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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Risk On’의 신호들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Risk On’의 신호들

    “시장은 주가 수준(level)보다 추세(trend)를 신경쓴다(care).”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지난 14일 낸 보고서 내용의 일부입니다.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언급했는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주가 고평가 논란에 집착하지 말고 시장을 낙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입니다.그 근거도 몇 가지를 제시했는데요. 하나는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신용 스프레드(credit spread)입니다. 신용 스프레드란 회사채와 국채의 금리 차이입니다. 좁아질수록 기업들의 부도 관련 우려가 낮아짐을 뜻합니다. 고위험 고수익(high yield) 추구 자산이 회사채 시장으로 흘러들면 회사채 금리가 하락(회사채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이런 현상이 주식시장의 상승 초입에서 자주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용 스프레드 축소는 비단 미국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은 아닙니다. 한국의 경우도 우량 회사채를 중심으로 이달 들어 축소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위험자산 선호의 또 다른 신호는 주가 변동성 확대입니다. 주가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힘겨루기 장세는 강한 상승의 징후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과거 그런 변동성 장세 이후에 주가가 꾸준히 오른 사례가 많다고 분석했습니다.이런 관점에서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16일에 발동한 ‘매수 사이드카’는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고민거리를 던지고 있습니다. ‘코스피 200 선물’이 5분 동안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급등 상태를 유지할 때 울리는 사이드카는 지난 3월 24일 이후 처음입니다. 3월 24일의 급반등은 최근까지 이어진 가파른 주식 회복의 시발점이었습니다.

  •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주가급락에도 금리 오른 세 가지 이유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주가급락에도 금리 오른 세 가지 이유

    코스피지수가 지난 12일 2% 넘게 급락하는 동안 채권 가격도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안전자산’인 채권 값은 올라갈 때가 많은데요. 그럼에도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이날 소폭 상승했습니다.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국채선물을 매수했지만, 국내 기관들이 내놓은 매물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채권시장 전문가들에 물어보니 이날의 금리 상승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재정지출 재원 마련을 위한 국고채 발행물량 증가 부담의 상존 △다른 하나는 두렵기보다는 언젠가 거쳐야 할 주가 조정이라는 기관투자가들의 판단 △마지막 하나는 분기말 금융시장 불안 확대에 따른 외국인의 이탈 우려입니다.가장 큰 부담은 국고채 발행물량 증대 우려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 계획은 앞으로 시장에 대규모 국고채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습니다. 박종연 IBK연금보험 증권운용부장은 “최근 금리 움직임에는 수급 관련 부담이 지속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의 주가 급락을 “안전자산 쏠림을 일으킬 만큼 놀랍거나 공포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채권 자체의 수급 전망에 기초해 차분히 매매에 임했던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일각에서 제기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다소 섬뜩한데요. 외국인의 이탈 경계감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부동산대출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비우량 회사채 등 일부 상품이 여전히 원활하게 소화되지 못하고 있는

  •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기본소득제’ 논의 뒤편에선…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기본소득제’ 논의 뒤편에선…

    ‘기본소득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모든 국민에게 최소 생활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과 과연 막대한 재원 마련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국제금융시장에선 안 좋은 추억이 고개를 드는 모양새입니다. 2011년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유럽의 재정위기, 이른바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트라우마’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일부 유럽 국가들의 재정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아직까지 스페인과 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은 국채 발행 과정에서 탄탄한 수요를 자랑하고 있는데요. 지난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성과가 이들 국가의  재정 건전성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강력한 시장 안정(채권 매수) 정책에 기인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최근 주식시장 반등에 따른 자신감 회복도 일정 부분 기여했고요.문제는 과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들이 올해 계획하고 있는 1조~1조5000억유로의 초과 국채를 ECB의 지원만으로 소화할 수 있느냐입니다. 만약 소화가 어렵다면, 최근 소폭 상승세를 보였던 일부 국가의 국채 금리는 다시 폭등할 수 있습니다. NH투자증권의 박민수 연구원은 최근 유럽동향 보고서에서 “유로존의 중장기적 재정위기 우려가 크다”고 평가했습니다.재정위기가 확산한다면 한국의 기본소득제 추진은 더 이상 힘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부족한 재원을 빚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국고채 소화 불량 가능성에 대한 우리 정부의 경계감이 부쩍 높아질 테니까요. 애초부터 불가능한 논의라는

  •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집값 뛰었어도…건설사 채권은 불안?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집값 뛰었어도…건설사 채권은 불안?

