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노션에 물린 모건스탠리PE…11년 만에 손절매
1997년 외환위기에 직면한 대기업은 광고비를 대거 삭감했다. 내부 일감에 의존한 대기업 광고 계열사들은 구조조정 1순위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999년 광고 계열사인 금강기획을 영국 광고업체에 처분했다. 비슷한 시기 SK그룹과 LG그룹도 각각 태광멀티애드, LG애드를 해외에 넘겼다.경제가 기지개를 켜면서 대기업 광고 계열사는 재등장했다. 현대차그룹이 2005년 세운 이노션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노션은 안정적 일감을 등에 업고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2014년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PE)는 전망이 밝은 이노션에 20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PE의 이노션 지분가치는 현재 13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참다못한 모건스탠리PE는 11년 만에 지분 일부를 정리하고 나섰다.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모건스탠리PE는 이달 10일에 보유한 이노션 지분 0.8%(32만주)를 시간외 매매(블록딜) 형태로 57억원에 매각했다. 주당 매각가는 10일 종가(1만8940원) 5.8% 할인된 가격에 처분했다. 모건스탠리PE의 보유 지분은 18.0%에서 17.2%로 줄었다. 이번 매각에 따라 이노션 최대주주 자리를 정성이 고문(17.7%)에게 넘기게 됐다.이노션은 2005년 출범할 때 정성이 고문(지분 40%)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40%) 등 특수관계자 지분이 100%에 달했다. 이노션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사정권'에 들어서자 정성이 고문 등은 보유 지분을 정리하고 나섰다. 공정위는 대기업 총수 일가의 보유 지분이 20% 이상인 상장·비상장사를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모건스탠리PE는 2014년 8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보유한 이노션 지분 20%를 2000억원에 사
-
국민연금·서학개미…원화 '대외 안전판'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해외 투자 비중 확대와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투자 열풍에 힘입어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이 ‘역대 최대’인 1조달러에 육박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여파에도 기관 및 개인의 해외 투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당장은 달러 수요 증가로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견고한 ‘대외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순대외금융자산은 9778억달러였다. 종전 최고치인 지난 2분기 말(8585억달러)보다 1194억달러가량 늘어났다. 증가폭은 2021년 3분기(1212억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크다. 순대외금융자산은 거주자의 해외 투자 등 대외금융자산에서 외국인의 국내 투자인 대외금융부채를 뺀 값이다. 3분기 말 기준 대외금융자산은 2조5135억달러로 역대 처음 2조5000억달러를 돌파했다.탄핵 정국 속에서도 해외 투자는 증가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3~19일 1주일간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6억2296만달러에 달했다. 1주일 전(6∼12일) 순매수 금액 5억1590만달러와 비교해 20.8% 증가했다. 해외투자 늘린 정부…'환율 급등 = 외환위기' 공식 깼다순대외금융자산은 2014년 흑자 전환(809억달러)한 뒤 국내 기관투자가 및 개인의 해외 투자 열풍에 힘입어 10년 만에 12배가량 증가했다. 가장 큰 이유는 국민·공무원·사학연금 등 3대 공적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의 해외 투자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비중은 2019년 34.9%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55.1%로 높아졌다. 서학개미 투자 열풍도 영향을 미쳤다.통상 해외 투자
-
선물환 규제 풀어 달러 확보…고환율에 '외환 정책기조' 바꿨다
외환당국이 20일 외환수급 개선 방안을 통해 단기 외채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까지 치솟으며 달러 강세(원화 약세) 현상이 갈수록 강해지자 그동안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 유입을 엄격히 제한해온 정책 기조를 180도 바꿨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를 넘고 순대외금융자산이 1조달러에 육박하는 등 대외안전판이 견고해 외환 규제를 풀어도 시장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규제 풀어 달러 유동성 확보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이날 김범석 기재부 1차관 주재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콘퍼런스콜을 열어 외환수급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당초 이 방안은 올해 말 ‘2025 경제정책방향’에 담길 예정이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전날인 19일 1450원을 돌파하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계엄 선포 전날인 지난 2일 0.3395%포인트에서 19일 0.3736%포인트로 뛰면서 외화 조달비용이 상승하자 서둘러 대책을 발표했다.외환수급 개선 방안의 핵심은 선물환포지션 한도 확대다. 정부는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국내 은행은 현행 자기자본의 50%에서 75%로, 외국 은행 지점은 250%에서 375%로 연내 상향하기로 했다. 한도 상향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 이후 4년여 만이다. 선물환포지션 한도는 은행이 자기자본 대비 보유할 수 있는 선물환 한도(외화자산-부채)를 뜻한다. 2010년 10월 급격한 자본 유입 및 단기 차입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됐다.통상 은행은 외환스와프 시장에서 외화를 주고 원화를 빌려오는 거래를 통해 외화자금을 공급한다.
