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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사태에 비상 걸린 국민연금 "콜옵션 포트폴리오 전수조사"
SK그룹의 '11번가 콜옵션 행사 포기'로 국민연금에 비상이 걸렸다. 기금운용본부에선 11번가와 유사한 투자 사례를 전수조사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소수지분 투자 보호장치 중 하나인 콜옵션과 드래그얼롱 옵션이 더 존재하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이 지난주 본부에 포트폴리오 중 콜옵션과 드래그얼롱(콜앤드랙·Call&Drag)이 걸렸거나 회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사례를 전수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지시가 떨어지면서 소속 직원들도 과거 체결했던 주주간계약(SHA) 옵션들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국민연금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됐던 사모펀드(PEF) 운용사 사이에선 "국민연금이 이 정도로 깊이있게 포트폴리오 전수조사에 수위를 올렸던 건 처음"이란 전언도 나왔다. 콜앤드랙은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 회수 방안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FI가 드래그얼롱(대주주 지분까지 동반매도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기 전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당연히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것이란 믿음이 자본시장에 있었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장치로 인식돼왔다. 이번 전수조사는 SK그룹이 지난달 말 11번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기로 하면서 촉발됐다는 평가다.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했을 경우엔 원금 5000억원에 내부수익률(IRR) 연 최대 8% 이자를 붙여 돌려줘야 했다. FI는 2018년 5000억원을 투입해 지분 18.18%를 확보한 H&Q코리아와 이니어스프라이빗에쿼티로 국민연금이 앵커 출자자(LP)였다. 11번가는 투자 대가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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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사태 일파만파…대기업과 PEF '묻지마 동거'의 종말[차준호의 썬데이IB]
"저희도 소수지분 투자를 많이 해왔지만 '이런 회사도 투자가 되네' 놀랐던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청구서가 돌아온다고 생각해야겠죠."(한 토종 대형 PEF 대표)SK그룹이 사모펀드(PEF)에 약속한 콜옵션 이행을 포기하면서 11번가가 초유의 강제매각 수순을 밟게 됐다. 2011년에서 2021년까지 이어졌던 두산그룹과 IMM PE 간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분쟁에 이어 12년만에 PEF가 기업에 콜옵션 및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한 사례가 재현됐다. 드래그얼롱은 기업이 PEF에 투자받으며 약속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거나 기한 내 IPO에 실패하면 PEF가 기업 경영권 지분까지 강제로 매각할 수 있는 조항을 뜻한다. "믿었던 SK가..." 시장 위축 불가피자본시장에선 이번 11번가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콜옵션&드래그 얼롱을 포함한 옵션부 투자를 활용해온 SK그룹이 '꼬리자르기'를 택했다는 점을 주목한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SK그룹 내 10개 계열사가 조달한 PEF 자금은 9조600억원에 달한다. 11번가(5000억원·H&Q)와 웨이브(2000억원·미래에셋PE 등), SK온(2조4000억원·MBK파트너스 등), SK E&S(3조1000억원·KKR), SK엔무브(1조1000억원·IMM PE), SK에코플랜트(1조원·이음PE 등), SK팜테코(6600억원·브레인) 등이 대표적이다.SK그룹은 그동안 자본시장에서 PEF와 가장 가깝고 신뢰할 수 있는 그룹으로 꼽혀왔지만 이번 파장으로 PEF의 자금원인 공제회, 연기금 등 출자자(LP)들의 신뢰를 잃었다. 사실상 추가 조달 문호가 막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11번가 사례는 저금리의 시대 산물이던 옵션부 지분투자의 한계를 고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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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주식 게임스톱, 콜옵션 매수 몰리면서 주가 급등
