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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시장 ‘제번스의 역설’과 기업의 대응전략 [삼일 이슈 프리즘]
1865년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는 그의 저서 <석탄 문제(The Coal Question)>에서 ‘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을 제시했다. 이는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질수록 단위당 소비 비용이 낮아져 오히려 에너지 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현상을 뜻한다.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 기술이 전력 시장의 혁신을 주도하며 에너지 소비 효율성은 극대화됐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소비 증대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이러한 변화에는 단순한 에너지 비용 절감 이상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한 기업 경영진은 제번스의 역설이 암시하는 장기적인 에너지 소비 패턴 변화와 재무 리스크를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해야 한다. 늘어나는 전력 수요…AI 통해 예측 및 최적화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력소비 증가율은 4.3%를 기록했고, 2027년까지 매년 4%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3년 전력소비 증가율인 2.5%를 상회하는 것으로, 매년 일본의 전력 수요량과 맞먹는 전력량이 추가되는 수준이다. 국내 전력시장 또한 2023년까지 5년간 전력 소비 증가율이 연평균 1.5~2%를 기록했으며, 장기적으로도 2.5%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전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AI를 활용한 효율적인 전력 시장 운영 및 활용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전력 수요와 공급의 정확한 예측 및 최적화 능력이다. AI 기반 예측 시스템은 기상 정보, 생산 계획, 과거 전력 소비 패턴, 사회 경제적 요인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통합해 수요를 예측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과거 정보를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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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회사의 밸류업과 중장기 성장전략 [삼일 이슈 프리즘]
올해 초 국내 4대 금융지주 회장의 신년사에는 이전과 달리 ‘리딩’, ‘신사업’, ‘해외진출’과 같은 성장 중심의 키워드가 사라지고, ‘내부통제’, ‘주주환원’처럼 안정성을 강조하는 단어가 주를 이뤘다. 이는 지난해 발생했던 크고 작은 금융사고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적극적인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해 주주환원율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국내 금융기관은 지난해 2월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KRX 은행 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10개 상장사 가운데 제주은행을 제외한 9개 상장사가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금융 체계상 중요한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D-SIB) 가운데 비상장사인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가 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다.국내 금융업은 전통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업종 중 하나다. 현재 PBR이 1배를 초과하는 금융기관은 메리츠금융지주 1곳뿐이다. PBR이 1배보다 낮다는 것은 현재 주가가 청산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자가 금융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이나 수익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뜻이다.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에도 불구하고 금융업은 여전히 낮은 PBR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기관은 이를 낮은 주주환원율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주주환원율·보통주자본비율 통해 기업가치 제고4대 금융지주회사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따르면 금융기관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주주환원율 제고와 보통주자본비율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주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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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통한 기업 정상화와 회생 M&A 시장 전망 [삼일 이슈 프리즘]
약 1조 원 규모의 미정산 사태가 벌어졌던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온라인 쇼핑몰) 업체 티몬과 위메프(이하 티메프)가 지난해 7월 말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이후 현재 회생절차를 진행 중이다. ‘티메프 사태’로 인해 인터파크커머스, 해피머니 등 관련 업체도 회생절차를 밟고 있으며, 미정산 받은 상당수 상거래 업체도 회생 신청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유동성 위기가 오거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자본 잠식 상태가 된 기업은 회생절차를 신청하거나 고려하고 있다. 최근 중견 건설사 신동아건설이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도 어려워진 건설업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올해 초에는 금융회사 최초로 CNH캐피탈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해 천 건…최근 급격히 늘어난 회생 신청지난해 1000건 이상의 회생 신청이 예상될 정도로 최근 회생 신청 건수는 급증하고 있다. 이는 어려운 국내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향후 국내 정치의 불안, 어려운 경제 전망, 글로벌 불확실성 등을 고려했을 때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기업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파산3법이 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이하 회생법)으로 통합된 2006년 이후,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DIP)가 도입되고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불황이 이어지면서 법인 회생신청은 급격히 증가했다. 이후 경제가 호전되지 않으면서 법인 회생신청은 점진적으로 늘어나며 2019년에는 1000건을 넘어섰다. 하지만 팬데믹과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 고금리 등으로 파산을 신청한 기업이 급증하면서 법인 회생신청 건수는 급격히 줄었다. 이후 팬데믹으로 회생 신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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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환경 폐기물 M&A 시장 전망 [삼일 이슈 프리즘]