-
"주가 급락, 1987년에 가까워"…1998·2008년의 쇼크 없다
일본과 한국·대만 등 아시아 증시 폭락에 이어 미국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락한 가운데 이번 주가 급락 사태가 1987년 '블랙 먼데이' 사건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블랙 먼데이에 S&P500 지수가 20% 이상 하락하는 등 주식 시장은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지만 실물 경기에 큰 충격을 몰고 오진 않았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최근 주가 폭락은 1987년 블랙 먼데이 사건에 가깝고, 1998년 장기 자본시장 폭발(한국에선 IMF금융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이 기업·은행 파산과 대량 실업 등 실물 경기의 블록버스터급 충격이 올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1987년 투자자들은 너도나도 빚을 내 투자했고, 주가지수는 그해 8월 최고점까지 8개월 동안 3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미국 증시도 1987년과 같이 통화 긴축 속에서 지난 8월 고점까지 33%나 상승했다. 1987년과 올해 투자자들의 분위기에 대해 WSJ는 "투자자들은 예상 밖의 주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불안에 떨며 매도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했다. 10월 19일 월요일에 블랙 먼데이 당일 알 수 없는 이유로 다우존스 지수는 22.61%, S&P500이 20.4% 하락하는 등 주식 시장은 하루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그러자 더 큰 마진 콜이 발생한 데 이어 잘못 설계된 자동 거래가 발생하면서 주가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다. 다만 WSJ는 "좋은 소식은 1987년은 시장이 전부였다는 것"이라며 "시장은 상승했다가 하락했고 (증시 투자자 일부를 제외하곤)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 중앙은행(Fed)이 은행에 유동성을 쏟아붓고 브로커들은 채무불
-
한국 경제성장률, 일본보다 낮아진다…25년 만에 첫 역전 전망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췄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0.2%포인트 높인 2.9%로 내다봤다. 전 세계가 회복의 희망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은 더욱 저성장 늪에 빠질 것이란 경고다. "한국, 일본보다 저성장할 것"IMF는 31일 싱가포르에서 세계경제전망 1월 수정전망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공개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종전 2.0%에서 1.7%로 0.3%포인트 하향했다. 이같은 수치는 최근 마이너스 성장률을 전망하기도 한 글로벌 투자은행(IB)이나, 지난해 12월 발표한 정부의 전망치 1.6%보다도 높은 것이다. 한국은행(1.7%)과 같은 수준이며, 이보다 이르게 전망치를 내놓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 한국개발연구원(KDI, 1.8%)보다는 낮다.IMF의 전망치를 보면 당초 정부가 우려했던 수준(1.6%) 보다는 희망적인 전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설명이라는 지적이다. IMF가 이번 수정전망에서 다른 나라들의 성장률 전망치는 대부분 올렸기 때문이다.IMF는 이날 세계경제성장률을 2.9%로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2.7%에서 0.2%포인트 높였다. IMF는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금리 인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와 미·유로 등 주요국의 예상 외 견조한 소비·투자 등으로 작년 10월 전망 대비 성장률 소폭 상향했다"고 배경을 밝혔다.한국의 성장률과 세계성장률 간 격차는 0.7%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0.5%포인트 벌어졌다. 국가별로 보면 장기간 저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일본보다 더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일본
-
위안화도 바닥 뚫렸는데…中, 두 달째 기준금리 동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0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위안화 가치 추가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역외시장 위안화 환율은 2010년 개장 이후 최고치로 상승(위안화 약세)했다.인민은행은 20일 10월 중국 특유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가 1년 만기 연 3.65%, 5년 만기는 연 4.30%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8월 인하 이후 두 달 연속 동결이다.LPR은 명목상 18개 시중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상 대출금리의 평균치다. 