    건설업종 회사채가 연이어 흥행에 참패하고 있습니다. ‘건설업 디스카운트’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는 분위기입니다. 부동산 경기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 4일 1000억원의 회사채 투자자를 모집했는데요. 결과를 뜯어보니 들어온 기관투자가 자금이 31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지난달 한화건설은 아예 참여 기관이 없었습니다.흥행 참패가 더 인상적인 이유는 두 곳 모두 신용등급이 상승 추세였기 때문입니다. GS건설은 작년에 등급이 ‘A’로, 한화건설은 ‘A-’로 각각 한 단계씩 올랐습니다. 높은 브랜드인지도까지 감안할 때 부도를 걱정할 정도의 기업들로 보긴 어렵습니다.건설업체의 재무체력 강화는 비단 두 회사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주택 분양사업을 하는 다수가 2015년부터 작년까지 신용등급 상향 기쁨을 누렸습니다. 아파트 가격 급등에 따른 분양 성공으로 현금흐름이 좋아진 덕분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반도건설그룹의 경우 각각 아시아나항공과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릴 정도의 ‘현금 부자’로 부상했죠.그럼에도 건설업종 회사채를 덮어놓고 기피하는 배경으로 신용평가사들은 부동산시장의 불안을 꼽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경기에 민감한 사업인데, 코로나19 충격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입니다.한국신용평가가 최근 GS건설을 평가한 보고서를 보면 ‘앞으로 주시할 점(Key Monitoring Indicator)’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습니다. “주택부문 신규 현장의 분양실적과

  •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코스피의 ‘놀라운 여정’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코스피의 ‘놀라운 여정’

    기업실적(펀더멘털) 전망에 기초해 주가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와 주식 비관론자를 이만큼 어리둥절하게 만든 급반등이 과거에 또 있었을까요.주식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회복 수준을 넘어 내달릴 기세입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5일 2180선을 넘어 코로나19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기 이전인 지난 2월 중순 수준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지난달 말 KB증권은 대형주 반등을 낙관하면서 6월의 예상 밴드를 1940~2130으로 제시했는데, 벌써 상단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나스닥은 지난 5일 장중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시장에서도 자신감의 급격한 회복을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한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공모주 투자 열기인데요. 지난 3일 나스닥에 데뷔한 음반회사 워너뮤직(Warner Music Group Corp)은 상장 첫날 30.12달러에 마감했습니다. 공모가액인 25달러 대비 20% 비싼 값입니다.기업공개(IPO)는  수많은 투자자들이 참여해 단기간에 대규모 주식의 적정가격을 탐색하는 거래입니다. 그래서 종목별 유통주식의 일상적인 가격 변동보다 투자 심리를 효과적으로 대변하는 지표로 꼽힙니다. 공모가 기준 덩치가 193억달러로 올해 미 새내기주 가운데 으뜸이었던 워너뮤직의 화려한 데뷔도 마찬가집니다. 미·중 갈등과 미국에서 벌어진 시위 등 각종 악재로 누를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이 역동적으로 주식시장에 흘러들고 있다는 증거로 읽힙니다.‘V’자 반등 가능성을 낮게 봤던 전문가들은 이제 변명이 필요해졌습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 골드만삭스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의

  •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금융위기 땐 ‘대박’…공모 메자닌의 부활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금융위기 땐 ‘대박’…공모 메자닌의 부활