최근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중심으로 폐기물·수처리 등 환경 관련 기업의 인수합병(M&A)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IMM 컨소시엄(IMM프라이빗에쿼티·IMM인베스트먼트·IMM크레딧앤솔루션)은 태영그룹과 KKR이 각각 지분의 절반을 보유한 국내 매립시장 1위 사업자 에코비트를 2조7천억 원에 인수했다. 이 밖에도 글로벌 사모펀드인 EQT파트너스가 지난해 하반기 플라스틱 폐기물 전문기업 KJ환경을 1조 원에 인수했으며, 어펄마캐피탈과 더함파트너스 컨소시엄은 국내 최대 규모의 폐기물 매립업체 제이엔텍을 약 5천억 원에 인수했다. 최근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는 부방그룹의 수처리 회사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성장성·희소성·수익성 높은 폐기물 산업환경 폐기물 시장에서 M&A가 활발해진 시기는 2010년부터다. JP모건이 다수의 폐기물 업체를 인수해 EMK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맥쿼리PE, 어펄마캐피탈, 앵커PE 등 대형 PEF들이 소규모의 영세한 폐기물 업체를 인수합병하면서 대형화 및 기업화에 성공했다. 2020년 이후에는 기존 PEF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기가 맞물리면서 SK에코플랜트(리뉴어스), 태영그룹(에코비트), IS동서(코엔텍) 등 대형 전략투자자 중심으로 M&A가 활발히 진행됐다.지난 10년간 국내 폐기물 산업은 인허가로 인한 진입 장벽이 높은 편으로 희소성 있는 산업으로 여겨졌다. 또한 소득 수준이 늘어나면서 높은 성장성을 가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소각장의 평균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 비율이 40~50%, 매립장은 70~90%에 육박할 정도로 수익성이 높고 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안정적인 편이다. 무엇보다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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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석유화학, ‘팀 코리아’로 돌파해야 [삼일 이슈 프리즘]
지난 50년간 한국의 대표 기간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제1 수출국이었던 중국의 공급 과잉과 중동 지역의 정유석유화학통합공장(COTC) 증설 등으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457억 달러로 전년 대비 15.9% 감소했다. 국내 주요 나프타분해시설(NCC) 평균 가동률은 73%에 그쳤고, 에틸렌 스프레드는 손익분기점인 톤(t)당 300달러를 한참 밑도는 185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화학업체의 적자 폭도 확대되고 있다.한국의 석유화학 산업은 생산능력 기준으로 세계 4위의 강국이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자원, 기술, 수요, 자본 어디에도 뚜렷한 강점이 없다. 화석연료가 생산되지 않는 비산유국으로서 원자재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원가 경쟁력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현재의 기술력과 생산은 대부분 범용 제품에 집중됐다. 내수 시장이 작기 때문에 중국 수출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수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7대 석유화학 기지를 육성 중인 중국과 오일 머니로 무장한 중동에 비해 투자 자본이 앞서는 것도 아니다. 범용설비 통합하고 스페셜티 사업 확대해야구조적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화학업체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앞선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미국은 대형 화학업체가 정유 설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석유부문과 화학부문을 통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미국에서는 원유와 가스를 생산할 수 있어 석유부문과 화학부문의 수직계열화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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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카브아웃 거래 시 고려 사항 [삼일 이슈 프리즘]
올해 초 한 증권사 조사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올 한 해 금융시장 전망을 함축한 사자성어로 거안사위(居安思危)를 꼽았다. 안정적인 상황에서도 미래 위기에 대비하라는 뜻으로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대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고금리 기조를 비롯해 지정학적 리스크, 인공지능(AI)의 폭발적 성장 등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자본 조달 비용을 높이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글로벌 M&A 시장의 회복은 지연되는 추세다. 다만 불안정한 환경에서도 대기업 중심의 카브아웃 거래(Carve-out Deal)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카브아웃 거래는 기업이 경영 효율성 제고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 자회사나 사업부를 떼어 내 매각하는 것을 뜻한다. 올해에는 대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및 화학 산업 구조 재편 등으로 카브아웃 거래 건수가 늘고 있다. 매수인: 고금리 시대 안정적인 투자처글로벌 팬데믹 이후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투자자는 예전보다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고 있다. 특히 자본 조달 비용이 크게 높아지면서 사모펀드(Private Equity)와 같은 재무적 투자자(Financial Investor, FI)는 현금 흐름이 검증된 사업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런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분야가 바로 대기업의 카브아웃 거래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非)핵심 사업이지만, 대기업의 검증된 관리 시스템에서 만들어진 안정된 고객 기반과 현금 흐름 창출 능력, 우수 인력과 설비 등은 재무적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부분이다. 또한 투자 후 기업 통합 작업(Post-Merger Integration, PMI) 과정에서 돌발적인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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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GDP 성장률로 예측한 투자 시장의 미래 [삼일 이슈 프리즘]