2021년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며 밈스톡의 정점에 달했던 게임스톱(GME) 주식에 또 다시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 날 뉴욕증시에서 게임스톱 주가는 콜옵션 매수 급증에 힘입어 12% 급등했다. 29일(현지시간) 마켓워치가 팩트셋 데이터를 인용한데 따르면, 게임스탑 거래자들은 12월 6일로 예정된 실적 발표 이전 또는 직후에 주가가 두배로 오를 경우 큰 보상이 있는 게임스톱 콜 옵션을 매집하고 있다. 회사의 실적 보고 이틀후인 12월 8일에 만료되는 표준화된 콜옵션중 투자자들은 행사 가격이 20달러, 22달러, 22.50달러인 옵션을 사들이고 있다. 22.50달러의 콜옵션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내가격으로 인정되려면 주가가 현재보다 최소 40% 상승해야한다. 게임스톱 주가는 전 날 종가가 13.49달러이다. 행사가격이 20달러인 콜은 12월 8일 만료 예정인 게임스톱의 콜옵션중에서 2만개 이상의 계약이 거래되면서 가장 거래량이 많았다. 각 옵션 계약은 보유자가 합의된 날짜나 합의된 가격에 주식 100주를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파이퍼 샌들러의 옵션팁 책임자인 대니 커쉬에 따르면, 하루전인 28일 게임스톱의 콜옵션 14만건이 손바뀜됐다. 20일 평균 3만건에 비해 폭증했다. 팩트셋 데이터에 따르면, 또 일주일 뒤인 12월 15일에 만료되는 콜 옵션 또한 엄청난 거래량을 보였으며 그 가운데 20달러 행사 콜이 가장 많았다. 옵션 데이터 제공업체인 스팟감마의 설립자인 브렌트 코츄바는 새로운 밈스톡 매니아의 매수보다는 콜 매수가 더 투기적인 돌진이라고 풀이했다. 커시는 또 경기 둔화세로 인플레이션 통제에 진전이 있음을 시사한 전 날 연준이사 크리스토퍼 월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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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결국 강제매각…SK, 콜옵션 행사 포기
SK그룹이 11번가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한 지분을 사갈 권리를 행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1번가 최대주주(지분율 80.26%)인 SK스퀘어는 내달 초까지 FI가 보유한 11번가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가 있지만 이를 행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콜옵션 포기에 대한 안건을 통과시켰다. 콜옵션을 행사했을 경우엔 원금 5000억원에 내부수익률(IRR) 연 최대 8% 이자를 붙여 돌려줘야 했다. FI는 2018년 5000억원을 투입해 지분 18.18%를 확보한 H&Q코리아와 이니어스프라이빗에쿼티(PE)다. 올해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회수를 약속했지만 IPO에 이어 매각까지 불발되면서 옵션이 발동했다. 콜옵션 행사 포기 논리는 '배임'이다. SK스퀘어는 콜옵션 행사가 SK스퀘어 주주에 대한 배임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떨어진 기업가치 때문이다. 5년 전 투자받을 당시 회사 기업가치는 2조7500억원이었지만 SK스퀘어는 현재 1조3000억원까지 떨어졌다. 상반기 기준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의 장부가는 1조494억원이었다. 이사회는 5년 전 가치로 되사오는 건 회사에 손해라는 반발 여론을 의식했다. 그룹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수천억원이 지출되는 콜옵션 행사에 총대를 멜 인사가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 여러 사정 탓에 일단은 FI에게 선택을 맡기고 다시 밸류업 기회를 엿보자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엑시트(투자 회수) 공은 FI로 넘어가게 됐다. FI들은 내달 중순부터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까지 묶어 동반매도할 수 있는 권리(드래그얼롱)을 갖고 있다. 사실상의 강제매각인 셈이다. 다만 드래그얼롱을 행사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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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뒤통수 친 윤성에프앤씨 대주주
2차전지 장비업체인 윤성에프앤씨 대주주가 상장 당시 약속한 보호예수 기한을 지키지 않고 지분 일부를 팔아 이득을 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박치영 윤성에프앤씨 대표는 지난달 말 보유 주식 20만 주(2.51%)를 시간외매매로 팔았다. 주당 가격은 18만~19만원으로 총 374억원 규모다. 윤성에프앤씨는 지난해 11월 기업공개(IPO) 당시 거래소에 제출한 투자설명서에서 박 대표 보유 지분을 상장 후 2년6개월간 팔지 않는다고 밝혔다. 올 들어 2차전지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공모가(4만9000원)보다 다섯 배 넘게 급등하던 윤성에프앤씨 주가는 박 대표 지분 매각을 전후해 약세로 돌아섰다.박 대표 측은 “2021년 6월 2대 주주인 프리미어루미너스사모투자합자회사 측에 매각한 지분 일부를 콜옵션을 행사해 되사온 후 다시 시장에 매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대표가 이번에 매각한 20만 주가 상장 당시 보유한 지분은 아니라는 것이다.하지만 윤성에프앤씨가 상장 당시 제출한 투자설명서엔 박 대표가 보유한 콜옵션 주식 계약 내용이 들어가 있다. 윤성에프앤씨는 투자설명서에 “최대주주가 콜옵션을 행사하면 해당 행사분도 동일 기간(2년6개월) 의무 보유 예정”이라고 명시했다.이에 대해 윤성에프앤씨 관계자는 “투자설명서 제출 직후 대주주의 콜옵션 물량이 법적으로 의무 보유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 전 1년 동안 발행한 주식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 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데, 박 대표가 되사온 주식은 이런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투자자들은 “투자자와 한 약속을 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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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티스, 80억원 규모 CB 콜옵션 행사