실제로는 인민은행이 각종 정책 수단을 통해 결정한다. 1년 만기는 일반 대출, 5년 만기는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다. 인민은행은 올해 1년 만기 LPR을 1월과 8월 두 차례, 5년 만기는 1월과 5월, 8월 세 차례 인하했다.중국 경기 하강 추세를 볼 때 기준금리 인하 등의 적극적 통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2.9%로 2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중국에서도 인플레이션 억제가 우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와 외국인 자금 유출도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의 9월 말 외환보유액은 3조290억달러(약 4339조원)로 작년 말 대비 1932억달러(약 277조원) 줄었다.중국 금융당국의 시장개입으로 주춤했던 위안화 가치 하락세는 최근 다시 가속하고 있다. 역외시장인 홍콩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전날까지 11거래일 연속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했다. 이날 장중 최고치는 0.18% 오른 달러당 7.2790위안을 나타냈다. 2010년 중국이 역외 외환시장을 개장한 이후 최고 기록이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공식화하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22일까지
-
위안화 가치 다시 하락…인민은행은 기준금리 또 동결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0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위안화 가치 추가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역외시장 위안화 환율은 2010년 개장 이후 최고치로 상승(위안화 약세)했다. 인민은행은 20일 10월 중국 특유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가 1년 만기는 연 3.65%, 5년 만기는 연 4.30%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달과 같다. 지난 8월 인하 이후 두 달 연속 동결이다. LPR은 시중 18개 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상 대출금리의 평균치다. 중국은 2019년 8월부터 이를 기준금리로 쓰고 있다. 형식상으로는 평균치를 발표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인민은행이 각종 정책 수단으로 LPR을 결정한다. 1년 만기는 일반 대출, 5년 만기는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다. 인민은행은 앞서 지난 16일 정책자금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동결(연 2.75%)하면서 LPR 동결을 시사했다. 인민은행은 올해 1년 만기 LPR을 1월과 8월 두 차례, 5년 만기는 1월과 5월, 8월 세 차례 인하했다. 5년 만기 LPR을 더 자주 내린 것은 부동산시장 침체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 하강 추세를 볼 때 기준금리 인하 등 보다 적극적 통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2.9%로 2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중국에서도 인플레이션 억제가 우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CPI 구성 항목 중 비중이 가장 큰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는 것도 부담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와 외국인 자금 유출도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의 9월 말 외환보유액은 3조290억달러(약 4339조원)으로 작년 말 대비 1932억달
-
국내서도 커지는 R의 공포…"경기침체 진입" vs "침체 아닌 둔화"
미국발(發) 경기 침체 논쟁이 한국에서도 번지고 있다. 한국 경제에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와는 다른 형태의 충격이 포착된다는 게 경기 침체론자들의 주장이다. 반면 아직 경제성장률 등의 지표를 볼 때 침체를 논할 수준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고(高)물가 속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상당한 충격이라는 데 한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락하는 국채 금리…커지는 침체 우려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서울 채권시장에서 지난 1일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 대비 0.111%포인트 내린 연 3.439%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달 17일 연 3.745%까지 올랐다가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시장에선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지금 당장은 한국은행이 고물가 때문에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길게 보면 경기 둔화 때문에 금리를 계속 올리기 어렵다는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미국의 경우 통상 2분기 연속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면 경기 침체라는 진단이 내려진다. 