    작년 자취를 거의 감췄던 공모 메자닌이 올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일반 회사채 발행 문턱을 대폭 끌어올린 영향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현대로템과 한진칼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각각 2400억원과 3000억원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공모 발행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작년 한 해 건당 1000억원 이상 메자닌 발행이 전무했던 데서 오랜만에 보는 대규모 발행입니다.CB와 BW는 미리 정해둔 가격에 투자금액을 주식으로 바꾸거나, 새 주식을 매수할 권리를 갖는 회사채인데요.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지닙니다. 이탈리아어로 건물 1층과 2층 사이 공간을 뜻하는 메자닌(Mezzanin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동안 우량한 신용을 갖춘 국내 10대그룹 계열사의 메자닌 발행은 상당히 드물었습니다. 낮은 이자비용에 일반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데 굳이 지분가치를 희석하는 자금 조달 방식을 선택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발행한 공모 메자닌은 가장 규모가 컸던 풀무원의 700억원어치 CB를 제외하면 모두 소액의 투자부적격 상품이었습니다.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현대로템과 한진칼의 신용등급은 각각 ‘BBB+’와 ‘BBB’로 낮은 편입니다. 작년 같았으면 기관투자가들의 수요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투자자들에게 자사 주식으로 차익을 챙길 수 있는 다른 ‘당근’을 제시해야지만 저렴한 이자로 현금을 구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메자닌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그동안 대규모 공모 발행 부진으로 다양한

  •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주식과 달리 불안한 회사채시장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주식과 달리 불안한 회사채시장

    그 많던 기관투자가들의 돈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회사채가 팔리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국내 공모 회사채는 경매처럼 ‘수요예측’이라 부르는 입찰에 부치는데요. 기관들로 북적이던 경매장이 한산해졌습니다. 주식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을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과 대조적입니다.지난달에는 메리츠금융지주, 현대건설기계, KCC, 한화건설 등이 수요예측에서 계획했던 물량을 팔지 못했습니다. 꽤 우량한 이런 회사채의 연쇄 미매각은 2012년 이후 볼 수 없었던 현상인데요. 서둘러 해소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멀쩡한 기업이 기존 빚을 갚을 현금을 못 구해 파산하는 지경에 처할 수 있으니까요. 채권시장안정펀드와 한국산업은행이 최근 수요예측에 참여해 수백억원씩 회사채를 사주고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한 증권사 기업금융(IB) 담당 임원은 “기관들이 수요예측에 이 정도로 안 들어올 줄은 몰랐다”며 “산업은행만 적극적으로 참여하다보니, 올해 회사채 인수실적 1위는 산은이 맡아뒀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답답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증권사가 인수 업무를 기피하는 최악의 사태로 번질 수 있습니다. 증권사들은 안 팔린 매물을 일단 ‘인수 북(book)’이라 부르는 창고에 쌓아두는데요. 창고가 가득 차면 인수 업무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됩니다.과거 같은 위기를 넘겼던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하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을 동원한 시장 금리의 하락 유도입니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면 투자 수요가 살아날 수 있

  •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대한항공 신주, 버핏이라면 청약할까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대한항공 신주, 버핏이라면 청약할까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오는 7월 17일 대금납입을 목표로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 중입니다. 신주배정기준일은 다음달 8일입니다. 투자자들은 다음달 4일(D-2)까지 대한항공 주식을 매수할 경우 신주를 청약할 수 있는 권리를 얻습니다. 그 다음엔 배정받은 신주를 청약할지, 중간에 신주인수권을 매도할지를 선택해야 합니다.주주 게시판에선 청약 매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비록 사정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손실을 안길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미래 여객수요의 빠른 회복을 기대한다면, 싼 값에 주식을 취득하는 ‘가치투자’ 기회일 수 있으나 확신을 갖기 어려운 상황입니다.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89)의 판단도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습니다. 버핏은 지난 2일 벅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미국 항공사 주식을 전량 손절매도했다”고 밝혔습니다. 벅셔해서웨이는 작년 말 기준 델타항공과 아메리칸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지분을 10% 안팎씩 들고 있었습니다. 총 투자금액은 약 40억달러에 달했습니다.그의 과감한 손절매도는 다소 뜻밖이었는데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골드만삭스 주식을 사모을 만큼 ‘역발상 가치투자’의 대가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외신들은 그가 항공업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어둡게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항공주 투자를 “실수였다(I just decided that I’d made a mistake)”고까지 표현했으니까요.  아마도 일반인보다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내렸을 버핏의 이런 판단은 대한항공 신주 청약을 저울질하는 투자자들에게

  •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정부의 의아한 ‘추락천사’ 금융지원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정부의 의아한 ‘추락천사’ 금융지원