덴티스는 2021년 발행한 전환사채(CB)에 대한 매도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한다고 26일 밝혔다.회사는 이사회를 통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우리사주조합을 권리자로 지정하고, CB 발행액의 40%인 80억원 규모의 CB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한다. 이에 최대주주인 심기봉 대표와 우리사주조합 및 기타 특수관계자에 각각 60억원(66만4304주), 20억원(22만1435주)씩 배분한다. 우리사주조합에 배분되는 물량은 19억원 규모로, 조합 규약에 근거해 1년간 의무 예탁하게 된다. 최종 조정된 전환가액은 9032원으로 총 88만5739주 규모다.이번 콜옵션 행사로 덴티스는 CB 물량 일부를 전환해 재무건전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최대주주 및 우리사주의 지분율을 높여 전환 주식의 물량 출회 우려를 해소하고, 경영권 강화 및 임직원 사기 진작을 통한 사업 추진력 강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했다.덴티스는 최근 임플란트 프리미엄 제품인 ‘SQ 임플란트’에 대한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의 승인을 획득했다. 이와 함께 신제품 출시 및 신공장 착공 등 적극적인 투자로 글로벌 임플란트 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대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덴티스 관계자는 “변동성이 큰 시장 환경을 고려해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콜옵션을 행사하고, 주식전환 매수 및 예탁하기로 결정했다”며 “불확실성 해소 및 강화된 사업 추진력을 바탕으로 주주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사업 전략에 시동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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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프리IPO에 처음 등장한 '리픽싱'…실효성 사라진 드래그얼롱 대체할까
기업들이 상장을 전제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온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투자자들에 상장을 반대할 권리를 주지 않는 대신 공모가가 투자시 기업가치보다 낮으면 교환 비율을 조정해 추가 신주를 주는 리픽싱이 대기업들의 투자 유치에서도 등장하기 시작했다.리픽싱이 보편화되면 유동성 활황기 프리IPO 시장의 문제로 꼽혀온 '기업가치 뻥튀기'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에 상장을 반대할 권한이 없는 데다 신주 지급에도 제한을 둬 보다 신중한 기업가치 산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SK·카카오 등 사례처럼 기업들이 프리IPO에서 무리한 기업가치를 산정하고 이로 인한 청구서로 투자자들이 후폭풍을 겪는 부작용도 적어질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대형 프리IPO에서 사라진 '드래그얼롱'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벤처캐피탈(VC)의 스타트업 투자와 일부 코스닥 기업에서 쓰였던 리픽싱을 활용한 투자유치가 대기업 계열사들의 프리IPO에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대기업 중에선 지난 5월 IMM크레딧솔루션에서 6000억원을 조달하기로 한 KT클라우드가 이를 처음 도입했다. 브레인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6000억을 조달할 예정인 SK팜테코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리픽싱 방식의 투자유치는 투자자들에 일정 기간 IPO를 약속하는 점은 기존과 동일하지만 투자자들이 일정 기업가치에 상장하는 것을 반대할 수 있는 거부권은 부여되지 않는다. 대신 투자단가보다 공모가가 낮게 책정되는 경우 주당 가격을 낮춰준다. 그만큼 신주를 더 주는 식이다. 그동안 대기업 프리IPO에선 상장에 실패하면 투자자들이 일정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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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팔았지?"…뒤늦게 엔비디아 쓸어담는 월가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엔비디아 랠리’에 올라타지 못한 걸 후회하며 뒤늦게 추격 매수에 나섰다. 올해 1분기 포트폴리오에서 엔비디아 비중을 과감하게 줄였다가 저조한 투자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랠리’ 이제라도 올라타자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이 엔비디아 주식 매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올 들어 이날까지 156.4% 급등한 가운데 1분기에 포트폴리오에서 엔비디아를 덜어낸 자산운용사들은 랠리에서 소외됐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들은 인공지능(AI) 열풍의 중심인 엔비디아에 더해 반도체기업 AMD,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등 AI 관련주를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1분기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연초 자산운용사들은 엔비디아를 홀대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피델리티, 아문디, 컬럼비아스레드니들, 루미스세일리스 등은 1분기에 포트폴리오에서 엔비디아 주식 비중을 과감하게 축소했다. 지난해 말까지 엔비디아 주가가 이미 과도하게 상승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엔비디아 주식 풋옵션도 대거 매수했다. 