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27일 16:26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부산롯데호텔은 다음달 초 1500억원 규모 CP를 공모로 발행할 계획이다. CP 만기는 2~3년 수준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가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CP를 발행하는 것은 2017년 7월(1500억원) 이후 3년 만이다.
최근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CP 시장을 대체 조달처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CP는 만기가 1년 이상이면 투자 위험 내용을 적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회사채처럼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거칠 필요는 없다. 그만큼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발행 기업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 덜 노출된다. 이런 이유로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과 신동빈 회장의 재판 등 여러 악재에 휩싸인 2017년에도 CP 시장을 활발히 드나들었다.
유통·식음료·관광 등이 주력인 롯데그룹은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활동 둔화와 소비 감소로 고전하고 있다. 핵심인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큰 폭의 실적 악화를 겪는 가운데 부산롯데호텔도 지난 1분기 영업손실 126억원을 냈다. 당분간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여전히 냉랭한 회사채시장과 달리 CP 시장은 차츰 안정을 찾고 있는 것도 롯데 계열사들이 CP를 조달수단으로 택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3월 한 때 연 2.23%까지 치솟았던 A1등급 CP 평균금리(91일물)는 이날 연 1.46%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의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20조원 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 도입 등 정부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고비를 넘겼다. 반면 3월 말 연 2%대에 진입한 AA-등급 회사채 금리(3년물)는 여전히 연 2.1~2.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온도 차를 고려하면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더 저렴할 수 있다”며 “롯데 계열사들처럼 전략적으로 CP 발행 비중을 키우는 기업들이 차츰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