    금융위원회가 지난 19일 채권시장안정펀드 매입 대상에 ‘폴른 엔젤(Fallen Angel)’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포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기업금융시장에서 폴른 엔젤이란 ‘투자 적격’ 신용등급에서 ‘투자 부적격(junk)’ 등급으로 떨어진 기업을 말합니다. 불과 한 단계(notch) 차이라 할지라도 한 번 부적격 영역으로 넘어가면 자금 조달이 급격히 어려워지는데요. 마치 ‘다시 올라오기 어려운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처지’라는 의미에서 ‘추락한 천사’라고 부릅니다.금융위의 이번 발표는 그동안 비교적 양호하게 재무안정성을 관리해왔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예측불가 변수 탓에 어려움에 빠진 기업을 도와주겠다는 의도입니다. 앞서 미국도 지난 2월 이후 포드(자동차), 메이시스(백화점), 델타(항공) 등 폴른 엔젤이 쏟아지자 이들을 금융지원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죠.그렇다면 앞으로 채안펀드 돈을 받을 한국의 추락 천사에는 누가 있을까요. 참고로 투자 적격과 부적격을 나누는 경계는 ‘BBB-’ 이상과 ‘BB+’ 이하입니다. 신용평가사들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적격등급이 10종(AAA~BBB-), 부적격이 10종(BB+~D) 정도입니다.의아하게 느껴지겠지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폴른 엔젤은 현재 한 곳도 없습니다. 한국에선 코로나19 확산 이후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추락한 기업이 없기 때문입니다.한국에 폴른 엔젤이 등장하지 않은 핵심 원인은 가장 근접한 후보군인 BBB- 등급 기업 자체가 지극히 적다는 데 있습니다. 전체 평가(신용등급 보유) 기업의 1%에 불과하거든요. 일례로 한국신용평가 등급 기준으로는 모

  • 방시혁과 증권사의 불안한 'BTS 쇼'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방시혁과 증권사의 불안한 'BTS 쇼'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캔디크러시(Candy Crush Saga)’를 아시나요?같은 색의 사탕을 연달아 3개 이상 연결하면 사탕이 터지며 점수를 얻는 스마트폰 게임입니다. 2014년 플레이어수 1억명을 돌파하며 이른바 ‘매치(match)-3’ 퍼즐 게임의 지존으로 떠올랐는데요. 덕분에 현재 몰타공화국에 본사를 둔 게임 개발사 킹(킹닷컴)도 돈방석에 앉았습니다. 아이템 판매 등 캔디크러시 수입이 하루 100만달러에 달했으니까요.그런데 뉴욕증시에선 이 성공적인 게임을 사뭇 다른 방식으로 기억합니다. 2014년 ‘최악의 기업공개(IPO)’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킹의 공모주 가격은 주당 22.5달러로, 모바일·소셜 게임회사로선 미 IPO 사상 최대인 76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데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5.6%나 급락했습니다.냉정한 평가의 배경은 전체 매출의 78%를 하나의 게임에 의존하는 킹의 사업 구조였습니다. 게임의 강한 중독성을 과신하고 수요예측 때 비싼 주가를 써냈던 월가의 기관투자가들과 달리 일반 투자자들은 성장 잠재력을 회의적으로 바라봤던 것입니다. 이후 회사 실적은 실제로 더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주가는 절반 수준에 가깝게 떨어졌다가 2015년 블리자드에 인수됩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인수 가격은 주당 18달러였습니다. 올해 국내 대형 공모주를 기다리는 투자자들은 어쩌면 킹의 IPO 사례를 유념해야 할지 모릅니다. 한류의 신기원을 연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이자, 한국 엔터테인먼트업계의 ‘킹’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화려한 데뷔 무대를 준비 중이기 때문입니다.방시혁 대표가 이끄는 이 콘텐츠플랫폼 회사는 지난 2월 NH투자