풋옵션은 주식을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도할 수 있는 권리로, 주가 하락을 예상할 때 주로 투자 대상이 된다.그러나 엔비디아가 지난달 24일 시장 추정치를 웃돈 1분기 실적과 긍정적인 가이던스(전망치)를 제시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은 엔비디아 주식 확보에 뛰어들게 됐다.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자산운용사의 뮤추얼펀드와 헤지펀드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관련주를 공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는 최근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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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5수' KDB생명 매각 예비입찰 생략...5월 말 본입찰 가닥
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생략하고 5월 말 본입찰에 들어간다. 5번째 매각 시도인 만큼 잡음을 최소화해서 신속하게 거래를 종결하기 위해서다.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은 KDB생명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생략하고 5월 말에 바로 본입찰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부터 KDB생명의 인수 의사를 밝힌 일부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실사를 진행 중이다. 복수의 사모펀드(PEF) 등이 실사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매각 지분은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보유한 KDB생명 지분 92.73%다.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은 작년 말 삼일PwC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로, EY한영회계법인을 회계자문사로 선정해 매각 작업을 진행해왔다.KDB생명 매각 시도는 이번이 5번째다. 2010년 산업은행이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인수한 이후 2014년 두 차례, 2016년, 2020년 등 매각 작업을 진행했지만 모두 불발됐다.2020년엔 JC파트너스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매각이 가시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자금조달 및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제 등으로 2년 넘게 매각이 지연되다가 최종 무산됐다. 지난해 4월 JC파트너스가 앞서 인수한 MG손해보험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면서다.산업은행 등은 구주 매각 가격도 중요하지만, 유상증자를 통해 KDB생명에 충분한 자본 확충을 해줄 수 있는 주인을 찾겠다는 방침이다.동시에 KDB생명의 본입찰 전에 2억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 이슈를 해결해서 인수자들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이 자본확충을 위해 2018년에 발행한 2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은 오는 21일 콜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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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의 주주환원?…"배임 피하려는 고육지책"
에코프로가 6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에 콜옵션을 행사해 자기사채로 취득한 뒤 소각하기로 한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사진)이 '통 큰'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회장이 배임 소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콜옵션을 포기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2021년 7월 발행한 1500억 규모의 CB 가운데 600억원을 자기사채로 취득하겠다고 전날 공시했다. 취득한 사채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소각하기로 했다. 에코프로는 당시 에코프로비엠의 유상증자에 출자하기 위해 1500억원 규모의 CB를 찍었다. 전체 발행 규모의 40%에 대해선 콜옵션을 받았다. 전환가액은 이후 한 번의 조정을 거쳐 6만1400원으로 설정됐다. 콜옵션은 CB 발행사 또는 발행사가 지정하는 제3자가 행사할 수 있다. 에코프로가 콜옵션 행사 권한을 이 회장에 넘겨 이 회장이 콜옵션을 행사했다면 에코프로 97만7199주를 6만1400에 취득할 수 있었다. 에코프로의 전날 종가가 70만90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 회장이 챙길 수 있던 이익은 63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에코프로는 행사 권한을 이 회장에게 넘지 않고 자기사채로 취득하고, 이를 소각하는 방안을 택했다. 이를 두고 이 회장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사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시장도 이 회장의 결단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에코프로는 이날 오후 2시 20분 기준 3.67% 오른 73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일각에선 사법 리스크를 지고 있는 이 회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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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앞둔 롯데컬처웍스, 이자 비용 '부메랑'