팬데믹 직전의 인수합병(M&A) 시장은 장밋빛 미래로 가득 차 있었다.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금리를 낮췄고, 이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이 M&A 시장을 떠받친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하지만 2019년 말 시작된 팬데믹은 일상 생활과 거시 경제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M&A 시장도 함께 부진을 맞이했다. 각 국가가 팬데믹 극복을 위해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했고 그 결과 M&A 시장은 2021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당시 M&A 시장의 참가자들은 다가올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을 예상하지 못했거나 애써 외면했다.2008년 이후 사실상 ‘제로 금리’를 유지했기 때문에 2022년 찾아온 인플레이션은 필연이었다. 돌이켜보면 실질 성장율을 넘어선 유동성이 공급됐기 때문에 자산 거품이 어느 정도 걷힐 때까지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2022년 M&A 시장은 거래 규모가 10% 이상 감소하는 침체기를 맞이했으나, 이는 전례 없는 공포에 휩싸였던 2023년보다 나은 편이었다. 이 시기 M&A 시장은 마치 2006년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낮은 수준의 활동을 보여줬고, 프로젝트 펀드처럼 시장 참여자 일부는 개점 휴업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2022년부터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직까지 ‘회복’이라는 단어가 적절치 않아 보인다. 특히 올해 상반기는 역대 최저 수준의 M&A 활동을 보여줬다. PwC를 비롯한 여러 전문 기관도 올해 하반기와 2025년에는 긍정적 지표와 부정적 지표가 혼조돼 낙관적인 전망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시경제의 영향받는 M&A 시장M&A 시장의 중·단기 미래 추세를 예측하려면 시장 참여자의 근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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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 개편, ‘고차방정식’으로 접근해야 [삼일 이슈 프리즘]
최근 두산 등 기업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기업이 처한 외부 환경이 달라졌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달 두산그룹은 사업 시너지 극대화 등을 위해 두산로보틱스 아래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100% 자회사로 두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를 비롯한 투자자들이 두 회사의 기업가치를 동일하게 봤다는 이유로 반발했고, 금융감독원까지 나서서 지배구조 개편안이 담긴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을 요구했다. 이처럼 소액주주의 기업에 대한 감시 및 견제 기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양질의 깊이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사업구조 개편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규제환경 변화로 위축된 지배구조 개편지난 30년간 국내 기업의 사업구조 개편은 외부 규제환경의 변화와 함께 진행됐다. 1990년대 후반에는 기업들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를 겪으면서 재무구조 개선과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기 시작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지배력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 순환출자구조가 형성된 것도 이때부터다. 2000년대부터 정부는 구조조정 촉진 및 소유지배구조 개혁의 일환으로 지주회사 제도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 집단 중심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사업개편이 급격히 늘었다. 특히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정부는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완화해주거나,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이연, 자회사 배당 감세(익금불산입) 등 세제상 혜택을 제공했다. 정부의 지원 제도가 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을 돕는 촉매제로 작용한 셈이다. 반면 최근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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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변동으로 인한 산업재편 및 구조조정의 필요성 [삼일 이슈 프리즘]
한때 시장의 관심사였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건설업 위기가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산업통상자원부는 주요 석유화학 기업 관계자와 함께 위기 극복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고유가 등으로 부진을 겪는 석유화학 업계의 경쟁력 제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석유화합 업계의 부침에서 보듯이 특정 산업과 기업은 성장과 쇠퇴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이렇게 경제 활동이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현상을 경기변동(또는 순환)이라 일컫는다. 경기변동은 확장기와 수축기로 나뉜다. 확장기에는 경제 활동이 살아나며 소비자의 수요가 커지고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늘어난다. 이 시기에는 사업 확장, 신규 투자, 인력 채용 등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반면, 수축기에는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수요가 줄며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감소한다. 비용 절감, 인력 감축, 비(非) 핵심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로, 이는 기업이 생존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전략이 된다. 산업 재편을 일으키는 세 가지 요인경기변동은 기업 경영에 중요 변수로 작용해 기업의 매출, 이익, 투자 계획 등 여러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영향을 일으키며 산업 재편의 필요성을 야기한다. 산업 재편은 특정 산업과 기업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대응 전략을 뜻하며, 이를 촉발하는 요인을 꼽으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술의 변화다. 