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03일 04:21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주 중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 승인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예심 과정에 45영업일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결과 통보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1일 예심을 청구했다. 회사의 재무구조나 사업의 규모로 볼 때 예심 통과는 기정사실이라는 평가다. 이후 곧바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일정에 들어간다면 상반기 중 무난히 증시에 입성할 수 있다. 공모금액은 1조원에 달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이 상장을 주관한다.
주관사 선정 당시 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가치를 3조원대로 봤다. 회사는 지난해 7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을 맺었다. 이어 8월에는 미국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체결했다. 또 자체 개발 중이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2종류의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몸값이 매겨졌다. 증권가에서는 모회사인 SK케미칼의 기업가치를 토대로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CMO사업의 가치만 2조원대로 보기도 했다.
예심 청구 이후 두 달 남짓만에 희소식이 연달아 나왔다. 코로나19 백신 관련 소식이 몸값을 올렸다. 지난달 22일 질병관리청은 SK바이오사이언스를 ‘코로나19 백신 유통관리체계 구축·운영 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화이자 백신 및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백신 물량에 대한 유통·보관을 담당하게 됐다. 이 사업에 배정된 예산만 500억원이 넘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안정적인 수입처를 하나 더 확보하게 된 셈이다.
CDMO 계약을 맺은 노바백스의 백신이 임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점도 주효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노바백스 백신은 최근 영국에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89.3%의 예방률을 보였다. 이에 정부는 이달 안에 SK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노바백스 백신을 선구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1일 밝혔다. 그밖에 회사가가 개발하고 있는 백신 후보물질 ‘GBP510’과 ‘NBP2001’이 임상에 돌입했다는 점도 '덩치 불리기'에 한몫했다. 통상 신약 후보물질은 임상 단계에 따라 상업화 가능성이 달라지므로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준다.
덕분에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가치는 최근 5조원대까지 거론되고 있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 등에 따르면 장외 시가총액은 15조원을 넘어섰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선구매하기로 한 백신 물량의 단가를 20달러로만 추정해도 8억달러(8900억원) 규모의 계약과 함께 2억달러(2200억원)의 영업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2019년 매출은 1839억원, 영업이익 228억원이었다.
지난해 상장한 SK바이오팜의 몸값을 넘어설지도 관심사다. SK바이오팜은 상장 당시 시가총액이 3조원대였지만 지금은 11조원을 넘는다. 공모금액은 9593억원 수준이었다. 청약 과정에서 증거금으로만 31조원을 끌어모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높은 몸값으로 흥행한다면 SK그룹 계열사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는 셈이다. 또다른 계열사인 SKIET 역시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심을 청구한 상태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