영화관 운영사들이 코로나19 때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발행했던 수천억원 어치의 신종자본증권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국내 영화 산업 부진으로 조기상환이 어려워지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컬처웍스는 올해 6월과 12월에 각각 400억원과 1000억원 등 총 14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 시기가 도래한다. 내년 2월에는 추가로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 시기가 다가온다.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통상 2~5년 뒤에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조건이 부여된다.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높은 가산금리가 추가되는 '스텝 업' 조항이 달려있어 사실상 일반 회사채의 만기와 동일한 셈이다.롯데컬처웍스가 발행한 각 신종자본증권에는 발행일로부터 2년 뒤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가산금리 2%포인트가 추가되며 그 이후 매년 0.5%포인트씩 가산되는 '스텝 업' 조항이 달렸다.롯데컬처웍스는 2018년 롯데쇼핑에서 물적분할한 이후부터 계속 부침을 겪어왔다. 2019년 연결로 편입된 베트남법인의 부진이 지속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현금 흐름이 급격히 악화했다.실적 부진으로 자본잠식 위기에 놓이자 2021년부터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신종자본증권으로 2100억원을 조달했다.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 영화관 영업환경이 개선되면 상환하겠단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영화관 사업의 부진은 길어지며 계획이 어그러졌다.영화관 티켓 가격 인상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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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이어 우리은행도 '코코본드' 조기 상환…위기 확산 차단
신한금융지주에 이어 우리은행이 다음달 콜옵션(조기 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코코본드(상각형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행사한다. 스위스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코코본드 전액 상각 사태로 투자자의 불안 심리가 확산한 데 따른 선제 조치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독일 도이체방크 위기설로 시작된 ‘뱅크데믹(은행과 팬데믹의 합성어)’ 불길이 국내 은행권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콜옵션 행사 나선 금융사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다음달 25일 콜옵션 만기가 되는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2013년 4월 발행)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 코코본드는 만기가 없거나, 만기가 통상 30년 이상으로 길어 주식과 채권 성격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 채권이다. 영구채 성격이 강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 때 자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금융회사의 자본 확충 수단으로 활용된다. 우리은행은 오는 7월 4000억원, 11월 2000억원 등 6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 콜옵션 행사일이 돌아온다.전날 신한금융은 다음달 콜옵션 만기가 도래하는 1350억원 규모의 원화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행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만기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콜옵션 행사 방침을 미리 밝힌 것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글로벌 은행 시스템 우려 확산에 따른 선제적 조치”라며 “스케줄에 맞춰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을 만큼 신한지주의 자금버퍼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하나금융그룹도 콜옵션 만기가 돌아오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 상환을 예정대로 행사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오는 10월 1800억원, 하나금융지주는 11월 2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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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레인보우로보틱스 투자로 2500억 대박
