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6일 17:41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베이코리아 매각이 16일 예비입찰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SK텔레콤, 이마트(신세계), MBK파트너스 등 굵직한 후보들의 참여로 일단 인수전 자체는 흥행에 성공한 모양새다.

하지만 도전장을 던진 후보들은 긴장 상태다. 실사기간 내에 이 회사의 '전체 모습'을 파악하는 일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번 매각을 주도하는 이베이 글로벌 본사와 매각주관사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는 투자설명서(IM)에 복수의 재무제표를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본사 내부관리 기준으로 집계된 재무제표와 한국 회계기준(K-GAAP)에 맞춰 집계된 두 가지 버전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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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두 장부가 단순히 회계 기준이 조금 다르다 정도로 보기에는 꽤 격차가 크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를 기준으로 이베이 본사 기준으로 집계한 이베이코리아의 매출액은 1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1300억원에 달하지만, 국내 회계기준으론 각각 1조2000억원, 영업이익 830억원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은 4000억원, 영업이익은 370억원이나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이베이 측은 IM 내 '각주'를 통해 회사가 발행한 쿠폰(coupon) 등 마케팅에 소요된 비용을 매출에서 직접 차감하는지, 비용으로 분류하는지 등 회계기준 차이가 반영된 점이라 설명했다. 또 영업이익도 임직원 스톡옵션 비용 등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지 등 여부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이베이 측은 이베이코리아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 약 3.74%(4000억원어치)를 함께 인수할 것인지 여부도 제안하도록 안내했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 약 3000억원과 해당 지분이 포함된 희망 가격이 '5조원'일 것이라 예상했던 후보들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금융권에서 인수금융 등으로 인수 대금을 조달해야할 대형 PEF 등은 담보로 제공할 자산이 보이지 않다보니 벌써부터 고심에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안내 차원에서 재무제표 두 개를 제시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간 이베이가 보여온 행보를 고려할 때 매각가를 극대화하기 위해 유리한 구도로 이끌어 가려는 용도로도 해석되고 있다"라며 "이후 상세 실사 등에서 기준별 차이를 제대로 검토하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