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5일 04:02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은정의 기업워치]은행 빚도 갚고 물류사업 양도 반대 투자자도 달래고…연초부터 돈 나갈 곳 많은 동원산업
동원산업이 연초부터 자금조달에 분주한 모습이다. 은행들에서 빌린 대출 만기가 줄줄이 돌아오는 데다 일부 주주들이 동원로엑스(옛 동부익스프레스)에 물류사업을 양도하는 것을 반대해서다. 동원산업은 급한대로 회사채를 발행해 필요한 자금을 충당할 계획이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오는 23일 7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한다. 3년 만기 400억원과 5년 만기 300억원 규모다.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하는 자금 중 약 597억원은 동원산업의 물류사업 양도를 반대하는 주주들이 갖고 있는 보통주 26만6581주를 사들이는 데 쓴다.

지난해 10월 동원산업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동 물류, 수송, 국제물류를 맡고 있는 물류사업 부문을 동원로엑스에 294억원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임시주주총회에서 영업 양도건은 원안대로 가결됐지만 영업양도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됐다.
[김은정의 기업워치]은행 빚도 갚고 물류사업 양도 반대 투자자도 달래고…연초부터 돈 나갈 곳 많은 동원산업
나머지 자금은 이달 말과 내달 초에 만기가 돌아오는 신한은행과 산업은행의 장기 대출을 갚는데 쓸 예정이다.

동원산업은 원양어업, 수산물가공업, 물류업, 임대사업 등으로 사업을 적극 다각화했다. 2000년 식품사업 부문을 동원F&B로 분할하는 등 최근엔 다시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동원산업은 현재 미국 내 1위 참치 캔 제조업체 스타키스트(StarKist)와 2017년 인수한 동원로엑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동원산업의 최대주주는 그룹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다. 이달 초 기준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지분율이 62.72%에 달해 경영권이 안정적이다.

동원산업은 인수합병(M&A)과 공격적인 투자로 수익기반을 탄탄하게 확대했다. 사업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고 각 부문에서 꾸준히 이익이 나면서 전반적인 외형도 커졌다. 2016년 연결 기준 매출이 1조6000억원 정도였는데 2018년엔 2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불어난 재무부담은 아직 줄이지 못하고 있다. 동원로엑스 인수 때 2880억원의 순현금이 지출됐다. 테크팩솔루션 추가 지분 매입과 동원로엑스 차입금의 연결재무제표 편입 효과 등으로 재무부담이 커진 상태다. 지난해에도 스타키스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한 합의금지출(580억원) 등 비경상 자금 소요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지표는 2016년 2배에서 지난해 9월 말 3.3배로 나빠졌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물류사업이 전체 매출의 40% 정도를 차지했지만 동원로엑스 매출이 어차피 연결 기준으로 잡히기 때문에 재무지표에 큰 변화를 주진 않을 것"이라며 "여기저기 분산돼 있는 물류사업을 동원로엑스에 집중시켜 간접비를 줄이고 고객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