기술 혁신은 새로운 기회를 가져오는 동시에 기존 산업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차 수요가 늘어난 배경에는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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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불확실성 시대, 회생절차의 효과적 활용법 [삼일 이슈 프리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해 한국 경제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안간힘을 쏟지만, 미국 금리나 지정학적 변수 등 통제 불가능한 요인으로 해법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 부문의 불확실성은 기업대출 축소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기업의 자금 운영이 빠듯해지면서 기업 회생과 파산 건수도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도 중요한 시기다. 혹시라도 주요 거래처가 부도로 대금 결제를 못하거나, 금융기관에서 차입금 일부를 상환해 달라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럴 때 최고경영자(CEO)나 CFO는 플랜비를 염두에 두고 있어야 피해를 최소화하고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 기업이 재무적으로 어려움에 처할 때, 재무적 구조조정 방법으로 워크아웃과 법원 회생절차가 있다. 여기서는 법원 회생절차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다루고자 한다. 유동성 확보하고 적절한 회생전략 가져야 회생절차는 과다한 부채나 상환 기한이 지난 채무로 재정적으로 어려운 기업이 법원의 감독 아래 채권자와 협상해 채무를 감면하거나 상환 일정을 재조정해 재기를 도모하는 절차다. 그렇다면 위기에 빠진 회사가 회생절차를 신청한다고 모두 재기에 성공할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채무자인 회사가 어떤 이유로 위기를 겪는지, 그 위기가 일시적이거나 일회성 위기인지, 사업 구조조정이 가능한지 등 회사 상황에 따라 적절한 회생 전략을 가져야만 재기에 성공할 수 있다.회생절차를 신청한 후 넘어야 할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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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최전선에서 ‘규제’를 ‘기회’로 만드는 전략 [삼일 이슈 프리즘]
전 세계 주요국의 지속가능성(ESG) 공시 시간표가 빨라지고 있다. 공시 기준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는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월 유럽의 지속가능성 정보공개 제도인 기업지속가능성공시지침(CSRD)을 발표한 데 이어, 2024년부터 상장 대기업을 시작으로 지속가능성 공시가 의무화 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3월 최종안을 확정했으나, 미국의 화석연료 기업이 청원한 SEC 기후 공시 규칙 효력 정지 신청을 미국 남부 5개 주를 관할하는 연방법원이 받아들여 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호주, 영국, 일본의 규제기관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호주는 올해 1월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을 발표하고, 상반기 내 공시기준을 확정하여 2025년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영국은 2026년부터 공시를 목표로 2024년 말까지 공시 의무화 규정을 확정하고 자국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내년 1분기 내 확정할 것으로 발표했다. 지난 4월 자국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 발표한 일본은 내년 3월까지 공시기준을 최종 확정하여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기업에게 공시 의무화를 부여할 가능성이 크다. 빨라지는 공시 시간표…K-지속가능성 공시 초안 공개한국은 지난 4월 말 한국회계기준원의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를 통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 초안’을 발표했다. KSSB의 공시 기준은 다른 국가의 공시 기준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 146개국이 도입한 회계기준을 만든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의 산하 기관인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제정한 공시 기준을 기반으로 한다. 즉, ISSB의 공시 기준은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의 국제적 표준이라고 볼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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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진출 한국 기업의 성공적인 엑시트 전략 [삼일 이슈 프리즘]
최근 발표한 중국의 올해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웃도는 5.3%를 기록했다. 하지만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내수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있으며 부동산 침체도 계속되고 있다. 제조업 또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공장가동률이 회복되지 못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제조기업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제조기업 8 곳 가운데 1 곳이 중국에서 철수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문으로 떠돌던 대기업의 중국 철수설 또한 현실이 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1월 중국의 충칭 공장을 투자금의 5분의 1 가격인 3000억 원에 매각했다. 기아차도 향후 중국 법인에 추가 증자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으며, 태국 등 동남아 현지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여러 대기업들이 추가 투자를 중단하거나 일부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자생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중국 법인의 상황은 대기업보다 훨씬 심각하다. 이들은 대기업에 비해 손실을 감당할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빠르게 판단하고 준비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중국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중국 현지 파트너와 공동으로 사업을 한 단계 더 키울 수도 있다. 어떤 방향을 택하든, 중국 시장의 특수성과 여러 리스크 및 이슈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인수합병이나 조인트벤처(JV)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에서 외국자본을 회수하는 절차는 일반적인 인수합병(M&A)과 상이한 부분이 많다. 따라서 중국 내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면 다음 사항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첫째, 중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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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골드러시’ 시대, 살아남기 위한 M&A 전략 [삼일 이슈 프리즘]
