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28일 09:06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디앤디-NH투자증권 컨소시엄이 한국씨티은행 제2본사 사옥인 서울 문래동의 오피스 빌딩 '영시티'(사진)를 5000억원대에 인수한다. 한국씨티은행과 SK텔레콤 등 우량 임차인을 유치한 덕분에 여의도 빌딩 시세에 버금가는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낡은 공장과 주택 등이 남아있던 빌딩 주변에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계획이 확정되는 등 재개발이 활발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운용사인 액티스는 최근 '영시티'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SK디앤디-NH투자증권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지난해 베스타스자산운용과의 매각 협상이 결렬된 이후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를 매각주관사로 내세워 거래를 성사시켰다.

NH투자증권은 올해초 1조원 규모의 여의도 파크원 오피스를 인수한데 이어, 연달아 국내 대형 부동산 인수에 성공했다. 이지스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도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최종 입찰에서 고배를 마셨다. SK디앤디가 리츠(부동산 투자회사)를 설립하고 일부 자금을 출자하면 NH투자증권이 나머지 지분을 총액인수하기로 했다.
서울 문래동 오피스, 여의도 가격에 팔렸다
영시티는 서울 지하철1호선 영등포역과 2호선 문래역의 사이에 2017년 준공된 지하 5층~지상 13층, 2개동에 연면적 9만9140㎡ 규모 대형 오피스 빌딩이다. 액티스의 주도로 베스타스자산운용과 한국자산신탁 등이 참여해 건설한 빌딩이다. SK디앤디도 지분투자를 했다.

영시티는 지난해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그룹이 순차적으로 입주했으나 상당부분은 공실로 남아있었다. 액티스는 공실이 남은 상태에서 우선매수권을 가진 베스타스자산운용과 협상했으나 양 측의 가격에 대한 시각차이로 결렬됐다. 액티스는 지난해 코람코자산신탁이 인근 타임스퀘어 오피스동을 3.3㎡당 2200만원 넘는 가격에 인수한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여겼다. 이후 SK텔레콤 본사·자회사 일부 서부권역 통합 콜센터가 영시티에 입주하기로 하면서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탔다.

주변 낡은 공장과 유휴부지에 잇따라 재개발이 추진되는 상황도 호재로 작용했다. 영시티와 대각선 북서쪽에 인접한 방림방적 부지에는 서울시가 2025년까지 '제2 세종문화회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영시티의 길 건너편 대선제분 공장 부지는 영국의 테이트모던(폐 화력발전소를 박물관으로 재개발) 등을 모방한 상업·문화시설 단지로 재개발할 예정이다. 문래동 공장부지는 대선제분 밀가루 공장이 2013년 충남 아산으로 이전했고 방치돼 있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