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11일 04:42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가 적극적으로 장기 자금조달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10년 만기 채권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장기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최대한 긴 만기로 현금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차입금 상환재원 등을 마련하기 위해 이달 말 3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채권 만기는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까지 검토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한 수요예측(사전 청약) 결과가 좋으면 발행금액을 5000억원까지 늘릴 방침이다. 이 회사는 최근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발행 준비에 돌입했다.

최근 눈에 띄게 차입금 만기구조를 장기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주로 3~7년 만기로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오다 지난해 7월 처음으로 1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다. 3개월 후인 10월에도 또 다시 10년물을 찍어 1400억원을 마련했다. 만기 5년 이상인 채권을 발행해 단기 차입금을 갚으며 중장기 조달 비중을 키우고 있다.

영업환경 악화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만들고자 최대한 긴 만기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정유사들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든 여파로 지난해부터 실적 부진을 앓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22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올해 역시 국제유가 하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등 대외적 악재로 험난한 경영환경에 놓여있다는 평가다.

여전히 채권금리가 낮고 우량 회사채 투자수요는 풍부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현대오일뱅크가 장기자금 조달에 적극 나서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7일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시가평가한 현대오일뱅크 10년물 금리는 연 2.202%에 불과하다. 이 회사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네 번째로 높은 ‘AA-’(안정적)다. 새로 유입된 자금 운용에 분주한 기관투자가들이 연초 우량등급 회사채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올 들어서만 AA-등급 이상인 기업 9곳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원이 넘는 투자수요를 모았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