  •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호화 유람선의 눈물겨운 담보차입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호화 유람선의 눈물겨운 담보차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항공업 피해가 막심한데요. 여기에 못지 않은 타격으로 생사의 기로에 선 산업이 있습니다. 바로 호화 유람선 산업입니다.이용 고객수 기준 세계 2위 유람선 운항업체인 로열캐리비언크루즈는 지난 19일 32억달러(약 4조원) 규모의 3년 및  5년 만기 담보사채 사모 발행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자율이 자그마치 연 11% 안팎에 달합니다. 호화 유람선 28척을 담보로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한 탓입니다.유람선사들은 지난 2월 일본 요코하마항에 ‘격리’ 정박했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사태의 악몽 이후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70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와 14명의 사망자를 냈습니다.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자 무디스는 지난 3월 로열캐리비언크루즈의 신용등급을 ‘Ba2’로 두 단계나 떨어뜨렸습니다. 이전에 투자적격 신용을 갖췄던 채권은 단숨에 기관투자가들이 기피하는 ‘쓰레기(junk)’로 추락했죠. 1분기 실적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유람선 이용객 실종으로 3개월 동안 14억달러의 순손실을 냈습니다.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주식 가격은 작년까지 130달러를 웃돌았으나, 최근 40달러 수준으로 주저앉았습니다. 며칠 앞서 자금을 조달한 세계 굴지의 유람선사 바이킹크루즈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3년 및 5년 만기 담보사채를 발행했는데요. 연 12% 안팎의 금리를 제시해야 했습니다.한국에서 유람선을 운항하는 회사들도 비록 규모가 훨씬 작고 운항 시간도 짧지만 그 피해가 작지 않았을 텐데요. 잘 알려진 내륙 유람선사로는

  •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원유 공급과잉 공포가 만들었던 ‘환영(幻影)’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원유 공급과잉 공포가 만들었던 ‘환영(幻影)’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6월 인도분’ 가격이 지난 18일 두 달만에 배럴당 30달러를 회복했습니다. 거래 만기를 불과 하루 앞둔 상황이지만, 한 달 전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던 5월물처럼 ‘마이너스 가격’을 다시 볼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직전 최근월물이었던 WTI 5월물은 만기를 하루 앞둔 지난 달 20일 배럴당 -37달러대까지 떨어졌습니다. 비록 거래량이 많지 않았고 원유 관련 ETF(상장지수펀드)의 운용상 문제 등이 얽혀 있었지만, 난생 처음 보는 마이너스 유가에 대다수 투자자들이 경악했죠.태풍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일이지만, 전염병의 대유행으로 투자심리가 취약한 때 닥친 초유의 상황은 과도한 공포를 자극했습니다. 많은 외신들이 “넘치는 원유를 저장해둘 시설이 없다. 6월물도 마이너스 전환이 가능하다”며 이례적인 상황을 합리적인 판단의 결과물처럼 과대 포장하느라 야단법석을 떨었습니다. ‘돈을 받고 원유를 갖다쓰는 시대’가 금방 현실로 다가올 것만 같은 착각을 퍼뜨리는 과정이었습니다.‘마이너스 유가 시대’라는 환영(幻影)은 많은 보수적인 투자자들의 손실 만회 기회를 빼앗아 가기도 했습니다. 삼성자산운용 등 국내외 원유 ETF 운용회사들은 ‘위험 회피’를 이유로 최근월물 투자 비중을 전격적으로 낮췄습니다. 동시에 더 늦은 만기물로 자산을 분산했습니다.반대로 ‘강심장’을 지닌 일부 투자자는 절호의 수익 기회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14일 블룸버그통신이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런던 소재의 한 중견 트레이딩업체인 BB에너지는 지난달 20일 25만배럴을 마이너스 가격으로 매

  •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파산위기 허츠…한국 렌터카산업은?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파산위기 허츠…한국 렌터카산업은?

