기별로 보면 내년 1분기에 26조6175억원, 2분기에 23조2037억원의 물량이 만기도래한다. 회사채 차환 물량이 적잖은 데다 신규 발행 물량도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만큼 신용스프레드 확대는 기업 자금조달 작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신용스프레드 확대는 여천NCC를 비롯한 석유화학업체들의 신용리스크가 불거진 것과도 맞물린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도 이달 11일 여천NCC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0(부정적)'에서 'A-(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하향으로 여천NCC가 발행한 회사채 7050억원 조기상환(기한이익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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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회사채 활황 기현상…비우량기업도 현금 확보 총력전
이례적인 연말 회사채 시장 활황으로 기업들의 조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회사채 시장을 찾지 않은 신용등급 A급 이하 비우량 기업들도 적극 뛰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연말 기관투자가 '북 클로징'(회계연도 장부 결산)에 따른 회사채 시장 위축 현상이 올해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오는 19일 500억원어치 회사채 조달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한화오션의 신용등급을 ‘BBB+’로 책정했다. 한화오션이 회사채 시장에 뛰어든 건 9년 만이다. 확보한 자금은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CP) 상환에 투입할 방침이다. 신용등급 A급 기업들의 조달 작업도 활발하다. 신용등급이 ‘A’인 HS효성첨단소재는 3년 만에 회사채 시장 복귀전에 나선다. 오는 27일 최대 1200억원어치 회사채를 조달하는 게 목표다.연말을 앞두고 회사채 시장 복귀를 검토하는 A급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오랜만에 회사채 시장에 돌아온 A급 기업들이 대부분 목표 물량 확보에 성공한 효과다. 지난달 팬오션(신용등급 A)과 HK이노엔(신용등급 A)이 2021년 이후 처음으로 열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완판’에 성공한 게 대표적이다.기업 자금 조달 여건을 가늠하는 지표인 크레디트 스프레드도 개선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3년 만기 국고채와 회사채(무보증·AA-) 간 금리 차이를 일컫는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약 56bp(bp=0.01%포인트)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연초에 75bp까지 올랐던 것과 대비된다. 스프레드가 축소됐다는 건 그만큼 회사채의 인기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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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장기 CP 사랑…신용도 강등 우려에 우회 조달처 모색
롯데그룹이 연말 북클로징(장부 마감)을 앞두고 장기 CP 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 우려로 회사채 시장에서 존재감이 줄어들자 장기 CP로 우회 조달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이달 중 1년6개월물 100억원, 2년6개월물 1100억원 등 총 1200억원어치 장기 CP를 조달할 계획이다. 금리는 연 3.575~3.716%로 책정했다. 롯데지주는 오는 29일 1200억원어치 단기 CP 만기가 도래한다. 보유 중인 단기 CP를 장기 CP로 교체하면서 차입구조 장기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롯데그룹이 유통 계열사인 코리아세븐도 장기 CP 발행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8일 1000억원어치 2년물 장기 CP를 찍었다. 앞서 코리아세븐은 지난달 3년 만에 공모채 시장에 복귀했다. 하지만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피하지 못하면서 증액 발행에 실패했다. 당시 500억원 모집에 37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이에 확보하지 못한 금액을 CP 시장에서 추가 조달한 것으로 관측된다.롯데쇼핑도 지난달 30일 2200억원 규모 장기 CP를 발행했다. 1년6개월 만기로 금리는 연 3.55% 수준이다.롯데그룹 신용도 하향 이슈로 공모채 시장 대신 CP 시장으로 우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지주는 신용등급이 ‘A+’로 강등될 우려에 떨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7월 롯데지주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매겼다. 신용등급이 기존 ‘AA-’에서 ‘A+’로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코리아세븐도 신용도 하향 리스크의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코리아세븐 신용등급을 모두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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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NCC 회사채 960억 미매각…화학업계 자금조달 '빨간불'
석유화학 업체인 여천NCC의 회사채가 미매각 사태를 맞았다. 나빠진 실적 탓에 기관투자가의 외면을 받은 결과다. '침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석유화학 업계의 자금조달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합작사인 여천NCC는 지난 10일 열린 10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고작 40억원어치의 주문을 받았다. 2년물 700억원에 30억원, 3년물 300억원에 1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여천NCC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는 우려가 회사채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나란히 여천NCC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여천NCC가 회사채 미매각 사태에 직면하면서 채권 발행을 타진하는 다른 석유화학 기업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2년 만에 회사채 시장에 복귀한 국도화학은 오는 17일에 회사채 300억원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석유화학업계의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열린 신용등급 세미나에서 석유화학 기업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중국 시장 수요가 반등할 여지가 크지 않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향후 수급 상황 개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운송비용 상승 등을 고려하면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은 여전히 저조할 전망"이라고 말했다.불어난 설비투자에 따른 차입금 부담도 상당하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주요 석유화학사 12곳의 합산 설비투자(CAPEX) 규모는 12조원에 달했다. 설비투자금 마련을 위해 차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