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12일 10:47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본소득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모든 국민에게 최소 생활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과 과연 막대한 재원 마련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충돌하고 있습니다.그런 가운데 국제금융시장에선 안 좋은 추억이 고개를 드는 모양새입니다. 2011년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유럽의 재정위기, 이른바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트라우마’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일부 유럽 국가들의 재정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기본소득제’ 논의 뒤편에선…](https://img.hankyung.com/photo/202006/01.22887793.1.jpg)
문제는 과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들이 올해 계획하고 있는 1조~1조5000억유로의 초과 국채를 ECB의 지원만으로 소화할 수 있느냐입니다. 만약 소화가 어렵다면, 최근 소폭 상승세를 보였던 일부 국가의 국채 금리는 다시 폭등할 수 있습니다. NH투자증권의 박민수 연구원은 최근 유럽동향 보고서에서 “유로존의 중장기적 재정위기 우려가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재정위기가 확산한다면 한국의 기본소득제 추진은 더 이상 힘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부족한 재원을 빚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국고채 소화 불량 가능성에 대한 우리 정부의 경계감이 부쩍 높아질 테니까요. 애초부터 불가능한 논의라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10만원씩만 전 국민에게 준다고 해도 (연간) 62조가 들어간다”며 “그 돈이 어디서 나오냐”고 반문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국고채 발행 비용은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0.75%→0.50%) 이후 완만한 오름세인데요.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년물 금리는 11일 기준 연 1.38%를 나타냈습니다. 사상 최저인 작년 8월의 연 1.17%에서 0.20%포인트 넘게 올랐습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3~5월에 월 평균 14조원 정도를 소화해낸 시장이지만, 이제는 금리 인하 기대도 약화되고 외국인 매수세도 주춤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나라 살림살이를 챙겨봤던 몇몇 관료나 국회의원들은 국가채무의 추가적인 증가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눈치입니다. 기획재정부 차관을 낸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7일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요. 국가채무 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45% 이하로 관리하자는 게 골자입니다. 기재부에 따르면 3차 추경 집행완료 시 예상 국가채무 비율은 43.5% 수준입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