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6일 15:51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G마켓·옥션·G9 등을 거느리고 있는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코리아 입찰에 SK텔레콤, 신세계, 롯데쇼핑 등을 포함한 6~7곳이 도전장을 냈다.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 정보기술(ICT) 기업 SK텔레콤과 유통 대기업인 신세계, 홈플러스를 자산으로 보유한 PEF운용사 MBK파트너스, 동남아시아 기반 직구 플랫폼 큐텐(Qoo10) 등 6~7곳이 참여를 결정했다.
현재 업계에서 보는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 17%, 쿠팡 13%, 이베이코리아 12%, 11번가 6%, 롯데온 5% 수준이다. 3위 업체인 이베이코리아의 향방에 따라 점유율 구도가 크게 뒤바뀌는 구도다.
투자설명서(IM) 배포 단계에서부터 10여곳의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며 흥행이 예고되기도 했다. 매각 측은 예비입찰에서 후보들이 적어낸 가격과 조건을 토대로 '적격 인수후보(쇼트리스트)'를 추려 약 두달간 실사기회를 주고, 오는 5~6월께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인수 후보들은 예를 들어 이베이코리아가 가지고 있는 카카오뱅크 지분(3.74%)을 함께 인수할 것인지, 아니면 빼고 인수할 것인지 등을 결정하여 희망하는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에 제시한 가격은 실사 전 가격인 만큼 구속력이 없지만,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제시하거나 인수금액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쇼트리스트 선정 과정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매각 측이 제시한 이베이코리아의 작년 매출은 1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830억원이다. 직전해 매출 1조954억원, 영업이익 615억원에 비해 성장세를 보였다. 이커머스 업체들의 몸값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인 거래액(GMV)은 약 17조원으로 집계됐다. 쿠팡을 포함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온 다른 이커머스들에 비해 17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탄탄한 체력을 갖춘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다만 코로나19로 비대면 시장이 활성화된 지난해에도 성장세가 정체된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매각 측은 전체 매각 금액으로 5조원 이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까지만 해도 업계에선 ‘무리한 가격’이란 평가가 우세했지만, 최근 쿠팡이 뉴욕증시 상장에 성공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장 대응 여부에 생존이 달린 기존 유통업체들과 ‘커머스 플랫폼’ 확장을 꾀하는 IT기업들, 여기에 IPO 등 투자 회수 기대감이 커진 PEF들이 앞다퉈 뛰어들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각 후보별 시너지도 점차 윤곽을 보이고 있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 중 하나는 경쟁사 11번가를 거느리고 있는 SK텔레콤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이날 직접 "이베이코리아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11번가의 거래액(약 10조원)에 이베이의 거래액(17조원)을 합산할 경우, 선두 네이버(22조원)을 뛰어넘는 1위 플랫폼으로 단숨에 뛰어오르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SK텔레콤은 곧 중간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재편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하면 ‘탈(脫) 통신’ 기조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쓱닷컴'을 운영 중인 이마트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나섰다. 이마트는 네이버와의 지분 교환도 추진하는 등 반(反) 쿠팡전선을 본격화하고 있다. ‘롯데온(ON)’의 시장 정착을 두고 고심이 깊었던 롯데그룹도 롯데쇼핑을 통해 인수 도전장을 냈다. 다만 다른 후보들에 비해 완주 의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중에선 홈플러스를 자산으로 보유한 MBK파트너스가 가장 적극적으로 입찰에 나섰다. 김병주 MBK 회장은 최근 연례서한을 통해 7조원에 달하는 미소진 투자약정 자금(드라이파우더)를 활용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동남아 직구 플랫폼인 큐텐은 인수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참여를 검토해왔다.
이외에 복수의 글로벌 대형 PEF들도 입찰 직전까지 글로벌 본사와 입찰 참여 여부를 논의 중이다. 실사 이후 본입찰 과정에서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상하는 등 합종연횡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당초 자회사 카카오커머스와 시너지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카카오는 불참을 결정했다. 한 IB 관계자는 "카카오 내부에서 이견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