    미국 렌터카산업이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업계 수위를 다투는 허츠(Hertz)는 버거운 빚 부담 탓에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해야 할 판입니다. 2014년부터 거금을 투자해 허츠 지분 39%를 보유한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도 이번엔 제대로 쓴 맛을 볼 것 같습니다.그런데 한국 렌터카 시장의 분위기는 미국과 사뭇 달라 보입니다. 국내 ‘톱2’ 가운데 하나인 SK렌터카는 지난 1분기에 적자는커녕 시장 예상을 웃도는 19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롯데렌터카는 지난달 한진렌터카를 인수하며 현금 창고의 여유를 과시했습니다.이런 차이는 서로 다른 사업 구조와 경쟁 환경에 기인합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허츠의 경우 그동안 매출의 무려 3분의 2를 공항에서 올려왔습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여객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결국 항공사들과 마찬가지로 허츠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미 렌터카업체들은 모바일 차량호출 서비스 ‘우버’ 같은 신예와의 힘든 싸움으로 이미 크게 지쳐있었는데요. 이들의 ‘신음’을 들은 신용평가사들도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무디스는 지난달 말 허츠와 경쟁업체 에이비스(Avis)의 자산유동화증권(ABS) 신용등급을 떨어뜨렸습니다. 이 영향을 받은 ABS 규모는 무려 106억달러(13조원)에 달합니다.미국과 달리 한국의 대형 렌터카업체들은 매출의 대부분을 장기 렌터카 사업에서 올리고 있습니다. 기업이나 가계가 매달 일정액을 내고 자가용처럼 차를 이용하는 서비스입니다. 롯데렌터카는 작년 별도 재무제표 기준 차량렌탈 영업 수익의 약&n

  •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안전자산’ 지위 흔들리는 식품업체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안전자산’ 지위 흔들리는 식품업체

    식품업체의 주식과 채권은 2015년 전후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저성장 저금리 환경에서 안전한 투자 대상으로서 매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선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국가적 재난 상황을 맞은 상황에서 비용 증가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기 어렵다는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힙니다.설탕과 배합사료를 만드는 대한제당은 지난 11일 4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요. 모집금액을 가까스로 채워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를 연 2.64%로 확정했습니다. 똑같은 ‘A-’ 신용등급 기업의 시가평가금리 평균인 연 2.58%보다 높은 이자비용입니다. 동시에 1년 전 3년 만기 회사채 발행금리인 연 2.21%를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투자수요 부진을 감안하더라도 안전자산으로서 지위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 듯합니다.주요 원인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원재료값의 변동성 확대와 약해진 가격 협상력이 꼽힙니다. 대한제당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원당 등 일부 원재료 값은 떨어졌지만, 환율이 올라 부담이 커졌다고 합니다. 원재료를 전량 수입하는 대한제당은 내부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순이익이 126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그럼에도 제품 가격 인상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대한제당은 증권신고서에서 “정부의 규제 강화 및 소비자 주권 강화 등으로 업계의 가격 전가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됐다”며 “원가 부담을 판가 인상으로 완화시키는 일이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대형 육류업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크린포크’ 브랜드로 알려진 

  •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예언자’ 골드만삭스의 유가 전망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예언자’ 골드만삭스의 유가 전망

    최근 원유 선물 간접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국제유가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요. 미래 국제 유가를 점칠 때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예언자’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입니다. 과거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하는 예언이 수차례 적중했기 때문입니다.골드만삭스의 예측 능력이 ‘신기(神技)’에 가깝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요. 2005년 3월, 유명한 ‘원자재시장 슈퍼 스파이크(super spike)’ 보고서가 대표적입니다.당시 보고서를 쓴 아준 머티 원자재 수석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앞으로 수년 뒤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습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절반인 50달러대이던 때였으니, 많은 동료 전문가로부터 “황당하다”며 비웃음을 샀죠.그런데 놀랍게도 유가는 그의 예언대로 2008년 147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예지력에 감탄한 일부 언론은 고대 그리스 ‘신의 계시를 전달하는 예언자’를 뜻했던 ‘오라클(oracle)’이라고 그를 치켜세우기도 했습니다.골드만삭스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유가 급등락 상황에서도 앞장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브렌트유가 배럴당 40달러대였던 지난 3월 8일에는 2~3분기 중 배럴당 30달러, 최저 20달러 추락을 점쳤습니다. 이후 투자자들은 PC 시세 화면을 통해 해당 가격을 확인했죠.그런 골드만삭스가 이번에는 원유 수요가 6월 1일까지 공급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놔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제프리 커리 원자재 수석연구원이 지난 7일 한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그는 “원유 수요가 V자 반등을 나타낼 것(demand will exhibit a V-shaped recov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