인공지능(AI)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챗GPT를 선보이며 ‘AI의 대중화’를 이끈 오픈AI의 회사 가치가 최근 10개월 만에 3배 이상 커진 것(약 35조 원→약 105조 원)으로 나타났다. 미래 기술 트렌드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올해 소비자가전전시회(CES)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도 주인공은 단연 AI였다. 2007년 아이폰 출시 후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앞으로의 AI도 공기처럼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될 것 같다. AI는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모든 산업 영역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진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엑센추어(Accenture)는 보고서를 통해 AI가 모든 산업에 대해 80~90% 수준의 성장 가속화를 이뤄낼 것으로 예상했다. AI가 대체하는 일자리 영역 또한 점점 넓어지고 있다. 금융업에서는 챗봇이 콜센터 직원의 일자리를 대신하더니, 이제는 AI 금융비서가 자산 관리와 투자 직군의 일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최근 오픈AI가 선보인 소라(Sora) 서비스는 텍스트를 입력하면 최대 1분 길이의 영상을 생성해준다. 이로 인해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일자리가 위협받기 시작했다. 헬스케어 부문에서는 의사가 AI를 활용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날이 멀지 않았다. AI 산업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각국의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가별 AI 인프라와 연구개발, 정책, 투자 등을 평가해 합산한 ‘글로벌 AI 지수’에 따르면, 미국이 대부분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중국이 그 뒤를 이었다. 62개국 가운데 6위를 차지한 한국은 인프라와 개발, 정책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민간투자 부문은 18위를 차지했다. AI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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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견 갈등, 사전에 예방하려면 [삼일 이슈 프리즘]
3월은 상장기업의 감사보고서가 공시되는 시기다. 최근 재무보고와 관련된 규제 환경이 강화되면서 회계감사 과정에서 감사인과 이견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이는 규제환경 변화 뿐만 아니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도 크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기업의 재무성과는 미래 전망에 근거한 경영진의 추정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최근 많은 기업들이 제약, 바이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및 친환경에너지 등 단기간 손익을 따지기보다 장기적 관점의 수익을 목표로 하는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보니,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업 거래에 대해 감사인을 이해시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이런 거래와 관련해 감사범위가 일부 제한되거나, 부정사건이 의심될 때, 또는 지속적인 손실이 누적되며 계속기업의 불확실성까지 존재한다면 감사의견의 거절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감사인과 투명하게 소통해 회계감사에 필요한 모든 정보와 증거를 제공해야 한다.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는 회계감사인이 회계처리 방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이는 기업 차원에서도 궁극적으로 재무 리스크가 줄어드는 일이다. 따라서 회계감사인과의 갈등을 현명하게 해소해 기업의 재무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감사인이 어떨 때 감사의견을 거절하는지 이해하고 사전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① 감사범위의 제한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대부분의 의견거절은 감사 범위의 제한으로 발생한다. 이는 감사인이 기업의 중요한 거래들에 대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수집할 수 없는 경우다. 상장기업이 재무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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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주무(未雨綢繆)’에서 배우는 사전적 구조조정 전략 [삼일 이슈 프리즘]
중국 고전 문헌에 나오는 고사성어인 ‘미우주무(未雨綢繆)’는 ‘비가 내리기 전에 새가 둥지의 문을 닫아 단단히 얽어 매다'는 뜻이다. 위험이 닥치기 전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지혜를 담고 있다. 이는 개인 생활뿐만 아니라 사업 운영, 국가 경영, 군사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며, 위기 관리와 예방적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난 달, 국내 건설시공능력평가 16위 기업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급격한 고금리 전환의 여파가 경기 변화에 취약한 건설·부동산 업계에도 몰아친 셈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안정적인 현장만 수주하며 탄탄하다고 평가받던 태영건설마저 급작스런 구조조정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는 모회사인 TY홀딩스까지 영향을 미쳤고, 그룹 이미지 실추로 이어졌다. 결국 에코비트 및 블루원 등 계열사 매각을 통한 빚 탕감에 이르며, 태영그룹은 1973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구조조정 과정에는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따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새로운 기회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준다. 구조조정은 비용 절감을 넘어서 자원의 전략적 재배치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 효율성 향상, 신성장 동력 발굴 등을 포함한다.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이런 과정을 총망라해 ‘기업 개선 작업’ 또는 영어로 '워크아웃(workout)'이라 부른다. 불필요한 군살을 뺀다는 의미다.국내 기업은 대부분 오너의 경영권 집착, 평판 리스크, 단기간 사업 확장으로 인한 성장통 등으로 재무적 곤경에 처하고 나서야 사후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사후 단계에서는 워크아웃, 법정 관리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회 경제적 비용이 크고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