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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한국판 뉴딜’의 부작용은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한국판 뉴딜’의 부작용은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달 중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한국판 뉴딜 추진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적극적인 재정지출 확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의 생계 안정과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필연적으로 나라의 빚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부담의 증가는 최근 장기 국고채 금리의 상승 압력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만기 10년짜리 국고채 금리는 이번주 연 1.5% 안팎에서 횡보했는데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 3월 초 이후 0.1%포인트 정도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만기 3년짜리 금리가 기존 연 1.1% 수준에서 0.9%대로 떨어진 것과 대조적입니다. 정부가 앞으로 장기 국고채를 더 많이 찍을 것이고, 그러면 투자수요를 웃도는 공급 물량이 나와 채권값을 떨어뜨릴(유통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을 반영한 결과입니다.장기 국고채 금리의 상승은 정부에 큰 부담입니다. 새로 발행하는 국고채의 이자 비용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기업의 장기 회사채 금리가 따라 올라 투자 활성화에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국고채 발행 증가는 금리 상승뿐만 아니라 재정 건전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데요. 과도할 경우 국가(정부) 신용등급 강등의 계기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재정 지출이 기대했던 경기 활성화 효과보다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 금

  •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부동산 냉각에 긴장하는 증권사들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부동산 냉각에 긴장하는 증권사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금융산업에도 생각보다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는데요.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재무안정성과 부동산 경기가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한국신용평가가 가장 최근인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집계한 수치를 보면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 노출금액은 약 26조원(신용등급 보유 증권사 기준)에 달합니다. 이중 대출은 약 5조원이고요, 나머지는 PF 채무보증 잔액입니다. 간단히 말해 시행사가 아파트나 상가, 산업단지 분양에 참패해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대신 갚아주겠다고 한 금액입니다. 국내 5대 증권사들의 보증 잔액은 각각 2조~4조원 정도입니다. 사업에서 선두 지위를 지켜온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약 8조원에 달합니다.PF 채무보증은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주로 건설회사들이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들이 채무보증을 회피하면서, 빈 자리를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혈안이었던 증권사들이 채워넣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절반 정도를 증권사가 대체한 상황입니다.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런 PF 채무보증은 대부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관련돼 있는데요. 증권사들이 만기 2년 안팎의 PF 대출(loan)을 그대로 보유하지 않고, PF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ABCP를 발행해 시장에 팔았기 때문입니다.기관투자가들의 단기금융증권 선호 현상을 반영해 만기 3개월짜리 증권을 여러차례 반복발행(롤오버)하는 방식으로 구조화했는데요. 기초자산은 장기물이지만, 상품은 단기물로 만들어 팔았다는 뜻입니다. 신용평가사들에 따르

  •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외국인 ‘컴백’ 기대가 이른 이유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외국인 ‘컴백’ 기대가 이른 이유

    코스피지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낙폭을 3분의 2 정도 되돌렸습니다. 외국인도 전날 6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서며 증시의 추가 회복 기대를 키웠습니다.하지만 외국인의 본격적인 귀환을 기대하긴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일부 지표가 원화 자산 매수를 다시 기피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어서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외국인의 원화 자산 수요를 반영하는 통화스와프(CRS) 금리의 재하락입니다.28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CRS 금리는 지난달 12일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마이너스로 전환했습니다. 이후 마이너스 폭을 키우다가 3월 19일 -1.45%를 바닥으로 반등하기 시작하더니, 4월 8일(-0.03%)을 고점으로 다시 하락 추세로 들어갔습니다.CRS는 두 은행이 일정기간 통화를 빌려 쓰는 계약입니다. 통상 국내 은행은 달러 대출을 받고, 외국 은행은 원화 대출을 받는 식입니다. 양쪽 모두 서로에게 이자도 지급해야 하는데, CRS 금리는 원화를 빌려준 국내 은행이 받는 원화 이자입니다. 그 값의 마이너스 전환은 원화를 빌려주면서 ‘이자를 받기는커녕 지급하는 계약을 맺고 있다’는 뜻입니다.마이너스 폭의 확대(CRS 금리의 하락)는 국내 금융회사 관점에선 달러 조달 비용 상승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해외 금융회사들은 국고채 등 원화 자산 매수에 전보다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환율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이달 들어 최저인 1212.5원을 찍고 최근 10원 넘게 상승했습니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 1주일 동안에도 주식을 대규모로 팔아치웠습니다.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7일 동안

  •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꺼지지 않은 위기의 불씨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꺼지지 않은 위기의 불씨

    ≪이 기사는 04월24일(14:0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코스피지수가 1900선 수준을 회복하면서 낙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금융시스템 불안이 해소됐다고 판단하기엔 이른 것 같습니다. 강력한 순매수 주체로 떠오른 개인투자자들과 달리 기관투자가들은 여전히 경계감을 풀지 않고 있어서입니다.기관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높은 기업어음(CP) 금리입니다. 융통어음으로 불리는 CP는 기업이 돈을 1년 미만의 짧은 기간 동안 빌릴 때 발행합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만기 91일짜리 우량 CP의 평균금리는 지난 23일 기준 연 2.01%입니다. 절대적인 숫자는 높지 않아 보이는데요. 하지만 ‘은행이 발행하는 CP’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 비교하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습니다. 절반인 연 1.10%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두 금리의 격차는 원래 지금처럼 크지 않았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전인 지난 2월까지도 0.10%포인트 남짓에 불과했습니다. 2월 말 기준 CP 금리는 연 1.56%, CD는 연 1.41%였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CP 잔액은 전자단기사채를 포함, 약 250조원에 달합니다. 이 거대한 시장이 아직 ‘코로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해 허우적대고 있는 셈입니다. CP 시장이 얼어붙으면 이익을 내던 기업도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부도를 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시장의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CP 시장의 마비는 1997년 외환위기 직전 30대그룹의 3분의 1을 쓰러뜨린 ‘폭탄’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정부가 지난 22일 20조원

  •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깡통 수프’ 회사채의 완판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깡통 수프’ 회사채의 완판

    이번주 초 국제유가 폭락으로 글로벌 금융상품시장이 다시 공포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부진이 서부텍사스원유(WTI) 6월 인도분마저 ‘마이너스’ 영역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염세주의가 꺾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난생 처음 보는 충격적인 마이너스 유가를 접한 시장의 후유증이 쉽게 가실 것 같지 않습니다.그렇지만 기업 자금조달 시장 한 쪽에선 신용경색(대출 기피) 완화의 ‘햇살’을 느끼게 하는 조심스런 변화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을 모은 미국의 가정간편식(HMR) ‘공룡’ 캠벨수프(Campbell Soup)의 회사채 발행도 그 중 하나입니다. 트레이더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캠벨수프는 지난 20일 10억달러(약 1조23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나서 '완판'에 성공했습니다. 캠벨수프 채권이 관심을 끈 배경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매긴 신용등급이 ‘BBB-’로 투자적격 10개 단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한 단계만 떨어져도 ‘투자 부적격 전락 기업(fallen angel)’이 되기 때문에 인기가 없는 등급입니다.깡통 농축수프와 ‘V8’ 브랜드 야채주스 등을 파는 캠벨수프는 이런 상황에서 최근 실적을 넌지시 언급하는 기지(奇智)를 발휘했는데요. 그 내용은 지난 2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수시공시(8-K) 자료에 담겼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훨씬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experiencing significantly higher sales)”는 짧은 문장이었습니다.이 문장의 효과는 상당히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