삼성전자가 협동 로봇·휴머노이드(사진)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투자로 두 달 만에 2500억원 넘는 평가이익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의 인수 가능성, 협동 로봇 시장의 성장성이 부각된 영향으로 분석된다.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기준 코스닥 상장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 285만4136주(14.99%)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2일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94만200주(10.22%)를 주당 3만400원에 확보했다. 지난 15일에도 장외거래를 통해 91만3936주를 같은 가격에 매수했다.삼성전자가 현재까지 레인보우로보틱스에 투자한 금액은 총 867억6573만원이다. 지난 17일 종가 기준 지분 가치는 3444억9421만원이다. 지난해 말 3만4450원이었던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가 삼성전자 지분 인수 소식으로 12만700원까지 급등했기 때문이다.두 달여 만에 거둔 평가이익은 2577억2848만원이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의 영업이익(2700억원)에 육박하는 수치다.삼성전자의 콜옵션(특정 시점에 사전에 정해놓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 계약이 알려지며 인수 가능성이 부각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력 제품인 협동 로봇(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면서 사람과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로봇)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황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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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메딕스, 180억원 전환사채 매입 후 소각 결정
휴메딕스는 180억원의 전환사채(CB)를 매입 후 소각키로 했다고 7일 밝혔다. 휴메딕스 2021년 4월 450억원 규모로 발행한 CB에 대해 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한다.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최대치(40%)가 180억원이다. 이번 CB의 전환가액은 2만1450원이다. 휴메딕스의 전날 종가 2만6850원보다 낮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매입 후 소각으로 이번 CB의 전환가능 주식수는 기존 209만7902주에서 125만8742주로 줄어든다고 했다. 이 중 27만9720주는 전환청구가 이뤄졌다. 휴메딕스는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번 CB 매입 후 소각을 결정했다고 했다. 이를 통해 잠재적 매도물량(오버행) 우려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휴메딕스는 CB 소각 외에도 중장기 배당정책 발표, 자기주식 취득 등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휴메딕스는 지난해 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1232억원, 영업이익 273억원, 순이익 23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연결 재무제표 대비 각각 11% 71% 134% 증가한 수치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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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조 현금왕' 삼성전자…연 7.7% 고금리 회사채 안 갚는 까닭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1997년 10월 2일 미국 뉴욕. 삼성전자는 현지에서 한국 민간기업 최초로 양키본드 1억달러를 발행했다. 양키본드는 미국 국적이 아닌 회사가 미국 시장에서 발행하는 달러표시채권. 만기는 30년이고, 금리는 연 7.7%에 달했다.삼성전자는 25년째 이 양키본드 이자비용과 원금을 갚는 중이다. 현금만 130조원이 넘고 언제든 국고채 수준의 금리로 자금조달이 가능한 삼성전자가 연 7%대 고금리 채권을 갚지 않는 이유는 관련한 권한이 없어서다. 양키본드를 조기 상환할 권리(콜옵션)가 없는 만큼 만기 시점인 2027년까지 이 채권을 상환해야 한다. 최근 치솟는 금리와 불안한 자금시장과 맞물려 삼성전자의 고금리 회사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997년 발행한 양키본드 발행액 1억달러 가운데 2500만달러(약 340억원)를 상환하지 않고 남겨뒀다. 단순 계산으로 연간 이자비용으로만 192만5000만달러(약 26억원)씩을 내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1997년 양키본드를 10년 거치 20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발행했다. 이 조건에 따라 2008년부터는 매년 500만달러씩 원금을 갚아 나가고 있다.삼성전자는 1997년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양키본드 1억달러를 조달했다. 한보와 진로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부도를 맞으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상황에서도 조달에 성공한 것이다. 이렇게 조달한 달러는 삼성전자가 외환위기를 견디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일각에서는 고금리인 양키본드를 상환하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말 보유한 현금성 자산(현금, 단기금융상품 등 합계)만 136조3302억원에 달했다. 현금성 자산에서 차입금을 제거한 순현금만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