미국은 올 1분기 성장률이 연환산 기준 -1.6%(전분기 대비)를 기록했고, 2분기도 마이너스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6%였다. 이달 발표 예정인 2분기 성장률도 플러스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경기 침체가 아니라 둔화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경기 침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경기 후퇴나 침체라고 하면 성장이 연속적으로 마이너스 후퇴가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침체라고 이야기하려
-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ABCP 시장 흔든 ‘터키 위기론’ 2년만에 고개
“터키 리라화의 불안정한 움직임은 신흥국 고수익채권 시장 전반에 계속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투자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다음의 연쇄 충격(next domino to fall)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골드만삭스가 지난주 내놓은 보고서 내용의 일부입니다. 중동의 주요 경제국인 터키의 외환시장 불안이 심상치 않다는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리라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이달 들어 신흥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인 약 4%, 올 들어서는 18% 하락했는데요. 11일 현재 역대 최저 수준인 달러당 7.3리라에서 맴돌고 있습니다.리라화는 불과 2년 전에도 심각한 위기를 겪었습니다. 정치·안보 분야에서 갈등을 겪던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로 2018년 들어 8월까지 가치가 40% 폭락했습니다. 그 결과 8월 13일 아시아증시를 한꺼번에 2% 안팎씩 끌어내리기도 했습니다(관련기사 첨부). 터키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로 번졌기 때문입니다.한국의 일부 금융상품시장도 뒤흔었는데요. 약 10조원어치나 팔린 카타르 은행예금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집단 환매가 벌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터키와 카타르의 경제적 긴밀성을 과대평가해 벌어진 소동으로 마무리됐지만요.리라화가 2018년 이후 다시 위기를 맞은 배경으로는 과도한 금융완화 정책이 꼽힙니다. 포퓰리즘 정책으로 유명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66)은 2018년 위기 이후 금융완화를 통한 강력한 성장 촉진 정책을 펴왔는데요. 그 결과 2018년 연 24%까지 올랐던 기준금리는 최근 8.25%까지 내려왔습니다. 금리 인하는 외화자금이 더 높은 실질 수익을 찾아 이탈하는 상황을 초래하면서 통화
-
[여기는 논설실] 희대의 금융사기 '라임 사태', 금감원은 책임 없나
예상못한 '역대급 사건'은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 싹쓸이만은 아니다. 금융시장에서도 그에 못지 않은 역대급 사건이 한창이다. 나쁜 의미에서의 역대급이라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전대미문이라는 대목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라임 사태' 얘기다.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국회에 나가 "라임이 유동성 확보에 실수한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까면 깔수록 단순 유동성부족 문제가 아니라 듣도 보도 못한 '희대의 금융사기'로 치닫고 있다. 직접 피해액만 2조원 선으로 기록적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은행 증권 자산운용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일제히 탐욕의 주역이 돼 펀드투자자들을 기만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 충격을 준다.이런 혼란의 중심에 총수익스와프(TRS·Total Return Swap)이라는 파생상품이 자리한다. 헤지펀드 전문회사인 라임자산운용이 증권사들과 맺은 채권 TRS계약이 사실상 '파킹 거래'라는 의혹에서부터 사태가 출발했다. 펀드는 코스닥 부실기업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에 대규모로 투자했고, 이 과정에서 채권보유한도 제한 규정 등을 피하기 위해 TRS계약을 활용하며 위험을 키우다 파국을 자초하고 말았다.용어가 낯설지만 총수익스와프(TRS)는 그리 어려운 개념은 아니다. 우선 '스왑'은 두 거래당사자가 현금흐름을 교환(스와프)하는 계약이다. 보유자산에서 불확실한 현금흐름(수익)을 얻는 투자자가 위험을 줄이기 위해 확실한 현금흐름(고정 수익)과 교환하는 거래가 일반적이다. 대상자산이 주식 채권 메자닌일 경우 TRS계약을 통해 증권사는 운용사(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